박쥐우산을 든 남자(지혜사랑 272)
김평엽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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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평엽 시인은 2003년 『애지』로 등단했고, 시집으로는 『미루나무 꼭대기에 조각구름 걸려있네』, 『노을 속에 집을 짓다』 등이 있고, 임화문학상(2007년)과 교원문학상(2009년)을 수상했다. 『박쥐우산을 든 남자』는 김평엽 시인의 세 번째 시집이며, 그는 의식과 무의식의 영역을 넘나들며, 우울증을 앓는 동시대인의 내면의식과 그 눈물겨운 몸부림을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가 있다.
언제부터인지 내겐 두 개의 방이 있다/ 시간과 공간이 각각 다른/ 두 명의 내가 머물거나 갇혀있다/ 새벽이 잠들면 다른 방에선 노을이 깨어났다/ 한쪽이 여름이면 한쪽은 겨울이었고/ 하꼬방에서 잃어버린 수첩을 찾고 있으면/ 건너편에선 칸나꽃 피고/ 그 기억의 경계에서 수백 마리의 나비가 날았다/ 어머니가 중국산 수의를 입는 동안/ 발길이 멈춰 시간도 끊겼다/ 진료기록 속 봉숭아로 물든 방은 폐쇄되었다/ 갈 곳을 잃었다 고스란히,/ 어쩌다 난 녹슨 십자가의 못이 되었을까/ 쿵쿵 하늘에 박았던 못/ 후둑후둑 떨어져 땅에 꽂힌다,/ 음울한 삼십 년 결국 나는 나를 기소하기로 했다
- 「구름을 가둔 방」 전문
언제부터인지 내겐 두 개의 방이 있다/ 시간과 공간이 각각 다른/ 두 명의 내가 머물거나 갇혀있다/ 새벽이 잠들면 다른 방에선 노을이 깨어났다/ 한쪽이 여름이면 한쪽은 겨울이었고/ 하꼬방에서 잃어버린 수첩을 찾고 있으면/ 건너편에선 칸나꽃 피고/ 그 기억의 경계에서 수백 마리의 나비가 날았다/ 어머니가 중국산 수의를 입는 동안/ 발길이 멈춰 시간도 끊겼다/ 진료기록 속 봉숭아로 물든 방은 폐쇄되었다/ 갈 곳을 잃었다 고스란히,/ 어쩌다 난 녹슨 십자가의 못이 되었을까/ 쿵쿵 하늘에 박았던 못/ 후둑후둑 떨어져 땅에 꽂힌다,/ 음울한 삼십 년 결국 나는 나를 기소하기로 했다
- 「구름을 가둔 방」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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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박쥐우산을 들고 의식과 무의식의 영역을 들락거리는 이 불면의 영혼을 보라! 어두운 무의식의 동굴 속 그의 불안한 자아의 그림자가 박쥐처럼 떠돌아다닌다. 분열된 자아; 산산이 부서진 시간들; 산란散亂하는 이미지들; 몽롱해질수록, '벽틈에서 자라는 여자의 손톱'(「안개구역 사람들」)처럼, 더 강렬한 기억의 파편들; 파울 첼란의 시에서처럼 의미의 분절; 실비아 플라스의 시에서처럼 위협받는 자아가 자신의 경험을 탐색하고 고백하는 극적인 재현; 한 마디로 그의 시는 오실로스코프가 보여주는, 추락하는 자아의 '왜곡된 파형'이다. 그의 시학이 탄생하는 지점이다. 또한 과도한 주관의 표출에도 불구하고 초현실적 표현주의의 기법으로 감정을 입체적으로 다채롭게 처리함으로써 '눈이 나리네', '사랑의 역사' 등 추억의 노래를 소환하는 낭만 속에서조차도 낭만을 초월해 있다. 그의 시적 미학이 돋보이는 이유이다.
사람이 모였다 미학을 처방받기 위해/ 난해한 초현실 세계로 번호표를 들고 들어갔다/ 살기 등등 사내 하나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게 해달라고 했다/ 의사는 청진기를 꺼냈다/ 찔레꽃 거친 주막에서/ 사내는 여인을 보았다 했지만/ 의사는 그럴 리가 없다 단언했다/ 떨어진 꽃잎에 대해/ 오실로스코프는 왜곡된 파형을 보였다/ 사내가 빼곡한 슬픔 속으로/ 과육처럼 스며갔다/ 달이 떠올랐다 사랑도 거품이라고 생각할 즈음/ 시간 안쪽에서 알약이 녹았다/ 지루한 문장이 흔들렸다/ 기억에 머큐로크롬을 섞는 건 통증이다/ 벽틈에서 자라는 여자 손톱/ 이제라도 사망신고를 해야 하나/ 신경외과 처방은 간호사보다 긴박하다
- 「안개 구역 사람들」 전문
이 시집, 『박쥐우산을 든 남자』는 우울증을 앓는 고통의 내면고백이자 눈물겨운 몸부림이다. 자기 구원을 향한 투쟁이다. 그의 말대로 "버림받은 것은 습관적으로 상처를 감춘다," 그는 "병든 것을 너무 오래 소유하였다." 이제 못으로 "슬픔이 부화하는 입구를 촘촘 박고"(「녹슨 장미와 십자가」), "헐거운 정신의 각도"를 맞추어 삶의 '축을 조정'(「얼라인먼트」)하기를 바라며, 그의 시 「태양의 지문」을 다시 읽는다.
나는 한때 요셉이었다가/ 요한이었다가/ 십자가의 나무였다가/ 노랑을 삼킨 장미였다가/ 잠자리였다가/ 끌려간 목수였다가/ 선녀를 감금한 사냥꾼이었다가/ 슬리퍼로 온 동네 돌고 온/ 구름이었다가/ 아나키스트였다가/ 푸른 포구였다가/ 암호였다가/ 가을 묻은 햇살이었다가/ 절벽 끝 중력이었다가/ 생각을 절개한/ 알타미라의 짐승이었다
- 「태양의 지문」 전문
사람이 모였다 미학을 처방받기 위해/ 난해한 초현실 세계로 번호표를 들고 들어갔다/ 살기 등등 사내 하나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게 해달라고 했다/ 의사는 청진기를 꺼냈다/ 찔레꽃 거친 주막에서/ 사내는 여인을 보았다 했지만/ 의사는 그럴 리가 없다 단언했다/ 떨어진 꽃잎에 대해/ 오실로스코프는 왜곡된 파형을 보였다/ 사내가 빼곡한 슬픔 속으로/ 과육처럼 스며갔다/ 달이 떠올랐다 사랑도 거품이라고 생각할 즈음/ 시간 안쪽에서 알약이 녹았다/ 지루한 문장이 흔들렸다/ 기억에 머큐로크롬을 섞는 건 통증이다/ 벽틈에서 자라는 여자 손톱/ 이제라도 사망신고를 해야 하나/ 신경외과 처방은 간호사보다 긴박하다
- 「안개 구역 사람들」 전문
이 시집, 『박쥐우산을 든 남자』는 우울증을 앓는 고통의 내면고백이자 눈물겨운 몸부림이다. 자기 구원을 향한 투쟁이다. 그의 말대로 "버림받은 것은 습관적으로 상처를 감춘다," 그는 "병든 것을 너무 오래 소유하였다." 이제 못으로 "슬픔이 부화하는 입구를 촘촘 박고"(「녹슨 장미와 십자가」), "헐거운 정신의 각도"를 맞추어 삶의 '축을 조정'(「얼라인먼트」)하기를 바라며, 그의 시 「태양의 지문」을 다시 읽는다.
나는 한때 요셉이었다가/ 요한이었다가/ 십자가의 나무였다가/ 노랑을 삼킨 장미였다가/ 잠자리였다가/ 끌려간 목수였다가/ 선녀를 감금한 사냥꾼이었다가/ 슬리퍼로 온 동네 돌고 온/ 구름이었다가/ 아나키스트였다가/ 푸른 포구였다가/ 암호였다가/ 가을 묻은 햇살이었다가/ 절벽 끝 중력이었다가/ 생각을 절개한/ 알타미라의 짐승이었다
- 「태양의 지문」 전문
목차
목차
시인의 말 5
1부 박쥐, 우산을 펴다
Tombe La Neige 12
녹슨 장미와 십자가 13
벤조디아제핀 14
내일은 오락가락 비가 올 것이다 15
오래된 섬 17
하늘로 흐르는 강 18
얼라이언먼트 19
꽃, 눈을 감다 20
나를 처방하다 21
태양의 지문 22
아마도 밤이었을 거야 23
콘트라베이스 솔로 24
여백으로 옮겨간 시간의 커서를
제자리로 옮길 수 있을까 25
낡은 슬리퍼와 잡지 26
진료대기실 27
판화 속 어머니 28
안개 구역 사람들 29
여우는 울지 않는다 30
역류성 식도염 31
구름을 가둔 방 32
너도 젖었니? 33
죽은 황녀를 위한 소네트 34
어둠의 테두리는 빛이다 35
새벽 비 여인숙 36
창살로 된 실로폰 37
2부 박쥐, 우산을 쓰다
엘칸토 40
Historia de un amor 41
Oblivion 42
Amore Mio 44
꿈꾸는 아코디언 45
얼마나 많은 까마귀가 내 안에 46
낙타표 문화연필 47
회색 뼈 48
카페 아빠시오나또 49
하느님의 눈물샘 50
촉촉 새벽 51
구름화살꽃 52
불화 53
그림자를 담은 자루 54
오 드 뚜왈렛 55
오래된 문 56
대합실 57
빈집의 시간 58
낡은 칠을 벗기다 59
파피루스 감옥 60
강박 61
이상한 저녁 62
기억을 수선하다 64
정물화 읽는 법 65
크림 도넛 66
3부 박쥐, 우산을 접다
코코넛 크랩 68
오래된 처방전 69
캐리비안 블루스 70
코발트블루 71
재즈를 듣는 시간 72
갈림길 73
죽은 자의 시간 74
오메가 시계 75
시간의 방지턱을 넘다 76
고양이를 찾기 위한 변명 77
이제 우리 어떡해 78
춥다 79
촉촉한 게 아픔일까 80
악어를 굽는 시간 81
빨간 풍차 X-202 82
지금이 몇 시야 83
환등기를 켜다 84
시간 연고 85
잃어버린 시계 86
어머니의 맞춤법 87
화성, 아날로그 88
부분 염색 89
기억, 붕대를 풀다 90
영화 속으로 들어가면
피 묻은 프로펠러의 꿈을 꿀 수 있을까 91
4부 박쥐, 우산을 잃다
노란 기억의 꽃 94
1부 박쥐, 우산을 펴다
Tombe La Neige 12
녹슨 장미와 십자가 13
벤조디아제핀 14
내일은 오락가락 비가 올 것이다 15
오래된 섬 17
하늘로 흐르는 강 18
얼라이언먼트 19
꽃, 눈을 감다 20
나를 처방하다 21
태양의 지문 22
아마도 밤이었을 거야 23
콘트라베이스 솔로 24
여백으로 옮겨간 시간의 커서를
제자리로 옮길 수 있을까 25
낡은 슬리퍼와 잡지 26
진료대기실 27
판화 속 어머니 28
안개 구역 사람들 29
여우는 울지 않는다 30
역류성 식도염 31
구름을 가둔 방 32
너도 젖었니? 33
죽은 황녀를 위한 소네트 34
어둠의 테두리는 빛이다 35
새벽 비 여인숙 36
창살로 된 실로폰 37
2부 박쥐, 우산을 쓰다
엘칸토 40
Historia de un amor 41
Oblivion 42
Amore Mio 44
꿈꾸는 아코디언 45
얼마나 많은 까마귀가 내 안에 46
낙타표 문화연필 47
회색 뼈 48
카페 아빠시오나또 49
하느님의 눈물샘 50
촉촉 새벽 51
구름화살꽃 52
불화 53
그림자를 담은 자루 54
오 드 뚜왈렛 55
오래된 문 56
대합실 57
빈집의 시간 58
낡은 칠을 벗기다 59
파피루스 감옥 60
강박 61
이상한 저녁 62
기억을 수선하다 64
정물화 읽는 법 65
크림 도넛 66
3부 박쥐, 우산을 접다
코코넛 크랩 68
오래된 처방전 69
캐리비안 블루스 70
코발트블루 71
재즈를 듣는 시간 72
갈림길 73
죽은 자의 시간 74
오메가 시계 75
시간의 방지턱을 넘다 76
고양이를 찾기 위한 변명 77
이제 우리 어떡해 78
춥다 79
촉촉한 게 아픔일까 80
악어를 굽는 시간 81
빨간 풍차 X-202 82
지금이 몇 시야 83
환등기를 켜다 84
시간 연고 85
잃어버린 시계 86
어머니의 맞춤법 87
화성, 아날로그 88
부분 염색 89
기억, 붕대를 풀다 90
영화 속으로 들어가면
피 묻은 프로펠러의 꿈을 꿀 수 있을까 91
4부 박쥐, 우산을 잃다
노란 기억의 꽃 94
저자
저자
김평엽
김평엽 시인은 2003년 『애지』로 등단했고, 시집으로는 『미루나무 꼭대기에 조각구름 걸려있네』, 『노을 속에 집을 짓다』 등이 있고, 임화문학상(2007년)과 교원문학상(2009년)을 수상했다.
『박쥐우산을 든 남자』는 김평엽 시인의 세 번째 시집이며, 그는 의식과 무의식의 영역을 넘나들며, 우울증을 앓는 동시대인의 내면의식과 그 눈물겨운 몸부림을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가 있다.
『박쥐우산을 든 남자』는 김평엽 시인의 세 번째 시집이며, 그는 의식과 무의식의 영역을 넘나들며, 우울증을 앓는 동시대인의 내면의식과 그 눈물겨운 몸부림을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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