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진기행 필사북
손 끝에서 피어오르는 무진의 안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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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의 아름다움을 가장 맛깔나게 표현한 김승옥 필사북
작가들 사이에서는 "소설을 쓰려면 한 번쯤은 《무진기행》을 필사해야 한다."라는 격언 같은 말이 전해진다. 이는 김승옥 문장이 현대 한국 소설에 새로운 감수성과 세련된 리듬을 불어넣은 독보적인 교과서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무진기행》은 1964년 발표 이후 6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교과서와 대학 강의실, 수능과 추천도서 목록에서 꾸준히 읽히는 한국 현대문학의 대표작이다. 이 필사북에는 김승옥 문학을 대표하는 《무진기행》, 《서울 1964년 겨울》, 《역사》, 《건》 네 편을 담았다. 한 줄 한 줄 따라 쓰다 보면 한국어가 가진 리듬과 결, 여백의 아름다움을 자연스럽게 체득하게 되고, 문장이 어떻게 움직이며 감정이 어떻게 스며드는지를 몸으로 경험하게 된다.
책을 머리로 이해하며 눈으로 읽는 방식과 달리, 필사는 쉼표 하나와 단어 하나의 배치, 문장의 긴장감과 숨결까지 온몸으로 체득하는 가장 깊이 있는 문학 공부이자 느린 독서법이다. 수많은 작가들과 문학도들이 글이 막히거나 문장력이 흔들릴 때마다 다시 김승옥의 문장으로 돌아가 필사를 하는 이유 역시 손끝을 통해 그의 호흡을 베껴 쓸 때 문장이 어떻게 움직이고 감정이 어떻게 스며드는지 자연스럽게 깨달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신경숙 작가를 비롯해 1970~1990년대에 등단한 수많은 소설가들이 젊은 시절 《무진기행》을 반복해서 읽고 필사하며 문장의 기초를 다진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들이 필사를 통해 배운 것은 불필요한 군더더기가 전혀 없는 간결함, 문장과 문장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흐르는 운율감, 인물의 복잡한 내면을 섬세하게 포착하는 묘사력, 그리고 풍경과 심리를 하나로 엮어내는 고도의 서술 기법이다.
일찍이 문학평론가 이어령 선생은 김승옥이 이전 세대와는 완전히 차별화된 언어와 감각을 선보인 혁신적인 작가라고 높이 평가하며, 사건 중심의 설명이나 단순한 줄거리 전개보다 인물의 내면과 문장 자체의 미학을 극대화하여 한글을 통한 한국 소설이 얼마나 아름다워질 수 있는지를 명확히 보여주었다고 강조했다. 심지어 1970년대 들어 영화에 빠져 있던 김승옥 작가를 호텔에 집필 감금하다시피 독촉하여 제1회 이상문학상 수상작인 《서울 달빛 0장》을 탄생시킨 일화는 그의 문장력이 한국 문단에서 얼마나 독보적이었는지를 잘 보여준다.
이처럼 작품 속 무진의 안개가 단순한 배경에 그치지 않고 주인공의 우울한 내면 심리 그 자체가 되듯, 외부 풍경과 인간의 정서를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김승옥 특유의 서술 기법은 오늘날의 창작자들에게도 여전히 커다란 영감과 가르침을 준다. 한 줄씩 손으로 따라 쓰는 동안 독자는 단순히 타인의 이야기를 베끼는 것이 아니라, 우리말이 다다를 수 있는 가장 매혹적인 결과 여백, 그리고 정교하게 밀어 올리는 감정의 호흡을 직접 경험하게 될 것이다.
작가들 사이에서는 "소설을 쓰려면 한 번쯤은 《무진기행》을 필사해야 한다."라는 격언 같은 말이 전해진다. 이는 김승옥 문장이 현대 한국 소설에 새로운 감수성과 세련된 리듬을 불어넣은 독보적인 교과서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무진기행》은 1964년 발표 이후 6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교과서와 대학 강의실, 수능과 추천도서 목록에서 꾸준히 읽히는 한국 현대문학의 대표작이다. 이 필사북에는 김승옥 문학을 대표하는 《무진기행》, 《서울 1964년 겨울》, 《역사》, 《건》 네 편을 담았다. 한 줄 한 줄 따라 쓰다 보면 한국어가 가진 리듬과 결, 여백의 아름다움을 자연스럽게 체득하게 되고, 문장이 어떻게 움직이며 감정이 어떻게 스며드는지를 몸으로 경험하게 된다.
책을 머리로 이해하며 눈으로 읽는 방식과 달리, 필사는 쉼표 하나와 단어 하나의 배치, 문장의 긴장감과 숨결까지 온몸으로 체득하는 가장 깊이 있는 문학 공부이자 느린 독서법이다. 수많은 작가들과 문학도들이 글이 막히거나 문장력이 흔들릴 때마다 다시 김승옥의 문장으로 돌아가 필사를 하는 이유 역시 손끝을 통해 그의 호흡을 베껴 쓸 때 문장이 어떻게 움직이고 감정이 어떻게 스며드는지 자연스럽게 깨달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신경숙 작가를 비롯해 1970~1990년대에 등단한 수많은 소설가들이 젊은 시절 《무진기행》을 반복해서 읽고 필사하며 문장의 기초를 다진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들이 필사를 통해 배운 것은 불필요한 군더더기가 전혀 없는 간결함, 문장과 문장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흐르는 운율감, 인물의 복잡한 내면을 섬세하게 포착하는 묘사력, 그리고 풍경과 심리를 하나로 엮어내는 고도의 서술 기법이다.
일찍이 문학평론가 이어령 선생은 김승옥이 이전 세대와는 완전히 차별화된 언어와 감각을 선보인 혁신적인 작가라고 높이 평가하며, 사건 중심의 설명이나 단순한 줄거리 전개보다 인물의 내면과 문장 자체의 미학을 극대화하여 한글을 통한 한국 소설이 얼마나 아름다워질 수 있는지를 명확히 보여주었다고 강조했다. 심지어 1970년대 들어 영화에 빠져 있던 김승옥 작가를 호텔에 집필 감금하다시피 독촉하여 제1회 이상문학상 수상작인 《서울 달빛 0장》을 탄생시킨 일화는 그의 문장력이 한국 문단에서 얼마나 독보적이었는지를 잘 보여준다.
이처럼 작품 속 무진의 안개가 단순한 배경에 그치지 않고 주인공의 우울한 내면 심리 그 자체가 되듯, 외부 풍경과 인간의 정서를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김승옥 특유의 서술 기법은 오늘날의 창작자들에게도 여전히 커다란 영감과 가르침을 준다. 한 줄씩 손으로 따라 쓰는 동안 독자는 단순히 타인의 이야기를 베끼는 것이 아니라, 우리말이 다다를 수 있는 가장 매혹적인 결과 여백, 그리고 정교하게 밀어 올리는 감정의 호흡을 직접 경험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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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이동진 평론가 추천!!
왜 지금, 다시 '김승옥'이며 '필사'인가?
조선의 선비 다산 정약용은 "눈으로 백 번 읽는 것은 손으로 한 번 적는 것보다 못하다"고 하였고, 이덕무는 "글이란 눈으로 보고 입으로 읽는 것보다 손으로 직접 한 번 써보는 것이 백배 낫다"고 했다. 소설가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지금 당장 필사하라'고 했고, 안도현 시인은 '필사는 손가락 끝으로 고추장을 찍어 먹어보는 맛'이라 했다.
디지털 매체와 숏폼 콘텐츠가 범람하는 오늘날, 우리의 읽기 방식은 점점 더 얕고 빠르고 산만해지고 있다. 문장을 깊이 음미하고 행간의 의미를 돌아보는 감수성은 점차 마모되어 간다. 《무진기행 필사북》은 이러한 시대에 던지는 완만하지만 강렬한 아날로그적 반향이다. 김승옥은 20대 초반의 어린 나이에 이미 한국어 문장의 극치를 선보인 천재 작가다. 문학평론가 유종호가 "그는 우리의 모국어에 새로운 활기와 가능성에의 신뢰를 불어넣었다"고 평했듯, 김승옥의 문체는 이전의 한국 소설들이 지니고 있던 한문 투의 잔재나 비장한 계몽주의적 어조를 벗어나 지극히 현대적이고 감각적인 세련됨을 자랑한다. 필사는 단순한 따라 쓰기가 아니다. 눈으로 볼 때는 스쳐 지나갔던 단어의 배치, 문장부호 하나에 담긴 쉼표의 호흡, 묘사와 서사의 절묘한 균형을 '손가락의 속도'로 재체험하는 일이다. 독자는 펜 끝을 통해 작가의 시선과 일치되는 경험을 하며, 눈으로 읽을 때는 미처 몰랐던 언어의 섬세한 결을 온몸으로 체화하게 된다.
1. 1960년대 '감수성의 혁명'과 한글 현대 문체의 오리지널리티
1960년대 한국 문학계에 김승옥이라는 청년 작가가 등장했을 때, 평단은 일제히 이를 두고 '감수성의 혁명'이라 불렀다. 그 이전까지의 한국 소설들이 시대의 거대한 이념이나 무거운 역사의 무게에 짓눌려 다소 투박하고 도식적인 언어에 머물러 있었다면, 김승옥의 등장과 함께 한국 현대소설의 언어는 비로소 완전히 새로운 미학적 차원으로 도약했다. 그는 초·중·고등 교육을 오롯이 한글로 받은 최초의 '한글세대' 작가로서, 한글이라는 언어가 도달할 수 있는 가장 세련되고 감각적이며 현대적인 문체를 비로소 창조해 낸 독보적 개척자였다.
김영하 작가는 한국어 문장의 가능성을 가장 넓게 확장한 작품으로 지금 읽어도 전혀 낡지 않았다고 했고, 이동진 평론가는 문장의 압도적인 아름다움과 인간 심리를 포착하는 섬세한 시선을 높이 평가하며, 한국소설을 처음 읽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만나야 할 작품이라고 했다.
김승옥 문학의 핵심은 언어의 생동감에 있다. 명사와 형용사의 신선하고 예리한 결합, 주어와 서술어 사이에 흐르는 팽팽한 긴장감, 그리고 단락 전체를 관통하는 쓸쓸하면서도 매혹적인 호흡은 기존의 관습적인 서사 틀을 완전히 깨트렸다. 김승옥의 문장은 단순히 서사를 전달하는 도구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문장 그 자체로 하나의 독립된 미학적 감각을 형성한다. 문단 내부에서 수많은 소설가와 창작자들이 그의 문장을 오랫동안 필사해 온 이유는 단순히 글씨를 연습하거나 문장 기교를 복제하기 위함이 아니었다. 문장을 손끝으로 꾹꾹 눌러 써 내려가는 과정을 통해 작가가 단어를 고르고 배치할 때 느꼈을 그 짜릿한 '창작의 순간'과 심장 박동을 똑같이 공유하고 체화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본 필사북은 이러한 김승옥 문학의 핵심을 독자가 온전히 자신의 몸과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기획되었다. 한국 문학사에서 '문체의 현대화'를 완수해 낸 거장의 오리지널 텍스트를 마주하는 것은, 현대 한국어의 정수를 배우는 가장 확실하고 정통적인 길이다.
2. 왜 지금 김승옥을 '필사'해야 하는가: 가장 완벽하고 정중한 창작 수업
스마트폰과 디지털 스크린에 포위된 현대 사회에서 우리의 독서는 날로 파편화되고 경박해지고 있다. 눈으로 빠르게 훑어 내려가는 독서는 손쉽고 경쾌하지만, 문장이 가진 깊은 울림이나 단어와 단어 사이에 숨겨진 섬세한 조형미를 온전히 느끼기 전에 기억 속에서 쉽게 휘발되어 버린다. 이에 반해 '필사'는 세상에서 가장 느리고 정중한 독서법이자, 대문장가와 1대1로 마주하는 밀착 과외 수업과도 같다.
컴퓨터 키보드 위에서 미끄러지듯 타이핑하는 시대에, 연필이나 펜을 쥐고 종이 위에 글을 써 나가는 물리적 행위는 인간의 뇌와 신체를 완전히 다른 미학적 주파수로 정렬시킨다. 펜촉이 종이를 사각거리며 그어 내려가는 소리, 손가락 끝에 전해지는 펜의 묵직한 무게감, 그리고 조용한 공간을 채우는 스스로의 아늑한 숨소리는 독자의 의식을 깊은 몰입의 상태로 안내한다. 손끝의 속도가 작가의 생각 속도와 마침내 일치하는 순간, 눈으로 읽을 때는 결코 보이지 않던 문장의 세밀한 이음새가 비로소 눈앞에 또렷이 보이기 시작한다. 왜 작가가 이 자리에 쉼표를 찍어 호흡을 조절했는지, 왜 더 흔하고 평범한 단어 대신 이토록 낯설고 서늘한 단어를 선택해 배치했는지, 단락과 단락 사이의 긴장감을 어떻게 유지했는지 그 비밀이 온몸으로 깨달아진다. 필사는 단순한 글자 베끼기를 넘어, 작가의 뇌 속에서 일어난 창작의 사고 과정을 독자 자신의 몸으로 재현해 내는 가장 완벽한 창작 수업이다.
3. 교과서와 수능의 시험지를 넘어서: 박제된 고전의 생생한 부활
이 필사북에 수록된 《무진기행》, 《서울 1964년 겨울》, 《역사(力士)》, 《건(乾)》은 국어 교과서와 수능 시험지에 빠짐없이 등장하는 한국 문학사의 불멸의 명작들이다. 하지만 시험 문제를 맞히기 위해 밑줄을 긋고, 주제와 출제의도를 암기하던 교과서 속 문학은 아이러니하게도 문학이 가진 생생한 감수성과 열정을 가둬두는 감옥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 필사북을 펼쳐 드는 순간, 독자는 더 이상 시험 문제를 풀기 위해 문장을 토막 내 분석하는 수험생이 아니다. 반세기 전 청년 김승옥이 느꼈던 그 뜨겁고 시린 청춘의 감각과 현대 사회의 고독을 고스란히 이식받는 '동료 작가'이자 '진짜 독자'로 거듭나게 된다.
《무진기행》에서 안개가 도시를 덮어오는 몽환적이면서도 쓸쓸한 서정, 《서울 1964년 겨울》의 선술집에서 나누는 파편화된 대화 속 현대인의 극심한 고독, 《역사》에서 서민들의 삶을 포착해 내는 날카로운 시선, 《건》에서 표출되는 청년기의 서늘한 방황 등 김승옥의 소설들은 반세기가 지난 지금 읽어도 조금도 빛이 바래지 않은 전율을 선사한다. 차가운 시험지 분석을 깨끗이 잊고 펜 끝으로 문장을 짚어 나갈 때, 독자는 문학이 주는 순수한 감동과 예술적 충격을 온전히 회복하게 될 것이다.
4. 문단에서 전해지는 '《무진기행》을 필사하는 이유'
문장의 리듬을 몸으로 익힌다.
김승옥의 문장은 단순히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숨 쉬듯 흘러간다. 눈으로 읽을 때는 보이지 않던 호흡이 손으로 따라 쓰는 순간 드러난다. 많은 작가가 "읽는 것과 쓰는 것은 전혀 다른 공부"라고 말하는 이유이다.
불필요한 문장이 거의 없다.
《무진기행》은 짧은 단편이지만 군더더기가 거의 없다. 문장 하나가 다음 문장을 끌고 가며, 단어 하나가 인물의 심리를 바꾸고, 풍경 하나가 작품 전체의 분위기를 완성한다. 필사를 하다 보면 "왜 이 단어를 썼는가"를 자연스럽게 배우게 된다.
풍경과 심리가 하나가 되는 문장을 배운다.
안개는 단순한 배경이 아니다. 무진의 안개는 곧 주인공의 마음이다. 이처럼 외부 풍경과 내면 심리를 하나로 연결하는 방식은 지금도 많은 소설가가 배우고 싶어 하는 김승옥 문장의 핵심이다.
한국어가 얼마나 아름다운 언어인지 깨닫는다.
문장을 따라 쓰다 보면 '이렇게도 한국어를 사용할 수 있구나' 하는 감탄이 절로 나온다. 그래서 많은 작가가 "문장이 막히면 다시 김승옥으로 돌아간다."고 말한다. 문학평론가들은 김승옥 작가를 "우리말에 새로운 감수성과 새로운 리듬을 불어넣은 작가"라고 평가한다. 그의 문장은 단순한 문체가 아니라 현대 한국소설의 새로운 언어를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5. 사각거리는 연필 소리 속에서 완성되는 세상 단 하나뿐인 자신만의 예술품
글을 쓴다는 것은 결국 자기 안의 심연을 들여다보고, 그 속에서 퍼올린 언어를 세상 밖으로 끄집어내는 외롭고 고된 작업이다. 문장이 막혀 답답함을 느끼거나, 나만의 고유한 문체를 갖추지 못해 길을 잃은 듯한 기분이 드는 창작자에게 김승옥의 문장은 가장 단단하고 든든한 징검다리가 되어줄 것이다. 대문장가가 닦아놓은 단단한 길을 따라 손을 움직이는 동안, 독자의 어휘력은 깊어지고 문장을 구성하는 직관적인 미학적 감각은 몰라보게 단단해진다.
이 필사북은 단순히 작가의 글을 복사하는 빈 노트에 그치지 않는다. 위대한 문장가와 독자가 펜을 나누어 쥐고 함께 써 내려가는 아름다운 동행기이자, 먼지 쌓인 책장 속 소설을 삶의 영역으로 걸어 나오게 하는 생생한 의식이다. 수록된 4편의 단편 소설을 완필하고 나면, 책은 독자 자신의 필체와 온기, 그리고 시간이 아로새겨진 세상 단 하나뿐인 자신만의 문학적 예술품으로 재탄생한다.
준비가 되었다면 이제 펜을 들 때다. 무진으로 가는 버스 창가에 뿌옇게 피어오르는 안개처럼, 독자의 손끝에서 눈부신 문학의 기적과 창작의 즐거움이 피어오를 것이다.
왜 지금, 다시 '김승옥'이며 '필사'인가?
조선의 선비 다산 정약용은 "눈으로 백 번 읽는 것은 손으로 한 번 적는 것보다 못하다"고 하였고, 이덕무는 "글이란 눈으로 보고 입으로 읽는 것보다 손으로 직접 한 번 써보는 것이 백배 낫다"고 했다. 소설가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지금 당장 필사하라'고 했고, 안도현 시인은 '필사는 손가락 끝으로 고추장을 찍어 먹어보는 맛'이라 했다.
디지털 매체와 숏폼 콘텐츠가 범람하는 오늘날, 우리의 읽기 방식은 점점 더 얕고 빠르고 산만해지고 있다. 문장을 깊이 음미하고 행간의 의미를 돌아보는 감수성은 점차 마모되어 간다. 《무진기행 필사북》은 이러한 시대에 던지는 완만하지만 강렬한 아날로그적 반향이다. 김승옥은 20대 초반의 어린 나이에 이미 한국어 문장의 극치를 선보인 천재 작가다. 문학평론가 유종호가 "그는 우리의 모국어에 새로운 활기와 가능성에의 신뢰를 불어넣었다"고 평했듯, 김승옥의 문체는 이전의 한국 소설들이 지니고 있던 한문 투의 잔재나 비장한 계몽주의적 어조를 벗어나 지극히 현대적이고 감각적인 세련됨을 자랑한다. 필사는 단순한 따라 쓰기가 아니다. 눈으로 볼 때는 스쳐 지나갔던 단어의 배치, 문장부호 하나에 담긴 쉼표의 호흡, 묘사와 서사의 절묘한 균형을 '손가락의 속도'로 재체험하는 일이다. 독자는 펜 끝을 통해 작가의 시선과 일치되는 경험을 하며, 눈으로 읽을 때는 미처 몰랐던 언어의 섬세한 결을 온몸으로 체화하게 된다.
1. 1960년대 '감수성의 혁명'과 한글 현대 문체의 오리지널리티
1960년대 한국 문학계에 김승옥이라는 청년 작가가 등장했을 때, 평단은 일제히 이를 두고 '감수성의 혁명'이라 불렀다. 그 이전까지의 한국 소설들이 시대의 거대한 이념이나 무거운 역사의 무게에 짓눌려 다소 투박하고 도식적인 언어에 머물러 있었다면, 김승옥의 등장과 함께 한국 현대소설의 언어는 비로소 완전히 새로운 미학적 차원으로 도약했다. 그는 초·중·고등 교육을 오롯이 한글로 받은 최초의 '한글세대' 작가로서, 한글이라는 언어가 도달할 수 있는 가장 세련되고 감각적이며 현대적인 문체를 비로소 창조해 낸 독보적 개척자였다.
김영하 작가는 한국어 문장의 가능성을 가장 넓게 확장한 작품으로 지금 읽어도 전혀 낡지 않았다고 했고, 이동진 평론가는 문장의 압도적인 아름다움과 인간 심리를 포착하는 섬세한 시선을 높이 평가하며, 한국소설을 처음 읽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만나야 할 작품이라고 했다.
김승옥 문학의 핵심은 언어의 생동감에 있다. 명사와 형용사의 신선하고 예리한 결합, 주어와 서술어 사이에 흐르는 팽팽한 긴장감, 그리고 단락 전체를 관통하는 쓸쓸하면서도 매혹적인 호흡은 기존의 관습적인 서사 틀을 완전히 깨트렸다. 김승옥의 문장은 단순히 서사를 전달하는 도구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문장 그 자체로 하나의 독립된 미학적 감각을 형성한다. 문단 내부에서 수많은 소설가와 창작자들이 그의 문장을 오랫동안 필사해 온 이유는 단순히 글씨를 연습하거나 문장 기교를 복제하기 위함이 아니었다. 문장을 손끝으로 꾹꾹 눌러 써 내려가는 과정을 통해 작가가 단어를 고르고 배치할 때 느꼈을 그 짜릿한 '창작의 순간'과 심장 박동을 똑같이 공유하고 체화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본 필사북은 이러한 김승옥 문학의 핵심을 독자가 온전히 자신의 몸과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기획되었다. 한국 문학사에서 '문체의 현대화'를 완수해 낸 거장의 오리지널 텍스트를 마주하는 것은, 현대 한국어의 정수를 배우는 가장 확실하고 정통적인 길이다.
2. 왜 지금 김승옥을 '필사'해야 하는가: 가장 완벽하고 정중한 창작 수업
스마트폰과 디지털 스크린에 포위된 현대 사회에서 우리의 독서는 날로 파편화되고 경박해지고 있다. 눈으로 빠르게 훑어 내려가는 독서는 손쉽고 경쾌하지만, 문장이 가진 깊은 울림이나 단어와 단어 사이에 숨겨진 섬세한 조형미를 온전히 느끼기 전에 기억 속에서 쉽게 휘발되어 버린다. 이에 반해 '필사'는 세상에서 가장 느리고 정중한 독서법이자, 대문장가와 1대1로 마주하는 밀착 과외 수업과도 같다.
컴퓨터 키보드 위에서 미끄러지듯 타이핑하는 시대에, 연필이나 펜을 쥐고 종이 위에 글을 써 나가는 물리적 행위는 인간의 뇌와 신체를 완전히 다른 미학적 주파수로 정렬시킨다. 펜촉이 종이를 사각거리며 그어 내려가는 소리, 손가락 끝에 전해지는 펜의 묵직한 무게감, 그리고 조용한 공간을 채우는 스스로의 아늑한 숨소리는 독자의 의식을 깊은 몰입의 상태로 안내한다. 손끝의 속도가 작가의 생각 속도와 마침내 일치하는 순간, 눈으로 읽을 때는 결코 보이지 않던 문장의 세밀한 이음새가 비로소 눈앞에 또렷이 보이기 시작한다. 왜 작가가 이 자리에 쉼표를 찍어 호흡을 조절했는지, 왜 더 흔하고 평범한 단어 대신 이토록 낯설고 서늘한 단어를 선택해 배치했는지, 단락과 단락 사이의 긴장감을 어떻게 유지했는지 그 비밀이 온몸으로 깨달아진다. 필사는 단순한 글자 베끼기를 넘어, 작가의 뇌 속에서 일어난 창작의 사고 과정을 독자 자신의 몸으로 재현해 내는 가장 완벽한 창작 수업이다.
3. 교과서와 수능의 시험지를 넘어서: 박제된 고전의 생생한 부활
이 필사북에 수록된 《무진기행》, 《서울 1964년 겨울》, 《역사(力士)》, 《건(乾)》은 국어 교과서와 수능 시험지에 빠짐없이 등장하는 한국 문학사의 불멸의 명작들이다. 하지만 시험 문제를 맞히기 위해 밑줄을 긋고, 주제와 출제의도를 암기하던 교과서 속 문학은 아이러니하게도 문학이 가진 생생한 감수성과 열정을 가둬두는 감옥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 필사북을 펼쳐 드는 순간, 독자는 더 이상 시험 문제를 풀기 위해 문장을 토막 내 분석하는 수험생이 아니다. 반세기 전 청년 김승옥이 느꼈던 그 뜨겁고 시린 청춘의 감각과 현대 사회의 고독을 고스란히 이식받는 '동료 작가'이자 '진짜 독자'로 거듭나게 된다.
《무진기행》에서 안개가 도시를 덮어오는 몽환적이면서도 쓸쓸한 서정, 《서울 1964년 겨울》의 선술집에서 나누는 파편화된 대화 속 현대인의 극심한 고독, 《역사》에서 서민들의 삶을 포착해 내는 날카로운 시선, 《건》에서 표출되는 청년기의 서늘한 방황 등 김승옥의 소설들은 반세기가 지난 지금 읽어도 조금도 빛이 바래지 않은 전율을 선사한다. 차가운 시험지 분석을 깨끗이 잊고 펜 끝으로 문장을 짚어 나갈 때, 독자는 문학이 주는 순수한 감동과 예술적 충격을 온전히 회복하게 될 것이다.
4. 문단에서 전해지는 '《무진기행》을 필사하는 이유'
문장의 리듬을 몸으로 익힌다.
김승옥의 문장은 단순히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숨 쉬듯 흘러간다. 눈으로 읽을 때는 보이지 않던 호흡이 손으로 따라 쓰는 순간 드러난다. 많은 작가가 "읽는 것과 쓰는 것은 전혀 다른 공부"라고 말하는 이유이다.
불필요한 문장이 거의 없다.
《무진기행》은 짧은 단편이지만 군더더기가 거의 없다. 문장 하나가 다음 문장을 끌고 가며, 단어 하나가 인물의 심리를 바꾸고, 풍경 하나가 작품 전체의 분위기를 완성한다. 필사를 하다 보면 "왜 이 단어를 썼는가"를 자연스럽게 배우게 된다.
풍경과 심리가 하나가 되는 문장을 배운다.
안개는 단순한 배경이 아니다. 무진의 안개는 곧 주인공의 마음이다. 이처럼 외부 풍경과 내면 심리를 하나로 연결하는 방식은 지금도 많은 소설가가 배우고 싶어 하는 김승옥 문장의 핵심이다.
한국어가 얼마나 아름다운 언어인지 깨닫는다.
문장을 따라 쓰다 보면 '이렇게도 한국어를 사용할 수 있구나' 하는 감탄이 절로 나온다. 그래서 많은 작가가 "문장이 막히면 다시 김승옥으로 돌아간다."고 말한다. 문학평론가들은 김승옥 작가를 "우리말에 새로운 감수성과 새로운 리듬을 불어넣은 작가"라고 평가한다. 그의 문장은 단순한 문체가 아니라 현대 한국소설의 새로운 언어를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5. 사각거리는 연필 소리 속에서 완성되는 세상 단 하나뿐인 자신만의 예술품
글을 쓴다는 것은 결국 자기 안의 심연을 들여다보고, 그 속에서 퍼올린 언어를 세상 밖으로 끄집어내는 외롭고 고된 작업이다. 문장이 막혀 답답함을 느끼거나, 나만의 고유한 문체를 갖추지 못해 길을 잃은 듯한 기분이 드는 창작자에게 김승옥의 문장은 가장 단단하고 든든한 징검다리가 되어줄 것이다. 대문장가가 닦아놓은 단단한 길을 따라 손을 움직이는 동안, 독자의 어휘력은 깊어지고 문장을 구성하는 직관적인 미학적 감각은 몰라보게 단단해진다.
이 필사북은 단순히 작가의 글을 복사하는 빈 노트에 그치지 않는다. 위대한 문장가와 독자가 펜을 나누어 쥐고 함께 써 내려가는 아름다운 동행기이자, 먼지 쌓인 책장 속 소설을 삶의 영역으로 걸어 나오게 하는 생생한 의식이다. 수록된 4편의 단편 소설을 완필하고 나면, 책은 독자 자신의 필체와 온기, 그리고 시간이 아로새겨진 세상 단 하나뿐인 자신만의 문학적 예술품으로 재탄생한다.
준비가 되었다면 이제 펜을 들 때다. 무진으로 가는 버스 창가에 뿌옇게 피어오르는 안개처럼, 독자의 손끝에서 눈부신 문학의 기적과 창작의 즐거움이 피어오를 것이다.
목차
목차
프롤로그: 손끝에서 번지는 무진의 안개, 그리고 차가운 겨울의 감수성
무진기행
서울 1964년 겨울
역사(力士)
건(乾)
무진기행
서울 1964년 겨울
역사(力士)
건(乾)
저자
저자
김승옥 1941년 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나 1945년 귀국하여 전남 순천에서 성장했고, 순천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했다. 1962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생명연습」이 당선되어 등단했다. 1964년 「역사」 「무진기행」 등을 발표했고, 1965년 단편 「서울, 1964년 겨울」로 동인문학상을 수상하면서 새로운 감수성의 탄생을 알렸다. 1977년에는 단편 「서울의 달빛 0장」으로 제1회 이상문학상을 수상했다. 대학 재학 중 서울경제신문에 만화 〈파고다 영감〉을 연재해 그림에서도 탁월한 감각을 선보였고, 「무진기행」을 영화 〈안개〉로 각색하는 한편, 김동인의 「감자」를 각색·연출하고 이어령의 「장군의 수염」을 각색하여 대종상 각본상을 수상하는 등 문화 다방면에 걸쳐 시대를 앞서나가는 재능을 발휘했다.
1980년 장편 『먼지의 방』을 동아일보에 연재하다가 5·18광주민주화운동 소식에 창작 의욕을 상실하고 절필했다. 세종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를 지냈다.
1980년 장편 『먼지의 방』을 동아일보에 연재하다가 5·18광주민주화운동 소식에 창작 의욕을 상실하고 절필했다. 세종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를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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