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와 불꽃놀이
장정옥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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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탕의 꿈을 좇는 이들의 출구없는 삶을 그린 도박소설
‘놀이’의 이데아
겨울이 시작되었다. 집을 나서면 아파트 벽을 따라서 은행나무 가로수 길이 길게 이어진다. 길에 샛노란 은행잎이 처연히 뒹굴던 날이 먼 얘기인 듯싶다. 짓뭉개진 은행의 흔적을 따라 1km에 이르는 가로수 길을 뒤로 걸어보았다. 뒤로 걸으면 내가 지나온 길이 훤히 보인다. 뒤로 걷는다는 건 지나온 길이 내 등 뒤에 감추어지는 신비로움을 잃음과 동시에, 마주 오는 사람을 보며 걸어야 하는 불편도 감수해야 한다.
이 소설을 쓰며 줄곧 뒤로 걷는 느낌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뒤로 걸으며 내 앞에서 한 걸음씩 멀어지는 길을 쳐다보려니 불안한 상념으로 가득 찼던 내 지난 시간이 훤히 보였다. 꽤 오래 잡고 있었던 소설이다. 불거진 문장 모서리를 자르고 또 자르며 이 글을 버려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갈등으로 마음을 많이 볶았다. 무엇이 그리도 힘들었을까.
호모루덴스의 사전적 의미대로 놀이의 유희적인 개념을 살려 삶의 긍정과 해학적인 의미를 담으려 했는데, 농담에 익숙하지 않은데다 도박이라는 마약 같은 특이성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니체는 놀이의 정신이야 말로 인류를 위대하게 만드는 그 무엇이고, 위대한 과제를 대하는 방법으로 놀이보다 좋은 것을 알지 못한다고 했다. 인류를 위대하게 만드는 그 ‘놀이’의 이데아를 도박이라는 부조리한 상관물에 접목시켜 객관화하기가 내게 얼마나 어려운 과제였는지.
소설을 쓸 때마다 내가 그들이 되어 함께 괴로움을 당하는 건 그리 좋은 현상이 아니다. 인물을 지나치게 애지중지한 자기애가 없지 않다. 귀한 자식일수록 엄하게 키워야 한다는 옛말도 있는데 자식을 응석받이로 키운 것 같아서 불편하다.
그토록 염원하던 네 번째 장편소설이 드디어 세상에 나간다. 책을 낼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언제나 뜨거운 솥뚜껑에 앉는 기분에서 자유로울지. 따가운 매도 좋고 뜨거운 솥뚜껑도 좋다. 내 책이 세상에 나간다는 사실은 기쁘고도 기념할 만한 일임에 틀림없다.
‘놀이’의 이데아
겨울이 시작되었다. 집을 나서면 아파트 벽을 따라서 은행나무 가로수 길이 길게 이어진다. 길에 샛노란 은행잎이 처연히 뒹굴던 날이 먼 얘기인 듯싶다. 짓뭉개진 은행의 흔적을 따라 1km에 이르는 가로수 길을 뒤로 걸어보았다. 뒤로 걸으면 내가 지나온 길이 훤히 보인다. 뒤로 걷는다는 건 지나온 길이 내 등 뒤에 감추어지는 신비로움을 잃음과 동시에, 마주 오는 사람을 보며 걸어야 하는 불편도 감수해야 한다.
이 소설을 쓰며 줄곧 뒤로 걷는 느낌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뒤로 걸으며 내 앞에서 한 걸음씩 멀어지는 길을 쳐다보려니 불안한 상념으로 가득 찼던 내 지난 시간이 훤히 보였다. 꽤 오래 잡고 있었던 소설이다. 불거진 문장 모서리를 자르고 또 자르며 이 글을 버려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갈등으로 마음을 많이 볶았다. 무엇이 그리도 힘들었을까.
호모루덴스의 사전적 의미대로 놀이의 유희적인 개념을 살려 삶의 긍정과 해학적인 의미를 담으려 했는데, 농담에 익숙하지 않은데다 도박이라는 마약 같은 특이성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니체는 놀이의 정신이야 말로 인류를 위대하게 만드는 그 무엇이고, 위대한 과제를 대하는 방법으로 놀이보다 좋은 것을 알지 못한다고 했다. 인류를 위대하게 만드는 그 ‘놀이’의 이데아를 도박이라는 부조리한 상관물에 접목시켜 객관화하기가 내게 얼마나 어려운 과제였는지.
소설을 쓸 때마다 내가 그들이 되어 함께 괴로움을 당하는 건 그리 좋은 현상이 아니다. 인물을 지나치게 애지중지한 자기애가 없지 않다. 귀한 자식일수록 엄하게 키워야 한다는 옛말도 있는데 자식을 응석받이로 키운 것 같아서 불편하다.
그토록 염원하던 네 번째 장편소설이 드디어 세상에 나간다. 책을 낼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언제나 뜨거운 솥뚜껑에 앉는 기분에서 자유로울지. 따가운 매도 좋고 뜨거운 솥뚜껑도 좋다. 내 책이 세상에 나간다는 사실은 기쁘고도 기념할 만한 일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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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한탕의 꿈을 좇는 출구 없는 삶
이 책은 '한탕의 꿈'을 좇는 이들의 출구 없는 삶을 그린 도박소설이다. 어둠 속에서 무성하게 자라는 악의 꽃 도박. 그것은 인간의 욕망과 고뇌를 먹으며 바이러스처럼 확산되어 보통사람을 보통으로 살 수 없게 하고 영혼을 뿌리째 흔들어 마침내 소멸시키기도 한다. 망하거나 죽거나, 그 제로지역을 벗어나지 않고는 살아날 방법이 없는데 그것 또한 쉽지 않다. 한탕을 노리는 이들의 주문은 한결 같다.
'딱 한 번만 더'
애타게 주문을 외우지만 그들이 기다리는 한탕은 좀처럼 다가오지 않는다. 불법도박으로 정신과 육체가 피폐되고 가정의 평화까지 탕진하고 마는 도박꾼들의 삶을 가까이에서 바라보며, 그들의 삶과 사랑, 빗나간 희망을 비추었다. 경찰의 끈질긴 추격과 방해에도 불구하고 불법도박과 노름이 없어지지 않는 것은 마지막 출구를 찾는 이들의 몸부림이 그만큼 격렬하기 때문이다. 불빛이 밝을수록 그 뒷면의 그늘도 짙다. 누구나 밝고 휘황한 삶을 추구하지만 안타깝게도 뜻대로 살아지지 않는다. 밝음 이면의 어두운 부분도 삶의 한부분이다.
소설 속의 나는 20%의 배당금을 먹고 사는 불법도박장의 심부름꾼이다. 내게 신문지국장이라는 직업이 있지만 사람들이 신문을 잘 보지 않아서 문을 닫았다. 뭔가 다른 일을 찾아야 했지만 나는 긴 잠에서 깨어나지 못하는 아내 곁에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전직 경찰관 박과 민이 동업으로 불법도박장을 만든다는 말을 듣고 심부름꾼을 자청한다. 나는 20%의 배당금을 위해 형제나 다름없는 친구 태우를 도박장으로 끌어들인다. 춘희의 꼬임에 빠진 태우와 노영달, 여장남자 찰스가 나비처럼 불법도박장으로 날아든다. 서로 먹고 먹히지만 그들이 노리는 한탕은 끝내 찾아오지 않는다.
거기서 이익을 얻는 사람은 사채업자뿐이다. 암사마귀 같은 민은 사채업자이면서 불법도박장인 '맨홀'의 실제 권력자이다. 배당금을 얻어먹고 있지만 나 또한 암사마귀의 노예일 뿐이고, 삶의 일선에서 밀려난 외부인답게 돈을 위해서 성적 노리개 역할도 마다하지 않는다.
불법도박장이 단속반의 공격을 받는다. 바지사장이 구속되고 맨홀은 해체된다. 나는 새로운 일을 찾아서 마 선장을 찾아간다. 전망이 보이지 않는 삶을 박차고 바다로 간다. 간병인 신혜에게 아내를 부탁한다. 신혜 또한 공금을 빼돌려 카지노에 들이부은 남편을 감방에 보낸 이력을 가진 인물이다. 영애와 나, 신혜는 욕망의 삼각형을 이룬 세 개의 기둥처럼 서로에게 의지해서 힘겹게 삶을 지탱해나간다.
불법도박장 보조원인 나와 식물인간 상태인 영애, 변심한 약혼녀를 잊지 못하는 노영달, 한탕의 유혹에 빠져 허우적대는 노름꾼처럼 삶의 변방에 유리된 유형자들의 얘기를 해보았다.
어둠 속에도 삶이 있다. 어떤 이는 육체의 유형을 살고, 어떤 이는 영혼의 유형을 살며, 그들은 오늘도 주문처럼 한탕을 외친다.
'딱 한 번만 더…….'
이 책은 '한탕의 꿈'을 좇는 이들의 출구 없는 삶을 그린 도박소설이다. 어둠 속에서 무성하게 자라는 악의 꽃 도박. 그것은 인간의 욕망과 고뇌를 먹으며 바이러스처럼 확산되어 보통사람을 보통으로 살 수 없게 하고 영혼을 뿌리째 흔들어 마침내 소멸시키기도 한다. 망하거나 죽거나, 그 제로지역을 벗어나지 않고는 살아날 방법이 없는데 그것 또한 쉽지 않다. 한탕을 노리는 이들의 주문은 한결 같다.
'딱 한 번만 더'
애타게 주문을 외우지만 그들이 기다리는 한탕은 좀처럼 다가오지 않는다. 불법도박으로 정신과 육체가 피폐되고 가정의 평화까지 탕진하고 마는 도박꾼들의 삶을 가까이에서 바라보며, 그들의 삶과 사랑, 빗나간 희망을 비추었다. 경찰의 끈질긴 추격과 방해에도 불구하고 불법도박과 노름이 없어지지 않는 것은 마지막 출구를 찾는 이들의 몸부림이 그만큼 격렬하기 때문이다. 불빛이 밝을수록 그 뒷면의 그늘도 짙다. 누구나 밝고 휘황한 삶을 추구하지만 안타깝게도 뜻대로 살아지지 않는다. 밝음 이면의 어두운 부분도 삶의 한부분이다.
소설 속의 나는 20%의 배당금을 먹고 사는 불법도박장의 심부름꾼이다. 내게 신문지국장이라는 직업이 있지만 사람들이 신문을 잘 보지 않아서 문을 닫았다. 뭔가 다른 일을 찾아야 했지만 나는 긴 잠에서 깨어나지 못하는 아내 곁에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전직 경찰관 박과 민이 동업으로 불법도박장을 만든다는 말을 듣고 심부름꾼을 자청한다. 나는 20%의 배당금을 위해 형제나 다름없는 친구 태우를 도박장으로 끌어들인다. 춘희의 꼬임에 빠진 태우와 노영달, 여장남자 찰스가 나비처럼 불법도박장으로 날아든다. 서로 먹고 먹히지만 그들이 노리는 한탕은 끝내 찾아오지 않는다.
거기서 이익을 얻는 사람은 사채업자뿐이다. 암사마귀 같은 민은 사채업자이면서 불법도박장인 '맨홀'의 실제 권력자이다. 배당금을 얻어먹고 있지만 나 또한 암사마귀의 노예일 뿐이고, 삶의 일선에서 밀려난 외부인답게 돈을 위해서 성적 노리개 역할도 마다하지 않는다.
불법도박장이 단속반의 공격을 받는다. 바지사장이 구속되고 맨홀은 해체된다. 나는 새로운 일을 찾아서 마 선장을 찾아간다. 전망이 보이지 않는 삶을 박차고 바다로 간다. 간병인 신혜에게 아내를 부탁한다. 신혜 또한 공금을 빼돌려 카지노에 들이부은 남편을 감방에 보낸 이력을 가진 인물이다. 영애와 나, 신혜는 욕망의 삼각형을 이룬 세 개의 기둥처럼 서로에게 의지해서 힘겹게 삶을 지탱해나간다.
불법도박장 보조원인 나와 식물인간 상태인 영애, 변심한 약혼녀를 잊지 못하는 노영달, 한탕의 유혹에 빠져 허우적대는 노름꾼처럼 삶의 변방에 유리된 유형자들의 얘기를 해보았다.
어둠 속에도 삶이 있다. 어떤 이는 육체의 유형을 살고, 어떤 이는 영혼의 유형을 살며, 그들은 오늘도 주문처럼 한탕을 외친다.
'딱 한 번만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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