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실 탁구장
이동훈 시집
이동훈 시인의 두 번째 시집이다. 첫 시집과 산문집에서 풍기던 인문주의자의 향기가 더 짙어지고 다채로워진 느낌을 준다. 『몽실 탁구장』이라는 제목에서 느껴지듯이 예술 작품과 문인들을 소재로 한 시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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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이 시집은 크게 보면 그림 관련 숨은 이야기와 문인 관련 뒷이야기다. 여기에 이동훈 시인 특유의 시각과 생활 주변 상황이 함께 녹아 있다. 시인은 화폭 밖으로 말을 걸어오는 그림에 꽂혀 있다. 스케치와 붓 터치와 물감 자국 등에서 농담과 부침과 결기 같은 작가의 감정선이 사리어 있음을 시인은 예민하게 감지한다. 그림을 그리게 된 배경이나 화가의 개인적 이력까지 더하면서 시인은 그림을 풍성하게 감상하는 길을 안내한다.
화가는 격식을 싫어해 꽃병을 버리고/ 머무르는 것이 두려워 밑줄기도 그리지 않았네./ 거친 드로잉에 맞춤한 색채는/ 해바라기는 내 것이라고 했던 고흐에게/ 조금도 질 마음이 없었던 거지./ 그렇게 여섯 송이를 떠나오는데/ 뒷목이 잡히고 말았네./ 호박도 칸나도 여섯 송이 해바라기도 다 둥둥 떠서/ 슬픔 아닌 게 있냐고,/ 슬픔 아닌 게 있냐고, 세게 몰아세우는 거였네./ 그제야, 바람 속을 지나는 실루엣이 보여./ 내 집도, 내 친구의 집**도 먼 데만 있고/ 검은 씨, 한 톨 한 톨의 슬픔만 간직한/ 밀밭의 고흐 같은 사내가 보여.
* 정태경,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 여섯 송이 해바라기〉(2017)
** 정태경,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2015)
-p. 100, 2부 '여섯 송이 해바라기*' 중에서
천재를 만드는 게 뼈저린 상실감이라면
평범은 시의 독일지도 몰라
문인 뒷이야기도 마찬가지다. 바른 생을 애써 실천하려 했던 권정생 선생을 비롯해서 그냥 지나치기 쉬운 사소한 사건이나 장면에 시인은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독자들이 상황을 새롭게 인식하게끔 만든다. 작가들의 생애에 대한 남다른 관심과 작품에 대한 이해와 통독이 밑바탕에 깔려 있기에 가능한 작업이다.
의성 단촌리 출신, 스물한 살의 문청인 김용락/ 도서관에서 『까치 울던 날』(1979)을 읽으며/ 교회 종지기인 동화 작가가 고향집 인근 사람인 걸 안다./ 김용락은 자전거에 수박 한 덩이 싣고 가서/ 입성 초라하고 머리카락 듬성한 사십 대 중반의 권정생을 만난다./ 김용락이 랭보를 말할 때 권정생은 광주를 말하고/ 수박에 답하듯 『사과나무밭 달님』(1978)을 건넨다./ 동화 속 달님은/ 본 적 없는 아버지의, 소식 없는 남편의 그리운 얼굴이지만/ 김용락의 달님은 권정생 얼굴이다./ 사과나무밭 지나 조탑동 교회 문간방으로/ 오층전탑 곁을 지나 빌뱅이 언덕 오두막으로/ 혼자서도 가고 식구 데리고도 간다.
-p. 28, 1부 '권정생과 김용락' 중에서
시인은 이 시집에서 그림, 시, 소설, 사진을 넘나들며 과거와 현재, 사람과 사건을 버무리며 연결하는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그런 중에도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놓지 않고, 작고 보잘것없는 존재들에 대한 애정과 연대감을 보여주는 데까지 나아간다. 고월 이장희에 관한 시인의 산문에서도 시인의 통찰력을 엿볼 수 있다.
이동훈의 『몽실 탁구장』은 인상적인 몇 점의 그림까지 얹어서 읽는 재미를 담뿍 주면서도 삶의 의미를 되돌아보게 하는 시집이다. 한 편 한 편의 시가 곳간을 이루고 결실했다. 경계 없이 여러 분야를 넘나드는 인문학의 정수 같은 시를 찾는 눈 밝은 독자들의 일독을 권한다.
목차
목차
1부_ 시인의 생가는 시일 뿐
외투 / 난쟁이 그림 / 몽실 탁구장 / 권정생과 김용락 / 평등한 집 / 말아도 / 이상과 소월 / 길 끝 보리술집 /
동피랑에 오면 / 기상도 장정 / 양 치는 시인 / 김수영을 읽는 밤 / 세관원들의 오두막집 / 수향산방 전경 /
이인성과 이쾌대 / 고목과 길 / 이생진과 커피 / 여서도 갈 때는 / 마크 트웨인! / 빵을!
2부_ 복福은 한 입 거리 수단일 뿐
소걸음 / 독락獨樂 / 일로연과도一路連科圖 / 경주 박물관에서 / 비급전관 / 조신을 만나다 / 허균에게 /
오키나와 홍길동 / 암자에서 연암을 읽다 / 흥덕왕릉 / 고산방학도孤山放鶴圖 / 상화와 고월과 목우와 고양이 /
추사의 佛光을 보며 / 정자와 연못이 있는 풍경 / 우화루 호랑이 / 돝섬에서 띄운 편지 / 이인상의 송하관폭도 /
여섯 송이 해바라기 / 식사 / 위층 아래층
3부_ 실망은 기대의 후속 편일 뿐
평행봉 고수 / 1955년 대구, 이중섭은 / 대구 르네상스 다방과 그 이후 / 김종삼과 시인학교 그리고 이후의 시인들 /
라면 혹은 냄비에 대한 추억 셋 / 숙맥과 도사 / 무협지를 읽으세요 / 양말을 곡하다 / 꿩 두고 닭 / 라일락 카센터 /
모깃소리 / 야구의 영혼에 씌다 / 마다가스카르의 웃음 / 배달 소년 / 그는 선생이다 / 미나리의 말 / 민들레 /
청도淸道 기행 / 개도와 낭도 사이 / 우포늪에서
시인의 산문 _고월 이장희를 찾아서
저자
저자
2009년 월간 《우리시》로 등단하여, 시집 『엉덩이에 대한 명상』(2014)과 산문집 『천천히, 깊이, 시를 읽고 싶은 당신에게』(2019, 세종도서 교양부문 선정)를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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