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의 기억
박미정 수필집
박미정 수필가의 세 번째 작품집이다. 보통 사람들의 고단하고 아픈 삶을 돌아보고, 역경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그들의 일상을 유쾌하고 간결한 문장으로 풀어냈다. 수록된 60여 편의 수필은 웃음이 나오다가도 눈물짓게 하고, 서정적이면서도 토속적인 푸근함을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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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솔직하고 유쾌한 글맛이 돋보이는 박미정 작가의 세 번째 수필집이다. 수필집 『억새는 홀로 울지 않는다』, 『뒷모습에 반하다』에 이은 이번 수필집은 긴 여행에서 돌아와 지친 몸을 누이는 아늑한 보금자리처럼 독자에게 편안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전한다. 6부로 나뉜 60여 편의 수필에는 역경도 있고 아릿한 추억도 있지만 틈틈이 끼인 유쾌한 일상이 별사탕처럼 달콤한 즐거움을 준다. 고단하고 아픈 삶이지만, 역경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주변 사람들의 일상도 푸근한 시선으로 풀어내었다.
안동 벽화마을에서 고작 세 번밖에 쓰지 못한 밍크 목도리를 잃어버리고 저자는 깨달음을 얻는다. 불행한 사람은 잃어버린 것을 기억하고, 행복한 사람은 남아있는 것을 기억한다고. 잃어버린 것을 생각하느라고 지금 내 곁에 있는 소중한 것을 놓치는 바보가 되지 않기로 결심하는 순간이었다. 그 말처럼 매일 특별한 일이 생기지 않더라도 일상에는 놓치기 아쉬운 일이 가득했다.
신작로에서 자식들을 위해 깨 타작을 하는 어느 할머니의 뒷모습은 어머니를 꼭 닮았다. 병석에 누운 어머니도 그리 고생스럽게 깨를 털어 해마다 참기름을 챙겨주었을 것이다. 친정 가는 길의 은행나무 가로수는 시원하게 잎을 털어버렸지만 저자의 마음은 무거워지기만 한다. 낙엽이 끝이 없는 그 길 앞에서 낭만보다 미화원의 고충을 돌아보게 되는 건 무슨 이유일까.
봄에 방문한 풍각장의 푸짐한 인심은 막걸리 한 사발에 행복해하시던 아버지의 모습을 떠오르게 한다. 갑작스러운 아버지의 죽음, 예정일 전에 양수가 터져 난산으로 고생한 기억, 신장수술로 생사의 갈림길을 헤맸던 일. 컴컴한 터널 안에서 고장 난 차를 끌어줄 견인차를 기다리는 동안 지난한 삶에서 터널에 갇혔던 때를 되돌아본다. 삶이란 터널에 갇혔다고 실망할 일도 아니고, 그곳을 지났다고 좋아할 일도 아님을 곱씹으며 앞으로 몇 번의 터널을 더 지나야 할지 답 없는 질문을 던진다.
소소하지만 유쾌한 일상도 수필이 되었다. 돌이켜보면 누구나 일상 속에서 이런 즐거운 일 한두 가지쯤은 일어나지만 그것을 포착해 글로 남기면 또 하나의 추억이 된다. 공중화장실에서 볼일을 보려 변기에 앉다 생리현상 때문에 천둥소리가 나자 쌍바윗골의 비명이라며 능청을 떠는가 하면 귤 한 바가지를 먹었다고 말했다가 눈이 둥그레진 의사에게 잔소리도 듣는다.
낚시로 월척을 잡았지만 겉보기만 번지르르한 배스다. 옆에서 알짱거리며 놀리는 남편에 부아가 치민다. 친구는 자신을 놀라게 한 기계 공룡에게 화풀이하다 엄마 손 잡고 나들이 나온 아이의 지적을 받는다.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는 아이에 민망해하는 친구를 대신해 변명을 해주기도 한다. "저 아줌마! 어젯밤 꿈에 공룡한테 물렸대."
글쓰기에 대한 애정이 드러나는 수필도 여러 편 실려 있다. 학창 시절부터 염원했던 글쓰기와 자원봉사를 시작하면서 지치고 건조한 심신이 회복된 저자는 틈만 나면 글을 쓰며 지친 몸속에 억압된 모든 것을 밖으로 쏟아냈다. 쏟아낼수록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오히려 가슴속 단비가 되어 삶에 대한 갈증을 해소해 주었다. 수필이 기쁨은 기쁨대로, 슬픔은 슬픔대로 답답한 가슴을 풀어내는 분출구 역할을 하니 삶은 즐거움이 되었다.
길 가다 군밤 장수를 만난 저자는 어느 겨울 밤, 칼집을 살짝 내 화로에 밤을 묻던 할머니를 떠올린다. 밤에 틈새를 주지 않으면 압력을 견디지 못해 터져 버린다. 수필은 저자에게 들숨만 난무했던 삶의 날숨이 되어 주었다. 내부의 에너지와 외부의 에너지가 서로 상통하면서 수필도 그렇게 잘 익어갔다.
우리네 삶도 맛깔스런 군밤이 되기까지 그 상황에 맞는 준비와 노력, 느긋하게 기다리는 끈기가 필요하다. 삶의 고비마다 신나는 글쓰기로 자연과 더불어 유쾌한 인생을 엮어 나가는 박미정의 수필, 이 진솔한 삶의 타령가가 그 끈기의 실마리를 잡아 줄 것이다.
목차
목차
1부 창밖의 여자
엄지발가락 / 타이밍 / 깨순이 아줌마 / 창밖의 여자 / 어머니와 참기름 / 꿩을 잡은 여자 / 터널에 갇히다 / 장미의 계절 / 글 쓰는 여자 / 귀여운 여인
2부 끝이 없는 길
공룡과 놀다 / 진국 / 말복末伏 / 끝이 없는 길 / 그들의 세상 / 진정한 배려 / 대기시간 5분 전 / 눈호모 / 경자년 벽두에 / 뚝배기보다 장맛이다 / 태풍시대
3부 임당리의 봄
뱃골 마을에 가다 / 임당리의 봄 / 서원의 가을 / 달빛 호수를 여행하다 / 풍각장의 봄 / 기차가 있는 카페 / 운곡 서원의 만추 / 은행나무 한 그루 / 바다로 간 여인 / 가을로 가는 기차 / 사진 한 장의 추억 / 내 이름은 철이 / 태胎 / 잊히지 않는 사람
4부 울어라 열풍아
의사와 환자 / 산삼의 분배 / 마카 커피 / 나도 소화 낭자 / 쌍바윗골의 비명 / 너도 그렇다 / 겨울 아이 / 낚시는 아무나 하나 / 큰 놈을 잡았다 / 쫌 / 울어라 열풍아 / 똥배 타령
5부 너도바람꽃
중복 / 고구마 / 묵은지 / 장미꽃 한 송이 / 군밤 타령 / 너도바람꽃 / 낚시 / 밍크 목도리 / 한옥 사랑 / 달맞이꽃
6부 봄을 가두다
팥빙수를 먹으며 / 키 작은 민들레 / 길동무 / 장미의 기억 / 빨랫줄이 있는 풍경 / 봄을 가두다 / 다방의 추억 / 병든 몸도 서러운데 / 하나, 둘, 셋 / 신의 한 수 / 동경이
저자
저자
수필집 『억새는 홀로 울지 않는다』, 『뒷모습에 반하다』
2022년 한국예술인복지재단 디딤돌 창작지원금 수혜
대구문인협회, 대구수필가협회, 한국수필가협회, 사조아동문학회, 한국아동문학인협회, 에세이 아카데미 회원
시니어매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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