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밤을 어떻게 새울까
이병주 에세이
1970~1980년대의 한국과 한국인, 문학과 문학가에 대한 이병주의 기록 [긴 밤을 어떻게 새울까]. 소설과는 달리 사회에 대한 날선 생각의 단편들이 들어 있는 그의 에세이를 읽다 보면 시대를 넘어 공감되는, 여전히 우리에 문제적인 세태를 고민하고 극복하기 위한 지식인의 몸부림 속에서 작지만 강력한 희망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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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이병주의 에세이를 모아 엮은 《긴 밤을 어떻게 새울까》는 1970~1980년대의 한국과 한국인, 문학과 문학가에 대한 이병주의 기록이다. 이 책은 네 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 장에는 이병주의 자기반성이나 당대 현실과 사람들, 정치와 전쟁에 대해 비판이 담겨 있다. 학병 세대의 절박한 자기반성을 담은, 한국의 발자크, 나림 이병주의 주옥같은 에세이는 '인간에게 인간을 알리는' 것을 통해 현실을 재정립할 수 있는 펜의 힘을 보여준다. 다양한 글쓰기를 통해 문화의 기록자로서의 소명에 충실한 이병주가 진가가 드러나는 책이다.
| 출판사 리뷰 |
왜 지금 여기서 다시 이병주인가
100년에 한 사람 날까 말까 한 작가를 일러 불세출의 작가라 한다. 과감하게 표현하자면 소설가 이병주는 바로 그런 작가다. 소설가 자신이 소설보다 더 파란만장한 생애를 살았던 그의 박학다식과 유머뿐만 아니라 웅장한 스케일과 박진감 넘치는 구성 등이 특징인 소설을 들여다보면, 그를 '한국의 발자크'라고 불러도 어색하지 않다. 그러나 우리가 이병주를 다시 봐야 하는 이유 중 하나는 세대 전쟁이라고 불리는 지금의 현실에서 자신이 속한 세대의 과오를 반성하고 미래를 향해 의미 있는 제안을 하는, 진정한 어른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면모가 이병주를 불세출의 작가로 부르는 데 주저할 필요가 없게 만든다.
고전이 단순히 오래된 책이 아니라 현재 우리의 삶에 울림을 주는 책이라 한다면 이병주의 작품처럼 고전에 적합한 작품을 찾는 것은 쉽지 않다. 소설과는 달리 사회에 대한 날선 생각의 단편들이 들어 있는 그의 에세이를 읽다 보면 시대를 넘어 공감되는, 여전히 우리에 문제적인 세태를 고민하고 극복하기 위한 지식인의 몸부림 속에서 작지만 강력한 희망을 발견할 수 있다.
긴 밤을 어떻게 새울까
"나는 내 개인의 인간적 실패를 청춘의 부재에서 그 원인을 찾고 끝없는 회한에 사로잡힌다. 자기주장에 앞서 타협을 배워버린 스스로의 비굴함을 일제의 그 가혹한 체제를 감안하더라도 나는 아직껏 용서할 수가 없다."
이병주는 자기비판을 거친 후 자신을 포함한 학병 세대에게 '청춘을 창조하자'고 제안한다. 일본군으로 징집되어 노예의 시간을 살았던 학병 세대에게 '청춘'은 없다. '욕된 과거'만이 있을 뿐이다. 이병주는 '욕된 과거를 청산'하기 위해서는 자기반성과 함께 위선과 타협의 태도를 버리고 인간애를 회복하기 위한 주장을 활발하게 내세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인간애의 회복을 지향하는 이병주의 글쓰기는 곧 학병 세대로서의 잃어버린 청춘을 되찾기 위한 작업이다.
청춘에게 어설픈 위로를 남발하는 멘토에게 신물을 느끼기 시작하는 요즘, 오히려 자신의 세대가 상실한 청춘을 회복하자고 외치는 그의 외침이 새삼스럽게 보인다. 청춘이 그저 아름다운 것은 아니지만 우리가 지향해야 할 가치를 품고 있다는 것이 이 책을 통해 N포 세대인 우리의 청춘이 발견할 희망인지도 모른다.
오욕의 호사
"'예술가의 불행은 정치가의 행복보다 낫다. 나는 행복한 정치가가 되기보다 불행한 예술가가 되는 길을 택하겠다.' 이것이 또한 행복 이상의 호사가 아닌가."
문학은 현실을 바꾸기에는 무력하다. 그러나 이병주는 문학은 '인간의 기록, 인간의 진리를 담고, 어떤 정치 연설, 어떤 통계 숫자, 어떤 판결의 이유보다도 짙은 밀도와 호소력을 지니고' 있기에 정치와 경제, 사회는 문학을 부흥시키는 데 힘써야 한다고 주장한다. 아울러 예술을 통해 오욕의 호사를 배움으로써 생명에 대한 사랑을 되찾을 수 있었다고 고백한다.
정치가의 행복보다 호사인 예술가의 불행을 택한 이병주의 삶과 작품은 그 말이 단순한 예술가의 자부심이 아니라 알알이 눈물과 고통으로 맺은 보석임을 입증한다. '왜 문학을 읽는가'에 대한 우리에 의문에 대해 이병주는 묵직하게 대답하고 있다.
자유의 다리
"정치는 최대 공약수적, 또는 최소 공배수적인 답안을 추구하지 않을 수 없는데, 개인은 그 메커니즘 속에서 스스로의 소우주를 지탱해가는 것이다. 그러니까 때에 따라서는 정치의 절사 작용에 걸려 소우주는 가루가 되게 마련이다. 따라서, 이러한 정치의 절사 작용을 승인하지 않을 수 없는 그만큼 개인에의 집착, 개인의 미의 추구가 치열해지고, 또한 진지해야만 한다고 믿는다. 문학의 사명은 여기에 있다."
아직 민주주의가 성숙하지 못한 사회에서 개인의 소우주를 지킬 수 있는 방법은 오직 문학에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정치의 절사 작용에 걸려' 파괴된 '소우주'에 대한 진혼곡을 남기는 것이 문학의 사명이다. 그의 소설이 역사에 기록되지 못한 사실들을 다루고 있는 것은 바로 이러한 생각 때문이다.
우리가 정치 혐오에 빠지는 것은 정치가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 아니라 너무나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삶을 팍팍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병주가 문학을 통해 지키고자 했던 개인이라는 소우주는 여전히 우리가 지켜야 할 소중한 가치다. 그것의 참된 의미를 이병주를 통해 재확인할 수 있다.
불행에 물든 세월
"어느 평자는 나의 문학을 회색의 군상을 대변하는 문학이라고 했다. 나는 반공이 직업이 될 수 있고 훈장에 통할 수 있는 풍토에서 너무나 안이한 반공주의에 반발한 나머지 진정한 휴머니즘에 입각한 대결을 시도했고, 앞으로도 그럴 작정인데, 보다 진실한 것에의 몸부림이 회색을 빚게 했다는 뜻으로 그 평자의 회색 이론을 감수한다. 그러나, 회색은 진실의 빛깔일 순 있어도 행복의 빛깔은 아니다. 그렇게 볼 때 나의 30년은 결국 불행에 물든 세월이었던 것이다."
이병주는 자신이 공산주의에 반대하는 논리는 알려진 바와 다르게, '관허의 공산주의와 다소의 괴리된 점을 갖'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병주의 반공주의는 '반인간적 조건에 항거하는 휴머니즘의 입장'이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이병주는 일제 때의 고등계 형사가 거부가 된 현실에 대해서도 거론하면서 해방의 보람이 다하지 못하게 한 현실에 대해 비판한다.
여전히 종북이라는 딱지를 붙임으로써 상대방을 곤경에 빠트리는 현실이지만 반인간적인 조건에 항거하는 휴머니즘이 반공이라는 이병주의 논리는 다시 새길 필요가 있다. 반인간적인 조건은 인권을 유린하는 북한 정권뿐만 아니라 최소한의 생존권마저 앗아가는 우리도 예외일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암살>이라는 영화의 흥행에서도 알 수 있듯이 친일 청산은 이병주의 시대뿐만 아니라 지금도 역사에 남겨진 커다란 숙제다.
이렇듯 이병주의 글은 여전히 문제적이다. 1970~1980년대의 에세이를 모은 이 책을 지금 다시 읽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목차
목차
2. 오욕의 호사
3. 자유의 다리
4. 불행에 물든 세월
저자
저자
1961년 5ㆍ16이 일어난 지 엿새 만에 "조국은 없고 산하만 있다"는 내용의 논설을 쓴 이유로 혁명재판소에서 10년 선고를 받아 2년 7개월을 복역했다. 한국외국어대학교, 이화여자대학교에서 강의하다 마흔네 살 늦깎이로 작가의 길에 들어섰으며 1992년 지병으로 타계할 때까지 한 달 평균 200자 원고지 1,000여 매 분량을 써내는 초인적인 집필로 80여 권의 작품을 남겼다.
진실을 밝히는 기개와 용기를 지닌 사관(史官)이자 언관(言官)이고자 했던 언론인 경험은 문학 세계를 이루는 자양분이 되었다. 감옥에서 《사기》를 정독하기도 한 그는 한 시대의 '기록자로서의 소설가' '증언자로서의 소설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제 강점기로부터 한국 현대사를 온몸으로 겪은 체험은 민족의 비극에 대해 지식인으로서 깊이 고뇌하게 하였고, 이를 문학 작품으로 승화시키는 동력이 되었다.
1965년 〈소설ㆍ알렉산드리아>를 《세대》에 발표하며 등단했고 《관부연락선》 《지리산》 《산하》 《소설 남로당》 《그해 5월》로 이어지는 대하 장편은 작가의 문학적 지향을 보여준다. 소설 문학 본연의 서사를 이상적으로 구현하고 역사에 대한 희망, 인간에 대한 애정의 시선으로 깊은 감동을 자아내는 작품은 세대를 넘어 주목받고 있다. 1977년 장편 《낙엽》과 중편 〈망명의 늪〉으로 한국문학작가상과 한국창작문학상을 수상했으며, 1984년 장편 《비창》으로 한국펜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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