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통하다 봄(시인동네 시인선 43)
임성구 시집
임성구 시집 『앵통하다 봄』. 강한 자학과 자기부정의 굴레에 휩싸여 뒹구는 험난한 과정을 거쳐 자존의 엄중함을 지득해가는 시편들이 보여주는, 생살을 찢고 튀어오르는 듯한 거친 시어들은 자못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스스로를 겨냥하는 날 선 언어들은 이전의 세계를 전복하려는 처절한 반성과 회의를 통해 자신을 확실하게 파악하고 내면에 잠들어 있는 영혼을 일깨우고자 한다. 하여 이 철저한 자기부정이 도달하는 곳은 도리어 활성(活性) 에너지로 충만한 긍정의 세계, 세상을 향해 열린 영혼의 자리다. 우리는 문득 거친 언어로 자탄과 비애를 노래했던 시들이 어느새 우리를 감싸며 따듯하고 자구(自救)적으로 전향되어 있음을 감지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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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시인동네 시인선〉 043. 1994년 『현대시조』 신인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임성구 시인의 세 번째 시집. 안주하지 않는 정신으로 끝없는 자기부정을 통해 자기 갱신을 시도하는 자세는 뛰어난 예술가의 덕목이다. 첫 시집 『오랜 시간 골목에 서 있었다』에서 '사물과 삶과 시의 구체'(유성호 문학평론가), 두 번째 시집 『살구나무죽비』에서 '원융과 상생의 시학'(이연승 문학평론가)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임성구 시인은 이번 시집에 이르러 그전의 평가가 무색할 만큼 확연히 달라진 시세계를 선보인다. 강한 자학과 자기부정의 굴레에 휩싸여 뒹구는 험난한 과정을 거쳐 자존의 엄중함을 지득해가는 시편들이 보여주는, 생살을 찢고 튀어오르는 듯한 거친 시어들은 자못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스스로를 겨냥하는 날 선 언어들은 이전의 세계를 전복하려는 처절한 반성과 회의를 통해 자신을 확실하게 파악하고 내면에 잠들어 있는 영혼을 일깨우고자 한다. 하여 이 철저한 자기부정이 도달하는 곳은 도리어 활성(活性) 에너지로 충만한 긍정의 세계, 세상을 향해 열린 영혼의 자리다. 우리는 문득 거친 언어로 자탄과 비애를 노래했던 시들이 어느새 우리를 감싸며 따듯하고 자구(自救)적으로 전향되어 있음을 감지하게 된다. '어떻게 나를 사랑할 것인가.' 『앵통하다 봄』은 자신을 사랑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신을 아파해야 한다고 말한다.
[출판사 서평]
상남동 LED등은/마귀 같은 불빛 군중/저 거센 비바람에도/폐부까지 찌르는 말/부도난/살구나무죽비/처형하라/처형하라
-「불빛 시위대」 전문
등단 16년 만의 첫 시집(『오랜 시간 골목에 서 있었다』)과 3년 후 연이어 낸 두 번째 시집(『살구나무죽비』)에 대한 시인 스스로의 평가를 살펴보자면 이렇다. 창원시 성산구 상남동은 유흥가로 가득한 번화가이다. 시인은 그곳의 수많은 등과 광고판에 박혀 있는 성능 좋은 "LED등은" 자신을 겁박하는 "마귀 같은 불빛 군중"이라며 스스로를 막다른 골목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이러한 시인의 심리에는 큰 기대를 걸고 펴낸 시집에 대한 악몽이 얼비친다. "부도난/살구나무죽비/처형하라/처형하라"라고 외치는 그의 시는 차라리 절규에 가깝다. 누구나 시집을 내고 나서 후회와 안쓰러운 마음으로 자신을 질타하지만 그것을 시로 표현하는 경우는 좀처럼 드문 일이다.
하루 해 뉘엿뉘엿 넘어가는 저물녘에/뉘 집 개가 짖는다/온 마을을 뒤흔든다/한쪽 귀/담을 넘어가 보니/힘없는 시가 놓여 있다
-「개 한 마리」 부분
아름드리나무 밑에서/시 한 편 쓰겠다고/햇빛도 하나 없이/긴 사색에 젖지만/파문 져/영양실조에 걸린/해 한 포기/달 한 포기
-「잡초의 눈물 3」 부분
뜨거운 시 되겠다고 땅웃음 짓는 뿌리의 나날/밤은 어찌 날마다 불청객으로 찾아오나
-「잡초의 눈물 4」 부분
스스로 이 장검을/푹 찔러 넣는다/외마디 유서들은 "욱"하고 쓰러지고/식어 쓴/문장들이 뚝뚝,
/애리한 몸에
-「할복(割腹)의 시(詩)」 부분
"온 마을을 뒤흔든" "아름드리나무 밑" "뜨거운 시" "외마디 유서"들은 하나같이 울림이 크고 뜨거우며 간절한 의미가 담긴 웅혼한 시어들의 기치를 들고 나왔지만, 스스로 자평한 시들은 결국 "힘없는 시", "영양실조에 걸린", "불청객", "식어 쓴/문장들"처럼 보잘것없는 것들로 전락해 참담한 몰골로 뒹굴고 있다. "부도난/살구나무죽비"라는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자학으로 가득한 시를 "처형하라"고 반복하여 외치는 그의 뇌리에는 처절한 반성과 회한이 사무쳤을 것이다.
'난 원래 시를 쓸 자격도 능력도 없는 무능한 사람이야!'라는 부정의 출발점에 서 있는 그의 모습은 비장하다. 이러한 인식의 첫 단계에서 자존은 시작한다. 내 자신을 확실하게 파악하고 내면에 잠들어 있는 영혼을 일깨워 자신이 새롭게 선택한 의식적 행동에 적극 용기를 내어 책임감 있게 대처해야 하는 것이다. 이로 인하여 자신감과 행동이 일체화되고 구체적인 목표를 향하여 접근하게 된다.
바람 살짝 불어와도 마음 먼저 흔들려/주름으로 웃다가 팽팽하게 젖어가는//우포늪/가시연 같은/실안낙조 어부 같은//때 되면 호령하고 때 되면 회항하는/그들의 꿈은 늘, 가시 돋친 불화살//가슴에/새긴 마음 한 줄/검붉게 탄 초록바다
-「시(詩)」 전문
얼마나 많은 욕심이 썩어서 문드러진 채/방 한 켠에 자리 잡고 울었는지 모른다/진갈색 염증들의 큰 눈이/나를 먹고 있었다//마흔에서 오십으로 휘어지는 이 길목/쓰러지지 않을 것 같던 한 욕심을 볕에 말린다/뽕잎을 따다 먹인다/내가 나를 먹인다//누에가 몸의 독소를 제거하는 푸른 한낮/오십은 육십을 먹고 칠십 팔십 백세를 먹고/가벼운 저 구름 속으로/실을 뽑아 올리겠다
-「잡내를 없애다」 전문
두 작품에서 느껴지는 분위기는 시와 자신에 관해 험악하던 시인 임성구의 자세가 따듯하고 자구(自救)적으로 전향되어 있음이 감지된다. 거친 언어로 자탄과 비애를 느끼게 했던 시에 대한 자학은 이제 스스로를 감싸며 "주름으로 웃다가 팽팽하게 젖어가는/우포늪/가시연 같은//실안낙조 어부 같은" 차분하고도 평안한 자세로 변환되어 있다. 시에 품었던 "가시 돋친 불화살"도 "가슴에/새긴 마음 한 줄"로 들어와 더 크게 날고 뛰어오르려는 활성(活性) 에너지로 발현하려는 것은 긍정의 자세라 할 수 있다.
또한 "잡내"로 치부했던 갖가지 부정의 시어와 자세는 미래를 향한 바람직한 힘으로 시 안에 하나 가득 나타나고 있다. 지나친 욕심으로 "방 한 켠에 자리 잡고 울었"던 "나"는 이제 마음을 추스르고 찬찬히 "욕심을 볕에 말린다". 더 나아가 지쳐 피곤한 자신에게 "뽕잎을 따다 먹인다/내가 나를 먹"이는 성숙한 사람이 되었다. 마치 누에가 뽕잎을 먹고 비단을 뽑아내는 놀라운 과정과도 같이 시인도 "가벼운 저 구름 속으로/실을 뽑아 올리겠다"는 경지까지 다다라 있는 모습은 놀라운 변화가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진행은 자학과 자존의 뿌리가 결코 다르지 않으며 그 굴레를 쳐내고 다스린다면 스스로를 견지하면서 완성의 경지에 나아갈 수 있다는 확실한 증거라 하겠다. 이제 그가 다시 뽑아 올릴 '실'은 지난 것과는 괄목상대해야 할 것이다.
목차
목차
제1부 눈꽃 경적을 울려라
도화역(桃花驛)/꽃물 한때/토란잎 우산/달빛 우포/바람 호루라기/방어진(方魚津)/잡초의 눈물/잡내를 없애다/일 하는 사람/삼나무 숲에 들다/노래하는 김광석/수선화 지는 날/서운암의 봄/가을 탁발(托鉢)/단풍나무 관절/초정을 읽다
제2부 깨끗한 짝사랑 같은
뱀사골의 봄/삼파귀타/봄, 산동마을/나비물/양후니 형아/부부/시(詩)/다시 낫을 들다/바다, 노래방/나무 물고기/각북(角北)에 앉아 있다/분신/고사목/차향〔茶香〕에 녹다/이른 아침 하늘수국/야한 생각
제3부 온몸 녹아서 꽃이 되기까지
러브체인/꽃, 다방/케냐/그 짓/나들이/앵통하다, 봄/봄 혹은 강변카페/달에게 사정(射精)하다/위양못 삼매경/에로틱 아이스바/천리향/밤꽃 여자/화인(火印)/어떤 동백 시집/잡초의 눈물 2/텍사스 에레나
제4부 공손한 절규
먹구야/공갈 연애(戀愛)/부재중이었던 그해 봄/할복(割腹)의 시(詩)/내 시의 아가리를 찢고 싶다/황소개구리 울음처럼/김수영을 읽다/잡초의 눈물 3/공손한 절규/불빛 시위대/저, 울대를 그냥/내 시로 창난젓을 담그다/잘 까분다는 것/잡초의 눈물 4/몸이 식어 간다/개 한 마리/참 어이가 없어서
제5부 그때 가난은 누가 낳았을까?
샐비어 엄마/그때 가난은 누가 낳았을까?/오동꽃 장의차/팔월/환승/인공세심(洗心)실험실/옻단풍/아니 기쁩니까?/42병동 먹구에게/파란 나물/문자의 궁합/시를 업은 항아리/다듬어진다는 것/묵비권에도 가시가 있다/막차 떠난 후 불시착/용담꽃 평설(評說)/어머니라는 이름과 아버지라는 이름 사이, 내 이름이 참으로 따뜻하게 피어 있었음을…
해설 자학(自虐)과 자존(自尊)의 굴레 / 정용국(시인)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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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043] 앵통하다 봄 / 임성구 시집|작성자 시인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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