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새끼로 운다(문학의전당 시인선 224)
임호상 시집
임호상 시인이 시를 쓰기 시작한 지 30년 만에 세상에 내놓은 첫 번째 시집 『조금새끼로 운다』. 임호상 시인의 시는 대체로 현실 세상을 향한 첨예한 비판보다는 가족과 고향에 대한 따뜻한 애정이 담긴 시편들이 주류를 이룬다. 특히 제4부의 시편들은 시인의 터전인 여수를 중심으로 펼쳐진 섬들에 무한한 애정을 보이고 있는데 그 어떤 애향가보다 사무치는 정서를 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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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문학의전당 시인선〉 224. 2008년 『정신과표현』을 통해 등단한 임호상 시인이 시를 쓰기 시작한 지 30년 만에 세상에 내놓은 첫 번째 시집. 임호상 시인의 시는 대체로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수렴하는 태도를 바탕에 깔고 있다. 현실 세상을 향한 첨예한 비판보다는 가족과 고향에 대한 따뜻한 애정이 담긴 시편들이 주류를 이룬다. 특히 제4부의 시편들은 시인의 터전인 여수를 중심으로 펼쳐진 섬들에 무한한 애정을 보이고 있는데 그 어떤 애향가보다 사무치는 정서를 품고 있다. 돌산의 모장마을과, 하화도, 오동도, 금오도 등은 시인의 삶과 밀접한 관계를 맺으면서 육화된 시어로 재현된다. 여수의 아름다운 풍광과 넉넉한 인심을 감각적으로 노래하는 그 시편들을 읽다 보면 누구나 여수에 가고 싶을 것이다. 한편 사물의 이름이나 고향의 입말체 사투리 등에서 착안하여 말을 굴리는 시편들은 맛깔스럽고 재미있다. 읽으면 슬며시 웃음이 나면서 복잡한 세상의 이치를 꿰뚫는 촌철살인과도 같은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된다. 또한 몇몇 짧은 시편들은 각각의 제재들이 가지고 있는 속성이나 이미지를 여자와 동일화하여 에로틱한 상상을 자아내는데, 이는 임호상 시의 특징적인 면모라 할 수 있다.
[출판사 서평]
임호상 시인의 시는 대체로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수렴하는 태도를 바탕에 깔고 있다. 현실 세상을 향한 첨예한 비판보다는 가족과 고향에 대한 따뜻한 애정이 담긴 시편들이 주류를 이룬다. 특히 '제4부 여수의 노래'의 시편들은 시인의 본향인 여수를 중심으로 펼쳐진 섬들에 무한한 애정을 보이고 있는데 그 어떤 애향가보다 사무치는 정서를 품고 있다. 돌산의 모장마을과, 하화도, 오동도, 금오도 등은 시인의 삶과 밀접한 관계를 맺으면서 육화된 시어로 재현된다. 오랫동안 곁에 두고 살지(보지) 않으면 말할 수 없는 것들이다. 시인은 섬을 주로 여자에 비유하고 있는데 이는 곧 바다에 에워싸여 살아가는 섬(여자)의 숙명을 말하고 있음이다. 그의 시에서 섬은 처녀성과 모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시인은 「오동도」의 "동백꽃"을 "가시내"의 "가슴팍 몽우리"로 비유하는가 하면 "구절초 흐드러지게 피는 꽃섬" 「하화도」에 와서는 "뒤돌아보기 위해 걷는다"고 여운을 남긴다. 순하고 경건한 마음가짐으로 "금오도에 올 때는" 다만 "아름다운 섬이 되어 오라"고 주문한다. 「섬」과 「섬 2」는 관념 속의 섬인데, 바다에 갇혀 사는 섬(여성)의 숙명을 담고 있다. 이때의 섬은 모성으로서의 섬이 된다.
여수에 오면 안다네, 여수에 오면 다 안다네
둘러보면 모두 한 폭의 그림인 것을
낮이고 밤이고 발길 머물게 하는, 미항이네
…(후략)…
여수에 오면 안다네, 다 안다네
귀 기울이면 사방이 모두 가락이요 장단이란 걸
먼 바다를 뒤적이며 거문도 뱃노래를 불렀다네
…(후략)…
여수에 오면 안다네, 여수에 오면 다 안다네
맛집이 어디냐고 물으면 촌놈이란 걸
그냥 문 열고 들어가면 다 맛집인 것을
…(후략)…
ㅡ「여수의 노래」 부분
이 시는 말하자면 여수 찬가(讚歌)이다. 시각, 청각, 미각으로 이어지는 연 구성을 통해 여수의 아름다운 풍광과 넉넉한 인심을 감각적으로 노래하고 있다. 이 시를 읽으면 누구나 여수에 가고 싶을 것이다.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시인이 정서를 키워온 본향이니만큼 남다른 애정을 보일만하다. 임호상 시인은 어려서 여수로 이주해 지금껏 여수에 생활 기반을 두고 살아오고 있다. 「여수의 노래」와 「거문리서(巨文理書)」는 서정주 시인의 『질마재 신화』에 실린 시편들이나 문정희 시인의 「율포의 기억」, 곽재구 시인의 「전장포 아리랑」 등의 정서에 견줄 만한 애향가라 할 수 있다. 고향이야말로 마음껏 찬양해도 모자람이 없는 원형공간이다.
한편 사물의 이름이나 고향의 입말체 사투리 등에서 착안하여 말을 굴리는 시편들은 맛깔스럽고 재미있다. 말맛을 더 느끼기 위해 행과 연 표시를 하지 않고 산문 형식으로 길게 늘어놓아 보자. "먼나무를 먼나무냐 물으시니/거 뭐냐 거시기가 거시기냐 하는/전라도 사투리 같은 나무 아닌가//…(중략)… 가로수길 즐비하게 선 먼나무들/빨간 사투리 같은 열매를 품고/참 거시기하다는 듯 키득키득 웃고 있다"(「먼나무」), "알고나 하는 말일까/아들 눈에 무에 그리 징할까 생각하며/나도 모르게/그 녀석 참 '징함네∼'하는데/뉴스를 보며 어머님도 한마디 하신다/'징함네∼'//세상/참,/징함네∼"(「징함네」), "아내가 물었다 왜?/그냥//딸이 물었다 아빠 왜?/그냥//건성으로 대답한 것 같지만/가장 깊고 정다운 말/그냥//그냥 좋다 그 말이//당신처럼/이유 없이 그냥 좋다"(「그냥」)와 같은 시편들을 읽으면 슬며시 웃음이 나면서 복잡한 세상의 이치를 꿰뚫는 촌철살인과도 같은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된다.
또한 「꼬막」 「당신」 「커피메이커」 「복숭아」 등의 짧은 시편들은 각각의 대상들이 가지고 있는 속성이나 이미지를 여자와 동일화하여 에로틱한 상상을 자아내는데, 임호상 시의 특징적인 면모라 할 수 있다. 궤는 다르지만 다음의 시는 해학적인 발상이 돋보인다.
늦은 밤 어두운 침묵을 열고
작전 수행 중인 초병처럼
촉각 곤두세우며 들어선다
"왔어요"하는 암호도 오늘은 침묵
거실과 방 안에서 각자 잠복근무
오래되니 어둠도 옅어진다
한참을 기다리면 뒤척임마저 익숙한데 거실에 누운 두 여자
어느 쪽이 마누라고 어느 쪽이 딸인지
벌써 다 커버렸네, 내 딸
ㅡ「야근」 전문
처음에는 그냥 '야근'으로 읽다가 "거실과 방 안에서 각자 잠복근무"라는 구절에 이르러 무릎을 치게 된다. '아, 야근이 그 야근만은 아니구나!' 오늘따라 아내는 '사인'조차 없고 시인은 방에 누워 아내를 기다리지만 아내는 끝내 방으로 들어오지 않는다. 생활과 세월의 고단함이 묻어나는 대목이다. 잠을 설치며 '야근(?)'을 하던 시인은 마침내 참지 못하고 거실로 나와 보지만 이미 딸과 자고 있는 아내를 깨울 엄두가 안 난다. "벌써 다 커버렸네, 내 딸"이라는 결구에서 자조와 비애가 느껴진다. 해학은 이처럼 때때로 우리의 신산한 삶을 견디게 해주는 힘이 된다.
시인은 좀처럼 드러내지 않던 '어머니'의 사회경제적 신분을 불쑥 밝힌다. '어머니'는 '수난자'로서 시인에게 여전히 지울 수 없는 '트라우마'로 작용하고 있다. 아래의 시는 독자를 향한 일종의 커밍아웃과도 같은 심정을 담고 있다.
내 어머니가 바로 그분이시다
그래 맞다, 그 용맹스러운 과일장수(將帥)
어머니의 전장은
서시장 두 번째 다리 초입
30년 지루한 전쟁에도 끄떡없는 그 요새의 주인
결코 물러섬이 없는 장군이다
…(중략)…
다라이 몇 개에 목숨을 내걸고
화살 같은 칼바람에도
물러서지 않고 그 자리를 지켰다
추위를 견디는 것이 아니라
군장인 양 보듬고
칼바람 부는 날 휴전도 없이
오늘도 중무장하고 그 날선 새벽을 연다
ㅡ「어머니」 부분
이 시는 생업과 관련한 '어머니'의 신분을 정면으로, 날것 그대로 드러낸 수작이다. 꿋꿋하고 힘 있는 어조를 통해 '어머니'의 삶의 현장을 낱낱이 밝힌다. '최상의 비유는 정공법'이라는 역설적 발상과 닿아 있는 시적 발언으로 읽힌다. 이때의 '어머니'는 피동적인 '수난자'가 아니라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삶의 주체로 재탄생한다. 염려하는 말과 상투적인 수사로 얽혀 있는 '어머니'라는 굴레를 벗고 삶의 "전장"에서 용감하게 살아가는 시인의 '어머니'는 우리 모두를 먹여 살리는 '대모(大母)'와 같은 존재이다. 시인은 이런 '어머니'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다라이 몇 개에 목숨을 내걸고/화살 같은 칼바람에도/물러서지 않고 그 자리를" 지킨 그 '어머니'가 없었다면 오늘의 시인도 우리도 없을 것이다. '봄이 되어도 풀리지 않은 발가락 동상'을 안고 오늘도 시인의 '어머니'는 시장으로 향한다. "어머니가 바로 그분이시다"라는 첫마디가 가슴을 쿵쿵 울린다.
목차
목차
제1부 다시 그날을 기억하다
길 13
엄마의 정원 14
이사 15
조금새끼로 운다 16
태풍 19
겨울 노동 20
벌초 21
비에 관한 생각 22
추상(秋像) 25
막차를 기다리며 26
다시 그날을 기억하다 28
실직 30
토끼풀 31
시(詩) 32
주차를 하며 34
벚꽃 반칙 35
모기 36
제2부 똥빨
똥빨 39
먼나무 40
복숭아 41
바비큐를 하며 42
목욕탕에서 43
목욕탕에서 2 44
목욕탕에서 3 45
세월 46
단골 47
똥배 넣기 프로젝트 48
미용실에서 49
청하 한 잔 50
기태 형 희은이 형 52
그 사람 만나러 53
야근 54
형수 55
커피메이커 56
제3부 그냥
당신 59
닭새우 60
민화투 61
어머니 62
징함네 64
가지치기 66
막장드라마의 힘 68
꼬막 69
다리가 짧아서 70
아버지 72
이사 2 74
당신에게 76
당신에게 2 78
분만 대기실에서 79
수족관 물을 갈다 80
그냥 81
꽃, 활짝 피다 82
제4부 여수의 노래
모장 풍경 85
쏨뱅이 86
하화도 87
은하횟집에서 88
오동도 89
여수의 노래 90
금오도 93
태풍 루사 94
모장 풍경 2 95
거문리서(巨文理書) 96
섬 98
홍가 갈치조림 전문점 99
헤밍웨이 100
섬 2 102
진수식 103
서점을 나오며 104
벚꽃, 그 말이 106
해설|하염없이 사무치는 사념(思念)의 겹들 / 정병근(시인)
저자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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