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제 그만 패배하기로 하자(시인동네 시인선 133)
정하선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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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성과 다중성, 초월적 이동의 마법
1993년 《무등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정하선 시인의 두 번째 시집 『우리 이제 그만 패배하기로 하자』가 시인동네 시인선 133으로 출간되었다. 현실을 향해 치열하게 포복하는 리얼리스트인 동시에 현실 너머의 초월적 세계를 향해 끊임없이 뛰어오르는 로맨티스트이기도 한 정하선 시인의 이번 시집에는 이곳과 저곳, 안과 밖, 중심과 경계, 미시와 거시 등 멀리 떨어진 세계의 풍경들이 단 몇 줄의 문장 안에 함께 펼쳐져 있다.
1993년 《무등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정하선 시인의 두 번째 시집 『우리 이제 그만 패배하기로 하자』가 시인동네 시인선 133으로 출간되었다. 현실을 향해 치열하게 포복하는 리얼리스트인 동시에 현실 너머의 초월적 세계를 향해 끊임없이 뛰어오르는 로맨티스트이기도 한 정하선 시인의 이번 시집에는 이곳과 저곳, 안과 밖, 중심과 경계, 미시와 거시 등 멀리 떨어진 세계의 풍경들이 단 몇 줄의 문장 안에 함께 펼쳐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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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 해설 엿보기
미셸 푸코는 일정한 시대에 인류 전반의 인식 지평과 문화적 구조를 가능케 하는 하부요소를 '에피스테메(Episteme)', 즉 '인식소(認識素)'라고 불렀는데, 정하선 시인은 동시성과 다중성을 자기 시세계의 구성 원리로 삼는 동시에 21세기 현대사회의 인식소로 제시하고 있다. 정하선의 시에는 이곳과 저곳, 안과 밖, 중심과 경계, 미시와 거시 등 멀리 떨어진 세계의 풍경들이 단 몇 줄의 문장 안에 함께 펼쳐진다. "좋은 시는 사람의 눈을 놀라게 하지 않는다"던 스승 조태일 시인의 말씀으로 두 번째 시집의 '출사표'를 갈음한 그는 자극적인 문장, 언어유희, 모호함과 난해함, 소통 단절의 요설 대신 간결하고 명료한 언어로 우리의 눈을 안심시킨다.
너무 멀리 가지 마
천 개의 달이 뜨는 히말라야의
작은 산 하나를 넘으면
인도차이나 반도
거기에도, 별자리를 보고
목동들이 길을 찾고
양떼가 있고 조랑말이 있고
안나푸르나의 저녁노을이 있지
천길만길 갈라지는
눈[雪]들의 거처
설산(雪山)과 크레바스를 지나면
거기에도, 별똥별이 떨어지고
반딧불이 있고, 얼음 녹는 물에
빨래하는 처녀들이 있고
가난한 루오 할아버지가 그린
예수가 있고
그러니 사랑아
너무 멀리 가지 마
- 「사랑아 멀리 가지 마」 전문
말랑말랑한 연시로 오독하기 쉬운 「사랑아 멀리 가지 마」는 사실 정하선이 지향하는 동시성과 다중성의 세계관을 압축해낸 밀도 높은 시다. "천 개의 달이 뜨는 히말라야"와 "인도차이나 반도"와 "안나푸르나"와 "설산과 크레바스"는 모두 화자가 실재하는 일상의 시공간에서부터 까마득히 떨어진 장소들이다. 하지만 화자는 안방에 앉아 건넌방을 들여다보듯 "거기에도, 별똥별이 떨어지고/반딧불이 있고, 얼음 녹는 물에/빨래하는 처녀들이 있고/가난한 루오 할아버지가 그린 예수가 있"음을 훤히 알고 있다. 화자가 머무는 대한민국의 어느 일상적 공간에서 히말라야 안나푸르나까지, 또 "너무 멀리 가지 마"라고 말하는 화자의 애틋한 얼굴에서 가난한 루오 할아버지가 그린 예수의 초상까지 이어지는 이미지들의 변주에는 초월적인 이동성이 요구된다. 그런데 이 초월적 이동성, 광범위한 다중성을 단 몇 줄의 시 안에 부려놓는 힘은, 좋은 시의 미덕인 함축과 비약이 지닌 극단적 수축과 고밀도 흡인력이다. 위 시에서는 '목동', '빨래', '저녁노을', '가난'이 함의하는 인간 보편의 생활양식과 공통적 감정이 강력한 중력으로 작용하면서 한국과 히말라야, 서로 다른 두 세계를 '사랑'이라는 동시성으로 끌어안는다.
- 이병철(시인·문학평론가)
미셸 푸코는 일정한 시대에 인류 전반의 인식 지평과 문화적 구조를 가능케 하는 하부요소를 '에피스테메(Episteme)', 즉 '인식소(認識素)'라고 불렀는데, 정하선 시인은 동시성과 다중성을 자기 시세계의 구성 원리로 삼는 동시에 21세기 현대사회의 인식소로 제시하고 있다. 정하선의 시에는 이곳과 저곳, 안과 밖, 중심과 경계, 미시와 거시 등 멀리 떨어진 세계의 풍경들이 단 몇 줄의 문장 안에 함께 펼쳐진다. "좋은 시는 사람의 눈을 놀라게 하지 않는다"던 스승 조태일 시인의 말씀으로 두 번째 시집의 '출사표'를 갈음한 그는 자극적인 문장, 언어유희, 모호함과 난해함, 소통 단절의 요설 대신 간결하고 명료한 언어로 우리의 눈을 안심시킨다.
너무 멀리 가지 마
천 개의 달이 뜨는 히말라야의
작은 산 하나를 넘으면
인도차이나 반도
거기에도, 별자리를 보고
목동들이 길을 찾고
양떼가 있고 조랑말이 있고
안나푸르나의 저녁노을이 있지
천길만길 갈라지는
눈[雪]들의 거처
설산(雪山)과 크레바스를 지나면
거기에도, 별똥별이 떨어지고
반딧불이 있고, 얼음 녹는 물에
빨래하는 처녀들이 있고
가난한 루오 할아버지가 그린
예수가 있고
그러니 사랑아
너무 멀리 가지 마
- 「사랑아 멀리 가지 마」 전문
말랑말랑한 연시로 오독하기 쉬운 「사랑아 멀리 가지 마」는 사실 정하선이 지향하는 동시성과 다중성의 세계관을 압축해낸 밀도 높은 시다. "천 개의 달이 뜨는 히말라야"와 "인도차이나 반도"와 "안나푸르나"와 "설산과 크레바스"는 모두 화자가 실재하는 일상의 시공간에서부터 까마득히 떨어진 장소들이다. 하지만 화자는 안방에 앉아 건넌방을 들여다보듯 "거기에도, 별똥별이 떨어지고/반딧불이 있고, 얼음 녹는 물에/빨래하는 처녀들이 있고/가난한 루오 할아버지가 그린 예수가 있"음을 훤히 알고 있다. 화자가 머무는 대한민국의 어느 일상적 공간에서 히말라야 안나푸르나까지, 또 "너무 멀리 가지 마"라고 말하는 화자의 애틋한 얼굴에서 가난한 루오 할아버지가 그린 예수의 초상까지 이어지는 이미지들의 변주에는 초월적인 이동성이 요구된다. 그런데 이 초월적 이동성, 광범위한 다중성을 단 몇 줄의 시 안에 부려놓는 힘은, 좋은 시의 미덕인 함축과 비약이 지닌 극단적 수축과 고밀도 흡인력이다. 위 시에서는 '목동', '빨래', '저녁노을', '가난'이 함의하는 인간 보편의 생활양식과 공통적 감정이 강력한 중력으로 작용하면서 한국과 히말라야, 서로 다른 두 세계를 '사랑'이라는 동시성으로 끌어안는다.
- 이병철(시인·문학평론가)
목차
목차
제1부
산문(散文) ㆍ 13
사랑아 멀리 가지 마 ㆍ 14
아르헨티나에 내리는 첫눈 ㆍ 16
날것들의 연대기 ㆍ 18
우주의 일 ㆍ 19
붉은 산수유로 술을 빚다 ㆍ 20
그깟 것 ㆍ 22
구절초 ㆍ 24
은적사에 목어가 울면 ㆍ 25
불상현(不尙賢) ㆍ 26
시(詩)가 써지지 않는다는 친구에게 ㆍ 28
사나운 짐승 ㆍ 30
문수사 가는 길 ㆍ 31
말벡을 좋아하세요? ㆍ 32
감국 ㆍ 34
제2부
높새바람의 말 ㆍ 37
어느 가난하고 아름다운 도공의 딸이 ㆍ 38
귓속에 쇠붕어가 산다 ㆍ 40
엉겅퀴 한 생애를 앓고 나면 ㆍ 42
거룩한 계보 ㆍ 43
건달 ㆍ 44
적(籍)과 적(積) ㆍ 46
브레히트의 참회 ㆍ 48
아나키스트, 그 사내 ㆍ 50
중독(中毒) ㆍ 51
적려유허비에 다시 와서 ㆍ 52
우리는 서로를 모른다 ㆍ 54
다시 중독(中毒) ㆍ 56
북비(北扉)에 들다 ㆍ 58
미시령 옛길 ㆍ 60
제3부
나의 푸른 몽골 늑대 ㆍ 63
개복숭아나무 아래 제망매가를 듣다 ㆍ 64
무갑리 서정(抒情) ㆍ 66
도토리묵을 쑤다 보면 ㆍ 67
보호색 ㆍ 68
광양 고모 ㆍ 70
가을 마당 이불 홑청처럼 ㆍ 71
꽃들도 여행을 떠날 때는 ㆍ 72
이 미친놈아 ㆍ 74
동안거(冬安居) ㆍ 75
산동반점 ㆍ 76
시발 ㆍ 78
스민다는 것 ㆍ 79
도꼬마리 씨앗 ㆍ 80
사나운 개 ㆍ 82
수졸(守拙)한 그 마음 ㆍ 84
제4부
장마 ㆍ 87
인간에 대한 예의를 생각하면 ㆍ 88
수운 선생의 그림 값 ㆍ 90
씀바귀김치 ㆍ 92
첫눈은 매번 젊어서 ㆍ 93
녀(夏)름, 은계와 놀다 ㆍ 94
쉰 몇 해 지나서 나도 ㆍ 96
그러다가 푸른 대나무는 ㆍ 98
휜수염고래처럼 ㆍ 99
몸피 ㆍ 100
게미(氣味)가 있다 ㆍ 101
눈물의 근육 ㆍ 102
우리 이제 그만 패배하기로 하자 ㆍ 104
무갑리 서정(抒情) 2 ㆍ 106
해설
동시성과 다중성, 초월적 이동의 마법 ㆍ 107
이병철(시인·문학평론가)
산문(散文) ㆍ 13
사랑아 멀리 가지 마 ㆍ 14
아르헨티나에 내리는 첫눈 ㆍ 16
날것들의 연대기 ㆍ 18
우주의 일 ㆍ 19
붉은 산수유로 술을 빚다 ㆍ 20
그깟 것 ㆍ 22
구절초 ㆍ 24
은적사에 목어가 울면 ㆍ 25
불상현(不尙賢) ㆍ 26
시(詩)가 써지지 않는다는 친구에게 ㆍ 28
사나운 짐승 ㆍ 30
문수사 가는 길 ㆍ 31
말벡을 좋아하세요? ㆍ 32
감국 ㆍ 34
제2부
높새바람의 말 ㆍ 37
어느 가난하고 아름다운 도공의 딸이 ㆍ 38
귓속에 쇠붕어가 산다 ㆍ 40
엉겅퀴 한 생애를 앓고 나면 ㆍ 42
거룩한 계보 ㆍ 43
건달 ㆍ 44
적(籍)과 적(積) ㆍ 46
브레히트의 참회 ㆍ 48
아나키스트, 그 사내 ㆍ 50
중독(中毒) ㆍ 51
적려유허비에 다시 와서 ㆍ 52
우리는 서로를 모른다 ㆍ 54
다시 중독(中毒) ㆍ 56
북비(北扉)에 들다 ㆍ 58
미시령 옛길 ㆍ 60
제3부
나의 푸른 몽골 늑대 ㆍ 63
개복숭아나무 아래 제망매가를 듣다 ㆍ 64
무갑리 서정(抒情) ㆍ 66
도토리묵을 쑤다 보면 ㆍ 67
보호색 ㆍ 68
광양 고모 ㆍ 70
가을 마당 이불 홑청처럼 ㆍ 71
꽃들도 여행을 떠날 때는 ㆍ 72
이 미친놈아 ㆍ 74
동안거(冬安居) ㆍ 75
산동반점 ㆍ 76
시발 ㆍ 78
스민다는 것 ㆍ 79
도꼬마리 씨앗 ㆍ 80
사나운 개 ㆍ 82
수졸(守拙)한 그 마음 ㆍ 84
제4부
장마 ㆍ 87
인간에 대한 예의를 생각하면 ㆍ 88
수운 선생의 그림 값 ㆍ 90
씀바귀김치 ㆍ 92
첫눈은 매번 젊어서 ㆍ 93
녀(夏)름, 은계와 놀다 ㆍ 94
쉰 몇 해 지나서 나도 ㆍ 96
그러다가 푸른 대나무는 ㆍ 98
휜수염고래처럼 ㆍ 99
몸피 ㆍ 100
게미(氣味)가 있다 ㆍ 101
눈물의 근육 ㆍ 102
우리 이제 그만 패배하기로 하자 ㆍ 104
무갑리 서정(抒情) 2 ㆍ 106
해설
동시성과 다중성, 초월적 이동의 마법 ㆍ 107
이병철(시인·문학평론가)
저자
저자
정하선
광주광역시에서 태어나 1993년 《무등일보》 신춘문예에 시 「빈집」이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꼬리 없는 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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