쏙닥쏙닥(시인동네 시인선 136)
정용주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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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부신 차경의 시학(詩學)
산문집 『나는 숲속의 게으름뱅이』(김영사, 2007)로 세상에 알려지게 된 정용주 시인의 세 번째 시집 『쏙닥쏙닥』이 시인동네 시인선 136으로 출간되었다. 강원도 치악산 계곡에서 경북 봉화 산골로 자리만 옮겼을 뿐 자연인으로서의 그의 분방한 생활은 변화가 없고 오히려 문장의 깊이와 삶을 바라보는 시선의 깊이는 농익을 대로 농익어 처연함마저 감돈다.
산문집 『나는 숲속의 게으름뱅이』(김영사, 2007)로 세상에 알려지게 된 정용주 시인의 세 번째 시집 『쏙닥쏙닥』이 시인동네 시인선 136으로 출간되었다. 강원도 치악산 계곡에서 경북 봉화 산골로 자리만 옮겼을 뿐 자연인으로서의 그의 분방한 생활은 변화가 없고 오히려 문장의 깊이와 삶을 바라보는 시선의 깊이는 농익을 대로 농익어 처연함마저 감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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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건축하는 자가 아닌 거주하는 자로서의 시인, 정용주 시인의 시는 이러한 시적 정신을 뚜렷이 보여주는 듯하다. 돌이켜보면 시인은 산문집 『나는 숲속의 게으름뱅이』(김영사, 2007)에서 "나는 삶이란 것에 대해 어떤 근사한 철학도 논리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담백하게 단언할 수 있었다. 실제로 시인은 사회인의 자세를 버리고 치악산 자락에 터 잡는 삶을 택한다. 그것은 소유하는 삶으로부터 거주하는 삶으로의 이행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그의 첫 시집 『인디언의 女子』(실천문학사, 2007)의 서시 「집」에서 그는 이렇게 말한다. "가느다란 가지에 얹힌 한 움큼의 거처가/산 넘고 하늘 날아다니는 자유로움의/모태가 될 수 있다니/자유는 얼마나 단순하게 태어나는가." 시인이 선망하는 것은 새의 날갯짓이고, 그가 진정 거주하기를 바라는 장소는 자유다. 그렇다면 그가 바라는 자유는 사회적 굴레를 모두 벗어던지는 자연적 상태에서만 발견될 수 있는 것이다. 이번 시집에서도 우리는 바로 이러한 거주의 사유를 발견할 수 있다. 자연의 섭리라는 관점으로 본다면, 모든 장소가 오롯이 한 사람의 소유가 아니다. 모든 장소가 집이자 광장이다. 전봇대 위 전화선에 지어진 새의 둥지와 지상에 지어진 사람의 집은 포개어져 있다(「집 속의 집」). 마찬가지로 마음 역시 한 사람의 소유가 아니다. "하늘 아래/어떤 슬픔도/온전히 한 존재의 몫으로/주어진 것은 없다"(「혼자 울지 마라」). 그래서 그는 사람들이 말로 생각을 건넨다고 말하지 않는다. 대신 "가슴에 가득 찬 것이/비로소 말이 되었다"(「가슴에 가득 차서 말이 되었다」)고 표현함으로써 말은 마음이 넘친 결과라고 말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언어에 관한 물음을 바꾸어야 한다. 누군가 말을 건넬 때 대개 우리는 그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말하는 사람이 어떤 마음을 감추고 있는지 추측하려 한다. 하지만 우리는 그 대신, 그가 어떤 절박함으로 말하고자 하는지, 어떻게 그의 마음이 내게 넘치는 것인지 되물어야 한다
가령, 색(色)이 없다는 말은 그 안에 모든 색이 녹아들어
아무것도 제 색을 낼 수 없다는 말
나는 이런 것을 보았다
가뭇없이 문드러지는 꽃잎 위에 배롱나무는
자꾸만 새 꽃잎 떨구어 붉은 이불 덮었다
또, 어떤 어미 거위는 부화일이 한참 지난
곯아버린 알에서 제 뱃바닥의 체온을 거두지 않고,
소나무 껍질 갉아먹던 염소가
검은 핏덩이 눈밭에 쏟아놓고
끝내 곁에서 어둠으로 물들어 가는 것을,
- 「무색(無色)」 전문
"나는 이런 것을 보았다"고 시인이 말할 때, 그는 체온을 보고 있다. 이미 곯아버린 달걀을 품는 어미 거위 앞에서, 새끼를 낳고 싸늘하게 식어가는 어미 염소 앞에서, 시인은 건네어지려는 체온을 본다. 그것은 한 생명이 온힘을 다하여 다른 생명에게 체온을 건네는 모습이다. 그런데 왜 시인은 그 풍경을 묘사하기 위한 단어로 '색(色)'을 택했는가. 시인은 어떤 동물의 죽음에 관한 한 방관자이다. 그는 바라보고 있을 뿐이고, 자기 소유인 양 동물의 체온을 증언하지 않기 위해 '색(色)'이라고 쓸 수밖에 없었는지도 모른다. 한편 우리는 시인이 '색(色)'에 관하여 '녹아들고' '문드러지고' '물든다'고 쓸 수밖에 없었던 마음도 살피게 된다. 체온을 색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고, 색(色)을 체온처럼 비유할 수밖에 없는 이 머뭇거림이 윤리적이다. 시의 마지막 부분에서 죽음의 사건조차 염소와 어둠의 물듦으로 표현할 때, 시인은 근본적으로 존재는 타자를 향한 넘침으로 존립한다고 말하는 셈이다.
- 박동억(문학평론가)
가령, 색(色)이 없다는 말은 그 안에 모든 색이 녹아들어
아무것도 제 색을 낼 수 없다는 말
나는 이런 것을 보았다
가뭇없이 문드러지는 꽃잎 위에 배롱나무는
자꾸만 새 꽃잎 떨구어 붉은 이불 덮었다
또, 어떤 어미 거위는 부화일이 한참 지난
곯아버린 알에서 제 뱃바닥의 체온을 거두지 않고,
소나무 껍질 갉아먹던 염소가
검은 핏덩이 눈밭에 쏟아놓고
끝내 곁에서 어둠으로 물들어 가는 것을,
- 「무색(無色)」 전문
"나는 이런 것을 보았다"고 시인이 말할 때, 그는 체온을 보고 있다. 이미 곯아버린 달걀을 품는 어미 거위 앞에서, 새끼를 낳고 싸늘하게 식어가는 어미 염소 앞에서, 시인은 건네어지려는 체온을 본다. 그것은 한 생명이 온힘을 다하여 다른 생명에게 체온을 건네는 모습이다. 그런데 왜 시인은 그 풍경을 묘사하기 위한 단어로 '색(色)'을 택했는가. 시인은 어떤 동물의 죽음에 관한 한 방관자이다. 그는 바라보고 있을 뿐이고, 자기 소유인 양 동물의 체온을 증언하지 않기 위해 '색(色)'이라고 쓸 수밖에 없었는지도 모른다. 한편 우리는 시인이 '색(色)'에 관하여 '녹아들고' '문드러지고' '물든다'고 쓸 수밖에 없었던 마음도 살피게 된다. 체온을 색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고, 색(色)을 체온처럼 비유할 수밖에 없는 이 머뭇거림이 윤리적이다. 시의 마지막 부분에서 죽음의 사건조차 염소와 어둠의 물듦으로 표현할 때, 시인은 근본적으로 존재는 타자를 향한 넘침으로 존립한다고 말하는 셈이다.
- 박동억(문학평론가)
목차
목차
제1부
집 속의 집 ㆍ 13
혼자 울지 마라 ㆍ 14
가슴에 가득 차서 말이 되었다 ㆍ 16
무색(無色) ㆍ 18
황벽나무 ㆍ 19
떼 ㆍ 22
은행나무 ㆍ 24
십일월 ㆍ 26
아침 ㆍ 27
해바라기 ㆍ 28
반려목 ㆍ 30
공중 수도원 ㆍ 31
구월 ㆍ 34
제2부
모른 체하기 ㆍ 37
포란의 시(詩) ㆍ 38
갈골 과원(果園) ㆍ 40
라벨의 볼레로를 듣는다 ㆍ 42
접목 ㆍ 44
증명사진 ㆍ 45
개의 임종 ㆍ 46
아무도 죽지 않은 가을날 ㆍ 48
중복 ㆍ 50
생강나무 꽃 ㆍ 52
쏙닥쏙닥 ㆍ 53
참새들 ㆍ 54
식은 눈 ㆍ 56
사마귀 ㆍ 58
서정시인 ㆍ 60
제3부
청산 백산 ㆍ 63
나비와 오수 ㆍ 64
새벽 눈 ㆍ 65
저녁 1 ㆍ 66
저녁 2 ㆍ 67
목단 ㆍ 68
농부 ㆍ 70
닮고 싶은 사람 ㆍ 71
늙은 오리의 숲 ㆍ 74
사과 익을 무렵 ㆍ 75
장착 ㆍ 76
돌배나무 ㆍ 78
심봉사 사과 ㆍ 80
적막한 길 ㆍ 81
꽃을 보고 열매를 헤아리는 농부처럼 ㆍ 82
말뚝 성전 ㆍ 84
제4부
소요유 ㆍ 87
처음 보는 꽃 ㆍ 88
섬 ㆍ 90
산정묘지 ㆍ 91
K화백의 유작展 ㆍ 92
나침반 ㆍ 94
봄 ㆍ 95
성북역 ㆍ 96
멍석딸기 ㆍ 98
형제여, ㆍ 99
한련화 ㆍ 100
배 ㆍ 102
눈 오는 날 메주콩을 삶다 ㆍ 103
개미 ㆍ 104
해설
차경(差境)의 시학 ㆍ 박동억(문학평론가) ㆍ 105
집 속의 집 ㆍ 13
혼자 울지 마라 ㆍ 14
가슴에 가득 차서 말이 되었다 ㆍ 16
무색(無色) ㆍ 18
황벽나무 ㆍ 19
떼 ㆍ 22
은행나무 ㆍ 24
십일월 ㆍ 26
아침 ㆍ 27
해바라기 ㆍ 28
반려목 ㆍ 30
공중 수도원 ㆍ 31
구월 ㆍ 34
제2부
모른 체하기 ㆍ 37
포란의 시(詩) ㆍ 38
갈골 과원(果園) ㆍ 40
라벨의 볼레로를 듣는다 ㆍ 42
접목 ㆍ 44
증명사진 ㆍ 45
개의 임종 ㆍ 46
아무도 죽지 않은 가을날 ㆍ 48
중복 ㆍ 50
생강나무 꽃 ㆍ 52
쏙닥쏙닥 ㆍ 53
참새들 ㆍ 54
식은 눈 ㆍ 56
사마귀 ㆍ 58
서정시인 ㆍ 60
제3부
청산 백산 ㆍ 63
나비와 오수 ㆍ 64
새벽 눈 ㆍ 65
저녁 1 ㆍ 66
저녁 2 ㆍ 67
목단 ㆍ 68
농부 ㆍ 70
닮고 싶은 사람 ㆍ 71
늙은 오리의 숲 ㆍ 74
사과 익을 무렵 ㆍ 75
장착 ㆍ 76
돌배나무 ㆍ 78
심봉사 사과 ㆍ 80
적막한 길 ㆍ 81
꽃을 보고 열매를 헤아리는 농부처럼 ㆍ 82
말뚝 성전 ㆍ 84
제4부
소요유 ㆍ 87
처음 보는 꽃 ㆍ 88
섬 ㆍ 90
산정묘지 ㆍ 91
K화백의 유작展 ㆍ 92
나침반 ㆍ 94
봄 ㆍ 95
성북역 ㆍ 96
멍석딸기 ㆍ 98
형제여, ㆍ 99
한련화 ㆍ 100
배 ㆍ 102
눈 오는 날 메주콩을 삶다 ㆍ 103
개미 ㆍ 104
해설
차경(差境)의 시학 ㆍ 박동억(문학평론가) ㆍ 105
저자
저자
정용주
경기 여주에서 태어나 2005년 《내일을 여는 작가》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인디언의 女子』 『그렇게 될 것은 결국 그렇게 된다』, 산문집 『나는 꼭 행복해야 하는가』 『고고춤이나 춥시다』 『나는 숲속의 게으름뱅이』 등이 있다. 현재 경북 봉화 산골에서 기거하며 그럭저럭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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