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붙여준 꽃말은 미혹이었다(시인동네 시인선 152)
김가령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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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혹과 미혹 사이의 역설적 비애
2015년 《전북도민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김가령 시인의 첫 시집 『너에게 붙여준 꽃말은 미혹이었다』가 시인동네 시인선 152로 출간되었다. 2020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창작기금을 수혜하면서 작품성을 인정받은 이 시집은 한마디로 역설과 아이러니의 진수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이 시집을 읽다 보면 선명한 이미지와 명료한 진술, 시원시원한 여백들이 시를 읽는 즐거움을 한껏 안겨줄 것이다.
2015년 《전북도민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김가령 시인의 첫 시집 『너에게 붙여준 꽃말은 미혹이었다』가 시인동네 시인선 152로 출간되었다. 2020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창작기금을 수혜하면서 작품성을 인정받은 이 시집은 한마디로 역설과 아이러니의 진수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이 시집을 읽다 보면 선명한 이미지와 명료한 진술, 시원시원한 여백들이 시를 읽는 즐거움을 한껏 안겨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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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해설 엿보기]
다정한 사물과 경쾌한 상상력, 명랑한 슬픔으로 한 권의 시집을 묶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으랴! 김가령 시인의 첫 시집 『너에게 붙여준 꽃말은 미혹이었다』의 원고를 읽고 나니,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서두를 장식하는 시편들의 발걸음은 경쾌하였다. '첫'이라는 관형사가 말해주듯, 때 묻지 않는 감각들이 눈부셨다. 선명한 이미지와 명료한 진술, 시원시원한 여백들이 시를 읽는 즐거움을 한껏 안겨주었다. 그런데 시집을 읽어갈수록 눈앞이 무거워지고 깊어지는 게 아닌가. 문장 뒷면의 얼룩들이 배어나오는 것 같았다. 이 지상의 발걸음이 마냥 다정하고 경쾌하게 이어질 순 없기 때문이리라.
우리의 삶은 언제나 막막하고 불투명하다. 시인은 일상적 체험을 통해 자기 앞의 생, 나아가 인간 삶의 의미와 본질을 탐문하기 마련인데, 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도무지 해명되지 않는다. 이를 어이하랴. 언어는 한 발짝도 그 의미를 벗어날 수 없으며, 세계는 거대한 관념의 덩어리로 존재한다. 결국 시인은, 그가 원했든 그렇지 않았든, 오랜 방황의 결과물이든 순식간에 얻어낸 깨달음이든, 이 세계에 대응하는 방식을 구축한다. 다시 말해 존재론적 성찰의 방법론을 갖게 된다. 그렇다면 김가령 시인의 경우는 어떤가? 그는 이 세계를 공간적 구조물로 바꿔놓는다.
바닥이 비었다 비어 있어 안이다
일정한 방향으로 입구와 출구가 도착해 있다
허공은 적막으로 실려 갈까
함께 몸을 부딪칠까
출구 앞에서 입구를 찾는다
콘크리트의 감정
그것은 내가 모르는 명제이다
고체가 되거나 액체가 되어 흐르지만
그것은 내가 모르는 척해야 할 논리이다
바닥에는 불완전한 네모가 있고
비둘기가 있고 휘파람이 있지만
유효한 거주권이 없다
바닥에 묻어둔 이름들을 불러보면
물컹해지는 것들이 뼈를 갖기 시작한다
아직 의미가 완성되지 않는다
생각을 잊는다
건물들이 글자처럼 자라난다
도시라는 문장을 완성한다
나는 끝까지 발견되지 않는다
바닥은 여전히 비어 있다
비어 있어 안전하다
- 「고딕체」 전문
"콘크리트" "건물"과 그 안쪽의 "바닥"이 대비되어 있다. 외부의 형상이 세계라면, 내부는 시적 주체의 내면이겠다. 시적 주체는 바닥을 응시함으로써 "바닥에 묻어둔" 것을 인지하게 되는데, 이는 머릿속의 기억을 현재진행형으로 전환시켜 그 기억을 다시 살아내는 행위이다. 그러나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시적 주체는 굳이 '기억 속의 존재'를 호명한다. "아직 의미가 완성되지 않는" "생각"과 "문장"을 불러내기 위해서다.
따라서 이 바닥은 과거와 현재의 접점이면서 미래로 이어지는 통로가 된다. 누구나 쉽게 수긍할 수 있는 공간이다. 그런데 시적 주체는 느닷없이 "나는 끝까지 발견되지 않는다"고 선언한다. 여기엔 '나는 은폐되어 있다'는 의미와 '자취를 감춘다'는 의미가 겹쳐져 있다. 피동형의 주체와 능동형의 주체가 중첩되어 있는데, 이를 능동형으로 읽을 경우, '줄곧 여기에 머무르지 않겠다'는 시적 주체의 의지의 표명이 된다. 그러니까 "일정한 방향으로" 구획된, 다시 말해 콘크리트처럼 고착화된 현실을 액면 그대로 수용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여주는 셈이다.
따라서 우리는 이 시를 시인의 메타시(metapoem)로 읽을 수 있겠다. 이와 같은 '바닥'이 시집 곳곳에 발견된다. 이를테면 "벽에 걸지 못한 말들", 즉 "상상과 몽상"의 언어가 나뒹구는 방바닥(「당신은 이제 늙었다」)이 있는가 하면, "취기 오른 시어들이" 쏟아지고 "어둠만 죽어라 베껴 쓰는" "반지하 원룸"의 방바닥(「변방의 상속자」)이 있다. 시 창작의 현장을 담아낸 듯하다. 그런가 하면 「이후」에선 "신발이 출렁이고 물 안에 새로운 길들이 생"기는 강바닥이 펼쳐지고 그와 동시에 "물수제비를 뜰 때 돌이 지나간 자리"의 "상처"가 우리에게 각인된다.
시인은 왜 이토록 '바닥'을 들먹이는가? 바닥은 현실 인식의 밑바탕이기 때문이다. 시인은 여기에 시적 주체를 존립시켜 '타자'와의 관계를 살피게 된다.
-오정국(시인·한서대 교수)
[시인의 산문]
파문이 빚어내는 무늬들을 오랫동안 바라본 적 있다.
무늬 속에 한 사람이 잠겨 있었다.
꽃으로 보면 향기롭고, 필체로 보면 유려했다.
그 집요한 일렁거림 속에
꽃과 문장이 겹쳤다.
그것은 배웅일까 결별일까
마음속에 파랑이 일었다.
다정한 사물과 경쾌한 상상력, 명랑한 슬픔으로 한 권의 시집을 묶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으랴! 김가령 시인의 첫 시집 『너에게 붙여준 꽃말은 미혹이었다』의 원고를 읽고 나니,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서두를 장식하는 시편들의 발걸음은 경쾌하였다. '첫'이라는 관형사가 말해주듯, 때 묻지 않는 감각들이 눈부셨다. 선명한 이미지와 명료한 진술, 시원시원한 여백들이 시를 읽는 즐거움을 한껏 안겨주었다. 그런데 시집을 읽어갈수록 눈앞이 무거워지고 깊어지는 게 아닌가. 문장 뒷면의 얼룩들이 배어나오는 것 같았다. 이 지상의 발걸음이 마냥 다정하고 경쾌하게 이어질 순 없기 때문이리라.
우리의 삶은 언제나 막막하고 불투명하다. 시인은 일상적 체험을 통해 자기 앞의 생, 나아가 인간 삶의 의미와 본질을 탐문하기 마련인데, 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도무지 해명되지 않는다. 이를 어이하랴. 언어는 한 발짝도 그 의미를 벗어날 수 없으며, 세계는 거대한 관념의 덩어리로 존재한다. 결국 시인은, 그가 원했든 그렇지 않았든, 오랜 방황의 결과물이든 순식간에 얻어낸 깨달음이든, 이 세계에 대응하는 방식을 구축한다. 다시 말해 존재론적 성찰의 방법론을 갖게 된다. 그렇다면 김가령 시인의 경우는 어떤가? 그는 이 세계를 공간적 구조물로 바꿔놓는다.
바닥이 비었다 비어 있어 안이다
일정한 방향으로 입구와 출구가 도착해 있다
허공은 적막으로 실려 갈까
함께 몸을 부딪칠까
출구 앞에서 입구를 찾는다
콘크리트의 감정
그것은 내가 모르는 명제이다
고체가 되거나 액체가 되어 흐르지만
그것은 내가 모르는 척해야 할 논리이다
바닥에는 불완전한 네모가 있고
비둘기가 있고 휘파람이 있지만
유효한 거주권이 없다
바닥에 묻어둔 이름들을 불러보면
물컹해지는 것들이 뼈를 갖기 시작한다
아직 의미가 완성되지 않는다
생각을 잊는다
건물들이 글자처럼 자라난다
도시라는 문장을 완성한다
나는 끝까지 발견되지 않는다
바닥은 여전히 비어 있다
비어 있어 안전하다
- 「고딕체」 전문
"콘크리트" "건물"과 그 안쪽의 "바닥"이 대비되어 있다. 외부의 형상이 세계라면, 내부는 시적 주체의 내면이겠다. 시적 주체는 바닥을 응시함으로써 "바닥에 묻어둔" 것을 인지하게 되는데, 이는 머릿속의 기억을 현재진행형으로 전환시켜 그 기억을 다시 살아내는 행위이다. 그러나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시적 주체는 굳이 '기억 속의 존재'를 호명한다. "아직 의미가 완성되지 않는" "생각"과 "문장"을 불러내기 위해서다.
따라서 이 바닥은 과거와 현재의 접점이면서 미래로 이어지는 통로가 된다. 누구나 쉽게 수긍할 수 있는 공간이다. 그런데 시적 주체는 느닷없이 "나는 끝까지 발견되지 않는다"고 선언한다. 여기엔 '나는 은폐되어 있다'는 의미와 '자취를 감춘다'는 의미가 겹쳐져 있다. 피동형의 주체와 능동형의 주체가 중첩되어 있는데, 이를 능동형으로 읽을 경우, '줄곧 여기에 머무르지 않겠다'는 시적 주체의 의지의 표명이 된다. 그러니까 "일정한 방향으로" 구획된, 다시 말해 콘크리트처럼 고착화된 현실을 액면 그대로 수용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여주는 셈이다.
따라서 우리는 이 시를 시인의 메타시(metapoem)로 읽을 수 있겠다. 이와 같은 '바닥'이 시집 곳곳에 발견된다. 이를테면 "벽에 걸지 못한 말들", 즉 "상상과 몽상"의 언어가 나뒹구는 방바닥(「당신은 이제 늙었다」)이 있는가 하면, "취기 오른 시어들이" 쏟아지고 "어둠만 죽어라 베껴 쓰는" "반지하 원룸"의 방바닥(「변방의 상속자」)이 있다. 시 창작의 현장을 담아낸 듯하다. 그런가 하면 「이후」에선 "신발이 출렁이고 물 안에 새로운 길들이 생"기는 강바닥이 펼쳐지고 그와 동시에 "물수제비를 뜰 때 돌이 지나간 자리"의 "상처"가 우리에게 각인된다.
시인은 왜 이토록 '바닥'을 들먹이는가? 바닥은 현실 인식의 밑바탕이기 때문이다. 시인은 여기에 시적 주체를 존립시켜 '타자'와의 관계를 살피게 된다.
-오정국(시인·한서대 교수)
[시인의 산문]
파문이 빚어내는 무늬들을 오랫동안 바라본 적 있다.
무늬 속에 한 사람이 잠겨 있었다.
꽃으로 보면 향기롭고, 필체로 보면 유려했다.
그 집요한 일렁거림 속에
꽃과 문장이 겹쳤다.
그것은 배웅일까 결별일까
마음속에 파랑이 일었다.
목차
목차
제1부
스팸 ㆍ 13
버그 ㆍ 14
프랙털 ㆍ 16
오카리나 ㆍ 18
고딕체 ㆍ 20
연필 ㆍ 22
토마토는 주렁주렁ㆍ 23
부재의 형태ㆍ 24
난파선은 난파선 속으로 ㆍ 26
하지정맥 ㆍ 28
당신은 이제 늙었다ㆍ 30
토르소 ㆍ 32
구름의 방식ㆍ 33
변방의 상속자ㆍ 34
식물의 시간ㆍ 36
너에게 붙여준 꽃말은 미혹이었다ㆍ 38
바스키에게 ㆍ 40
조등 ㆍ 42
제2부
재개발 ㆍ 45
사월 ㆍ 46
휴일 ㆍ 48
손도장 ㆍ 50
클라이밍 ㆍ 52
오늘의 안부ㆍ 54
꽃의 시작ㆍ 56
거미집 ㆍ 57
뫼비우스 ㆍ 58
하양에서 나비가 빠져나가는 동안ㆍ 60
불면 ㆍ 62
너를 펼친다ㆍ 64
코스모스 ㆍ 66
새벽 이데아ㆍ 67
크레용 ㆍ 68
나비는 생각도 없이ㆍ 70
24시 편의점 ㆍ 72
데칼코마니 ㆍ 74
제3부
사과밭 ㆍ 77
망치 ㆍ 78
이후 ㆍ 80
그네의 목적ㆍ 82
골목 이데아ㆍ 84
도요새와 갯벌 사이ㆍ 85
철거를 시작하는 담장 ㆍ 86
다정한 욕ㆍ 88
재스민 ㆍ 90
엉겅퀴의 시간ㆍ 92
쓸쓸함의 배후ㆍ 94
행진 ㆍ 95
내비게이션 ㆍ 96
관성 ㆍ 98
물총새를 깨우다ㆍ 100
소문 ㆍ 102
거품 ㆍ 104
해설
오정국(시인·한서대 교수) ㆍ 105
스팸 ㆍ 13
버그 ㆍ 14
프랙털 ㆍ 16
오카리나 ㆍ 18
고딕체 ㆍ 20
연필 ㆍ 22
토마토는 주렁주렁ㆍ 23
부재의 형태ㆍ 24
난파선은 난파선 속으로 ㆍ 26
하지정맥 ㆍ 28
당신은 이제 늙었다ㆍ 30
토르소 ㆍ 32
구름의 방식ㆍ 33
변방의 상속자ㆍ 34
식물의 시간ㆍ 36
너에게 붙여준 꽃말은 미혹이었다ㆍ 38
바스키에게 ㆍ 40
조등 ㆍ 42
제2부
재개발 ㆍ 45
사월 ㆍ 46
휴일 ㆍ 48
손도장 ㆍ 50
클라이밍 ㆍ 52
오늘의 안부ㆍ 54
꽃의 시작ㆍ 56
거미집 ㆍ 57
뫼비우스 ㆍ 58
하양에서 나비가 빠져나가는 동안ㆍ 60
불면 ㆍ 62
너를 펼친다ㆍ 64
코스모스 ㆍ 66
새벽 이데아ㆍ 67
크레용 ㆍ 68
나비는 생각도 없이ㆍ 70
24시 편의점 ㆍ 72
데칼코마니 ㆍ 74
제3부
사과밭 ㆍ 77
망치 ㆍ 78
이후 ㆍ 80
그네의 목적ㆍ 82
골목 이데아ㆍ 84
도요새와 갯벌 사이ㆍ 85
철거를 시작하는 담장 ㆍ 86
다정한 욕ㆍ 88
재스민 ㆍ 90
엉겅퀴의 시간ㆍ 92
쓸쓸함의 배후ㆍ 94
행진 ㆍ 95
내비게이션 ㆍ 96
관성 ㆍ 98
물총새를 깨우다ㆍ 100
소문 ㆍ 102
거품 ㆍ 104
해설
오정국(시인·한서대 교수) ㆍ 105
저자
저자
김가령
경북 경산에서 태어나 2015년 《전북도민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2020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창작기금을 수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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