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과 뱀과 소녀를(시인동네 시인선 159)
권순자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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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서사와 시
1986년 《포항문학》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권순자 시인의 아홉 시집 『소년과 뱀과 소녀를』이 시인동네 시인선 159로 출간되었다. 시인으로서 산다는 건 지상의 모든 인간과 사물의 성스러운 신비를 경험하면서 사는 것이다. 자신의 마음을 비우고 모든 사물이 스스로를 드러낼 때까지 권순자 시인은 기다리고 기다린다. 이번 시집은 그 기다림의 결정체라 할 수 있다.
1986년 《포항문학》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권순자 시인의 아홉 시집 『소년과 뱀과 소녀를』이 시인동네 시인선 159로 출간되었다. 시인으로서 산다는 건 지상의 모든 인간과 사물의 성스러운 신비를 경험하면서 사는 것이다. 자신의 마음을 비우고 모든 사물이 스스로를 드러낼 때까지 권순자 시인은 기다리고 기다린다. 이번 시집은 그 기다림의 결정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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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시는 기본적으로 불친절한 장르다. 서정적 장르의 개념을 '작품 외적 세계의 개입이 없는 세계의 자아화'라고 했을 때 이미 그 속에 시란 장르의 소통의 어려움이 내재돼 있음을 알 수 있다. '세계의 자아화'란 결국 세상을 화자의 시각으로 재구성한다는 걸 의미한다. 좀 더 노골적으로 말하자면 세상을 자기 마음대로 규정하고 표현한다는 의미이다. 시의 내용이 지극히 주관적인 생각이나 감정일 수 있음을 말한다. 그러니 평소 개인적 친분 관계도 없고 시인에 대한 사전 정보도 없는 상황에서 짧은 시를 통해 시인이 말하고자 하는 생각과 느낌을 순간적으로 이해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독자로서의 감정이입도 쉽지 않다. 더군다나 가장 짧은 장르인 시의 특성상 독자로선 시의 내용이 전후 맥락도 없고, 친절한 상황 설명도 부족하다고 느낄 가능성이 크다. 시인이 순간적으로 포착한 대상에 대한 느낌과 생각을 표현해놓은 문장들이 독자에겐 한없이 생뚱맞게 느껴질 수 있다. (간혹 그게 매력일 수도 있다.) 물론 시에도 기승전결이 있고 나름의 플롯과 문법이 있겠지만 일반 독자들에게 그 모든 걸 이해해 달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일단 봐서 모르겠으면 그냥 모르는 거다. 많은 경우 작품의 배경과 화자의 상황 혹은 소재나 주제를 작품의 제목을 통해 유추하거나 판단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것도 제목과 작품의 내용이 잘 부합된 경우가 아니면 어렵다. 그래서 그렇다. 시를 쓰고 있는 나에게도 남의 시를 읽는 일은 기대감이나 즐거움과 함께 항상 곤혹스러움이 동반된다.
권순자 시집 『소년과 뱀과 소녀를』 읽으며 느끼게 되는 곤혹스러움 또한 마찬가지다. 그 곤혹스러움 속엔 권순자의 시를 다른 시인의 시와 변별되게 하는 존재 이유와 부정의 이유가 공존하고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 곤혹스러움의 정체를 성급히 모두 언어화할 수 있는 것도 아니어서 일단은 해석되지 않는 신비로 간직하고 있을 수밖에 없다.
내가 권순자의 이 시집을 읽으며 주목한 것은 기억의 서사다. 이 시집에 실린 상당수의 시에서 시인은 과거의 장면을 소환한다. 어린 시절부터 현재의 어느 시점까지, 시인의 고향일지도 모를 바닷가나 산골 혹은 어느 시골을 배경으로, 소년과 어머니와 애인에 대한 기억이 시 속에 출몰한다. 그 소년이 자라서 성인 남자가 되고 애인이 된 것인지 그 연속성을 확인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 시집 속에 어느 정도의 일관된 기억의 흐름이 존재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물가에서 짱돌을 찾아
수십 번 수백 번 물속으로 서러움과
울분의 날개를 날려 보냈다
짱돌은 거칠게 물 위를 날아오르다가
첨벙첨벙
물속으로 제 몸무게를 이기지 못해
아리고 덜 자란 몸을 쑤셔 박고 말았다
물수제비로 수면을 네댓 번
가볍게 제 몸을 날려 물결 잔등을 튕기어
새도 아닌 것이
새라도 되고 싶어서
돌은, 날개를 펴고 날아갔다
물결도
돌이 뜨겁게 날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안다는 듯
손바닥으로 받쳐주고
제 품을 열어 멀리 흘러가 주었다
낮게 날던 제비마저
돌을 물고 비상이라도 해주고 싶었을까
물결을 뜨겁게 끌어안고
돌은, 자글거리며 흘렀다
- 「짱돌」 전문
물가의 물수제비 장면이 왠지 황순원의 소설 「소나기」를 연상하게 만드는 이 시는 "새도 아닌 것이/새라도 되고 싶어서" 발버둥 치고, "날마다 가출하고 날마다 귀가"(「유목의 시대」)하며, 망명을 꿈꾸던 어린 시절의 편린을 보여주고 있다. "물결을 뜨겁게 끌어안고/돌은, 자글거리며 흘렀다"라는 구절로 끝나는 이 「짱돌」은 젊은 날의 알 수 없는 서러움과 분노와 갈망의 이미지를 그리고 있다. 뜨거운 가슴은 있으나 미지의 미래에 대한 불안과 공포로 항상 종종걸음을 칠 수밖에 없는 것이 젊은 날이나 그 불안의 정체는 오리무중인 것이 특징이다. 혹시 그 열망이나 불안이 이성을 향한 육체적 욕망의 흔적은 아닌가 생각해보게도 된다.
- 이동재(시인)
■ 시인의 산문
한때는 세상을 거슬러 너에게 가느라 마음이 젖은 적이 있다. 찢기고 피멍 든 시간이 오래 멍울 져 장미처럼 붉었던 적이 있다. 너의 노래는 기타 속에서만 아름다웠다. 그것마저도 어딘가 닿는 순간 흩어져 버렸지만, 노래의 귀환을 기다리는 나의 마음은 밤에도 닫히지 않았다. 너를 버리고서야 비로소 너를 그리워하는 차가운 눈빛들…… 여러 개의 입술을 가진 너를 나는 얼마나 오래 사랑해왔던가.
권순자 시집 『소년과 뱀과 소녀를』 읽으며 느끼게 되는 곤혹스러움 또한 마찬가지다. 그 곤혹스러움 속엔 권순자의 시를 다른 시인의 시와 변별되게 하는 존재 이유와 부정의 이유가 공존하고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 곤혹스러움의 정체를 성급히 모두 언어화할 수 있는 것도 아니어서 일단은 해석되지 않는 신비로 간직하고 있을 수밖에 없다.
내가 권순자의 이 시집을 읽으며 주목한 것은 기억의 서사다. 이 시집에 실린 상당수의 시에서 시인은 과거의 장면을 소환한다. 어린 시절부터 현재의 어느 시점까지, 시인의 고향일지도 모를 바닷가나 산골 혹은 어느 시골을 배경으로, 소년과 어머니와 애인에 대한 기억이 시 속에 출몰한다. 그 소년이 자라서 성인 남자가 되고 애인이 된 것인지 그 연속성을 확인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 시집 속에 어느 정도의 일관된 기억의 흐름이 존재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물가에서 짱돌을 찾아
수십 번 수백 번 물속으로 서러움과
울분의 날개를 날려 보냈다
짱돌은 거칠게 물 위를 날아오르다가
첨벙첨벙
물속으로 제 몸무게를 이기지 못해
아리고 덜 자란 몸을 쑤셔 박고 말았다
물수제비로 수면을 네댓 번
가볍게 제 몸을 날려 물결 잔등을 튕기어
새도 아닌 것이
새라도 되고 싶어서
돌은, 날개를 펴고 날아갔다
물결도
돌이 뜨겁게 날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안다는 듯
손바닥으로 받쳐주고
제 품을 열어 멀리 흘러가 주었다
낮게 날던 제비마저
돌을 물고 비상이라도 해주고 싶었을까
물결을 뜨겁게 끌어안고
돌은, 자글거리며 흘렀다
- 「짱돌」 전문
물가의 물수제비 장면이 왠지 황순원의 소설 「소나기」를 연상하게 만드는 이 시는 "새도 아닌 것이/새라도 되고 싶어서" 발버둥 치고, "날마다 가출하고 날마다 귀가"(「유목의 시대」)하며, 망명을 꿈꾸던 어린 시절의 편린을 보여주고 있다. "물결을 뜨겁게 끌어안고/돌은, 자글거리며 흘렀다"라는 구절로 끝나는 이 「짱돌」은 젊은 날의 알 수 없는 서러움과 분노와 갈망의 이미지를 그리고 있다. 뜨거운 가슴은 있으나 미지의 미래에 대한 불안과 공포로 항상 종종걸음을 칠 수밖에 없는 것이 젊은 날이나 그 불안의 정체는 오리무중인 것이 특징이다. 혹시 그 열망이나 불안이 이성을 향한 육체적 욕망의 흔적은 아닌가 생각해보게도 된다.
- 이동재(시인)
■ 시인의 산문
한때는 세상을 거슬러 너에게 가느라 마음이 젖은 적이 있다. 찢기고 피멍 든 시간이 오래 멍울 져 장미처럼 붉었던 적이 있다. 너의 노래는 기타 속에서만 아름다웠다. 그것마저도 어딘가 닿는 순간 흩어져 버렸지만, 노래의 귀환을 기다리는 나의 마음은 밤에도 닫히지 않았다. 너를 버리고서야 비로소 너를 그리워하는 차가운 눈빛들…… 여러 개의 입술을 가진 너를 나는 얼마나 오래 사랑해왔던가.
목차
목차
제1부
떠돌이별ㆍ13/짱돌ㆍ14/거미집ㆍ16/망명 케이크ㆍ18/유목의 시대ㆍ20/이상한 귀ㆍ22/뿌리의 힘ㆍ24/에덴여인숙ㆍ26/애월ㆍ28/구름밥ㆍ30/천 개의 달ㆍ32/멸치ㆍ34/봄밤 한 접시ㆍ36/굴러가는 것들ㆍ38
제2부
소년과 뱀과 소녀를ㆍ41/얼음꽃ㆍ42/삐걱거림에 대하여ㆍ44/애인이 기다리는 저녁ㆍ46/버드나무 잔가지ㆍ47/원심력 분석ㆍ48/구두ㆍ50/가자미 후생ㆍ52/장미가 말라갈 때ㆍ54/목련 편지ㆍ56/겨울의 끝ㆍ57/통조림 속의 잠ㆍ58/고양이 축배ㆍ60/백련ㆍ62
제3부
누군가 오는 소리ㆍ65/잠실(蠶室)ㆍ66/피아노 아버지ㆍ68/풍경의 자세ㆍ70/골목의 기억ㆍ72/야밤의 시인ㆍ74/아이스크림 먹는 여자ㆍ76/당신과 머물던 섬에도 비 내리고 있을까요ㆍ77/고양이 눈을 비추는 눈물ㆍ78/지금 봄 지급ㆍ80/소리의 통증ㆍ82/꽃처럼 돌이 무늬 질 때ㆍ84/거품의 집ㆍ86/곰장어ㆍ88
제4부
마법의 여름ㆍ91/당신이 떠난 계절ㆍ92/구길리ㆍ93/행성 추리탐색기ㆍ94/복사꽃 마을ㆍ96/나의 연애는 짧았습니다ㆍ98/폭설ㆍ99/구름 애인ㆍ100/쥐들의 저녁ㆍ102/달빛 사과밭ㆍ103/빈집ㆍ104/모란시장 칼국숫집에서ㆍ106/별리ㆍ108
해설 기억의 서사와 시/이동재(시인)ㆍ109
떠돌이별ㆍ13/짱돌ㆍ14/거미집ㆍ16/망명 케이크ㆍ18/유목의 시대ㆍ20/이상한 귀ㆍ22/뿌리의 힘ㆍ24/에덴여인숙ㆍ26/애월ㆍ28/구름밥ㆍ30/천 개의 달ㆍ32/멸치ㆍ34/봄밤 한 접시ㆍ36/굴러가는 것들ㆍ38
제2부
소년과 뱀과 소녀를ㆍ41/얼음꽃ㆍ42/삐걱거림에 대하여ㆍ44/애인이 기다리는 저녁ㆍ46/버드나무 잔가지ㆍ47/원심력 분석ㆍ48/구두ㆍ50/가자미 후생ㆍ52/장미가 말라갈 때ㆍ54/목련 편지ㆍ56/겨울의 끝ㆍ57/통조림 속의 잠ㆍ58/고양이 축배ㆍ60/백련ㆍ62
제3부
누군가 오는 소리ㆍ65/잠실(蠶室)ㆍ66/피아노 아버지ㆍ68/풍경의 자세ㆍ70/골목의 기억ㆍ72/야밤의 시인ㆍ74/아이스크림 먹는 여자ㆍ76/당신과 머물던 섬에도 비 내리고 있을까요ㆍ77/고양이 눈을 비추는 눈물ㆍ78/지금 봄 지급ㆍ80/소리의 통증ㆍ82/꽃처럼 돌이 무늬 질 때ㆍ84/거품의 집ㆍ86/곰장어ㆍ88
제4부
마법의 여름ㆍ91/당신이 떠난 계절ㆍ92/구길리ㆍ93/행성 추리탐색기ㆍ94/복사꽃 마을ㆍ96/나의 연애는 짧았습니다ㆍ98/폭설ㆍ99/구름 애인ㆍ100/쥐들의 저녁ㆍ102/달빛 사과밭ㆍ103/빈집ㆍ104/모란시장 칼국숫집에서ㆍ106/별리ㆍ108
해설 기억의 서사와 시/이동재(시인)ㆍ109
저자
저자
권순자
시인
1986년 《포항문학》으로 작품 활동 시작, 2003년 《심상》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바다로 간 사내』 『우목횟집』 『검은 늪』 『낭만적인 악수』 『붉은 꽃에 대한 명상』 『순례자』 『천 개의 눈물』 『청춘 고래』, 시선집 『애인이 기다리는 저녁』, 영역시집 『Mother's Dawn』(『검은 늪』 영역), 수필집 『사랑해요 고등어 씨』 등이 있다.
1986년 《포항문학》으로 작품 활동 시작, 2003년 《심상》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바다로 간 사내』 『우목횟집』 『검은 늪』 『낭만적인 악수』 『붉은 꽃에 대한 명상』 『순례자』 『천 개의 눈물』 『청춘 고래』, 시선집 『애인이 기다리는 저녁』, 영역시집 『Mother's Dawn』(『검은 늪』 영역), 수필집 『사랑해요 고등어 씨』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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