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명할 수 없는 문장들(문학의전당 시인선 346)
최규환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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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경(邊境)에서 발견한 시의 숭고함과 사소함
1993년 《시세계》로 등단한 최규환 시인이 오랜 침묵을 깨고 두 번째 시집 『설명할 수 없는 문장들』을 문학의전당 시인선 346으로 출간하였다. 비애와 자유의 형식으로 틈입되어 있는 최규환의 시는 그것이 죽음과의 교환의 형식으로 존재한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그것은 세계에 대한 불화이자 불타오르는 내면의 기록이라 할 수 있다.
1993년 《시세계》로 등단한 최규환 시인이 오랜 침묵을 깨고 두 번째 시집 『설명할 수 없는 문장들』을 문학의전당 시인선 346으로 출간하였다. 비애와 자유의 형식으로 틈입되어 있는 최규환의 시는 그것이 죽음과의 교환의 형식으로 존재한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그것은 세계에 대한 불화이자 불타오르는 내면의 기록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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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최규환의 '시인의 말'을 읽으며 시를 쓰는 자들이란 분명 세계의 비의를 들추어 보려는 자들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된다. "보이는 것은 뭐든지/감춰진 내막으로 번져 있다."는 문장은 사물 혹은 세계란 그 무엇도 이면의 내막을 지니고 있다는 의미로 읽힌다. 무릇 시인이란 바로 이 감추어진 세계를 뒤집어보고자 하는 자들이다. 이규보는 시마(詩魔)의 다섯 가지 죄상을 말하며 그 가운데 하나를 다음과 같이 지적하였다. "천기를 누설하면서도 당돌하여 그칠 줄 모르고, 사람의 마음을 꿰뚫어 세상을 놀라게 하는 죄다. 삼라만상은 저마다 조화와 신비를 간직하고 있다. 그 신비를 염탐하고 천기를 누설하는 데 거리낌이 없다." 저도 모르게 천기를 누설하고 보이지 않는 것을 꿰뚫어 보는 자가 시마에 들린 자들이다. 어쩌면 이 시집은 감추어진 내막을 들추어 보고자 하는 욕망으로 구성되었는지도 모른다. 이 시집 전반에 흐르고 있는 추상성에 대한 탐구도 이러한 곳에 근원을 대고 있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언어가 "낮게 엎드리는/사소한 흔들림이었으면 좋겠다."는 고백은 고졸하면서도 단아한 풍미를 띠고 있다 할 것이다. 내막을 읽어가는 사소한 흔들림이 그가 지향하는 시세계라 할 것이다.
선혈(鮮血)이 고인 손가락 끝에 소독약을 바르다가
스쳐간 사람이 남긴 공백과 마주할 때
저녁상을 물리고 난 후의 적막이라 해도 좋을까
잦은 선잠에 밤이 깊은 줄도 몰랐던 몸부림이라 해도 무관하고
지나간 청춘의 무수한 맹목 앞에 처절해지다가
얼마나 많은 눈물이 고여 있을까
겨울 강가를 드는 새떼의 귀향처럼
별거 아니라는 호접몽(胡蝶夢)에 이르는 것도 그닥 나쁘지 않겠고
선홍빛 그리움으로 마지막을 준비하듯
그렇게 유고의 시 한 묶음 머리맡에 두는 것인데
남아 있는 생이
버티지 못할 것 같은 세상보다 길어
당분간 비 내리는 새벽에 나와 비에 젖는 게 좋아
안타까운 꽃말 하나 숨죽여 떠돌고 있느니
- 「나의 시」 전문
메타적 성격을 지니는 이 시는 자신의 시의 원적(原籍)이 어디인가를 암시적으로 보여준다. "스쳐간 사람이 남긴 공백" 혹은 "저녁상을 물리고 난 후의 적막" 등으로 변주되는 자신의 시에 대한 문학적 비유는 상처와 비애의 표정을 담고 있다. 이러한 정서적 반응은 어떤 결핍의식을 동반하고 있다. 물론 그 결핍이 겉으로 드러나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지나간 청춘의 무수한 맹목"과 같은 시구를 통하여 보다 가치 있는 삶을 향한 젊은 날의 방황이 그의 시적 뿌리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의 시에 고인 비애의 표정은 처절한 방황을 동반한 "눈물"로 상징되어 있다. "겨울 강가를 드는 새떼의 귀향"은 그의 시가 상정한 근원적 세계라 할 수 있다. 겨울로 상징되는 고난 속에서도 귀향을 향한 새떼들의 비행은 그의 시가 다다르고자 하는 지향과 등가적인 의미를 지닌 것으로 보인다. 치열한 방황과 몸부림 끝에 도달한 겨울 강가의 귀향이란 무한한 자유와 열림의 이미지를 준다. 시인에게 시란 이렇듯 비애와 자유의 형식으로 틈입되어 있지만 그것은 죽음과의 교환의 형식으로 존재한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선홍빛 그리움으로 마지막을 준비하듯/그렇게 유고의 시 한 묶음 머리맡에 두는 것인데"라는 시구에서 보듯 시적 주체에게 시란 생의 마지막을 결산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치열한 시적 인식은 시적 주체로 하여금 안식 혹은 정주와 달리 끝없이 혼돈의 세계를 헤매게 한다. "비 내리는 새벽에 나와 비에 젖는 게 좋"다는 고백 속에서 시를 향한 무모한 육박을 느끼게 된다. 세계에 대한 이 싸움은 겉으로 보기에는 무탈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불타오르는 내면의 기록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나는 누구인가' 하는 물음과 같은 층위의 물음이기 때문이다.
-우대식(시인)
선혈(鮮血)이 고인 손가락 끝에 소독약을 바르다가
스쳐간 사람이 남긴 공백과 마주할 때
저녁상을 물리고 난 후의 적막이라 해도 좋을까
잦은 선잠에 밤이 깊은 줄도 몰랐던 몸부림이라 해도 무관하고
지나간 청춘의 무수한 맹목 앞에 처절해지다가
얼마나 많은 눈물이 고여 있을까
겨울 강가를 드는 새떼의 귀향처럼
별거 아니라는 호접몽(胡蝶夢)에 이르는 것도 그닥 나쁘지 않겠고
선홍빛 그리움으로 마지막을 준비하듯
그렇게 유고의 시 한 묶음 머리맡에 두는 것인데
남아 있는 생이
버티지 못할 것 같은 세상보다 길어
당분간 비 내리는 새벽에 나와 비에 젖는 게 좋아
안타까운 꽃말 하나 숨죽여 떠돌고 있느니
- 「나의 시」 전문
메타적 성격을 지니는 이 시는 자신의 시의 원적(原籍)이 어디인가를 암시적으로 보여준다. "스쳐간 사람이 남긴 공백" 혹은 "저녁상을 물리고 난 후의 적막" 등으로 변주되는 자신의 시에 대한 문학적 비유는 상처와 비애의 표정을 담고 있다. 이러한 정서적 반응은 어떤 결핍의식을 동반하고 있다. 물론 그 결핍이 겉으로 드러나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지나간 청춘의 무수한 맹목"과 같은 시구를 통하여 보다 가치 있는 삶을 향한 젊은 날의 방황이 그의 시적 뿌리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의 시에 고인 비애의 표정은 처절한 방황을 동반한 "눈물"로 상징되어 있다. "겨울 강가를 드는 새떼의 귀향"은 그의 시가 상정한 근원적 세계라 할 수 있다. 겨울로 상징되는 고난 속에서도 귀향을 향한 새떼들의 비행은 그의 시가 다다르고자 하는 지향과 등가적인 의미를 지닌 것으로 보인다. 치열한 방황과 몸부림 끝에 도달한 겨울 강가의 귀향이란 무한한 자유와 열림의 이미지를 준다. 시인에게 시란 이렇듯 비애와 자유의 형식으로 틈입되어 있지만 그것은 죽음과의 교환의 형식으로 존재한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선홍빛 그리움으로 마지막을 준비하듯/그렇게 유고의 시 한 묶음 머리맡에 두는 것인데"라는 시구에서 보듯 시적 주체에게 시란 생의 마지막을 결산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치열한 시적 인식은 시적 주체로 하여금 안식 혹은 정주와 달리 끝없이 혼돈의 세계를 헤매게 한다. "비 내리는 새벽에 나와 비에 젖는 게 좋"다는 고백 속에서 시를 향한 무모한 육박을 느끼게 된다. 세계에 대한 이 싸움은 겉으로 보기에는 무탈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불타오르는 내면의 기록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나는 누구인가' 하는 물음과 같은 층위의 물음이기 때문이다.
-우대식(시인)
목차
목차
제1부
오래된 습관 13/유난스런 날 14/죽은 설교자 16/친구 18/조문(弔問) 20/포구 근처에서 22/
사랑 24/이별 25/마포갈매기 26/청승의 무덤을 내려오다 28/새끼고양이 30/불편한 관계 32/
경안동 34/내연의 무게 35/거꾸로 읽는 편지 36/풍경 38/별, 아버지의 침상 40/멀리 42
제2부
초음파 45/영통(靈通) 지하도 46/문과 문 48/던져진 이유 50/섣부른 저녁 52/날벼락 54/
잠 55/신은 나와 함께 56/폭염 58/초월역 60/말없이 살아가는 것 62/장마 64/강에 나선 날 65/
허물을 통과하는 소란 66/어떤 순간 68/슬픔의 역설 70/나의 시 72
제3부
설명할 수 없는 문장들 75/택배 76/세기말 78/소멸에게 주는 먹이 80/나무와 흰 곰 82/
풍동에서 부는 바람 84/이사 85/하늘의 봄 86/합장(合葬) 88/이롱(耳聾) 90/내려오는 하늘 91/
처음과 끝 92/할배 자전거 94/행랑채 96/누각(樓閣) 98/신경통 100/내려앉는 빛 102
해설 변두리에서 응시하는 시의 숭고함 혹은 사소함/우대식(시인) 103
오래된 습관 13/유난스런 날 14/죽은 설교자 16/친구 18/조문(弔問) 20/포구 근처에서 22/
사랑 24/이별 25/마포갈매기 26/청승의 무덤을 내려오다 28/새끼고양이 30/불편한 관계 32/
경안동 34/내연의 무게 35/거꾸로 읽는 편지 36/풍경 38/별, 아버지의 침상 40/멀리 42
제2부
초음파 45/영통(靈通) 지하도 46/문과 문 48/던져진 이유 50/섣부른 저녁 52/날벼락 54/
잠 55/신은 나와 함께 56/폭염 58/초월역 60/말없이 살아가는 것 62/장마 64/강에 나선 날 65/
허물을 통과하는 소란 66/어떤 순간 68/슬픔의 역설 70/나의 시 72
제3부
설명할 수 없는 문장들 75/택배 76/세기말 78/소멸에게 주는 먹이 80/나무와 흰 곰 82/
풍동에서 부는 바람 84/이사 85/하늘의 봄 86/합장(合葬) 88/이롱(耳聾) 90/내려오는 하늘 91/
처음과 끝 92/할배 자전거 94/행랑채 96/누각(樓閣) 98/신경통 100/내려앉는 빛 102
해설 변두리에서 응시하는 시의 숭고함 혹은 사소함/우대식(시인) 103
저자
저자
최규환
시인
서울에서 태어나 1993년 《시세계》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불타는 광대의 사랑』이 있다.
서울에서 태어나 1993년 《시세계》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불타는 광대의 사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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