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피지 않은 꽃을 생각했다(시인동네 시인선 163)
이용진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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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필(鐵筆)로 꽃을 새기는 문객(文客)의 운명
1995년 《세계의문학》으로 등단한 이용진 시인의 첫 시집 『아직 피지 않은 꽃을 생각했다』가 시인동네 시인선 163으로 출간되었다. 등단 이후 26년 만에 세상에 첫선을 보이지만 여전히 살아있고, 여전히 아름다운 이 시집은 시와 삶을 향한 시인의 치열한 육박을 보여준다. 시에 대한 생각이 오랜 시간 내면화된 터라 어떤 걸림이나 어려움도 없다. 그 자체로 시의 진경을 보여준다. 시를 읽으면 누구를 막론하고 고개를 주억거릴 터이다.
1995년 《세계의문학》으로 등단한 이용진 시인의 첫 시집 『아직 피지 않은 꽃을 생각했다』가 시인동네 시인선 163으로 출간되었다. 등단 이후 26년 만에 세상에 첫선을 보이지만 여전히 살아있고, 여전히 아름다운 이 시집은 시와 삶을 향한 시인의 치열한 육박을 보여준다. 시에 대한 생각이 오랜 시간 내면화된 터라 어떤 걸림이나 어려움도 없다. 그 자체로 시의 진경을 보여준다. 시를 읽으면 누구를 막론하고 고개를 주억거릴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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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 해설 엿보기
이용진 시인, 참 오랜만에 들어보는 이름이다. 오래전 그와 함께 축구를 했고 서예와 관련된 글 읽기를 좋아했던 탓에 그가 보내준 서예 관련 잡지를 여러 권 받아 보기도 하였다. 그리고 이십여 년 동안 마술처럼 교류 없는 세월을 잘도 살아왔다. 시집 초고와 함께 온 그의 약력을 물끄러미 바라보니 1995년 등단하여 이것이 첫 시집이다. 쓸쓸하니 반가운 생각이 겹쳐온다. 시의 길이란 한번 들어서면 어떠한 운명일지라도 시의 길로 다시 돌아올 수밖에 없음을 절감하게 되는 바다.
시를 읽으며 변방의 한 검객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칼과 몸이 하나가 되기 위해 온 몸을 베여 가며 연마에 연마를 거듭하다가 흐르는 물에 제 낯을 비추는 검객. 시란 무엇인가를 찾아가는 문객으로서의 그의 여정이 그러하다는 말이다.
나를 앞서간 선생들은 한결같이
무릇 시란 몰자(沒字)와 무문(無紋)으로 빛나는 것
문자로 쓰는 게 아니라 일러주었건만
성미 급한 나는
낙필(落筆)부터 하려 들었다
시간이 지나
내가 꺼낸 말들이 돌고 돌아
다시 나에게 와서
얼룩이 되기도 했다
만들었던 무늬를
하나씩 지워가는 것이 문객의 운명이다
오래전 예언이
내 것처럼 여겨지는 저녁
당분간
나고 죽는 일을 말하지 않더라도
얼룩과 무늬를 분간 못하더라도
여전히 계격(界格)도 구획도 없는
시를 쓸 것이다
얼룩이 된 무늬처럼
무늬가 되는 얼룩처럼
아주 천천히 지워지는
몰골풍(沒骨風) 시를 쓸 것이다
- 「저물녘」 전문
그가 의식하는 시란 "몰자(沒字)와 무문(無紋)으로 빛나는 것"이다. 글을 잃고 무늬 없이 빛나는 경지가 그가 지향하는 시의 세계다. 그러니 검객을 연상케 하는 문객의 운명이란 "만들었던 무늬를/하나씩 지워가는 것"일 터이다. 시란 "문자로 쓰는 게 아니라"는 성찰은 시의 문제를 존재의 문제로 끌어 올린다. 존재를 의미 있는 존재로 존재케 하는 힘을 그는 시에서 본 것이다. 오랜 시간 그가 시를 쓰지 못한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자신에게 돌아와 얼룩이 되는 말들에 대한 고뇌는 영혼의 방황을 의미한다. 얼룩을 지워내는 일이란 한껏 부풀어 오른 시적 긴장을 유지하면서도 간결한 시적 언어의 행보를 의미하는 것이다. 염화시중의 미소와 같이 어느 지경에 이르러야만 서로 감지할 수 있는 세계로의 진입이 그가 꿈꾸는 시적 경지라 할 수 있다. "오래전 예언이/내 것처럼 여겨지는 저녁"에 시인으로서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자신의 언어가 얼룩일지라도 "몰골풍(沒骨風) 시를 쓸 것이다"라는 투철한 자기 인식은 그가 서 있는 시의 전선이 어디쯤인가를 여실히 보여준다. 치열한 인식의 싸움터에서 얼룩이 무늬가 되고 무늬가 얼룩이 되는, 그러다가 모든 것이 지워져 버리는 "몰골풍(沒骨風) 시를" 쓰겠다는 의지는 시에 대한 그의 생각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몰골풍이란 먹이나 물감을 찍어 한 붓에 그리는 화법이라는 점을 염두에 둔다면 시적 수사니 기교를 넘어 삶의 오욕과 환희가 한데 어우러진 비의(秘意)를 드러내고 싶다는 것이 그의 욕망일 터이다. "세상 제각기 장경각인 줄 모르고/깊고 깊게 수만 권 경전 끼고 사는 줄 까맣게 모르고/쓸데없이 허튼 데만 기웃거렸다"(「없는 시를 권함」)는 진술은 젊은 날 시인으로서 자신의 태도에 대한 성찰적 고백을 담고 있다. 세상의 무엇이나 경전을 담은 집이라는 인식은 세계를 바라보는 시점에 변화를 주게 된다. 가르고 나누어 사고하는 편협성을 넘어 통합적으로 세계를 바로보고자 하는 시적 욕망이 몰골풍의 시 쓰기라 할 것이다.
- 우대식(시인)
이용진 시인, 참 오랜만에 들어보는 이름이다. 오래전 그와 함께 축구를 했고 서예와 관련된 글 읽기를 좋아했던 탓에 그가 보내준 서예 관련 잡지를 여러 권 받아 보기도 하였다. 그리고 이십여 년 동안 마술처럼 교류 없는 세월을 잘도 살아왔다. 시집 초고와 함께 온 그의 약력을 물끄러미 바라보니 1995년 등단하여 이것이 첫 시집이다. 쓸쓸하니 반가운 생각이 겹쳐온다. 시의 길이란 한번 들어서면 어떠한 운명일지라도 시의 길로 다시 돌아올 수밖에 없음을 절감하게 되는 바다.
시를 읽으며 변방의 한 검객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칼과 몸이 하나가 되기 위해 온 몸을 베여 가며 연마에 연마를 거듭하다가 흐르는 물에 제 낯을 비추는 검객. 시란 무엇인가를 찾아가는 문객으로서의 그의 여정이 그러하다는 말이다.
나를 앞서간 선생들은 한결같이
무릇 시란 몰자(沒字)와 무문(無紋)으로 빛나는 것
문자로 쓰는 게 아니라 일러주었건만
성미 급한 나는
낙필(落筆)부터 하려 들었다
시간이 지나
내가 꺼낸 말들이 돌고 돌아
다시 나에게 와서
얼룩이 되기도 했다
만들었던 무늬를
하나씩 지워가는 것이 문객의 운명이다
오래전 예언이
내 것처럼 여겨지는 저녁
당분간
나고 죽는 일을 말하지 않더라도
얼룩과 무늬를 분간 못하더라도
여전히 계격(界格)도 구획도 없는
시를 쓸 것이다
얼룩이 된 무늬처럼
무늬가 되는 얼룩처럼
아주 천천히 지워지는
몰골풍(沒骨風) 시를 쓸 것이다
- 「저물녘」 전문
그가 의식하는 시란 "몰자(沒字)와 무문(無紋)으로 빛나는 것"이다. 글을 잃고 무늬 없이 빛나는 경지가 그가 지향하는 시의 세계다. 그러니 검객을 연상케 하는 문객의 운명이란 "만들었던 무늬를/하나씩 지워가는 것"일 터이다. 시란 "문자로 쓰는 게 아니라"는 성찰은 시의 문제를 존재의 문제로 끌어 올린다. 존재를 의미 있는 존재로 존재케 하는 힘을 그는 시에서 본 것이다. 오랜 시간 그가 시를 쓰지 못한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자신에게 돌아와 얼룩이 되는 말들에 대한 고뇌는 영혼의 방황을 의미한다. 얼룩을 지워내는 일이란 한껏 부풀어 오른 시적 긴장을 유지하면서도 간결한 시적 언어의 행보를 의미하는 것이다. 염화시중의 미소와 같이 어느 지경에 이르러야만 서로 감지할 수 있는 세계로의 진입이 그가 꿈꾸는 시적 경지라 할 수 있다. "오래전 예언이/내 것처럼 여겨지는 저녁"에 시인으로서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자신의 언어가 얼룩일지라도 "몰골풍(沒骨風) 시를 쓸 것이다"라는 투철한 자기 인식은 그가 서 있는 시의 전선이 어디쯤인가를 여실히 보여준다. 치열한 인식의 싸움터에서 얼룩이 무늬가 되고 무늬가 얼룩이 되는, 그러다가 모든 것이 지워져 버리는 "몰골풍(沒骨風) 시를" 쓰겠다는 의지는 시에 대한 그의 생각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몰골풍이란 먹이나 물감을 찍어 한 붓에 그리는 화법이라는 점을 염두에 둔다면 시적 수사니 기교를 넘어 삶의 오욕과 환희가 한데 어우러진 비의(秘意)를 드러내고 싶다는 것이 그의 욕망일 터이다. "세상 제각기 장경각인 줄 모르고/깊고 깊게 수만 권 경전 끼고 사는 줄 까맣게 모르고/쓸데없이 허튼 데만 기웃거렸다"(「없는 시를 권함」)는 진술은 젊은 날 시인으로서 자신의 태도에 대한 성찰적 고백을 담고 있다. 세상의 무엇이나 경전을 담은 집이라는 인식은 세계를 바라보는 시점에 변화를 주게 된다. 가르고 나누어 사고하는 편협성을 넘어 통합적으로 세계를 바로보고자 하는 시적 욕망이 몰골풍의 시 쓰기라 할 것이다.
- 우대식(시인)
목차
목차
제1부
관상ㆍ13/미완의 꽃ㆍ14/아직 피지 않은 꽃을 생각했다ㆍ16/저물녘ㆍ18/없는 시를 권함ㆍ20/첫사랑ㆍ22/시를 읽다ㆍ23/꽃을 보내다ㆍ24/시ㆍ26/말단의 힘ㆍ28/뜸을 들이는 이유ㆍ30/사랑ㆍ32/낡았다는 건ㆍ33/이별ㆍ34/시집ㆍ36/짝사랑ㆍ38/절필ㆍ40/뻐꾸기 사경ㆍ42/너라는 꽃ㆍ44
제2부
위로ㆍ47/단추ㆍ48/글꽃ㆍ50/쉼ㆍ52/코스모스ㆍ53/여름ㆍ54/오래된 달력ㆍ56/제비ㆍ58/나의 이력서ㆍ59/상한 밥ㆍ60/보풀ㆍ62/나는 가구다ㆍ64/동행ㆍ65/동행 2ㆍ66/동행 3ㆍ68/동행 4ㆍ70/복기(復棋)ㆍ72/오래된 미래ㆍ74/따뜻한 꽃ㆍ76
제3부
직관ㆍ79/시인ㆍ80/몽유도원ㆍ82/노계불(老鷄佛)ㆍ84/도강록(渡江錄)ㆍ86/차를 탐하다ㆍ88/요양병원ㆍ90/꽃그늘ㆍ91/검은 새ㆍ92/부고를 적다ㆍ94/봄날ㆍ96/월명(月鳴)ㆍ98/학생ㆍ100/내가 아팠구나ㆍ102/도화(桃花)에 머물다ㆍ104/화개(花開)ㆍ106/과제ㆍ108
해설 우대식(시인) ㆍ 109
관상ㆍ13/미완의 꽃ㆍ14/아직 피지 않은 꽃을 생각했다ㆍ16/저물녘ㆍ18/없는 시를 권함ㆍ20/첫사랑ㆍ22/시를 읽다ㆍ23/꽃을 보내다ㆍ24/시ㆍ26/말단의 힘ㆍ28/뜸을 들이는 이유ㆍ30/사랑ㆍ32/낡았다는 건ㆍ33/이별ㆍ34/시집ㆍ36/짝사랑ㆍ38/절필ㆍ40/뻐꾸기 사경ㆍ42/너라는 꽃ㆍ44
제2부
위로ㆍ47/단추ㆍ48/글꽃ㆍ50/쉼ㆍ52/코스모스ㆍ53/여름ㆍ54/오래된 달력ㆍ56/제비ㆍ58/나의 이력서ㆍ59/상한 밥ㆍ60/보풀ㆍ62/나는 가구다ㆍ64/동행ㆍ65/동행 2ㆍ66/동행 3ㆍ68/동행 4ㆍ70/복기(復棋)ㆍ72/오래된 미래ㆍ74/따뜻한 꽃ㆍ76
제3부
직관ㆍ79/시인ㆍ80/몽유도원ㆍ82/노계불(老鷄佛)ㆍ84/도강록(渡江錄)ㆍ86/차를 탐하다ㆍ88/요양병원ㆍ90/꽃그늘ㆍ91/검은 새ㆍ92/부고를 적다ㆍ94/봄날ㆍ96/월명(月鳴)ㆍ98/학생ㆍ100/내가 아팠구나ㆍ102/도화(桃花)에 머물다ㆍ104/화개(花開)ㆍ106/과제ㆍ108
해설 우대식(시인) ㆍ 109
저자
저자
이용진
경북 울진에서 태어나 1995년 《세계의문학》으로 등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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