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체 괴물의 탄생(시인동네 시인선 1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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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처럼, 고독은 얼마나 아름다운지
2017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시조로 등단한 김태경 시인의 첫 시집 『액체 괴물의 탄생』이 시인동네 시인선 167로 출간되었다. 이번 시집에서 김태경 시인은 타자와의 관계, 불가해한 타자성, 불화하는 자아 속의 타자성을 유리의 이미지로 형상화하면서 동시에, 타자와의 불가능한 화합을 '액체 괴물-되기'로 시도한다. 이는 봉인된 낭만을 꿈꾸는 김태경 시인이 영원성을 그리워하는 현대인의 정서를 담는 방식이자 존재 물음이기도 하다. 전에 없던 신선한 감각과 새로운 사물성을 보여주는 김태경 시인의 첫 시집은 현대시조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다지는 계기가 될 것이다.
2017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시조로 등단한 김태경 시인의 첫 시집 『액체 괴물의 탄생』이 시인동네 시인선 167로 출간되었다. 이번 시집에서 김태경 시인은 타자와의 관계, 불가해한 타자성, 불화하는 자아 속의 타자성을 유리의 이미지로 형상화하면서 동시에, 타자와의 불가능한 화합을 '액체 괴물-되기'로 시도한다. 이는 봉인된 낭만을 꿈꾸는 김태경 시인이 영원성을 그리워하는 현대인의 정서를 담는 방식이자 존재 물음이기도 하다. 전에 없던 신선한 감각과 새로운 사물성을 보여주는 김태경 시인의 첫 시집은 현대시조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다지는 계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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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금방이라도 바스러질 것 같은 성에처럼, 금세 녹아 사라질 성에처럼, 투명하게 별빛을 통과시키면서 동시에 쉽게 별빛으로 흩어질 유리처럼, 우리 삶은 위태롭고 불안하다. 생(生)과의 계약은 언제나 불공정하고 파기의 위험에서 늘 자유롭지 못하다. "오늘 만난 당신 역시/금 간 맘일지 모른다고/혀에 베어 예리하게/조각난 기억들을/조심히 건넨 말로도/툭, 건들지 모른다고"(「깨진 유리창의 법칙」) 하니, 우리의 세계는 '깨진 유리창의 법칙'에 따라 계속, 더욱더 크게 망가질 것이다. "발 헛디딘 녀석들은 달큼한 먹잇감"이 되는 곳, "우리끼리 몰려 있으면 우리끼리 잡아먹"(「소금쟁이」)는 곳이 바로 이곳이다. 그래서 김태경 시인은 삶을, 관계를, 자신을 새롭게 만들기 위한 특별한 시도를 한다. 조물주가 자신의 형상에 따라 흙을 빚듯, 시인도 자신의 마음대로 시적 주체와 흙과 슬라임(액체괴물)을 빚는다.
어색한 너의 손을 버릴 수도 있었지만
내 몸의 질감을 바꾸기로 다짐했지
자기를 바꿀 수 있는 건
오직 자기뿐이니
그림자로 태어나서
그림자로 돌아가는
우리 모두 조금씩 병들어 있을 뿐이래
성벽에 생긴 금들을 멈춰 서서 메워볼까
찰흙 빚듯 매만져
너의 결에 맞추고
마법의 성 쌓던 시간을 물렁하게 만들 거야
기억에 주저앉아버린 앉은뱅이를 사랑하지
- 「고무찰흙의 시간」 전문
"우리 모두 조금씩 병들어 있을 뿐"이고, "성벽에 생긴 금들을 멈춰 서서 메워"보기 위해 시적 주체는 찰흙을 빚듯 자신을 매만지기로 한다. 너의 '결'에 맞추기 위해서다. 너의 결에 맞추기 위해 자기 "몸의 질감"을 바꾸기로 결심한다. 주체는 고백한다. 우리는 "그림자로 태어나서/그림자로 돌아가는" 존재일 뿐. 주체는 이제 "마법의 성 쌓던 시간을 물렁하게" 만드는 동시에, "기억에 주저앉아버린 앉은뱅이"를 사랑할 것이라고 말한다. 이때의 '앉은뱅이'는 누구일까. 너의 결에 맞추다가 뭉개진 주체 자신일까, 우리들의 성(성벽)일까. 아니면 주체와 우리들의 기억일까. 어쨌든 망가지더라도 애정을 품겠다는 주체의 다짐이 부디 오래가길 바랄 뿐이다.
홀로 흘린 눈물이 너에게 닿지 않도록
돌처럼 굳은 입술로 손등을 누르지 않게
유쾌한 괴물이 되는 연습이 한창이야
젤리보다 말랑말랑한 눈웃음 지어보자
네 맘같이 반짝이는 펄 가루 뿌려보자
기억될 재회를 준비하는 단 하나의 레시피
뭉개고 주물러봐
뾰족한 자음의 끝
두 손에 꽉, 잡히는 ㅣㅠ가 느껴질걸!
유유히 흐르는 유리가 온몸을 바꾸는 이유……
- 「액체 괴물 만들기」 전문
한동안 '액괴(액체 괴물)'가 어린아이들에게 '엄청난' 유행이었다. 점액질 성분이라 자유자재로 특정한 모양을 만들어낼 수 있고 형태 없이 가지고 놀 수 있어 심신 안정에 도움이 된다는 이유로 현재도 세대를 막론하고 인기가 있다. 아이를 키우는 집이라면 빠질 수 없는 필수 코스라 할 수 있는데(우리 집에도 있다!), 시적 주체 역시 "유쾌한 괴물이 되는 연습이 한창"이다. 그러나 점차, '유쾌한 괴물'은 슬라임이 아니라 주체 자신이 되어가고 있다. "홀로 흘린 눈물이 너에게 닿지 않도록", "돌처럼 굳은 입술로 손등을 누르지 않게", "젤리보다 말랑말랑한 눈웃음 지어"보는 주체에게 '액체 괴물'은 "기억될 재회를 준비하는 단 하나의 레시피"다. 나를 "뭉개고 주물러"서, "뾰족한 자음의 끝"에서 "두 손에 꽉, 잡히는 ㅣㅠ(이유)가 느껴질" 것이라는 전언에 이어, "유유히 흐르는 유리가 온몸을 바꾸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음을 보여준다. 마치 '액체 괴물'처럼 모음 'ㅇ'이 점성을 가지고 이 모양 저 모양으로 형태를 바꾸며 들러붙는다. 나는 너에게 말랑하게 가고 싶다고. 나는 너에게 흐르듯 끈적하게 갈 것이라고. 시인은 '유쾌한 괴물'이 되고 싶다. 아니, 될 것이다.
- 김남규(시인)
■ 시인의 산문
이것으로,
지독한 외사랑이 끝났다.
머지않아
슬프고 아름다운 괴물이 깨어날 것이다.
당신이 잘 알지 못했던
어색한 너의 손을 버릴 수도 있었지만
내 몸의 질감을 바꾸기로 다짐했지
자기를 바꿀 수 있는 건
오직 자기뿐이니
그림자로 태어나서
그림자로 돌아가는
우리 모두 조금씩 병들어 있을 뿐이래
성벽에 생긴 금들을 멈춰 서서 메워볼까
찰흙 빚듯 매만져
너의 결에 맞추고
마법의 성 쌓던 시간을 물렁하게 만들 거야
기억에 주저앉아버린 앉은뱅이를 사랑하지
- 「고무찰흙의 시간」 전문
"우리 모두 조금씩 병들어 있을 뿐"이고, "성벽에 생긴 금들을 멈춰 서서 메워"보기 위해 시적 주체는 찰흙을 빚듯 자신을 매만지기로 한다. 너의 '결'에 맞추기 위해서다. 너의 결에 맞추기 위해 자기 "몸의 질감"을 바꾸기로 결심한다. 주체는 고백한다. 우리는 "그림자로 태어나서/그림자로 돌아가는" 존재일 뿐. 주체는 이제 "마법의 성 쌓던 시간을 물렁하게" 만드는 동시에, "기억에 주저앉아버린 앉은뱅이"를 사랑할 것이라고 말한다. 이때의 '앉은뱅이'는 누구일까. 너의 결에 맞추다가 뭉개진 주체 자신일까, 우리들의 성(성벽)일까. 아니면 주체와 우리들의 기억일까. 어쨌든 망가지더라도 애정을 품겠다는 주체의 다짐이 부디 오래가길 바랄 뿐이다.
홀로 흘린 눈물이 너에게 닿지 않도록
돌처럼 굳은 입술로 손등을 누르지 않게
유쾌한 괴물이 되는 연습이 한창이야
젤리보다 말랑말랑한 눈웃음 지어보자
네 맘같이 반짝이는 펄 가루 뿌려보자
기억될 재회를 준비하는 단 하나의 레시피
뭉개고 주물러봐
뾰족한 자음의 끝
두 손에 꽉, 잡히는 ㅣㅠ가 느껴질걸!
유유히 흐르는 유리가 온몸을 바꾸는 이유……
- 「액체 괴물 만들기」 전문
한동안 '액괴(액체 괴물)'가 어린아이들에게 '엄청난' 유행이었다. 점액질 성분이라 자유자재로 특정한 모양을 만들어낼 수 있고 형태 없이 가지고 놀 수 있어 심신 안정에 도움이 된다는 이유로 현재도 세대를 막론하고 인기가 있다. 아이를 키우는 집이라면 빠질 수 없는 필수 코스라 할 수 있는데(우리 집에도 있다!), 시적 주체 역시 "유쾌한 괴물이 되는 연습이 한창"이다. 그러나 점차, '유쾌한 괴물'은 슬라임이 아니라 주체 자신이 되어가고 있다. "홀로 흘린 눈물이 너에게 닿지 않도록", "돌처럼 굳은 입술로 손등을 누르지 않게", "젤리보다 말랑말랑한 눈웃음 지어"보는 주체에게 '액체 괴물'은 "기억될 재회를 준비하는 단 하나의 레시피"다. 나를 "뭉개고 주물러"서, "뾰족한 자음의 끝"에서 "두 손에 꽉, 잡히는 ㅣㅠ(이유)가 느껴질" 것이라는 전언에 이어, "유유히 흐르는 유리가 온몸을 바꾸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음을 보여준다. 마치 '액체 괴물'처럼 모음 'ㅇ'이 점성을 가지고 이 모양 저 모양으로 형태를 바꾸며 들러붙는다. 나는 너에게 말랑하게 가고 싶다고. 나는 너에게 흐르듯 끈적하게 갈 것이라고. 시인은 '유쾌한 괴물'이 되고 싶다. 아니, 될 것이다.
- 김남규(시인)
■ 시인의 산문
이것으로,
지독한 외사랑이 끝났다.
머지않아
슬프고 아름다운 괴물이 깨어날 것이다.
당신이 잘 알지 못했던
목차
목차
시인의 말
프롤로그_ 유리 다리ㆍ 10
제1부
북극성ㆍ13/유리관ㆍ14/빗줄기*, 빗금, 빗질ㆍ16/빗줄기, 빗금*, 빗질ㆍ17/빗줄기, 빗금, 빗질*ㆍ18/유리상자ㆍ19/유리구슬ㆍ20/몬데그린ㆍ22/고독한 독대, 독한 독백ㆍ24/feat. Mad Godㆍ25/유리꽃ㆍ26/눈빛ㆍ27/'에서'가 '에게'에게ㆍ28/'에게'가 '에서'에게ㆍ30/액체 괴물 만들기ㆍ31/눈꽃ㆍ32
제2부
단역배우ㆍ35/오늘밤의 첼로ㆍ36/손을 오래 씻었다ㆍ38/바닥재 할인 매장ㆍ39/Zoom.usㆍ40/B01호의 때늦은 노크ㆍ42/칸ㆍ43/♭ㆍ44/드론, 드론ㆍ46/교정ㆍ47/흐르는 시간 앞에서ㆍ48/B1Fㆍ50/독방ㆍ51/불 끄고 갈게요ㆍ52/고무찰흙의 시간ㆍ54
제3부
버저비터ㆍ57/내 친구 이유리ㆍ58/슬픔을 그리는 방식ㆍ60/도미노 게임ㆍ61/별빛의 말ㆍ62/부화ㆍ64/보이지 않는 영토ㆍ65/드림캐쳐ㆍ66/여물어 가는 시간ㆍ68/안경도ㆍ69/대관람차ㆍ70/훅!ㆍ71/괄호ㆍ72/갓 구운 식빵을 보면ㆍ73/셋 중 둘ㆍ74/셋 중 하나ㆍ76/깨진 유리창의 법칙ㆍ78
제4부
소문의 소문의 소문의ㆍ81/〈고독한 독대, 독한 독백〉의 이면ㆍ82/액체 괴물의 탄생ㆍ84/〈몬데그린〉의 이후ㆍ86/〈고독한 독대, 독한 독백〉의 이후ㆍ88/…… 을/를 지키기 위한 …… ㆍ90/인형뽑기 포비아ㆍ91/…… 을/를 지키기 위한 …… ㆍ92/유리×냉장고ㆍ94/소금쟁이ㆍ96/프로크루테스의 침대ㆍ97/수면등 리뷰ㆍ98/액체 괴물-되기 순서도ㆍ100/셀프라이프ㆍ101
해설 김남규(시인)ㆍ103
에필로그_ 액체 괴물 - 되기 가상 연습ㆍ102
프롤로그_ 유리 다리ㆍ 10
제1부
북극성ㆍ13/유리관ㆍ14/빗줄기*, 빗금, 빗질ㆍ16/빗줄기, 빗금*, 빗질ㆍ17/빗줄기, 빗금, 빗질*ㆍ18/유리상자ㆍ19/유리구슬ㆍ20/몬데그린ㆍ22/고독한 독대, 독한 독백ㆍ24/feat. Mad Godㆍ25/유리꽃ㆍ26/눈빛ㆍ27/'에서'가 '에게'에게ㆍ28/'에게'가 '에서'에게ㆍ30/액체 괴물 만들기ㆍ31/눈꽃ㆍ32
제2부
단역배우ㆍ35/오늘밤의 첼로ㆍ36/손을 오래 씻었다ㆍ38/바닥재 할인 매장ㆍ39/Zoom.usㆍ40/B01호의 때늦은 노크ㆍ42/칸ㆍ43/♭ㆍ44/드론, 드론ㆍ46/교정ㆍ47/흐르는 시간 앞에서ㆍ48/B1Fㆍ50/독방ㆍ51/불 끄고 갈게요ㆍ52/고무찰흙의 시간ㆍ54
제3부
버저비터ㆍ57/내 친구 이유리ㆍ58/슬픔을 그리는 방식ㆍ60/도미노 게임ㆍ61/별빛의 말ㆍ62/부화ㆍ64/보이지 않는 영토ㆍ65/드림캐쳐ㆍ66/여물어 가는 시간ㆍ68/안경도ㆍ69/대관람차ㆍ70/훅!ㆍ71/괄호ㆍ72/갓 구운 식빵을 보면ㆍ73/셋 중 둘ㆍ74/셋 중 하나ㆍ76/깨진 유리창의 법칙ㆍ78
제4부
소문의 소문의 소문의ㆍ81/〈고독한 독대, 독한 독백〉의 이면ㆍ82/액체 괴물의 탄생ㆍ84/〈몬데그린〉의 이후ㆍ86/〈고독한 독대, 독한 독백〉의 이후ㆍ88/…… 을/를 지키기 위한 …… ㆍ90/인형뽑기 포비아ㆍ91/…… 을/를 지키기 위한 …… ㆍ92/유리×냉장고ㆍ94/소금쟁이ㆍ96/프로크루테스의 침대ㆍ97/수면등 리뷰ㆍ98/액체 괴물-되기 순서도ㆍ100/셀프라이프ㆍ101
해설 김남규(시인)ㆍ103
에필로그_ 액체 괴물 - 되기 가상 연습ㆍ102
저자
저자
김태경
서울에서 태어나 2014년 《열린시학》 평론 등단, 2017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시조 등단했다. 평론집으로 『숲과 기억』이 있으며, 〈객〉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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