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어먹을 다짐들(시인동네 시인선 179)
정가을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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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균열과 해체적 상상력의 세계
2018년 《애지》로 등단한 정가을 시인의 두 번째 시집 『빌어먹을 다짐들』이 시인동네 시인선 179로 출간되었다. 정가을의 시가 낯설게 보이는 까닭은 그가 꿈꾸는 세계가 낯설기 때문이다. (시의) 세계의 전복을 꿈꾸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미학적 특성을 정가을 시인은 우리에게 익살스럽게, 그러나 이면의 관점으로 볼 때는 무겁게 고발하고 있다.
2018년 《애지》로 등단한 정가을 시인의 두 번째 시집 『빌어먹을 다짐들』이 시인동네 시인선 179로 출간되었다. 정가을의 시가 낯설게 보이는 까닭은 그가 꿈꾸는 세계가 낯설기 때문이다. (시의) 세계의 전복을 꿈꾸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미학적 특성을 정가을 시인은 우리에게 익살스럽게, 그러나 이면의 관점으로 볼 때는 무겁게 고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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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정가을 시인의 시세계에 발을 내딛었을 때 먼저 부딪치는 기이한 점은 바로 판타지 풍의 장면 제시에서 찾아볼 수 있다. 판타지 장르의 장면 제시는 지금 우리 시대의 가장 뜨거운 문화적 아이콘으로 작동하여 사람들의 현실적 심리를 대변해준다. 멀티미디어의 대두와 사이버 공간을 통한 사회적 교감, 더 나아가 메타버스를 통한 사회적 관계망의 형성은 지금 우리가 서 있는 현실이 과거 전원 내지 공장을 배경으로 한 아날로그적 현실이 아님을 분명하게 인식하게 한다.
그런 점에서 매체의 변화와 맞물려 전개되는 시적 풍경은 그 매체에 얹혀사는 현대인의 심리적 투사와 전개를 잘 보여주고 있다고 말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엄밀히 말한다면 매체와 현실의 구분은 있어야 하는 것이 보통의 정상적 사유로 보이는데 정가을 시인은 현실적 공간에 사이버 공간을 겹치게 하고, 그 겹친 공간 속에 현대인이 기생해 있다는 인식을 함으로써 비틀린 세계 인식, 즉 환상적 세계 인식을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그녀가 그리는 디지털 공간으로 펼쳐지는 현실 인식은 매우 환상적이고 게임적인, 그래서 가상과 현실의 구분을 지워버리는 방식으로 나아간다. 다음 시가 이런 점을 잘 보여준다.
뭐랄까 태어났는데
게임 바탕화면 속
수만 번 긴 칼에 휘둘려
검은 숲에 던져졌다가
똑같은 모습으로 생성되지만
계속 자고 있는 캐릭터
뭐랄까 태어났는데
중세의 왕국
수백만 번 창에 휘둘려
핏빛 강물에 던져졌다가
똑같은 모습으로 생성되지만
계속 강물에 던져지는 캐릭터
뭐랄까 태어났는데
현대의 옥상
수천만 번 캘빈 총에 휘둘려
푸른 옥탑방에 쌓였다가
똑같은 모습으로 생성되지만
계속 석탄처럼 쌓여가는 캐릭터
햇살이 손등에 한 줄로 꽂히고 있다
처음의 작은 점
- 「거울의 레트로」 전문
이 시는 이번 시집에서 정가을 시인의 의식을 대변하는 작품 중의 하나라 할 수 있다. 우선 이 시는 판타지 장르로 그려지고 있는 게임 속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현실의 풍경은 아니다. 그렇지만 게임 속의 환상적인 내용과 모습이 당대의 현실과 무엇이 다른가 하고 묻는 것이 시인의 의도라 할 수 있다. 판타지 장르가 보여주는 문법, 즉 클리세에 따라 이 시의 캐릭터는 환생(빙의/귀환)을 거듭한다. 각각의 다른 시대와 장소에 나타나도(태어나도) 똑같은 미션을 수행하는, 즉 그 시대와 장소에 주어진 생애를 살아나간다. 게임 속의 캐릭터나 현실 공간 속의 인간이나 하나의 이야기를 만드는 주체 내지 존재라는 점은 같다. 경계를 해체하고 차이를 부정하는 태도는 매우 위험한 발상이지만 재미를 불러일으킨다. 그 점에서 현실적 삶의 공간을 바라보는 시적 화자의 시선은 매우 익살스러우면서도 전복적이다.
이 시의 문제성은 그 제목에서 상징적으로 제시된다. '거울의 레트로', 우선 생각해봐야 할 것이 이 '거울'과 '레트로'를 시인이 사용한 의도다. 알다시피 거울은 반영을 특징으로 하고 있는 물건이다. 그런데 그 거울을 중첩해놓고 사용하면 거울은 그 반영을 서로 계속 반복하여 무한복제, 다시 말해 무한증식의 매우 환상적인 장면을 만든다. 여기서 '레트로'가 그것을 말해주는 문구다. 레트로라는 단어의 뜻이 과거의 것을 그대로 좇아하려는 것으로 본다면 모방에 초점이 놓여 있다. 그것은 거울의 반영을 강조하는 것으로서 모방의 모방, 반영의 반영을 뜻한다고 볼 수 있다. 이는 무한복제와 증식을 가리키는 의미로 아주 복잡한 현실과 의식을 대변하는 낱말로 기능한다. 때문에 '자기반영성'이 포스트모더니즘의 특징이라면 '거울의 레트로'가 바로 이 포스트모더니즘의 속성을 집약적으로 제시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시인이 이런 제목을 쓴 의도를 풀어본다면, 이런 자기복제, 혹은 무한증식이 갖는 판타지 풍의 이야기는 불확실성과 임의성이 전면화된 오늘의 포스트모더니즘적 현실을 반영하고자 한 것이라 볼 수 있다.
- 김경복(문학평론가, 경남대 교수)
그런 점에서 매체의 변화와 맞물려 전개되는 시적 풍경은 그 매체에 얹혀사는 현대인의 심리적 투사와 전개를 잘 보여주고 있다고 말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엄밀히 말한다면 매체와 현실의 구분은 있어야 하는 것이 보통의 정상적 사유로 보이는데 정가을 시인은 현실적 공간에 사이버 공간을 겹치게 하고, 그 겹친 공간 속에 현대인이 기생해 있다는 인식을 함으로써 비틀린 세계 인식, 즉 환상적 세계 인식을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그녀가 그리는 디지털 공간으로 펼쳐지는 현실 인식은 매우 환상적이고 게임적인, 그래서 가상과 현실의 구분을 지워버리는 방식으로 나아간다. 다음 시가 이런 점을 잘 보여준다.
뭐랄까 태어났는데
게임 바탕화면 속
수만 번 긴 칼에 휘둘려
검은 숲에 던져졌다가
똑같은 모습으로 생성되지만
계속 자고 있는 캐릭터
뭐랄까 태어났는데
중세의 왕국
수백만 번 창에 휘둘려
핏빛 강물에 던져졌다가
똑같은 모습으로 생성되지만
계속 강물에 던져지는 캐릭터
뭐랄까 태어났는데
현대의 옥상
수천만 번 캘빈 총에 휘둘려
푸른 옥탑방에 쌓였다가
똑같은 모습으로 생성되지만
계속 석탄처럼 쌓여가는 캐릭터
햇살이 손등에 한 줄로 꽂히고 있다
처음의 작은 점
- 「거울의 레트로」 전문
이 시는 이번 시집에서 정가을 시인의 의식을 대변하는 작품 중의 하나라 할 수 있다. 우선 이 시는 판타지 장르로 그려지고 있는 게임 속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현실의 풍경은 아니다. 그렇지만 게임 속의 환상적인 내용과 모습이 당대의 현실과 무엇이 다른가 하고 묻는 것이 시인의 의도라 할 수 있다. 판타지 장르가 보여주는 문법, 즉 클리세에 따라 이 시의 캐릭터는 환생(빙의/귀환)을 거듭한다. 각각의 다른 시대와 장소에 나타나도(태어나도) 똑같은 미션을 수행하는, 즉 그 시대와 장소에 주어진 생애를 살아나간다. 게임 속의 캐릭터나 현실 공간 속의 인간이나 하나의 이야기를 만드는 주체 내지 존재라는 점은 같다. 경계를 해체하고 차이를 부정하는 태도는 매우 위험한 발상이지만 재미를 불러일으킨다. 그 점에서 현실적 삶의 공간을 바라보는 시적 화자의 시선은 매우 익살스러우면서도 전복적이다.
이 시의 문제성은 그 제목에서 상징적으로 제시된다. '거울의 레트로', 우선 생각해봐야 할 것이 이 '거울'과 '레트로'를 시인이 사용한 의도다. 알다시피 거울은 반영을 특징으로 하고 있는 물건이다. 그런데 그 거울을 중첩해놓고 사용하면 거울은 그 반영을 서로 계속 반복하여 무한복제, 다시 말해 무한증식의 매우 환상적인 장면을 만든다. 여기서 '레트로'가 그것을 말해주는 문구다. 레트로라는 단어의 뜻이 과거의 것을 그대로 좇아하려는 것으로 본다면 모방에 초점이 놓여 있다. 그것은 거울의 반영을 강조하는 것으로서 모방의 모방, 반영의 반영을 뜻한다고 볼 수 있다. 이는 무한복제와 증식을 가리키는 의미로 아주 복잡한 현실과 의식을 대변하는 낱말로 기능한다. 때문에 '자기반영성'이 포스트모더니즘의 특징이라면 '거울의 레트로'가 바로 이 포스트모더니즘의 속성을 집약적으로 제시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시인이 이런 제목을 쓴 의도를 풀어본다면, 이런 자기복제, 혹은 무한증식이 갖는 판타지 풍의 이야기는 불확실성과 임의성이 전면화된 오늘의 포스트모더니즘적 현실을 반영하고자 한 것이라 볼 수 있다.
- 김경복(문학평론가, 경남대 교수)
목차
목차
제1부
아는 얘기ㆍ13/태양이 나뭇가지 위아래로 티눈처럼 솟아 있어 한번 웃고 차고로 뛰어갔다ㆍ14/로그인 시도가 감지되었습니다ㆍ16/마우스포인터ㆍ18/조촐한 회식ㆍ19/오늘의 백일홍ㆍ20/Bibbidi?Bobbidi?Booㆍ22/하품할 때마다ㆍ24/주머니 속 귤 두 개가 따뜻해지고 있다ㆍ26/청도ㆍ27/브런치ㆍ28/비단무늬 물뱀 입술 피어싱ㆍ30/장산행ㆍ32/나와 다른 옷의 태도ㆍ34
제2부
빌어먹을 다짐들ㆍ37/하얗게 된 사람들ㆍ38/델타크론ㆍ40/나도개피ㆍ42/밀푀유나베ㆍ43/모란은ㆍ44/거지덩굴ㆍ46/푸른 노루귀ㆍ48/본색ㆍ50/재건축ㆍ51/아이라인ㆍ52/시클라멘ㆍ54/파래ㆍ56/뒤로 더 많이ㆍ58/oilㆍ60
제3부
크랙 위ㆍ63/10시 33분 38초ㆍ64/거울의 레트로ㆍ66/남남바람꽃ㆍ68/망ㆍ69/사과의 중심ㆍ70/양ㆍ72/살필 줄 알아야 해ㆍ74/운ㆍ75/물의 집ㆍ76/욕조에 누워ㆍ78/파 재래기ㆍ79/핑거라임ㆍ80/대답ㆍ82/일어서면 어지럽고 기대면 조금 달아오르는ㆍ83/삼월ㆍ84
제4부
으름꽃ㆍ87/접촉자ㆍ88/양지꽃ㆍ89/귤밭 옆 신축 빌라ㆍ90/R36ㆍ92/복도를 걷는 사람들ㆍ93/1511호ㆍ94/그와 만두ㆍ96/무궁ㆍ97/청도 2ㆍ98/소문ㆍ99/편도염ㆍ100/꿈ㆍ102/누구나 반할 색ㆍ103/자몽들ㆍ104
해설 김경복(문학평론가, 경남대 교수)·105
아는 얘기ㆍ13/태양이 나뭇가지 위아래로 티눈처럼 솟아 있어 한번 웃고 차고로 뛰어갔다ㆍ14/로그인 시도가 감지되었습니다ㆍ16/마우스포인터ㆍ18/조촐한 회식ㆍ19/오늘의 백일홍ㆍ20/Bibbidi?Bobbidi?Booㆍ22/하품할 때마다ㆍ24/주머니 속 귤 두 개가 따뜻해지고 있다ㆍ26/청도ㆍ27/브런치ㆍ28/비단무늬 물뱀 입술 피어싱ㆍ30/장산행ㆍ32/나와 다른 옷의 태도ㆍ34
제2부
빌어먹을 다짐들ㆍ37/하얗게 된 사람들ㆍ38/델타크론ㆍ40/나도개피ㆍ42/밀푀유나베ㆍ43/모란은ㆍ44/거지덩굴ㆍ46/푸른 노루귀ㆍ48/본색ㆍ50/재건축ㆍ51/아이라인ㆍ52/시클라멘ㆍ54/파래ㆍ56/뒤로 더 많이ㆍ58/oilㆍ60
제3부
크랙 위ㆍ63/10시 33분 38초ㆍ64/거울의 레트로ㆍ66/남남바람꽃ㆍ68/망ㆍ69/사과의 중심ㆍ70/양ㆍ72/살필 줄 알아야 해ㆍ74/운ㆍ75/물의 집ㆍ76/욕조에 누워ㆍ78/파 재래기ㆍ79/핑거라임ㆍ80/대답ㆍ82/일어서면 어지럽고 기대면 조금 달아오르는ㆍ83/삼월ㆍ84
제4부
으름꽃ㆍ87/접촉자ㆍ88/양지꽃ㆍ89/귤밭 옆 신축 빌라ㆍ90/R36ㆍ92/복도를 걷는 사람들ㆍ93/1511호ㆍ94/그와 만두ㆍ96/무궁ㆍ97/청도 2ㆍ98/소문ㆍ99/편도염ㆍ100/꿈ㆍ102/누구나 반할 색ㆍ103/자몽들ㆍ104
해설 김경복(문학평론가, 경남대 교수)·105
저자
저자
정가을
대구광역시에서 태어나 2018년 《애지》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바질토마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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