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심장을 열어보고 싶은(시인동네 시인선 182)
김호준 시집
Regular price
$11.24
Sale price
Regular price
✈️
Estimated delivery date 예상 배송일
Standard Shipping
불러오는 중...
주문일로부터 8-12 영업일
Express Shipping
불러오는 중...
주문일로부터 6-8 영업일
의사의 윤리와 시인의 윤리 사이에서
2014년 《시와사상》으로 등단한 김호준 시인의 첫 번째 시집 『너의 심장을 열어보고 싶은』이 시인동네 시인선 182로 출간되었다.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격리된 자들이 늘어난 시대, 고통에 무감각해진 시대에 이 시집이 지닌 울림은 각별하다. 김호준의 시는, 고통에 무뎌진 채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지 않는 것에 익숙해진 이 시대에 ‘죽음’과 대면해야 하는 인간의 운명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2014년 《시와사상》으로 등단한 김호준 시인의 첫 번째 시집 『너의 심장을 열어보고 싶은』이 시인동네 시인선 182로 출간되었다.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격리된 자들이 늘어난 시대, 고통에 무감각해진 시대에 이 시집이 지닌 울림은 각별하다. 김호준의 시는, 고통에 무뎌진 채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지 않는 것에 익숙해진 이 시대에 ‘죽음’과 대면해야 하는 인간의 운명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Couldn't load pickup availability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 해설 엿보기
인간은 모두 우연히 태어나 끊임없이 먹고 배설하다가 병들거나 늙어 죽는다. 사랑하고 질투하고 분노에 휩싸이다가 안도하는 일을 평생 되풀이한다. 인간은 복잡한 언어를 사용하고, 대부분 동물보다 긴 생애를 산다. 인간들은 서로 돕고 의지하면서도 그만큼 같은 종족을 차별하고 억압하는 존재이기도 하다. 그리고 어김없이 누구나 죄를 짓고 살아간다. 삶은, 심각한 농담과 가벼운 만담을 닮았다. 인간의 신체 구조는 비슷하지만, 삶은 모두 제각각이다. 인간의 유일한 공통점은, 생명이 꺼진 후 쉽게 썩어버리는 단백질 덩어리에 불과한 육신을 지녔다는 사실이다. 김호준 시인의 첫 시집 『너의 심장을 열어보고 싶은』에는 곧 썩어버릴 인간의 육체를 응시하는 자의 한탄과 연민이 담겨 있다. 김호준의 시집에는 인간의 죽음과 고통을 지켜보는 '의사의 시선'과 생명의 한계를 인식하는 '시인의 시선'이 불안하게 공존한다. 시적 주체는 날마다 "병동 침대 시트마다 겹겹이 묻어둔 얼굴들"을 바라보면서 병명으로 치환되지 않는 그들의 사연을 "기도문처럼 읽"(「참례」)는다. 시집의 1부에는 시적 주체가 환자를 마주하면서 겪었던 지치고 무력한 나날들이 기록되어 있다.
병동 침대 시트마다 겹겹이 묻어둔 얼굴들이 있다
가끔 나는 그 언저리에 쪼그리고 앉아 그들을 꺼내고
기도문처럼 읽는다
당신에게 가는 오늘이 점점 길어지겠지만
불운을 메우고 남겨진 모서리를 오래 어루만진다
바다보다 깊은 어항을 가져다 당신을 넣는다
시원한 저녁을 읊조리는 당신을 보며 스스로를 다독이듯 재촉한다
병동에는 가끔 먼 곳까지 갔다가 돌아오지 못한 자들이 있지만
나는 그들에게서 어둠과 어울리지 않는 계절에 대해 배우고
나이가 들어가는 시간과의 공통점을 찾는다
언젠가 이별한 친구들이 보일 때면
소박한 노래가 날아와 어항의 벽면을 따라
눈물처럼 움직인다
그렇게 매일 달라지는 얼굴들이 있고
나는 당신과 함께 바다로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 「참례」 전문
의사는 질병을 분석하고 차트에 환자의 병명을 적는다. 그러나 의사의 차트에는 개별적인 주체가 삶에서 느끼는 구체적인 슬픔과 고통은 적히지 않는다. "어려운 글자들로 가득한" 차트 안에서 말들은 "제자리를 찾기 위해 발버둥"(「말」) 친다. '나'는 그 한계를 절감한다. '나'의 직업은 병든 인간을 치료하는 일이다. 그렇지만 환자의 환부 '너머'까지 미처 다가설 수 없다. 병든 인간을 진단하는 지식은 죽어버린 육신을 해부하면서 익힌 것이다. 2부에 수록된 '해부' 연작에는 '카데바(Cadaver, 해부용 신체)'를 해부하면서 느낀 감정이 적나라하게 담겨 있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인간의 심장은 계속 뛴다. 심장의 활동은 생명의 상징과도 같다. 반면 움직임을 멈춘 채 해부의 대상으로 전락한 인간의 심장은 아무것도 아닌 사물에 불과하다. '나'는 죽은 자의 심장을 꺼낸 기억을 되새긴다.
나에게는 오래전, 죽은 자의 심장을 꺼낸 기억이 있다. 새로운 것에 대한 발견은 애초부터 우리가 원했던 바가 아니었으므로 그 심장 또한 새것이 아니었음이 분명하다. 돌이켜보니 거무튀튀한 외연, 체구에 비해 유난히도 작았던 크기를 제외하고는 특이한 점이 어디에도 없었다. 심장은 누군가의 기억도 추억도 울음도 울림도 아니었다. 무엇도 될 수 없는 감정의 끈이 셀 수도 없어 큰 줄기에 자잘한 분지까지 심장으로 향하는 길은 다른 생의 누설일 뿐이었다.
- 「해부 1」 부분
죽은 자의 심장은 "누군가의 기억도 추억도 울음도 울림도"(「해부 1」) 아니다. 인체의 구조와 특성을 암기하고, 병명을 파악해도, "산목숨들이 죽어 나가는 것"을 "나는 막지 못"(「해부 2」)한다. 인간의 질병을 공부하면서 '나'가 느낀 것은, 질병에 관한 어떤 지식으로도 인간을 완전히 알 수 없다는 사실이다. '나'는 숱하게 "속절없이 말라버린 육체"(「해부 5」)와 "텅 빈 가죽 속"(「해부 7」)을 들여다보지만, 장기의 구조와 기능에 대한 지식으로는 한때 살아 있었던 자가 느꼈던 기쁨과 슬픔, 분노와 불안 등을 알지 못한다.
- 이정현(문학평론가)
■ 시인의 산문
생생하게도 곧은 당신의 등줄기를 따라 내 안에 굴곡진 그늘 매만질 때면 수직으로 선 기둥은 오히려 휘어져 보인다. 꼿꼿함의 한가운데를 볼록하게 만듦으로써 왜곡됨을 경계해왔을 그런 착시는 모나지 않은 힘을 빌려 이끌어낸 현명함이 분명하다. 오래도록 감당해온 비밀은 과연 어떤 곡면의 부드러움에 있었던 것일까. 세상의 이목이야 잠시 머물다 떠날 처지이지만 나의 눈은 여태 당신의 허리께를 떠나지 못하고 있다. 어느 시점부터 우리는 이 무거운 전망을 짊어진 채 살아가야 했을까.
가벼운 하늘과 맞닿은 지붕에서 땅에 뿌리를 내린 디딤돌까지 평안하다. 아무런 불만조차 없다는 듯 당신은 말이 없다. 어찌 예전에는 알아차리지 못했던 것일까. 곡선으로서는 결코 다가설 수 없을 것만 같았던 직선의 고집, 내가 당신을 만난 것도 따지고 보면 그 무렵의 일이다.
인간은 모두 우연히 태어나 끊임없이 먹고 배설하다가 병들거나 늙어 죽는다. 사랑하고 질투하고 분노에 휩싸이다가 안도하는 일을 평생 되풀이한다. 인간은 복잡한 언어를 사용하고, 대부분 동물보다 긴 생애를 산다. 인간들은 서로 돕고 의지하면서도 그만큼 같은 종족을 차별하고 억압하는 존재이기도 하다. 그리고 어김없이 누구나 죄를 짓고 살아간다. 삶은, 심각한 농담과 가벼운 만담을 닮았다. 인간의 신체 구조는 비슷하지만, 삶은 모두 제각각이다. 인간의 유일한 공통점은, 생명이 꺼진 후 쉽게 썩어버리는 단백질 덩어리에 불과한 육신을 지녔다는 사실이다. 김호준 시인의 첫 시집 『너의 심장을 열어보고 싶은』에는 곧 썩어버릴 인간의 육체를 응시하는 자의 한탄과 연민이 담겨 있다. 김호준의 시집에는 인간의 죽음과 고통을 지켜보는 '의사의 시선'과 생명의 한계를 인식하는 '시인의 시선'이 불안하게 공존한다. 시적 주체는 날마다 "병동 침대 시트마다 겹겹이 묻어둔 얼굴들"을 바라보면서 병명으로 치환되지 않는 그들의 사연을 "기도문처럼 읽"(「참례」)는다. 시집의 1부에는 시적 주체가 환자를 마주하면서 겪었던 지치고 무력한 나날들이 기록되어 있다.
병동 침대 시트마다 겹겹이 묻어둔 얼굴들이 있다
가끔 나는 그 언저리에 쪼그리고 앉아 그들을 꺼내고
기도문처럼 읽는다
당신에게 가는 오늘이 점점 길어지겠지만
불운을 메우고 남겨진 모서리를 오래 어루만진다
바다보다 깊은 어항을 가져다 당신을 넣는다
시원한 저녁을 읊조리는 당신을 보며 스스로를 다독이듯 재촉한다
병동에는 가끔 먼 곳까지 갔다가 돌아오지 못한 자들이 있지만
나는 그들에게서 어둠과 어울리지 않는 계절에 대해 배우고
나이가 들어가는 시간과의 공통점을 찾는다
언젠가 이별한 친구들이 보일 때면
소박한 노래가 날아와 어항의 벽면을 따라
눈물처럼 움직인다
그렇게 매일 달라지는 얼굴들이 있고
나는 당신과 함께 바다로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 「참례」 전문
의사는 질병을 분석하고 차트에 환자의 병명을 적는다. 그러나 의사의 차트에는 개별적인 주체가 삶에서 느끼는 구체적인 슬픔과 고통은 적히지 않는다. "어려운 글자들로 가득한" 차트 안에서 말들은 "제자리를 찾기 위해 발버둥"(「말」) 친다. '나'는 그 한계를 절감한다. '나'의 직업은 병든 인간을 치료하는 일이다. 그렇지만 환자의 환부 '너머'까지 미처 다가설 수 없다. 병든 인간을 진단하는 지식은 죽어버린 육신을 해부하면서 익힌 것이다. 2부에 수록된 '해부' 연작에는 '카데바(Cadaver, 해부용 신체)'를 해부하면서 느낀 감정이 적나라하게 담겨 있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인간의 심장은 계속 뛴다. 심장의 활동은 생명의 상징과도 같다. 반면 움직임을 멈춘 채 해부의 대상으로 전락한 인간의 심장은 아무것도 아닌 사물에 불과하다. '나'는 죽은 자의 심장을 꺼낸 기억을 되새긴다.
나에게는 오래전, 죽은 자의 심장을 꺼낸 기억이 있다. 새로운 것에 대한 발견은 애초부터 우리가 원했던 바가 아니었으므로 그 심장 또한 새것이 아니었음이 분명하다. 돌이켜보니 거무튀튀한 외연, 체구에 비해 유난히도 작았던 크기를 제외하고는 특이한 점이 어디에도 없었다. 심장은 누군가의 기억도 추억도 울음도 울림도 아니었다. 무엇도 될 수 없는 감정의 끈이 셀 수도 없어 큰 줄기에 자잘한 분지까지 심장으로 향하는 길은 다른 생의 누설일 뿐이었다.
- 「해부 1」 부분
죽은 자의 심장은 "누군가의 기억도 추억도 울음도 울림도"(「해부 1」) 아니다. 인체의 구조와 특성을 암기하고, 병명을 파악해도, "산목숨들이 죽어 나가는 것"을 "나는 막지 못"(「해부 2」)한다. 인간의 질병을 공부하면서 '나'가 느낀 것은, 질병에 관한 어떤 지식으로도 인간을 완전히 알 수 없다는 사실이다. '나'는 숱하게 "속절없이 말라버린 육체"(「해부 5」)와 "텅 빈 가죽 속"(「해부 7」)을 들여다보지만, 장기의 구조와 기능에 대한 지식으로는 한때 살아 있었던 자가 느꼈던 기쁨과 슬픔, 분노와 불안 등을 알지 못한다.
- 이정현(문학평론가)
■ 시인의 산문
생생하게도 곧은 당신의 등줄기를 따라 내 안에 굴곡진 그늘 매만질 때면 수직으로 선 기둥은 오히려 휘어져 보인다. 꼿꼿함의 한가운데를 볼록하게 만듦으로써 왜곡됨을 경계해왔을 그런 착시는 모나지 않은 힘을 빌려 이끌어낸 현명함이 분명하다. 오래도록 감당해온 비밀은 과연 어떤 곡면의 부드러움에 있었던 것일까. 세상의 이목이야 잠시 머물다 떠날 처지이지만 나의 눈은 여태 당신의 허리께를 떠나지 못하고 있다. 어느 시점부터 우리는 이 무거운 전망을 짊어진 채 살아가야 했을까.
가벼운 하늘과 맞닿은 지붕에서 땅에 뿌리를 내린 디딤돌까지 평안하다. 아무런 불만조차 없다는 듯 당신은 말이 없다. 어찌 예전에는 알아차리지 못했던 것일까. 곡선으로서는 결코 다가설 수 없을 것만 같았던 직선의 고집, 내가 당신을 만난 것도 따지고 보면 그 무렵의 일이다.
목차
목차
제1부
달의 기운ㆍ13/방 안에서는 무슨 일이ㆍ14/삶은 반쪽으로ㆍ16/내일은 일어설 수 있을까ㆍ17/관(棺)ㆍ18/사막의 파수ㆍ20/월경(越境)ㆍ22/중력 1ㆍ24/중력 2ㆍ25/해빙ㆍ26/치타델레의 귀순ㆍ28/시참(詩讖)ㆍ30/제설ㆍ32/참례ㆍ34/심폐소생ㆍ35/미시ㆍ36/월경성기흉ㆍ38/들의 장례식에는 눈이ㆍ40/말ㆍ42/드레싱ㆍ44
제2부
해부 1ㆍ47/해부 2ㆍ48/해부 3ㆍ50/해부 4ㆍ51/해부 5ㆍ52/해부 6ㆍ54/해부 7ㆍ56/해부 8ㆍ58/해부 9ㆍ59/해부 10ㆍ60/응급실 1ㆍ62/응급실 2ㆍ63/응급실 3ㆍ64/응급실 4ㆍ66/응급실 5ㆍ68/응급실 6ㆍ70/응급실 7ㆍ72/응급실 8ㆍ74/응급실 9ㆍ75/응급실 10ㆍ76
제3부
어느 집착ㆍ79/탑정호에 묻다ㆍ80/무산(霧散)ㆍ82/금새ㆍ84/장미는 세다ㆍ86/시집ㆍ87/정원사ㆍ88/위태(僞胎)ㆍ90/연가ㆍ92/다시(茶詩)ㆍ93/흔한 기침약ㆍ94/탯줄ㆍ95/실조(失調)ㆍ96/코르사코프 증후군ㆍ98/침습(侵襲)ㆍ99/월유(月幽)ㆍ100/아니마ㆍ101/사과ㆍ102
해설 이정현(문학평론가)ㆍ103
달의 기운ㆍ13/방 안에서는 무슨 일이ㆍ14/삶은 반쪽으로ㆍ16/내일은 일어설 수 있을까ㆍ17/관(棺)ㆍ18/사막의 파수ㆍ20/월경(越境)ㆍ22/중력 1ㆍ24/중력 2ㆍ25/해빙ㆍ26/치타델레의 귀순ㆍ28/시참(詩讖)ㆍ30/제설ㆍ32/참례ㆍ34/심폐소생ㆍ35/미시ㆍ36/월경성기흉ㆍ38/들의 장례식에는 눈이ㆍ40/말ㆍ42/드레싱ㆍ44
제2부
해부 1ㆍ47/해부 2ㆍ48/해부 3ㆍ50/해부 4ㆍ51/해부 5ㆍ52/해부 6ㆍ54/해부 7ㆍ56/해부 8ㆍ58/해부 9ㆍ59/해부 10ㆍ60/응급실 1ㆍ62/응급실 2ㆍ63/응급실 3ㆍ64/응급실 4ㆍ66/응급실 5ㆍ68/응급실 6ㆍ70/응급실 7ㆍ72/응급실 8ㆍ74/응급실 9ㆍ75/응급실 10ㆍ76
제3부
어느 집착ㆍ79/탑정호에 묻다ㆍ80/무산(霧散)ㆍ82/금새ㆍ84/장미는 세다ㆍ86/시집ㆍ87/정원사ㆍ88/위태(僞胎)ㆍ90/연가ㆍ92/다시(茶詩)ㆍ93/흔한 기침약ㆍ94/탯줄ㆍ95/실조(失調)ㆍ96/코르사코프 증후군ㆍ98/침습(侵襲)ㆍ99/월유(月幽)ㆍ100/아니마ㆍ101/사과ㆍ102
해설 이정현(문학평론가)ㆍ103
저자
저자
김호준
1988년 서울에서 태어나 2014년 《시와사상》 신인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충남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을 졸업했고, 현재는 을지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레지던트 4년차로 일하고 있다.
Payment & Security
Payment methods
Your payment information is processed securely. We do not store credit card details nor have access to your credit card informatio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