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가능합니다(시인동네 시인선 195)
조영란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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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슬픔은 생활로 나아간다
2016년 《시인동네》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등단한 조영란 시인의 세 번째 시집 『오늘은 가능합니다』가 시인동네 시인선 195로 출간되었다. 조영란의 시는 슬픔이 문장으로 바뀌는 순간들이 쌓이면서 삶의 기쁨으로 재탄생한다. 그렇게 슬픔은 문장이 되면서 생활로 나아간다. 그것이 스스로를 구원하는 방법이자, 현재진행형인 삶에 대처하는 조영란만의 방식이다. 조영란의 슬픔은 문장 너머 또 다른 세계에 닿아 있다.
2016년 《시인동네》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등단한 조영란 시인의 세 번째 시집 『오늘은 가능합니다』가 시인동네 시인선 195로 출간되었다. 조영란의 시는 슬픔이 문장으로 바뀌는 순간들이 쌓이면서 삶의 기쁨으로 재탄생한다. 그렇게 슬픔은 문장이 되면서 생활로 나아간다. 그것이 스스로를 구원하는 방법이자, 현재진행형인 삶에 대처하는 조영란만의 방식이다. 조영란의 슬픔은 문장 너머 또 다른 세계에 닿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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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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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설 엿보기
어떤 이가 대체적으로 무사한 관계와 일상을 유지하고 감정에 휘둘려 상처받고 있지 않다면, 그것은 둘 중 한 가지이다. 타자가 나의 삶 속에 너무 깊이 개입하게 되는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거나 본인이 한없이 관대한 사람이면 된다. 그러나 효율성과 이해타산적인 현대 사회에서 대체적으로 전자가 많을 수밖에 없다. 우리는 이미 생존을 위한 균형감각으로 타자를 비롯한 세계와 자신에 대한 거리감각을 수없이 반복해서 연습해왔기 때문이다. 효율성을 최우선으로 하는 사회적 분위기에서 보이지 않는 과정과 경험에 대한 가치는 평가 절하된다. 우리는 과정보다는 결과를 중시하고 이 때문에 충분히 성찰하는 만큼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드러내는 만큼만 사유하고 있다. 각종 SNS를 활용하여 생활의 구질구질함은 생략한, 추상화처럼 잘 정돈된 일상만을 드러내 보이는 유행이 이를 증명한다. 이러한 현상은 어떤 측면에서 자신감의 표현이라기보다는 오히려 그 어느 곳에도 안주할 수 없는 불안의 투영이다. 또한 투명하고 청정한 일상에 대한 집착은 삶의 시간적인 서사들을 생략하고 젊음에 대한 과도한 강조로 나아간다. 이는 인간이 언제나 '절정'의 순간만을 유지해야 한다는 그릇된 욕망과 환상을 심어준다. 그것은 감정의 표현에 있어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사람들은 청정한 생활만큼이나 속된말로 쿨하고 심플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자신의 '상처받음'을 드러내지 않고 문제제기하지 않는다. 어쩌면 "그건 이별보다 더 잔인한 일"(「마음은 두고 간다고 했다」)일 수도 있지만 누군가는 끝나는 순간까지 관계의 균열에 대해 어떤 질문도 하지 않았음을 다행으로 여긴다. 서로의 차이를 건드리지 않고 관계의 거리감각을 유지한 채로 관계를 마무리하는 것이다.
서로를 불쾌하게 만들지도 모르는 차이에 대한 안전거리를 미리 확보하는 이러한 행위의 기저에는 관계의 균열로 인한 위기와 불안을 배제하려는 의도가 숨어 있다. 「개별포장」에서 우리는 이러한 현대인의 불안과 그로 인한 단독성에 대한 역설을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저것은 이데올로기다
아니다, 저것은 관계의 역설이다
크루아상은 걸핏하면 부서지려 하고
크로켓은 설탕 묻은 꽈배기를 꺼려하고
도넛은 혼자 열심히 공허를 외치고
과도한 불안이 과대한 벽을 세우듯이
개별이라는 단어 앞에 서면 자꾸 포장하고 싶은 기분
너는 너대로
나는 나대로
경계와 구분만이 가능한 세계에서
멀어진 거리가 불러온 안도감을 아름답다 할 수 있을까
나는 포장을 뜯어내고 빵들을 한 바구니에 쓸어 담는다
속을 알 수 없는 빵들이
너도 나도 아닌
우리가 되기 위하여
서로를 끌어안는 상상을 한다
체온을 나눠야 하겠지만
짓눌리고 부서지겠지만
- 「개별포장」 전문
조영란은 타자와 세계를 변화시키는 거대한 일보다 일상에서 타자의 차이를 참아내는 것이 고통스러울 수 있다는 사실을 간파하고 있다. 그 고통을 회피하기 위한 가장 쉬운 방법은 "너는 너대로/나는 나대로" 개별화하여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 하지만 그녀는 이 지점에서 익숙한 방법을 뒤로하고 "멀어진 거리가 불러온 안도감을 아름답다 할 수 있을까"라고 되묻는다. 그리고 스스로 답한다. "짓눌리고 부서지겠지만", "너도 나도 아닌/우리가 되기 위하여" "서로를 끌어안는 상상"이라도 시도해봐야 하지 않겠냐고. 그녀는 '나는 너다'라는 당위를 내세우지 않는다. 또한 너도 나도 아닌 "우리"를 지향하면서도 그것조차도 우선 "서로를 끌어안는 상상을 한다"고 말할 줄 아는 타자에 대한 섬세한 배려가 있다. 모두가 '서로를 끌어안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강박적으로 위기와 불안을 배척하는 시도는 고정된 자아 안에 '나'를 가두는 행위이며 이는 결국 새로운 '나'를 차단하는 태도이기도 하다. 위기를 감수하지 않겠다는 것, 혹은 불안을 보유하고 싶지 않다는 것. 그것은 달리 말하면 내가 아닌 타인의 공간을 남겨두지 않겠다는 의미이다. 물론 이러한 단독성만 추구하는 태도를 우리는 이해한다. 그러나 그 사람을 안쓰럽게 여기거나 걱정하지는 않는다. 세상의 기준이 "세워둔 벽" 앞에서 시름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계를 지우려는 "환한 일"을 시도하는 이에게 우리의 감정은 흐르게 되어 있다. 그리고 그러한 "용기를 주고받았"을 때 "미래로 통하는 곧은 선과 길들이 있는 문"(「오늘은 가능합니다」)이 열리는 우연의 기적은 발생한다.
- 장예원(문학평론가)
■ 시인의 산문
소중한 것들을 지우며 슬픔의 자리를 만들어야 하는 어쩔 수 없음이 있다. 그 어쩔 수 없음이 나를 여기까지 오게 했다.
설명할 수 없는 것들을 가슴속에 밀어 넣고 최선을 다해 봉인했던 순간들이 잔상으로 남아 나를 괴롭혔다. 그것들을 꺼내 쓰고 지우고 덧쓰며 황홀한 계절을 앓았다. 이제 나는 아무것도 꿈꾸지 않는 행복을 꿈꿔도 좋으리라.
어떤 이가 대체적으로 무사한 관계와 일상을 유지하고 감정에 휘둘려 상처받고 있지 않다면, 그것은 둘 중 한 가지이다. 타자가 나의 삶 속에 너무 깊이 개입하게 되는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거나 본인이 한없이 관대한 사람이면 된다. 그러나 효율성과 이해타산적인 현대 사회에서 대체적으로 전자가 많을 수밖에 없다. 우리는 이미 생존을 위한 균형감각으로 타자를 비롯한 세계와 자신에 대한 거리감각을 수없이 반복해서 연습해왔기 때문이다. 효율성을 최우선으로 하는 사회적 분위기에서 보이지 않는 과정과 경험에 대한 가치는 평가 절하된다. 우리는 과정보다는 결과를 중시하고 이 때문에 충분히 성찰하는 만큼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드러내는 만큼만 사유하고 있다. 각종 SNS를 활용하여 생활의 구질구질함은 생략한, 추상화처럼 잘 정돈된 일상만을 드러내 보이는 유행이 이를 증명한다. 이러한 현상은 어떤 측면에서 자신감의 표현이라기보다는 오히려 그 어느 곳에도 안주할 수 없는 불안의 투영이다. 또한 투명하고 청정한 일상에 대한 집착은 삶의 시간적인 서사들을 생략하고 젊음에 대한 과도한 강조로 나아간다. 이는 인간이 언제나 '절정'의 순간만을 유지해야 한다는 그릇된 욕망과 환상을 심어준다. 그것은 감정의 표현에 있어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사람들은 청정한 생활만큼이나 속된말로 쿨하고 심플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자신의 '상처받음'을 드러내지 않고 문제제기하지 않는다. 어쩌면 "그건 이별보다 더 잔인한 일"(「마음은 두고 간다고 했다」)일 수도 있지만 누군가는 끝나는 순간까지 관계의 균열에 대해 어떤 질문도 하지 않았음을 다행으로 여긴다. 서로의 차이를 건드리지 않고 관계의 거리감각을 유지한 채로 관계를 마무리하는 것이다.
서로를 불쾌하게 만들지도 모르는 차이에 대한 안전거리를 미리 확보하는 이러한 행위의 기저에는 관계의 균열로 인한 위기와 불안을 배제하려는 의도가 숨어 있다. 「개별포장」에서 우리는 이러한 현대인의 불안과 그로 인한 단독성에 대한 역설을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저것은 이데올로기다
아니다, 저것은 관계의 역설이다
크루아상은 걸핏하면 부서지려 하고
크로켓은 설탕 묻은 꽈배기를 꺼려하고
도넛은 혼자 열심히 공허를 외치고
과도한 불안이 과대한 벽을 세우듯이
개별이라는 단어 앞에 서면 자꾸 포장하고 싶은 기분
너는 너대로
나는 나대로
경계와 구분만이 가능한 세계에서
멀어진 거리가 불러온 안도감을 아름답다 할 수 있을까
나는 포장을 뜯어내고 빵들을 한 바구니에 쓸어 담는다
속을 알 수 없는 빵들이
너도 나도 아닌
우리가 되기 위하여
서로를 끌어안는 상상을 한다
체온을 나눠야 하겠지만
짓눌리고 부서지겠지만
- 「개별포장」 전문
조영란은 타자와 세계를 변화시키는 거대한 일보다 일상에서 타자의 차이를 참아내는 것이 고통스러울 수 있다는 사실을 간파하고 있다. 그 고통을 회피하기 위한 가장 쉬운 방법은 "너는 너대로/나는 나대로" 개별화하여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 하지만 그녀는 이 지점에서 익숙한 방법을 뒤로하고 "멀어진 거리가 불러온 안도감을 아름답다 할 수 있을까"라고 되묻는다. 그리고 스스로 답한다. "짓눌리고 부서지겠지만", "너도 나도 아닌/우리가 되기 위하여" "서로를 끌어안는 상상"이라도 시도해봐야 하지 않겠냐고. 그녀는 '나는 너다'라는 당위를 내세우지 않는다. 또한 너도 나도 아닌 "우리"를 지향하면서도 그것조차도 우선 "서로를 끌어안는 상상을 한다"고 말할 줄 아는 타자에 대한 섬세한 배려가 있다. 모두가 '서로를 끌어안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강박적으로 위기와 불안을 배척하는 시도는 고정된 자아 안에 '나'를 가두는 행위이며 이는 결국 새로운 '나'를 차단하는 태도이기도 하다. 위기를 감수하지 않겠다는 것, 혹은 불안을 보유하고 싶지 않다는 것. 그것은 달리 말하면 내가 아닌 타인의 공간을 남겨두지 않겠다는 의미이다. 물론 이러한 단독성만 추구하는 태도를 우리는 이해한다. 그러나 그 사람을 안쓰럽게 여기거나 걱정하지는 않는다. 세상의 기준이 "세워둔 벽" 앞에서 시름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계를 지우려는 "환한 일"을 시도하는 이에게 우리의 감정은 흐르게 되어 있다. 그리고 그러한 "용기를 주고받았"을 때 "미래로 통하는 곧은 선과 길들이 있는 문"(「오늘은 가능합니다」)이 열리는 우연의 기적은 발생한다.
- 장예원(문학평론가)
■ 시인의 산문
소중한 것들을 지우며 슬픔의 자리를 만들어야 하는 어쩔 수 없음이 있다. 그 어쩔 수 없음이 나를 여기까지 오게 했다.
설명할 수 없는 것들을 가슴속에 밀어 넣고 최선을 다해 봉인했던 순간들이 잔상으로 남아 나를 괴롭혔다. 그것들을 꺼내 쓰고 지우고 덧쓰며 황홀한 계절을 앓았다. 이제 나는 아무것도 꿈꾸지 않는 행복을 꿈꿔도 좋으리라.
목차
목차
제1부
이면지ㆍ13/몽상에 가까운ㆍ14/당신이라는 무늬ㆍ16/상상 밖의 불안에게ㆍ18/봄꿈ㆍ20/간주ㆍ21/슬기로운 측만ㆍ22/싹ㆍ24/꾸준한 생활ㆍ26/개별포장ㆍ28/손톱ㆍ30/고무줄놀이ㆍ31/오늘은 가능합니다ㆍ32/나의 산책ㆍ34
제2부
텍스트ㆍ37/오르간 주법ㆍ38/보편적ㆍ40/눈부신 역린ㆍ42/저녁 무렵ㆍ44/생일 케이크ㆍ45/플랫화이트ㆍ46/스마일 마스크 증후군ㆍ48/불면에 기대어ㆍ50/혀ㆍ52/빈병ㆍ53/신용카드ㆍ54/발효 커피ㆍ56/침묵 활용법ㆍ58/방부ㆍ60
제3부
발칙한 상상ㆍ63/곁ㆍ64/그림자ㆍ66/거기ㆍ68/당분간 엘리베이터ㆍ70/이상한 내비게이션ㆍ71/돛ㆍ72/마음은 두고 간다고 했다ㆍ74/등ㆍ76/심부름ㆍ78/아카시 잎 하나씩 떼어내듯이ㆍ79/대숲에서ㆍ80/뭐가 들어 있나 귀를 열어봤어요ㆍ82/구절리역ㆍ84
제4부
사랑ㆍ87/균열ㆍ88/솜사탕을 녹이는 밤ㆍ90/구간 단속ㆍ92/꼬리ㆍ93/우산에게ㆍ94/꽉 다문 입들의 노래ㆍ96/마르지 않는 샘ㆍ98/주름의 이유ㆍ99/더딘 알람ㆍ100/나프탈렌을 생각하는 밤ㆍ102/이탈ㆍ104/믿을 만한 경작ㆍ106
해설 장예원(문학평론가)ㆍ107
이면지ㆍ13/몽상에 가까운ㆍ14/당신이라는 무늬ㆍ16/상상 밖의 불안에게ㆍ18/봄꿈ㆍ20/간주ㆍ21/슬기로운 측만ㆍ22/싹ㆍ24/꾸준한 생활ㆍ26/개별포장ㆍ28/손톱ㆍ30/고무줄놀이ㆍ31/오늘은 가능합니다ㆍ32/나의 산책ㆍ34
제2부
텍스트ㆍ37/오르간 주법ㆍ38/보편적ㆍ40/눈부신 역린ㆍ42/저녁 무렵ㆍ44/생일 케이크ㆍ45/플랫화이트ㆍ46/스마일 마스크 증후군ㆍ48/불면에 기대어ㆍ50/혀ㆍ52/빈병ㆍ53/신용카드ㆍ54/발효 커피ㆍ56/침묵 활용법ㆍ58/방부ㆍ60
제3부
발칙한 상상ㆍ63/곁ㆍ64/그림자ㆍ66/거기ㆍ68/당분간 엘리베이터ㆍ70/이상한 내비게이션ㆍ71/돛ㆍ72/마음은 두고 간다고 했다ㆍ74/등ㆍ76/심부름ㆍ78/아카시 잎 하나씩 떼어내듯이ㆍ79/대숲에서ㆍ80/뭐가 들어 있나 귀를 열어봤어요ㆍ82/구절리역ㆍ84
제4부
사랑ㆍ87/균열ㆍ88/솜사탕을 녹이는 밤ㆍ90/구간 단속ㆍ92/꼬리ㆍ93/우산에게ㆍ94/꽉 다문 입들의 노래ㆍ96/마르지 않는 샘ㆍ98/주름의 이유ㆍ99/더딘 알람ㆍ100/나프탈렌을 생각하는 밤ㆍ102/이탈ㆍ104/믿을 만한 경작ㆍ106
해설 장예원(문학평론가)ㆍ107
저자
저자
조영란
서울에서 태어나 2016년 《시인동네》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나를 아끼는 가장 현명한 자세』 『당신을 필사해도 되겠습니까』가 있다. 2021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창작지원금을 수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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