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고가 필요한 날(시인동네 시인선 197)
김병걸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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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음과 성찰의 시학
1976년 《현대시학》 초회 추천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김병걸 시인의 시집 『퇴고가 필요한 날』이 시인동네 시인선 197로 출간되었다. 김병걸은 〈안동역에서〉를 비롯한 수많은 히트곡을 남긴 유명 작사·작곡가로 우리에게 더 많이 알려져 있지만 그 모든 노랫말의 배후엔 그의 시가 있다. 이 시집엔 폭발 이전의 마그마처럼 웅숭깊고 뜨거우나 고요한 그의 내면이 웅크리고 있다. 그는 화려하게 각광 받는 노랫말의 이면에서 질문과 성찰을 던지는 외로운 시인이다.
1976년 《현대시학》 초회 추천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김병걸 시인의 시집 『퇴고가 필요한 날』이 시인동네 시인선 197로 출간되었다. 김병걸은 〈안동역에서〉를 비롯한 수많은 히트곡을 남긴 유명 작사·작곡가로 우리에게 더 많이 알려져 있지만 그 모든 노랫말의 배후엔 그의 시가 있다. 이 시집엔 폭발 이전의 마그마처럼 웅숭깊고 뜨거우나 고요한 그의 내면이 웅크리고 있다. 그는 화려하게 각광 받는 노랫말의 이면에서 질문과 성찰을 던지는 외로운 시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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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김병걸은 시인으로서보다 〈안동역에서〉 등 무수한 히트곡의 작사·작곡가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오죽하면 반야월 같은 작사의 '신'이 김병걸을 일러 '김작사'라 불렀다는 일화도 있다. 그의 이름을 내건 〈김병걸가요제〉가 성대하게 열릴 정도로 대중문화에 대한 그의 기여도와 영향력은 실로 엄청나다. 그의 노랫말은 대중들의 삶 속으로 깊이 파고들어 가 그들의 환부를 건드렸고, 위로했고, 희망을 선사했다. 그는 고통과 욕망과 사랑의 성감대를 건드리는 탁월한 촉수를 가지고 있다. 그의 언어가 닿는 곳에서 고통은 더욱 고통스러워졌고, 욕망은 더욱 감출 수 없는 것이 되었으며, 사랑은 활화산처럼 폭발했다. 그는 감성의 파동을 미세하게 포착하고 증폭하여 공적인 '사건'으로 만든다. 사람들은 그의 노래에서 사랑과 슬픔과 고통의 보편적 세계와 마주친다. 그는 흔하고 보편적인 것을 새롭고 특수하게 만드는 능력의 소유자이다.
이 모든 언어? 능력의 배후에 '시인'인 그가 있다. 그의 시는 노랫말의 배후이다. 그가 쏟아낸 그 모든 아름다운 노랫말의 뒤안길엔 시의 세계가 보이지 않는 수원(水源)처럼 존재한다. 그는 보이지 않는 시의 정신을 노랫말에 투과해 가시적인 것으로 만든다. 이 시집은 작사가인 그의 등 뒤에 고즈넉하게 진을 치고 있는 시인의 세계를 보여준다. 이 시집엔 폭발 이전의 마그마처럼 웅숭깊고 뜨거우나 고요한 그의 내면이 웅크리고 있다. 그는 화려하게 각광 받는 노랫말의 이면에서 질문과 성찰을 던지는 외로운 시인이다.
꽃들은 보내는 계절 속에
자신을 밀어 넣는다
본 것과 엿들은 소문까지 숨기지 않고
땅에다 내려놓는다
무용(無用)한 때를 헤아려
준비하는 꽃들의 자세는 얼마나 경건한가
더는 발원(發願) 말자
지은 허물 많아 엎드릴 무릎조차 없는데
눈먼 내가
무얼 내려놓을 수 있단 말인가
- 「하심(下心)」 전문
청년의 시간이 다가올 앞을 향해 있다면, 장년의 시간은 지나온 뒤를 향해 있다. 장년의 시선을 뒤로 미는 것은 어느덧 장년 앞에 불쑥 다가온 종말의 신호, 즉 "무용(無用)한 때"에 대한 자각 때문이다. 인간은 죽음을 경험하지 않고도 죽음에 대하여 사유할 수 있다. 이것을 하이데거는 "죽음에의 선구(das Vorlaufen zum Tode)"라 부른다. 죽음에의 선구 때문에 존재는 존재에 대한 질문을 던질 수 있다. 이렇게 "물음이라는 가능성을 가진 존재자"를 하이데거는 "현존재(Dasein)"라 부른다. 현존재는 죽음에의 선구를 통해 비로소 존재에 대해 물음(존재물음)을 던지며, 이를 통해서 "비본래적 존재"에서 벗어나 "본래적 존재"가 된다. 이렇게 존재가 자신의 고유한 존재로 돌아가는 것을 하이데거는 "존재사건(Ereignis)"이라 부른다. 위 작품에서 시인은 죽음에의 선구를 통하여 본래적 존재로 돌아가는 존재사건의 자세한 과정을 보여준다. 시인이 보기에 "꽃들"은 시간의 움직임에 철저하게 순종하는 존재들이다. 그것은 죽음에 이르렀을 때 모든 것을 바닥에 내려놓는다. 이 완벽한 순응이야말로 자연이 보여주는 경이로운 존재사건이다. 시인은 지는 꽃들을 통해 자신의 죽음을 선구하면서 존재사건의 궤도에 자신을 밀어넣는다. "눈먼 내가/무얼 내려놓을 수 있단 말인가"라는 마지막 연은 죽음을 선구한 존재가 던지는 존재물음이다. 이 물음을 통하여 시인은 일상의 비본래적 상태에서 벗어나 본래적 존재가 된다.
- 오민석(문학평론가·단국대 교수)
■ 시인의 산문
마음이 급하면 보일 것도 안 보입니다. 자신을 제어하지도 못하면서 나를 내세운 날들이 많았습니다. 분명한 건 세상 어디에도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도 서울에서 김서방을 찾는 나를 또 발견합니다. 지금 내가 누리는 것에 대해 답해줄 방법도 모르면서 나는 또 나의 세상에 동의합니다.
이 모든 언어? 능력의 배후에 '시인'인 그가 있다. 그의 시는 노랫말의 배후이다. 그가 쏟아낸 그 모든 아름다운 노랫말의 뒤안길엔 시의 세계가 보이지 않는 수원(水源)처럼 존재한다. 그는 보이지 않는 시의 정신을 노랫말에 투과해 가시적인 것으로 만든다. 이 시집은 작사가인 그의 등 뒤에 고즈넉하게 진을 치고 있는 시인의 세계를 보여준다. 이 시집엔 폭발 이전의 마그마처럼 웅숭깊고 뜨거우나 고요한 그의 내면이 웅크리고 있다. 그는 화려하게 각광 받는 노랫말의 이면에서 질문과 성찰을 던지는 외로운 시인이다.
꽃들은 보내는 계절 속에
자신을 밀어 넣는다
본 것과 엿들은 소문까지 숨기지 않고
땅에다 내려놓는다
무용(無用)한 때를 헤아려
준비하는 꽃들의 자세는 얼마나 경건한가
더는 발원(發願) 말자
지은 허물 많아 엎드릴 무릎조차 없는데
눈먼 내가
무얼 내려놓을 수 있단 말인가
- 「하심(下心)」 전문
청년의 시간이 다가올 앞을 향해 있다면, 장년의 시간은 지나온 뒤를 향해 있다. 장년의 시선을 뒤로 미는 것은 어느덧 장년 앞에 불쑥 다가온 종말의 신호, 즉 "무용(無用)한 때"에 대한 자각 때문이다. 인간은 죽음을 경험하지 않고도 죽음에 대하여 사유할 수 있다. 이것을 하이데거는 "죽음에의 선구(das Vorlaufen zum Tode)"라 부른다. 죽음에의 선구 때문에 존재는 존재에 대한 질문을 던질 수 있다. 이렇게 "물음이라는 가능성을 가진 존재자"를 하이데거는 "현존재(Dasein)"라 부른다. 현존재는 죽음에의 선구를 통해 비로소 존재에 대해 물음(존재물음)을 던지며, 이를 통해서 "비본래적 존재"에서 벗어나 "본래적 존재"가 된다. 이렇게 존재가 자신의 고유한 존재로 돌아가는 것을 하이데거는 "존재사건(Ereignis)"이라 부른다. 위 작품에서 시인은 죽음에의 선구를 통하여 본래적 존재로 돌아가는 존재사건의 자세한 과정을 보여준다. 시인이 보기에 "꽃들"은 시간의 움직임에 철저하게 순종하는 존재들이다. 그것은 죽음에 이르렀을 때 모든 것을 바닥에 내려놓는다. 이 완벽한 순응이야말로 자연이 보여주는 경이로운 존재사건이다. 시인은 지는 꽃들을 통해 자신의 죽음을 선구하면서 존재사건의 궤도에 자신을 밀어넣는다. "눈먼 내가/무얼 내려놓을 수 있단 말인가"라는 마지막 연은 죽음을 선구한 존재가 던지는 존재물음이다. 이 물음을 통하여 시인은 일상의 비본래적 상태에서 벗어나 본래적 존재가 된다.
- 오민석(문학평론가·단국대 교수)
■ 시인의 산문
마음이 급하면 보일 것도 안 보입니다. 자신을 제어하지도 못하면서 나를 내세운 날들이 많았습니다. 분명한 건 세상 어디에도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도 서울에서 김서방을 찾는 나를 또 발견합니다. 지금 내가 누리는 것에 대해 답해줄 방법도 모르면서 나는 또 나의 세상에 동의합니다.
목차
목차
제1부
디버깅ㆍ13/사랑ㆍ14/답장ㆍ15/겨울 안부ㆍ16/빈 지갑ㆍ19/하심(下心)ㆍ20/수의(壽衣)ㆍ21/마당ㆍ22/수평ㆍ24/포장ㆍ25/법어(法語)ㆍ26/능소화ㆍ27/쑥부쟁이ㆍ28/석류ㆍ30/토마토ㆍ31/떠중이ㆍ32/공존ㆍ33/두 마음ㆍ34
제2부
세상 오래 살수록ㆍ37/탱자나무ㆍ38/맹지(盲地)ㆍ39/시를 쓰면서ㆍ40/꽃병ㆍ42/낮게 사는 나무ㆍ43/산다는 건ㆍ44/60대ㆍ46/형제ㆍ47/오동나무ㆍ48/예천읍ㆍ50/황당무계ㆍ51/가을 기도ㆍ52/어느 날ㆍ54/기일ㆍ55/대오(隊伍)ㆍ56/첫사랑ㆍ57/가수ㆍ58
제3부
달맞이꽃이ㆍ61/곶감ㆍ62/우체통을 봐도ㆍ63/심심산골로 산다ㆍ64/폭설ㆍ66/편지ㆍ67/만대루(晩對樓)ㆍ68/산목련ㆍ69/외등ㆍ70/일장 연설ㆍ72/산이 언제ㆍ73/나를 반성합니다ㆍ74/그 마을에는ㆍ76/집오리ㆍ77/수박ㆍ78/민둥산ㆍ79/전라도 여행ㆍ80/확실한 사실ㆍ82
제4부
떠중이 심사ㆍ85/고립된 날의 자유ㆍ86/발걸음ㆍ87/사진ㆍ88/대기막사ㆍ90/사람도 나무ㆍ91/여지(餘地)ㆍ92/안개만 모르네ㆍ93/군대 얘기 나오면ㆍ94/인화(印畵)ㆍ96/지도 한 장ㆍ97/내 젊은 날ㆍ98/아버지ㆍ100/마지막 날ㆍ102/역마ㆍ103/송해 선생님ㆍ104
해설 오민석(문학평론가·단국대 교수)ㆍ105
디버깅ㆍ13/사랑ㆍ14/답장ㆍ15/겨울 안부ㆍ16/빈 지갑ㆍ19/하심(下心)ㆍ20/수의(壽衣)ㆍ21/마당ㆍ22/수평ㆍ24/포장ㆍ25/법어(法語)ㆍ26/능소화ㆍ27/쑥부쟁이ㆍ28/석류ㆍ30/토마토ㆍ31/떠중이ㆍ32/공존ㆍ33/두 마음ㆍ34
제2부
세상 오래 살수록ㆍ37/탱자나무ㆍ38/맹지(盲地)ㆍ39/시를 쓰면서ㆍ40/꽃병ㆍ42/낮게 사는 나무ㆍ43/산다는 건ㆍ44/60대ㆍ46/형제ㆍ47/오동나무ㆍ48/예천읍ㆍ50/황당무계ㆍ51/가을 기도ㆍ52/어느 날ㆍ54/기일ㆍ55/대오(隊伍)ㆍ56/첫사랑ㆍ57/가수ㆍ58
제3부
달맞이꽃이ㆍ61/곶감ㆍ62/우체통을 봐도ㆍ63/심심산골로 산다ㆍ64/폭설ㆍ66/편지ㆍ67/만대루(晩對樓)ㆍ68/산목련ㆍ69/외등ㆍ70/일장 연설ㆍ72/산이 언제ㆍ73/나를 반성합니다ㆍ74/그 마을에는ㆍ76/집오리ㆍ77/수박ㆍ78/민둥산ㆍ79/전라도 여행ㆍ80/확실한 사실ㆍ82
제4부
떠중이 심사ㆍ85/고립된 날의 자유ㆍ86/발걸음ㆍ87/사진ㆍ88/대기막사ㆍ90/사람도 나무ㆍ91/여지(餘地)ㆍ92/안개만 모르네ㆍ93/군대 얘기 나오면ㆍ94/인화(印畵)ㆍ96/지도 한 장ㆍ97/내 젊은 날ㆍ98/아버지ㆍ100/마지막 날ㆍ102/역마ㆍ103/송해 선생님ㆍ104
해설 오민석(문학평론가·단국대 교수)ㆍ105
저자
저자
김병걸
시인
시인이자 작사·작곡가이다. 1976년 《현대시학》 초회 추천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대구예술대학교 방송연예학과를 졸업했으며, 시집으로 『낙동강』, 『멍석』, 『달빛 밟기』, 『도마』가 있다. 국내 최초 자작시 낭송음반 〈생의 길목에서 19편〉과 〈사랑에서 이별까지 19편〉을 출반했다. 〈영랑문학상〉을 수상했다.
시인이자 작사·작곡가이다. 1976년 《현대시학》 초회 추천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대구예술대학교 방송연예학과를 졸업했으며, 시집으로 『낙동강』, 『멍석』, 『달빛 밟기』, 『도마』가 있다. 국내 최초 자작시 낭송음반 〈생의 길목에서 19편〉과 〈사랑에서 이별까지 19편〉을 출반했다. 〈영랑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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