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는 소리를 감추고 있다(문학의전당 시인선 360)
최수영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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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었지만 결코 늦지만은 않은 세계
1999년 월간 《문학21》로 등단한 최수영 시인의 첫 시집 『상처는 소리를 감추고 있다』가 문학의전당 시인선 360으로 출간되었다. 최수영 시인은 고백과 성찰을 통해 오래되지 않은 더께를 벗겨낸다. 그 더께 아래 감춰진 희망의 빛을 되살아나게 한다. 그 희망의 빛에 담긴 마음이 최수영 시인이 시를 쓰게 하는 원동력이자 비유이고, 세상과 소통하게 하는 시작의 기쁨이다. 이 시집을 읽는 것은 그 기쁨을 함께 공유하는 일이다.
1999년 월간 《문학21》로 등단한 최수영 시인의 첫 시집 『상처는 소리를 감추고 있다』가 문학의전당 시인선 360으로 출간되었다. 최수영 시인은 고백과 성찰을 통해 오래되지 않은 더께를 벗겨낸다. 그 더께 아래 감춰진 희망의 빛을 되살아나게 한다. 그 희망의 빛에 담긴 마음이 최수영 시인이 시를 쓰게 하는 원동력이자 비유이고, 세상과 소통하게 하는 시작의 기쁨이다. 이 시집을 읽는 것은 그 기쁨을 함께 공유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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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시작이 있고 누구나 예외 없이 종말을 맞을 것이다. 시작과 종말 사이를 우리는 숱한 경로로 각자의 걸음으로 지나가면 그뿐이다. 이처럼 인생은 간단하게 정의된다. 시작과 종말은 순식간에 완성되는 사건이고, '기억'이 남는가 하는 문제는 실제 인생에서 그 가치를 가늠하기 어렵다. 그것은 언제나 사이, 경로라고 불리는 과정 안에서 상상적으로 되풀이될 때만 의미가 분명해진다. 우리는 자기 인생의 완성된 형태, 혹은 전모(全貌)를 한눈에 바라볼 수 없다. 아무리 많은 사진을 남기고 사방 벽면을 거울로 가득 채워도 마찬가지다. 어쩌면 비유가 만들어진 이유가 거기 있을지도 모른다. 순간을 영원으로 잡아두려는 시도가 글쓰기라는 행위의 본질이라면, 비유는 어슴푸레하기만 한 자기 존재를 실상(實像)으로 생생하게 바라보려는 욕망의 결과이다. 그런 관점에서 최수영의 시를 이끌어가는 힘은 비유에서 나온다고 할 수 있겠다. 그것은 나와 타자 혹은 나와 사물과의 관계에서 맺어진 갈등이나 대립을 비유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끌어안는 최수영 시인만의 독특한 시적 전략에서 기인한다.
최수영 시인의 첫 시집, 『상처는 소리를 감추고 있다』에는 절망을 딛고 선 희망의 메시지들이 가득하다. 그런데 그 희망은 어떻게 해서 무엇이 되자는 식의 목표 지향에서 떠오르는 것이 아니다. 마치 이탈리아 시인 체사레 파베세가 "세상의 유일한 기쁨은 시작하는 것이다"라고 자신의 암울한 시대와 현실 속에서 외쳤던 것처럼 최수영 시인 또한 상처와 결핍 속에서 희망의 기운과 색채를 펼쳐 보인다. 이런 시적 태도는 글쓰기에 대한 진정성을 극대화시키는 전략이 될 수도 있으며, 그 전략은 이번 시집에서 어느 정도 성취를 이뤘다고 볼 수 있다.
나무라 생각해봅니다
단단하지도 못하면서 둥치만 굵어져 가는
잡목이라 쳐 봅니다
봄에 새순을 틔고
여름의 그늘을 가웃하고
가을엔 단풍도 흐드러졌겠지요
잡목일수록 요란했을 법하니까요
내세울 것이라고까진 못할
볼품없이 큰 둥치를 내보이는
들판 끝 나무라 해봅니다
군데군데 옹이는 지고
마디마디 질곡의 순간들도 보입니다
가진 것이라곤
비바람에도 꿋꿋이 버텨낼
더 깊이 살아내고자 하는
튼실한 뿌리뿐인
- 「겨울나무」 전문
시인은 '겨울나무'에 빗대어 자기 존재를 오롯이 드러낸다. 무릇 나무라면 "봄에 새순을 틔고/여름의 그늘을 가웃하고/가을엔 단풍도 흐드러졌겠"지만 오히려 겨울이 되고 나서야 '뿌리-둥치(줄기)-가지'라는 나무 전체의 종적 연대를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이 연대 확인이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는 사태의 이면에는 언제나 보이지 않는 힘(원인)이 있기 때문이다. 사계의 순환을 거듭 겪으면서 "군데군데 옹이는 지고/마디마디 질곡의 순간들"이 새겨진 '둥치'는 확연히 드러나 보이지만, 나무의 시작이고 현재를 지탱하는 힘의 원천인 "더 깊이 살아내고자 하는/튼실한 뿌리"는 실제 눈으로 확인하기 어렵다. 이 종적 연대는 유추를 통해서만 깨달을 수 있는데 그러자면 '새순'이나 '그늘', '단풍' 같은 시각적 요소가 나무의 본체보다 도드라지는 계절이 아니어야 한다. 겨울이라는 계절도 계절이지만 "단단하지도 못하면서 둥치만 굵어져 가는/잡목", 그것도 "들판 끝 나무"라는 시인의 자기 정위(定位)는 자학적이라 할 만큼 침착하고 대담하다. "잡목이라 쳐 봅니다"라는 전제, 즉 비유임을 가정하고 시인은 자신을 '잡목'으로 환치시킨다. 잡목은 일상적으로 '경제적 가치가 낮은 나무'라는 의미로 통용되지만, 사전의 기본의미는 '다른 나무와 함께 섞여서 자라는 여러 가지 나무'이다. 이 시의 경우 두 의미가 중첩되어 사용된 것으로 보이고, 그 위치가 "들판 끝"이라는 점에서 수사 이상의 효과를 겨냥한다. 눈앞에 마주하고 있는 나무 자체보다 그 이미지 너머를 상상하려는 욕망이 더 커지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다. 이렇듯 시인이 '겨울나무'로 자신을 비유한 이유는 "비바람에도 꿋꿋이 버텨낼/더 깊이 살아내고자 하는/튼실한 뿌리"의 존재를 역설적으로 강조하기 위함이다.
- 고영(시인)
최수영 시인의 첫 시집, 『상처는 소리를 감추고 있다』에는 절망을 딛고 선 희망의 메시지들이 가득하다. 그런데 그 희망은 어떻게 해서 무엇이 되자는 식의 목표 지향에서 떠오르는 것이 아니다. 마치 이탈리아 시인 체사레 파베세가 "세상의 유일한 기쁨은 시작하는 것이다"라고 자신의 암울한 시대와 현실 속에서 외쳤던 것처럼 최수영 시인 또한 상처와 결핍 속에서 희망의 기운과 색채를 펼쳐 보인다. 이런 시적 태도는 글쓰기에 대한 진정성을 극대화시키는 전략이 될 수도 있으며, 그 전략은 이번 시집에서 어느 정도 성취를 이뤘다고 볼 수 있다.
나무라 생각해봅니다
단단하지도 못하면서 둥치만 굵어져 가는
잡목이라 쳐 봅니다
봄에 새순을 틔고
여름의 그늘을 가웃하고
가을엔 단풍도 흐드러졌겠지요
잡목일수록 요란했을 법하니까요
내세울 것이라고까진 못할
볼품없이 큰 둥치를 내보이는
들판 끝 나무라 해봅니다
군데군데 옹이는 지고
마디마디 질곡의 순간들도 보입니다
가진 것이라곤
비바람에도 꿋꿋이 버텨낼
더 깊이 살아내고자 하는
튼실한 뿌리뿐인
- 「겨울나무」 전문
시인은 '겨울나무'에 빗대어 자기 존재를 오롯이 드러낸다. 무릇 나무라면 "봄에 새순을 틔고/여름의 그늘을 가웃하고/가을엔 단풍도 흐드러졌겠"지만 오히려 겨울이 되고 나서야 '뿌리-둥치(줄기)-가지'라는 나무 전체의 종적 연대를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이 연대 확인이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는 사태의 이면에는 언제나 보이지 않는 힘(원인)이 있기 때문이다. 사계의 순환을 거듭 겪으면서 "군데군데 옹이는 지고/마디마디 질곡의 순간들"이 새겨진 '둥치'는 확연히 드러나 보이지만, 나무의 시작이고 현재를 지탱하는 힘의 원천인 "더 깊이 살아내고자 하는/튼실한 뿌리"는 실제 눈으로 확인하기 어렵다. 이 종적 연대는 유추를 통해서만 깨달을 수 있는데 그러자면 '새순'이나 '그늘', '단풍' 같은 시각적 요소가 나무의 본체보다 도드라지는 계절이 아니어야 한다. 겨울이라는 계절도 계절이지만 "단단하지도 못하면서 둥치만 굵어져 가는/잡목", 그것도 "들판 끝 나무"라는 시인의 자기 정위(定位)는 자학적이라 할 만큼 침착하고 대담하다. "잡목이라 쳐 봅니다"라는 전제, 즉 비유임을 가정하고 시인은 자신을 '잡목'으로 환치시킨다. 잡목은 일상적으로 '경제적 가치가 낮은 나무'라는 의미로 통용되지만, 사전의 기본의미는 '다른 나무와 함께 섞여서 자라는 여러 가지 나무'이다. 이 시의 경우 두 의미가 중첩되어 사용된 것으로 보이고, 그 위치가 "들판 끝"이라는 점에서 수사 이상의 효과를 겨냥한다. 눈앞에 마주하고 있는 나무 자체보다 그 이미지 너머를 상상하려는 욕망이 더 커지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다. 이렇듯 시인이 '겨울나무'로 자신을 비유한 이유는 "비바람에도 꿋꿋이 버텨낼/더 깊이 살아내고자 하는/튼실한 뿌리"의 존재를 역설적으로 강조하기 위함이다.
- 고영(시인)
목차
목차
제1부
내 마음의 뒤란 13/A컷 14/까치발 15/촌지 16/나팔꽃을 기다리며 18/별이 쏟아지는 마당 19/
이식(移植) 20/장마 22/역류성 식도염 23/상처는 소리를 감추고 있다 24/대작(對酌) 26/혼자 놀기 27/
감자 28/삼월에 내리는 눈 30/봄을 그리며 31/다시 동백을 꿈꾸며 32
제2부
몸의 말 35/등 굽은 노인 36/빈집 37/겨울 정경 38/불면의 시간 39/팬터마임 40/적멸의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42/
윤시월 43/허기 44/하늘 45/우물 46/들불 48/눈물 저 너머 49/홍시 50/열무김치를 담으며 52/구충제 53/선심 54
제3부
시(詩)에게 57/다시, 시(詩)에게 58/망중한 59/어둠 속에 벨이 울린다 60/심야 통화 61/미로 찾기 62/화사목(火死木) 64/
거짓말처럼 65/송광사 벚꽃길 66/복병 67/연잎에 흐르는 시간 68/선운사로의 동행 70/길 71/가을 속으로 72/
밤나무 아직도 휘둘린다 74/가을을 낚다 75/첫 타작 76
제4부
서른 살의 봄 79/뭇국이 끓다 80/가벼운 밥상 81/염문 82/선물 83/겨울비 84/서리꽃 읽는 아침 86/겨울나무 87/
경계경보 88/근황 89/훔쳐보기 90/는개 내리면 91/아가 92/잠 못 드는 밤 93/달궁 94/가지 않은 길 95/길 위의 하루 96
해설 고영(시인)/97
내 마음의 뒤란 13/A컷 14/까치발 15/촌지 16/나팔꽃을 기다리며 18/별이 쏟아지는 마당 19/
이식(移植) 20/장마 22/역류성 식도염 23/상처는 소리를 감추고 있다 24/대작(對酌) 26/혼자 놀기 27/
감자 28/삼월에 내리는 눈 30/봄을 그리며 31/다시 동백을 꿈꾸며 32
제2부
몸의 말 35/등 굽은 노인 36/빈집 37/겨울 정경 38/불면의 시간 39/팬터마임 40/적멸의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42/
윤시월 43/허기 44/하늘 45/우물 46/들불 48/눈물 저 너머 49/홍시 50/열무김치를 담으며 52/구충제 53/선심 54
제3부
시(詩)에게 57/다시, 시(詩)에게 58/망중한 59/어둠 속에 벨이 울린다 60/심야 통화 61/미로 찾기 62/화사목(火死木) 64/
거짓말처럼 65/송광사 벚꽃길 66/복병 67/연잎에 흐르는 시간 68/선운사로의 동행 70/길 71/가을 속으로 72/
밤나무 아직도 휘둘린다 74/가을을 낚다 75/첫 타작 76
제4부
서른 살의 봄 79/뭇국이 끓다 80/가벼운 밥상 81/염문 82/선물 83/겨울비 84/서리꽃 읽는 아침 86/겨울나무 87/
경계경보 88/근황 89/훔쳐보기 90/는개 내리면 91/아가 92/잠 못 드는 밤 93/달궁 94/가지 않은 길 95/길 위의 하루 96
해설 고영(시인)/97
저자
저자
최수영
충북 충주에서 태어나 1999년 월간 《문학21》로 등단했다. 〈문향회〉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현재 김제에서 그림을 그리며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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