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천2동 주민자치센터 앞(시인동네 시인선 206)
정성환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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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기다림의 시학
2017년 《시문학》으로 등단한 정성환 시인의 두 번째 시집 『남천2동 주민자치센터 앞』이 시인동네 시인선 206으로 출간되었다. 정성환의 시편들은 간결하면서도 따뜻하다. 더러 만해(卍海)를 떠올리게 하는 단순한 어법 속에 자신만의 명쾌한 진실을 설하고 있다. 찬찬히 읽어보면 포즈로서의 진실이 아니라 오랜 자기성찰에서 비롯된 삶의 더께라고 할 수 있겠다. 그 더께가 상처를 덮고 새살을 틔워 세상을 살 만한 곳으로 만들고 있다.
2017년 《시문학》으로 등단한 정성환 시인의 두 번째 시집 『남천2동 주민자치센터 앞』이 시인동네 시인선 206으로 출간되었다. 정성환의 시편들은 간결하면서도 따뜻하다. 더러 만해(卍海)를 떠올리게 하는 단순한 어법 속에 자신만의 명쾌한 진실을 설하고 있다. 찬찬히 읽어보면 포즈로서의 진실이 아니라 오랜 자기성찰에서 비롯된 삶의 더께라고 할 수 있겠다. 그 더께가 상처를 덮고 새살을 틔워 세상을 살 만한 곳으로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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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정성환의 시집 『남천2동 주민자치센터 앞』을 단숨에 읽었다. 왜 소소한 일상이 아름다운지 혹은 그것들이 아니면 이 세계의 어떠한 서사도 없는 것인지를 속으로 짐작하며 읽어 내려갔다. 오랫동안 시를 쓰면서 갖게 된 날 선 마음과 알게 모르게 염세적 세계로 물든 마음을 잠시 털어내는 시간이기도 했다. 대교약졸(大巧若拙)이라는 말을 거듭 생각하면서 살아온 터이지만 늘 생각만으로 그치고 말았던 사정을 이 시집을 보며 다시 곱씹어 보게 되었다. "날마다 가난하게 기다립니다"(「당신을 기다립니다」)라는 그의 시구는 수사학적 진술이 아니라 시를 향한 진심을 담고 있다. 가난하다와 기다린다는 상이한 용언의 결합이야말로 이 시집의 핵이라 할 수 있다. 가난한 기다림을 통해 스스로가 체득한 범박한 일상의 아름다움이 시집 전체를 채우고 있다 할 것이다.
떨리는 겨울바람마저도
따뜻한 입김 되어 언 손 녹여주듯
아무리 차가운 것도
사람의 몸속 들어갔다 나오면
다 따뜻해진다
하물며 사람의 맘속
들어갔다 나왔다면 얼마나 더 뜨거워지겠는가
이미 용서했다는 말
벌써 잊었다는 말
아프게 아프게
심장에서 데워진 말들은 오래 뜨겁다
매일 용서한다는 말
매일 잊는다는 말
밖에서 꽁꽁 얼지 않도록
밖에서 서성이지 않게 꼭 안아 주라고
따뜻한 것이다
- 「사람이 따뜻한 이유」 전문
이 한 편의 시 속에는 이 시집 전체의 속성을 규정할 만한 가치가 있다. 그것은 바로 사람은 따뜻하다는 것이다. 특별히 더 재미난 관찰은 사람을 "몸속"과 "맘속"으로 나눈다는 것이다. 기왕의 육체와 정신이라는 이원론과는 다른 층위의 정서적 체감으로 다가오는 이 시구 속에는 사람의 본질을 나누고 구분하기보다는 일원(一元)상으로 제시하려는 욕망이 내재해 있다. "몸속"과 "맘속"의 등가성은 약간의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따뜻하고 뜨겁다는 속성을 공유한다는 것이다. "심장에서 데워진 말들"이란 사람이 사람으로 만났을 때 겪게 되는 진정한 관계성에 비롯되는 것이다. 이러한 시적 인식은 이 세계는 살 만한 곳이냐는 물음에서 출발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시가 범박한 일상에서 출발했지만 시적 화자가 추구하고자 하는 세계가 그리 만만한 것만은 아니다. 가령 "매일 용서한다는 말/매일 잊는다는 말"은 심장으로 데워야 하는 말이기 때문이다. "용서"라는 말은 대타적 관계성에서 비롯된 말로 듣고 나면 고개를 주억거리게 하지만 "잊는다는" 말에 와서는 자세를 고쳐 다시 읽게 된다. "밖에서 꽁꽁 얼지 않도록/밖에서 서성이지 않게 꼭 안아 주"어야 하는 말이 "매일 잊는다는 말"이라는 사실은 시적 화자의 관심이 초월적 세계에 그 끈이 닿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잊는다는 말에 생기와 온기를 불어넣어 소중한 가치로 받는다는 사실은 일상을 살면서도 정진하는 수도사의 면모를 보여준다. 어쩌면 잊고 싶다는 욕망은 욕된 세계를 건너온 자가 지닌 지혜의 형상이기도 하다. 그것은 또한 자신의 경험이나 앎을 토대로 한 시비(是非)의 마음을 넘어서고자 하는 욕망에 잇닿아 있다.
- 우대식(시인)
떨리는 겨울바람마저도
따뜻한 입김 되어 언 손 녹여주듯
아무리 차가운 것도
사람의 몸속 들어갔다 나오면
다 따뜻해진다
하물며 사람의 맘속
들어갔다 나왔다면 얼마나 더 뜨거워지겠는가
이미 용서했다는 말
벌써 잊었다는 말
아프게 아프게
심장에서 데워진 말들은 오래 뜨겁다
매일 용서한다는 말
매일 잊는다는 말
밖에서 꽁꽁 얼지 않도록
밖에서 서성이지 않게 꼭 안아 주라고
따뜻한 것이다
- 「사람이 따뜻한 이유」 전문
이 한 편의 시 속에는 이 시집 전체의 속성을 규정할 만한 가치가 있다. 그것은 바로 사람은 따뜻하다는 것이다. 특별히 더 재미난 관찰은 사람을 "몸속"과 "맘속"으로 나눈다는 것이다. 기왕의 육체와 정신이라는 이원론과는 다른 층위의 정서적 체감으로 다가오는 이 시구 속에는 사람의 본질을 나누고 구분하기보다는 일원(一元)상으로 제시하려는 욕망이 내재해 있다. "몸속"과 "맘속"의 등가성은 약간의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따뜻하고 뜨겁다는 속성을 공유한다는 것이다. "심장에서 데워진 말들"이란 사람이 사람으로 만났을 때 겪게 되는 진정한 관계성에 비롯되는 것이다. 이러한 시적 인식은 이 세계는 살 만한 곳이냐는 물음에서 출발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시가 범박한 일상에서 출발했지만 시적 화자가 추구하고자 하는 세계가 그리 만만한 것만은 아니다. 가령 "매일 용서한다는 말/매일 잊는다는 말"은 심장으로 데워야 하는 말이기 때문이다. "용서"라는 말은 대타적 관계성에서 비롯된 말로 듣고 나면 고개를 주억거리게 하지만 "잊는다는" 말에 와서는 자세를 고쳐 다시 읽게 된다. "밖에서 꽁꽁 얼지 않도록/밖에서 서성이지 않게 꼭 안아 주"어야 하는 말이 "매일 잊는다는 말"이라는 사실은 시적 화자의 관심이 초월적 세계에 그 끈이 닿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잊는다는 말에 생기와 온기를 불어넣어 소중한 가치로 받는다는 사실은 일상을 살면서도 정진하는 수도사의 면모를 보여준다. 어쩌면 잊고 싶다는 욕망은 욕된 세계를 건너온 자가 지닌 지혜의 형상이기도 하다. 그것은 또한 자신의 경험이나 앎을 토대로 한 시비(是非)의 마음을 넘어서고자 하는 욕망에 잇닿아 있다.
- 우대식(시인)
목차
목차
제1부
자전ㆍ13/금동 모과상(木瓜像)ㆍ14/나를 위한 기도ㆍ16/아이스 아메리카노ㆍ18/노동의 경전ㆍ19/시를 읽었다ㆍ20/시래기 다발ㆍ22/심장이 뛰는 이유ㆍ24/밑줄ㆍ25/꽃들의 세계ㆍ26/나침반ㆍ28/책갈피ㆍ30/돌탑ㆍ32/상실의 기술ㆍ33/부끄러움에 대하여ㆍ34/너를 위한 기도ㆍ36
제2부
남천2동 주민자치센터 앞ㆍ39/사람이 따뜻한 이유ㆍ40/봄ㆍ42/아내는 해녀ㆍ44/정년퇴직ㆍ45/사랑을 이겨내는 일ㆍ46/꿈ㆍ48/사월 이맘때ㆍ50/화양연화ㆍ51/배교ㆍ52/사랑 설명서ㆍ54/마음을 사용하다ㆍ55/벚꽃엔딩ㆍ56/당신을 기다립니다ㆍ58/꽃과 돈ㆍ60
제3부
가을 저녁의 시(詩)ㆍ63/어떤 하루ㆍ64/상처도 꽃이 된다ㆍ65/하루만 산다면ㆍ66/그림자ㆍ69/꼭 그만큼ㆍ70/언제나 처음처럼ㆍ72/추분(秋分)ㆍ73/누구나 살아나는 자리ㆍ74/뻔한 거짓말ㆍ76/플랜 Bㆍ77/슬픔의 총량ㆍ78/쉬운 사람ㆍ80/스팸 문자ㆍ81/보이저호(號)ㆍ82
제4부
시련이 힘이다ㆍ85/2월 진화론ㆍ86/비보호 좌회전ㆍ87/영도다리가 되고 싶었다ㆍ88/뭐가 그리 대수냐ㆍ90/불의 꽃ㆍ91/나물 털털이를 먹다가ㆍ92/제자리걸음ㆍ94/섬ㆍ95/황혼의 로맨스ㆍ96/동백 꽃말ㆍ98/그랬으면 좋겠다ㆍ100/여름 꽃밭ㆍ101/해몽ㆍ102/사랑한다는 것ㆍ103/입ㆍ104
해설 우대식(시인)ㆍ105
자전ㆍ13/금동 모과상(木瓜像)ㆍ14/나를 위한 기도ㆍ16/아이스 아메리카노ㆍ18/노동의 경전ㆍ19/시를 읽었다ㆍ20/시래기 다발ㆍ22/심장이 뛰는 이유ㆍ24/밑줄ㆍ25/꽃들의 세계ㆍ26/나침반ㆍ28/책갈피ㆍ30/돌탑ㆍ32/상실의 기술ㆍ33/부끄러움에 대하여ㆍ34/너를 위한 기도ㆍ36
제2부
남천2동 주민자치센터 앞ㆍ39/사람이 따뜻한 이유ㆍ40/봄ㆍ42/아내는 해녀ㆍ44/정년퇴직ㆍ45/사랑을 이겨내는 일ㆍ46/꿈ㆍ48/사월 이맘때ㆍ50/화양연화ㆍ51/배교ㆍ52/사랑 설명서ㆍ54/마음을 사용하다ㆍ55/벚꽃엔딩ㆍ56/당신을 기다립니다ㆍ58/꽃과 돈ㆍ60
제3부
가을 저녁의 시(詩)ㆍ63/어떤 하루ㆍ64/상처도 꽃이 된다ㆍ65/하루만 산다면ㆍ66/그림자ㆍ69/꼭 그만큼ㆍ70/언제나 처음처럼ㆍ72/추분(秋分)ㆍ73/누구나 살아나는 자리ㆍ74/뻔한 거짓말ㆍ76/플랜 Bㆍ77/슬픔의 총량ㆍ78/쉬운 사람ㆍ80/스팸 문자ㆍ81/보이저호(號)ㆍ82
제4부
시련이 힘이다ㆍ85/2월 진화론ㆍ86/비보호 좌회전ㆍ87/영도다리가 되고 싶었다ㆍ88/뭐가 그리 대수냐ㆍ90/불의 꽃ㆍ91/나물 털털이를 먹다가ㆍ92/제자리걸음ㆍ94/섬ㆍ95/황혼의 로맨스ㆍ96/동백 꽃말ㆍ98/그랬으면 좋겠다ㆍ100/여름 꽃밭ㆍ101/해몽ㆍ102/사랑한다는 것ㆍ103/입ㆍ104
해설 우대식(시인)ㆍ105
저자
저자
정성환
부산에서 태어나 2017년 《시문학》 신인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당신이라는 이름의 꽃말』이 있다. 한국작가회의 회원. 기아자동차 홍보실을 거쳐 현재 영산대학교에 재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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