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일요일(문학의전당 시인선 361)
이유선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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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행위예술가의 내면
행위예술가이자 시낭송가로 세간에 널리 알려진 이유선 시인의 첫 시집 『그래도 일요일』이 문학의전당 시인선 361로 출간되었다. 이 시집은 그동안 타인의 시에 영혼을 불어넣어 행위예술로 승화시켜왔던 이유선의 시인으로서의 자질과 역량을 보여주기에 충분하다. 시작과 끝의 순환을 상징하는 『그래도 일요일』은 춤추듯 시를 쓰고, 시를 쓰듯 세상을 살아가는 시인의 삶을 형상화한 리듬이자 미래를 보여주는 일종의 징후다.
행위예술가이자 시낭송가로 세간에 널리 알려진 이유선 시인의 첫 시집 『그래도 일요일』이 문학의전당 시인선 361로 출간되었다. 이 시집은 그동안 타인의 시에 영혼을 불어넣어 행위예술로 승화시켜왔던 이유선의 시인으로서의 자질과 역량을 보여주기에 충분하다. 시작과 끝의 순환을 상징하는 『그래도 일요일』은 춤추듯 시를 쓰고, 시를 쓰듯 세상을 살아가는 시인의 삶을 형상화한 리듬이자 미래를 보여주는 일종의 징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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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열 살 때 학교를 그만두고 남는 시간에 인적이 없는 숲속으로, 해변으로 뛰어가 나체로 춤을 춘 여자. 바다와 바람, 어머니가 피아노로 들려주던 음악, 셀리의 미모사, 꽃의 개화, 벌들의 비행, 오렌지와 캘리포니아, 양귀비의 자유분방하고 찬란한 금빛을 찬양한 여자…. 이상은 맨발의 댄서인 이사도라 던컨을 설명할 때 곧잘 동원되는 구절들이다. 토슈즈와 튀튀를 벗어던지고 고대 그리스의 튜닉을 걸친 채 맨발로 춤을 추는 이사도라의 모습은 행위예술가로서의 이유선 시인과 겹친다. 시인 역시 튜닉 차림에 맨발로 공연하기를 즐기고, 어떤 퍼포먼스를 보여줄지 예측할 수 없다는 점에서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다. 시인의 공연은 흔히 보는 사람의 영혼에 생채기를 낼 정도로 강렬하다. 이 글은 그러한 행위예술가로서의 시인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글이 될 가능성이 크다. 행위예술로서의 육체성은 이 글에 침투하고 간섭하고 굴절하고 회절할 것이다. 행위예술이 언어로 표현하기 이전에 인간이 행했던 원초적인 언어에 가깝다면, 시적 언어는 언어가 잃어버린 육체성을 복원하려 한다. 주체의 정념이 일방적으로 투사되는 게 행위예술이라면, 시적 언어는 사물의 감각으로서 주체의 정념을 대신한다. 육체가 무엇에 의해 움직이는 '무엇'이라면, 언어는 무엇을 움직이게 만드는 '무엇'이다. 비틀고 도약하는 육체에 맞닿은 인식으로서의 언어, 이 둘의 상호 침투와 간섭과 굴절과 회절이 이유선의 시다. 그런즉 이유선의 시에 야생이 살아 꿈틀거릴 수밖에 없음은 필연적이다.
섬처럼 서 있는 가시나무가 코뿔소를 혈육인 듯 본다
맹수의 귓구멍에서 울리는 빙하의 숨소리
모든 걸 풍경으로 만들어 버리기 위해 이름을 버린
모래가
모래를 덮어준다
사바나 사바나
순종을 허락하지 않는, 섬 하나
발목이 가는 흑인 여자
눈곱 낀 동공에 고인 푸른 멜로디
검은 노래
윙윙거리는 초파리 속에서 한 달째 굶고 있는 사자가
쩍 벌려 삼키는 노을
사바나 사바나
착암기 맹수의 송곳니
죽음이 이내 살림으로,
힘센 턱뼈의 순서대로, 허기를 채우고 가는 곳
저 장대한 힘의 물결에 떠밀린 사랑이
무한한 번식이, 무한의 꿈이, 무한이
- 「사바나」 전문
'사바나'는 긴 건기(乾期)로 인해 나무가 자라지 못하는 동아프리카의 특정 지역을 가리키는 지명이었으나, 현재는 비슷한 경관을 가진 열대 초원을 일컫는 일반명사가 되었다. 해서인지 3연과 6연에서 반복적으로 호명하는 "사바나 사바나"는 특정 지명이라기보다 화자가 희구하는 '야성의 풍경'을 대신하는 이름으로 다가온다. 화자의 목소리가 "순종을 허락하지 않는" 야생의 세계와 "눈곱 낀 동공에 고인 푸른 멜로디"로 노래 부르는 인간, 이 둘 사이를 중재하는 주술사의 주문처럼 들리는 이유도 이러한 느낌에서 비롯할 터이다.
시는 섬처럼 외따로이 서 있는 가시나무가 코뿔소에게 근친의 감정을 갖는 데서부터 시작한다. 전반부에서 가시나무→코뿔소→맹수의 귓구멍→빙하의 숨소리로 이어지던 열대 초원의 이미지가 그 모두를 덮어버리는 불모의 '모래'로 마무리된다면, 시의 후반부는 흑인 여자의 검은 노래인 공감각적 심상과 한 달째 굶고 있는 사자가 입을 벌려 삼키는 노을이라는 시각적 심상을 배경으로 한다. 날것이 살아 숨 쉬는 이 일련의 이미지들은 맹수의 힘센 턱뼈가 환기하는 허기와 사냥과 번식의 무한한 물결, 무한의 꿈, 무한 자체로서의 무한으로 이어지는 연쇄적 성격을 띤다. 시에서 펼쳐지는 야생의 열대 초원은, 아득한 시원을 연상케 하는 빙하기와 만물이 모래인 무(無)로 돌아가는 머나먼 미래가 공존하는 것이다. 종적 기준에서 야생의 초원이 그러하다면, 횡적 차원에서는 맹수의 송곳니에 짓이겨지는 죽음이 허기를 채우는 살림이듯, 사랑과 번식과 꿈이 구분되지 않는다. '사바나'를 통해 시인이 상상하고 희구하는 '야생'은 다음 시에서 '원시'라는 이름으로 반복된다.
- 신상조(문학평론가)
섬처럼 서 있는 가시나무가 코뿔소를 혈육인 듯 본다
맹수의 귓구멍에서 울리는 빙하의 숨소리
모든 걸 풍경으로 만들어 버리기 위해 이름을 버린
모래가
모래를 덮어준다
사바나 사바나
순종을 허락하지 않는, 섬 하나
발목이 가는 흑인 여자
눈곱 낀 동공에 고인 푸른 멜로디
검은 노래
윙윙거리는 초파리 속에서 한 달째 굶고 있는 사자가
쩍 벌려 삼키는 노을
사바나 사바나
착암기 맹수의 송곳니
죽음이 이내 살림으로,
힘센 턱뼈의 순서대로, 허기를 채우고 가는 곳
저 장대한 힘의 물결에 떠밀린 사랑이
무한한 번식이, 무한의 꿈이, 무한이
- 「사바나」 전문
'사바나'는 긴 건기(乾期)로 인해 나무가 자라지 못하는 동아프리카의 특정 지역을 가리키는 지명이었으나, 현재는 비슷한 경관을 가진 열대 초원을 일컫는 일반명사가 되었다. 해서인지 3연과 6연에서 반복적으로 호명하는 "사바나 사바나"는 특정 지명이라기보다 화자가 희구하는 '야성의 풍경'을 대신하는 이름으로 다가온다. 화자의 목소리가 "순종을 허락하지 않는" 야생의 세계와 "눈곱 낀 동공에 고인 푸른 멜로디"로 노래 부르는 인간, 이 둘 사이를 중재하는 주술사의 주문처럼 들리는 이유도 이러한 느낌에서 비롯할 터이다.
시는 섬처럼 외따로이 서 있는 가시나무가 코뿔소에게 근친의 감정을 갖는 데서부터 시작한다. 전반부에서 가시나무→코뿔소→맹수의 귓구멍→빙하의 숨소리로 이어지던 열대 초원의 이미지가 그 모두를 덮어버리는 불모의 '모래'로 마무리된다면, 시의 후반부는 흑인 여자의 검은 노래인 공감각적 심상과 한 달째 굶고 있는 사자가 입을 벌려 삼키는 노을이라는 시각적 심상을 배경으로 한다. 날것이 살아 숨 쉬는 이 일련의 이미지들은 맹수의 힘센 턱뼈가 환기하는 허기와 사냥과 번식의 무한한 물결, 무한의 꿈, 무한 자체로서의 무한으로 이어지는 연쇄적 성격을 띤다. 시에서 펼쳐지는 야생의 열대 초원은, 아득한 시원을 연상케 하는 빙하기와 만물이 모래인 무(無)로 돌아가는 머나먼 미래가 공존하는 것이다. 종적 기준에서 야생의 초원이 그러하다면, 횡적 차원에서는 맹수의 송곳니에 짓이겨지는 죽음이 허기를 채우는 살림이듯, 사랑과 번식과 꿈이 구분되지 않는다. '사바나'를 통해 시인이 상상하고 희구하는 '야생'은 다음 시에서 '원시'라는 이름으로 반복된다.
- 신상조(문학평론가)
목차
목차
제1부
잡놈 13/낙과 14/그래도 일요일 16/사바나 18/달력의 뒤편 20/증발 22/혹한의 숲 24/어깨춤이 필요해 25/어린 기억들 26/한 번쯤 먼 거리에서 28/짐승 30/교차로 32/까무룩한 시간 34/반란을 읽다 36/나의 언어 38
제2부
동어반복 41/에스프레소 42/디오니소스 44/빗방울 연주회 45/에필로그 46/부부싸움 48/외로움을 훔치다 50/귀뚜라미 51/불면 52/검색 54/다짐 56/행려(行旅) 57/문득 58/누구의 몫일까 60/밥의 시 62
제3부
새우잠 65/나는 아직 백매 66/낮달 68/늦꽃 69/일몰 70/물의 보법 72/가을을 수선하다 74/겨울 화가 75/수밭골 76/달맞이꽃 78/가을 반경 80/푹신한 모성 81/신춘을 읽다 82/오사카 84
제4부
뜨거운 손 87/피고 지고 88/윤슬을 꼭 닮은 밤입니다 90/부부의 밥상 92/사막 93/쓸쓸한 마을 94/보이지 않는 유산 97/풀벌레 우는 밤 100/빈집에서 울다 102/느티나무 나이테 103/화가는 봄 속에 꽃을 숨겨놓는다 104/시현이네 집 106/비, 벼랑을 두려워 않는 108/율려(律呂) 110
해설 신상조(문학평론가)/111
잡놈 13/낙과 14/그래도 일요일 16/사바나 18/달력의 뒤편 20/증발 22/혹한의 숲 24/어깨춤이 필요해 25/어린 기억들 26/한 번쯤 먼 거리에서 28/짐승 30/교차로 32/까무룩한 시간 34/반란을 읽다 36/나의 언어 38
제2부
동어반복 41/에스프레소 42/디오니소스 44/빗방울 연주회 45/에필로그 46/부부싸움 48/외로움을 훔치다 50/귀뚜라미 51/불면 52/검색 54/다짐 56/행려(行旅) 57/문득 58/누구의 몫일까 60/밥의 시 62
제3부
새우잠 65/나는 아직 백매 66/낮달 68/늦꽃 69/일몰 70/물의 보법 72/가을을 수선하다 74/겨울 화가 75/수밭골 76/달맞이꽃 78/가을 반경 80/푹신한 모성 81/신춘을 읽다 82/오사카 84
제4부
뜨거운 손 87/피고 지고 88/윤슬을 꼭 닮은 밤입니다 90/부부의 밥상 92/사막 93/쓸쓸한 마을 94/보이지 않는 유산 97/풀벌레 우는 밤 100/빈집에서 울다 102/느티나무 나이테 103/화가는 봄 속에 꽃을 숨겨놓는다 104/시현이네 집 106/비, 벼랑을 두려워 않는 108/율려(律呂) 110
해설 신상조(문학평론가)/111
저자
저자
이유선
경남 합천에서 태어나 2018년 《모던포엠》 신인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대구문인협회 회원이며, 시행위예술가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대구시낭송협회 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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