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엄마에게 한숨을 선물했을까(문학의전당 시인선 362)
안문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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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라는 철학’의 근원
2014년 《한국작가》 신인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안문 시인의 첫 시집 『누가 엄마에게 한숨을 선물했을까』가 문학의전당 시인선 362로 출간되었다. 안문 시인의 정서적 건전성, 또는 강한 서정적 회복력은 ‘엄마’라는 존재의 근원이 아직도 생생하게 건재하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함의한다. 그것이 대지와 결속된 생명의 시작을 결코 멈추지 않을 안문 시인의 시에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2014년 《한국작가》 신인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안문 시인의 첫 시집 『누가 엄마에게 한숨을 선물했을까』가 문학의전당 시인선 362로 출간되었다. 안문 시인의 정서적 건전성, 또는 강한 서정적 회복력은 ‘엄마’라는 존재의 근원이 아직도 생생하게 건재하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함의한다. 그것이 대지와 결속된 생명의 시작을 결코 멈추지 않을 안문 시인의 시에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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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시는 재현의 양식이지만 기억과 상상을 바탕으로 대상을 상황에 맞춰 변주한다. 또한 지극히 평범한 나무 한 그루를 낡은 관념에서 건져 올려 감정이 살아 움직이는 고향의 생생한 표상으로 만들기도 한다. 사물만이 아니라 개념도 마찬가지다. 단순히 이해하고 마는 대상이 아니라 공감의 지평에 펼쳐진 선택의 갈림길이 되게 한다. '모성은 존재의 근원'이라는 명제는 궁극의 진리를 함의한다. 부정하거나 토를 달기 어렵다. 하지만 이 명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모성'이라는 단어가 품고 있는 의미를 알아야 한다. 또한 존재, 근원이라는 단어의 의미도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거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조사의 격(格)을 파악해야 하고, 문법적으로 주어부와 서술부의 역할도 고려해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이 명제의 표면적 이해가 끝나는 것이 아니다. 이 명제의 '모성'은 곧바로 현실의 '엄마'로, '존재'는 '나(주체)'로 치환되지 않는다. 개념을 구체화하기 위해서 보편성이라는 질긴 껍질을 찢는 개별화의 수고가 또 필요하다. 즉, 모성의 전형과 모든 존재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현실의 엄마와 주체로서의 나의 관계, 그 관계를 특정할 수 있는 사건, 특별한 구체적인 시공간이 있어야만 한다. 시는 이 '시공간'을 현재의 필요에 따라 시작의 순간마다 재설정한다는 점에서 창조적 재현이다.
안문 시인은 지상의 표상에 충실하다. 이 말은 일차적으로 자신의 기억과 체험을 주요 모티프로 하여 그 형상화에 힘쓴다는 의미이다. 나아가 감정적 동요가 일어날 수밖에 없는 여러 사태를 회상하면서도 복잡하고 어두운 내면으로 도피하거나 절대자나 운명, 규범(체계) 등에 의지하여 초월하려는 경향을 보이지 않는다는 뜻이다. 오히려 안문 시인은 '모성'을 중심으로 '고향, 밤, 깊이를 간직한 집, 지혜와 생기(生氣)를 보여준 자연' 등의 원형적 의미를 지향한다. 시인은 묵묵히 '엄마라는 철학'을 사유하고 수행하면서 단독자, 개별 존재라는 지상의 한계를 스스로 극복하고 보편적 '모성'에 새로운 형질을 추가하며 작품을 형상화하고 있다.
산기슭이나 버려진 무지에서 자라는 덩굴성 식물이라오
잘 가꾸어진 꽃밭이 아니어도 반지르르하게 길을 내고 남은 자투리땅
길과 길이 만나면서 생기는 구석진 곳
바람 타고 온 쓰레기들이 모이고 뒤처진 빗물이 모인
웅덩이 근처에서도 핀다오
5~6월에 보라색으로 핀다오
내 어머니 꽃이라오
대지의 손바닥 굳은살에서 피는 꽃이라오
어머니 손등 성긴 주름살에서 피는 꽃이라오
- 「출근 버스를 타면」 부분
시인은 엄밀하게 '모성(母性)'과 '모정(母情)'을 구분하지 않는다. 본능에 따른 의지적 행위와 정감의 흐름을 특별히 구별해야 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이는 사랑을 내리받는 위치와 내려 주는 위치가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레 갈라지기 때문에 의식적으로 주의를 기울이지 않아도 되는 문제인 셈이다. 이 두 위치에서 화자는 '출근 버스'를 타는 여성으로 등장한다. 이 작품에는 '통복시장', '궁안교'라는 지명과 "봄꽃들의 잔치가 끝나고 꽃의 여왕 장미가 피기 전"이라는 '보라색 꽃'의 개화 시기도 명기되어 있다. 상상이 아니라 현실에서, 기억이 아니라 관찰을 통해, 비유적 매개물에서 어머니의 모습을 발견했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시적 장치로 보인다. '산기슭', '무지', '자투리땅', '구석진 곳', '웅덩이 근처'로 열거된 개화 장소는 화려하지 않은 꽃의 외형과 잘 어울리기도 하지만 오히려 강인한 생명력을 가졌다는 의미를 함축한다. 그래서 시인은 그 꽃을 "내 어머니 꽃"이라 단정할 수 있고, "대지의 손바닥 굳은살 = 어머니 손등 성긴 주름살"의 등가성, 즉 모성이라는 대지에서 발현한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유추할 수 있다.
택배가 왔다
상자를 열자마자 봄이 쏟아진다
냉이 민들레 돌나물 여린 쑥들이
한 보따리씩 들려 나온다
보따리 풀어주니 봄의 향기들이
집안을 마구 돌아다닌다
마지막에 들려 나오는 청국장 한 덩어리
구수하고 퀴퀴한 냄새가
엄마라는 철학을 대신 전해준다
마당의 수선화가 노랗게 꽃을 피웠으니
보러 오너라, 한번 다녀가거라
엄마의 삐뚤삐뚤한 글씨가 한쪽에 자리하고 있다
암탉이 봄기운에 알을 쑥쑥 잘 낳는다는 말은
추신처럼 적혀 있다
봄 햇살이 익어가는 장독대 위에서
나풀나풀 나풀거리는 머릿수건이
나의 두 눈에 어룽지는 봄날이다
- 「엄마라는 철학」 전문
일상에서 시간은 늘 균질적으로 우리를 스쳐 흐르지만, 계절의 변화는 그 시간의 '때'의 알림을 통해 자각되지 않는다. 계절은 그 존재가 원초적으로 귀속하는 지상의 물질 표상의 변화로 스스로 드러난다. 누구는 물색의 바뀜과 산 그림자의 깊이를, 어떤 이는 바람의 냄새를 통하겠지만 대개는 대지의 종속된 존재로 흙의 생산물을 기준으로 삼는다. 시인은 이미 그 대지와 물리적, 심리적 거리가 있는 상황이지만, "택배가 왔다/상자를 열자마자 봄이 쏟아진다"라고 느낄 수 있다. 그 거리가 지나치게 딱딱하게 굳어버린 것이 아니라서 시인은 집안을 마구 돌아다니는 '봄의 향기'들만으로도 대지와의 연대를 쉽게 회복할 수 있다. 이런 회복력은 시인의 기억이 트라우마의 저장소가 아니라 생기가 깃든 곳간이라는 사실을 반증한다.
안문 시인은 지상의 표상에 충실하다. 이 말은 일차적으로 자신의 기억과 체험을 주요 모티프로 하여 그 형상화에 힘쓴다는 의미이다. 나아가 감정적 동요가 일어날 수밖에 없는 여러 사태를 회상하면서도 복잡하고 어두운 내면으로 도피하거나 절대자나 운명, 규범(체계) 등에 의지하여 초월하려는 경향을 보이지 않는다는 뜻이다. 오히려 안문 시인은 '모성'을 중심으로 '고향, 밤, 깊이를 간직한 집, 지혜와 생기(生氣)를 보여준 자연' 등의 원형적 의미를 지향한다. 시인은 묵묵히 '엄마라는 철학'을 사유하고 수행하면서 단독자, 개별 존재라는 지상의 한계를 스스로 극복하고 보편적 '모성'에 새로운 형질을 추가하며 작품을 형상화하고 있다.
산기슭이나 버려진 무지에서 자라는 덩굴성 식물이라오
잘 가꾸어진 꽃밭이 아니어도 반지르르하게 길을 내고 남은 자투리땅
길과 길이 만나면서 생기는 구석진 곳
바람 타고 온 쓰레기들이 모이고 뒤처진 빗물이 모인
웅덩이 근처에서도 핀다오
5~6월에 보라색으로 핀다오
내 어머니 꽃이라오
대지의 손바닥 굳은살에서 피는 꽃이라오
어머니 손등 성긴 주름살에서 피는 꽃이라오
- 「출근 버스를 타면」 부분
시인은 엄밀하게 '모성(母性)'과 '모정(母情)'을 구분하지 않는다. 본능에 따른 의지적 행위와 정감의 흐름을 특별히 구별해야 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이는 사랑을 내리받는 위치와 내려 주는 위치가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레 갈라지기 때문에 의식적으로 주의를 기울이지 않아도 되는 문제인 셈이다. 이 두 위치에서 화자는 '출근 버스'를 타는 여성으로 등장한다. 이 작품에는 '통복시장', '궁안교'라는 지명과 "봄꽃들의 잔치가 끝나고 꽃의 여왕 장미가 피기 전"이라는 '보라색 꽃'의 개화 시기도 명기되어 있다. 상상이 아니라 현실에서, 기억이 아니라 관찰을 통해, 비유적 매개물에서 어머니의 모습을 발견했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시적 장치로 보인다. '산기슭', '무지', '자투리땅', '구석진 곳', '웅덩이 근처'로 열거된 개화 장소는 화려하지 않은 꽃의 외형과 잘 어울리기도 하지만 오히려 강인한 생명력을 가졌다는 의미를 함축한다. 그래서 시인은 그 꽃을 "내 어머니 꽃"이라 단정할 수 있고, "대지의 손바닥 굳은살 = 어머니 손등 성긴 주름살"의 등가성, 즉 모성이라는 대지에서 발현한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유추할 수 있다.
택배가 왔다
상자를 열자마자 봄이 쏟아진다
냉이 민들레 돌나물 여린 쑥들이
한 보따리씩 들려 나온다
보따리 풀어주니 봄의 향기들이
집안을 마구 돌아다닌다
마지막에 들려 나오는 청국장 한 덩어리
구수하고 퀴퀴한 냄새가
엄마라는 철학을 대신 전해준다
마당의 수선화가 노랗게 꽃을 피웠으니
보러 오너라, 한번 다녀가거라
엄마의 삐뚤삐뚤한 글씨가 한쪽에 자리하고 있다
암탉이 봄기운에 알을 쑥쑥 잘 낳는다는 말은
추신처럼 적혀 있다
봄 햇살이 익어가는 장독대 위에서
나풀나풀 나풀거리는 머릿수건이
나의 두 눈에 어룽지는 봄날이다
- 「엄마라는 철학」 전문
일상에서 시간은 늘 균질적으로 우리를 스쳐 흐르지만, 계절의 변화는 그 시간의 '때'의 알림을 통해 자각되지 않는다. 계절은 그 존재가 원초적으로 귀속하는 지상의 물질 표상의 변화로 스스로 드러난다. 누구는 물색의 바뀜과 산 그림자의 깊이를, 어떤 이는 바람의 냄새를 통하겠지만 대개는 대지의 종속된 존재로 흙의 생산물을 기준으로 삼는다. 시인은 이미 그 대지와 물리적, 심리적 거리가 있는 상황이지만, "택배가 왔다/상자를 열자마자 봄이 쏟아진다"라고 느낄 수 있다. 그 거리가 지나치게 딱딱하게 굳어버린 것이 아니라서 시인은 집안을 마구 돌아다니는 '봄의 향기'들만으로도 대지와의 연대를 쉽게 회복할 수 있다. 이런 회복력은 시인의 기억이 트라우마의 저장소가 아니라 생기가 깃든 곳간이라는 사실을 반증한다.
목차
목차
제1부
누워서 침 뱉기 13/메르스 14/목련 15/양은도시락을 추억함 16/절벽 위의 진달래 18/새벽의 전철역 19/두엄 내던 날 20/때늦은 후회 22/빗자루 23/뒤란 풍경 24/마루 26/신발 28/숫자 1 29/분리수거함 30/등 32
제2부
우슬 35/어느 여름밤 36/저물녘 38/고구마 두지 40/엄마라는 철학 41/빨간 커피포트 42/은사시나무 44/옛집 46/엄마의 아침 47/땅비싸리 48/즐거운 벌금 50/어머니의 새참 52/당신에게 가는 날 53/동심원 54/초옥 56/이홉들이 58
제3부
흰머리 61/할미꽃 62/생일파티 64/사월의 비 66/시래기 67/시집보내야지 68/요양원의 봄 70/유월의 찬바람 72/곰국 73/응급실에서 74/꽃 접시 76/느티나무 77/출근 버스를 타면 78/이파리 80/장날 81/당신 82
제4부
유월 85/속리산 86/고성산 산행 88/영인산의 봄 90/소군산을 바라보며 91/진위천의 가을 92/안성천 쉼터 94/궁안교 96/썰매 기차 98/봄은 99/까치야 100/미나리 예찬 102/은행나무 애수 104/춘설 105/꽃과 함께 106
해설 백인덕(시인)/107
누워서 침 뱉기 13/메르스 14/목련 15/양은도시락을 추억함 16/절벽 위의 진달래 18/새벽의 전철역 19/두엄 내던 날 20/때늦은 후회 22/빗자루 23/뒤란 풍경 24/마루 26/신발 28/숫자 1 29/분리수거함 30/등 32
제2부
우슬 35/어느 여름밤 36/저물녘 38/고구마 두지 40/엄마라는 철학 41/빨간 커피포트 42/은사시나무 44/옛집 46/엄마의 아침 47/땅비싸리 48/즐거운 벌금 50/어머니의 새참 52/당신에게 가는 날 53/동심원 54/초옥 56/이홉들이 58
제3부
흰머리 61/할미꽃 62/생일파티 64/사월의 비 66/시래기 67/시집보내야지 68/요양원의 봄 70/유월의 찬바람 72/곰국 73/응급실에서 74/꽃 접시 76/느티나무 77/출근 버스를 타면 78/이파리 80/장날 81/당신 82
제4부
유월 85/속리산 86/고성산 산행 88/영인산의 봄 90/소군산을 바라보며 91/진위천의 가을 92/안성천 쉼터 94/궁안교 96/썰매 기차 98/봄은 99/까치야 100/미나리 예찬 102/은행나무 애수 104/춘설 105/꽃과 함께 106
해설 백인덕(시인)/107
저자
저자
안문
전북 정읍에서 태어나 2014년 《한국작가》 신인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현재 평택문인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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