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술한 마음(문학의전당 시인선 363)
임송자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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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겁고 허술한 사랑의 풍요
1993년 《문학공간》으로 등단한 임송자 시인의 두 번째 시집 『허술한 마음』이 문학의전당 시인선 363으로 출간되었다. 임송자 시인은 “꽃잎” 같은 화려함에 기대지 않고, 더 낮고 작고 그늘진 세상, 곧 “아래를” 사랑하는 사람으로 살기로 작정했다. 단단하고 견고하게 높아져만 가는 세상이 아니라, 넉넉하고 허술한 마음으로 사는 법을 알려준다. 그 허술하고 깊은 사랑의 풍요로움이 곧 임송자의 시라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1993년 《문학공간》으로 등단한 임송자 시인의 두 번째 시집 『허술한 마음』이 문학의전당 시인선 363으로 출간되었다. 임송자 시인은 “꽃잎” 같은 화려함에 기대지 않고, 더 낮고 작고 그늘진 세상, 곧 “아래를” 사랑하는 사람으로 살기로 작정했다. 단단하고 견고하게 높아져만 가는 세상이 아니라, 넉넉하고 허술한 마음으로 사는 법을 알려준다. 그 허술하고 깊은 사랑의 풍요로움이 곧 임송자의 시라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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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사랑은 마음을 맞추는 일이다. 기어이 너에게 닿아서 하나가 되려는 마음이다. 그런데 사랑의 모양과 성질은 좀처럼 고정되질 않아 우주 도킹(space docking)보다도 어렵다. 상대를 향해 달려가는 제 마음의 속도와 궤도를 조절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몸과 눈의 시그널은 언제나 서로를 놓치거나 빗겨 간다. 젊은 날의 광휘와 열정의 사랑이 실패했다면 모자람보다는 어긋남에 가까울 것이다. 질주의 마음과 안착의 마음이 서로를 껴안을 수 없을 때, 사랑은 시름시름 앓는다. 앓음은 고통과 상처를 남긴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그 신열이 남긴 얼룩이 흐릿해질 때야 비로소 사랑이 남긴 아름다운 무늬를 관망할 수 있게 되곤 한다. 임송자의 시는 육박해 오는 간절한 사랑의 시간, 그 이후의 마음의 표정을 그리고 있다. 신생의 물결로 넘실거리는 강의 상류가 아니라, 온갖 부침(浮沈)이 만들어낸 유유한 하구의 풍경을 담아낸다. 흐르는 강물처럼 마주해야 했던 인생의 고비에서 시인은 어떤 사랑을 마주했을까.
마음과 마음이 잘 겹쳐지지 않을 때
하구 쪽으로 가지를 펴는 일이 잦았습니다
물의 안쪽이 궁금해서지요
한 목숨 흘러와 바다에게 생의 전부를 바치는
저 강물에게 무슨 사연이 있는 건지요
물결과 물결이 만나서 저리 고운 물무늬를 만든다는 건
진정 사랑한다는 뜻이겠지요
물은 길을 만들 때 턱을 만들지 않는다면서요
그대와 나 사이에 만든 턱이 너무 많아서
한강 하구둑에 앉아 반나절을 같이했지만
춘풍에 펄럭이는 마음은 아직 멀기만 합니다
가능한 연한 가지를 내려
강물에 오래 적시고 싶었습니다
물의 마음을 닮고 싶어서지요
꽃잎처럼 순하게
물같이 바람같이 겹치고 싶어서지요
- 「한강 하구에서」 전문
"진정 사랑한다는 뜻"은 무엇일까. 시인은 "턱을 만들지 않는" 것이라 말한다. "물은 길을 만들 때 턱을 만들지 않는다"는 표현이 의미하듯 서로의 차이와 높이를 없앨 때 '길'이 생긴다는 것이다. 그러나 길은 결코 한순간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춘풍에 펄럭이는 마음"처럼 뜨거운 청춘의 시간이 필요하고, "강물에 오래 적시고 싶"은 침잠의 시간이 요구되며, "한 목숨 흘러와 바다에게 생의 전부를 바치는" 투항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 오랜 풍상의 "사연"이 모여 물길과 물길이 만나는 '길'은 완성된다. 이처럼 사랑이 만든 길은 지난한 시간을 통과하면서 얻게 된다. 깎이고 낮춘 물길의 시간, "꽃잎처럼 순하게", "물같이 바람같이" 자연을 닮으려는 겸허한 마음으로 마주하게 된 시간이다.
임송자가 그리는 자연이 물리적 세계 이면을 느끼게 하는 것은 자연을 은유한 존재론적 성찰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임송자에게 사랑으로 깊어진 존재의 시간은 외피의 시간이 아니라 속살의 시간이다. 시인은 "물결과 물결"이 일으키는 격랑의 파동에 주목하지 않고 "물의 안쪽" 그 보이지 않는 생의 본질을 탐색한다. 이는 현상의 외면이 아니라, 현상을 발현시킨 삶의 본원적 형질을 찾으려는 태도이다.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세계를 보려면 다른 눈을 가져야 한다. "물의 안쪽"은 잘 보이지 않는 세계이다. 그 안쪽을 알고, 이해하기 위해 화자는 몸 전체를 거대한 눈으로 바꾼다. 물에 몸을 담글 때 물의 안쪽은 드디어 보이기 시작한다. "하구 쪽으로 가지를 펴는 일" "연한 가지를 내려/강물에 오래" 몸을 드리우는 것은 세계를 관조하려는 태도가 아니라, 온몸으로 세계를 보고 가담(加擔)하겠다는 의미에 가깝다. 이는 주어진 생의 시간을 온몸으로 끌어안으려는 사랑의 마음이다.
- 강경희(문학평론가)
마음과 마음이 잘 겹쳐지지 않을 때
하구 쪽으로 가지를 펴는 일이 잦았습니다
물의 안쪽이 궁금해서지요
한 목숨 흘러와 바다에게 생의 전부를 바치는
저 강물에게 무슨 사연이 있는 건지요
물결과 물결이 만나서 저리 고운 물무늬를 만든다는 건
진정 사랑한다는 뜻이겠지요
물은 길을 만들 때 턱을 만들지 않는다면서요
그대와 나 사이에 만든 턱이 너무 많아서
한강 하구둑에 앉아 반나절을 같이했지만
춘풍에 펄럭이는 마음은 아직 멀기만 합니다
가능한 연한 가지를 내려
강물에 오래 적시고 싶었습니다
물의 마음을 닮고 싶어서지요
꽃잎처럼 순하게
물같이 바람같이 겹치고 싶어서지요
- 「한강 하구에서」 전문
"진정 사랑한다는 뜻"은 무엇일까. 시인은 "턱을 만들지 않는" 것이라 말한다. "물은 길을 만들 때 턱을 만들지 않는다"는 표현이 의미하듯 서로의 차이와 높이를 없앨 때 '길'이 생긴다는 것이다. 그러나 길은 결코 한순간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춘풍에 펄럭이는 마음"처럼 뜨거운 청춘의 시간이 필요하고, "강물에 오래 적시고 싶"은 침잠의 시간이 요구되며, "한 목숨 흘러와 바다에게 생의 전부를 바치는" 투항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 오랜 풍상의 "사연"이 모여 물길과 물길이 만나는 '길'은 완성된다. 이처럼 사랑이 만든 길은 지난한 시간을 통과하면서 얻게 된다. 깎이고 낮춘 물길의 시간, "꽃잎처럼 순하게", "물같이 바람같이" 자연을 닮으려는 겸허한 마음으로 마주하게 된 시간이다.
임송자가 그리는 자연이 물리적 세계 이면을 느끼게 하는 것은 자연을 은유한 존재론적 성찰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임송자에게 사랑으로 깊어진 존재의 시간은 외피의 시간이 아니라 속살의 시간이다. 시인은 "물결과 물결"이 일으키는 격랑의 파동에 주목하지 않고 "물의 안쪽" 그 보이지 않는 생의 본질을 탐색한다. 이는 현상의 외면이 아니라, 현상을 발현시킨 삶의 본원적 형질을 찾으려는 태도이다.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세계를 보려면 다른 눈을 가져야 한다. "물의 안쪽"은 잘 보이지 않는 세계이다. 그 안쪽을 알고, 이해하기 위해 화자는 몸 전체를 거대한 눈으로 바꾼다. 물에 몸을 담글 때 물의 안쪽은 드디어 보이기 시작한다. "하구 쪽으로 가지를 펴는 일" "연한 가지를 내려/강물에 오래" 몸을 드리우는 것은 세계를 관조하려는 태도가 아니라, 온몸으로 세계를 보고 가담(加擔)하겠다는 의미에 가깝다. 이는 주어진 생의 시간을 온몸으로 끌어안으려는 사랑의 마음이다.
- 강경희(문학평론가)
목차
목차
제1부
추억의 힘 13/김포 장날 14/살구를 줍는 아침 16/부추꽃이 피려 할 때 17/그늘에 대한 먼 기억 18/
잡아준다는 말 20/다시 사는 법 21/민통선 38번지 22/환삼덩굴 24/날개를 위하여 25/그럴 리 없겠지요 26/
밥 28/볕을 기리다 29/목부 30/빈집 32
제2부
사랑 35/적멸 36/수작 38/연민 39/부부 40/한강 하구에서 42/엎친 데 덮친 43/눈빛 44/애기봉 연가 46/
꽃 47/환한 그늘 48/숫돌의 고백 50/상처에 꽃이 필 때 51/전류리 포구 52/미싱 54
제3부
찔레꽃 57/상처 58/초록을 동봉하다 60/겨울 들판 61/꽃눈 62/허술한 마음 64/늙은 집 65/상수리나무 아래 66/
극락암에 이르러 68/다시 쓰는 사랑 69/누가 내 슬픔에 붉은 밑줄을 그었을까 70/선풍기를 읽다 72/행복 73/
풍란의 발 74/헛꽃 76
제4부
곁 79/첫사랑 80/관계 82/헌 집 84/택배 85/독(毒) 86/슬픔도 뿌리를 가졌더라 88/기별 90/낙화 91/두꺼비에게 빌었다 92/
개구멍 예찬 94/붉은 노을 96/눈 내리는 저녁 97/민통선 엘레지 98/어둠의 빛 100/귀하는 신용불량자 102
해설 강경희(문학평론가)/103
추억의 힘 13/김포 장날 14/살구를 줍는 아침 16/부추꽃이 피려 할 때 17/그늘에 대한 먼 기억 18/
잡아준다는 말 20/다시 사는 법 21/민통선 38번지 22/환삼덩굴 24/날개를 위하여 25/그럴 리 없겠지요 26/
밥 28/볕을 기리다 29/목부 30/빈집 32
제2부
사랑 35/적멸 36/수작 38/연민 39/부부 40/한강 하구에서 42/엎친 데 덮친 43/눈빛 44/애기봉 연가 46/
꽃 47/환한 그늘 48/숫돌의 고백 50/상처에 꽃이 필 때 51/전류리 포구 52/미싱 54
제3부
찔레꽃 57/상처 58/초록을 동봉하다 60/겨울 들판 61/꽃눈 62/허술한 마음 64/늙은 집 65/상수리나무 아래 66/
극락암에 이르러 68/다시 쓰는 사랑 69/누가 내 슬픔에 붉은 밑줄을 그었을까 70/선풍기를 읽다 72/행복 73/
풍란의 발 74/헛꽃 76
제4부
곁 79/첫사랑 80/관계 82/헌 집 84/택배 85/독(毒) 86/슬픔도 뿌리를 가졌더라 88/기별 90/낙화 91/두꺼비에게 빌었다 92/
개구멍 예찬 94/붉은 노을 96/눈 내리는 저녁 97/민통선 엘레지 98/어둠의 빛 100/귀하는 신용불량자 102
해설 강경희(문학평론가)/103
저자
저자
임송자
전북 무주에서 태어나 1993년 《문학공간》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그날이 어제처럼』이 있다. 한국작가회의, 한국문인협회 회원, 〈시 쓰는 사람들〉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산림문학상〉 〈중봉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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