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살아있다는 말이 슬픈 것이다(시인동네 시인선 208)
이태숙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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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과 재생의 언어
2016년 《열린시학》 등단 후, 2020년 《매일신문》 시니어문학상을 수상한 이태숙 시인의 첫 시집 『아직은 살아있다는 말이 슬픈 것이다』가 시인동네 시인선 208로 출간되었다. 이 시집은 사랑을 잃은 슬픔과 그로 인한 상실을 견디면서 재생과 회복에 이르는 과정을 기록한 시인의 일기라고 할 수 있다. 모든 것을 잃은 후에 무너졌던 세계를 다시 복원하는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 시집을 읽는 독자는 슬픔과 공존하는 법을 터득하게 될 것이다.
당신의 잠 속을 날마다 걸었다. 당신을 만나면 이제 그만 집에 가야지 그렇게 말해주고 싶었다. 대답이 없다면 함께 울어야지 생각했다. 날마다 슬픔은 찬란해지고, 지금을 견디는 것이 삶과 화해하는 방식이 될 수 있을까.
시를 쓰면서 먼 곳이 더 멀어지는 방식으로 가까워졌다. 그래서 나의 말은 지금도 자꾸만 기울어진다. 슬픔이나 폐허도 무언가에 기대면 좀 낫지 않을까 싶어서 미워할 수 없었다.
내가 나를 만지면 자꾸만 만져지는 내가 있고, 자꾸만 사라지는 내가 있으니, 나는 꽃잎처럼 떨어지는 중일지도 모른다.
2016년 《열린시학》 등단 후, 2020년 《매일신문》 시니어문학상을 수상한 이태숙 시인의 첫 시집 『아직은 살아있다는 말이 슬픈 것이다』가 시인동네 시인선 208로 출간되었다. 이 시집은 사랑을 잃은 슬픔과 그로 인한 상실을 견디면서 재생과 회복에 이르는 과정을 기록한 시인의 일기라고 할 수 있다. 모든 것을 잃은 후에 무너졌던 세계를 다시 복원하는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 시집을 읽는 독자는 슬픔과 공존하는 법을 터득하게 될 것이다.
당신의 잠 속을 날마다 걸었다. 당신을 만나면 이제 그만 집에 가야지 그렇게 말해주고 싶었다. 대답이 없다면 함께 울어야지 생각했다. 날마다 슬픔은 찬란해지고, 지금을 견디는 것이 삶과 화해하는 방식이 될 수 있을까.
시를 쓰면서 먼 곳이 더 멀어지는 방식으로 가까워졌다. 그래서 나의 말은 지금도 자꾸만 기울어진다. 슬픔이나 폐허도 무언가에 기대면 좀 낫지 않을까 싶어서 미워할 수 없었다.
내가 나를 만지면 자꾸만 만져지는 내가 있고, 자꾸만 사라지는 내가 있으니, 나는 꽃잎처럼 떨어지는 중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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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상실을 견디는 자는 다양한 증상을 보인다. 증상 중 가장 심각한 건 언어의 한계를 자각하는 일이다. 상실을 표현하는 언어는 언제나 결여를 동반한다. 상실을 온전하게 표현하는 것은 가능한가. 슬픔을 위로하기에 정확한 언어는 없다. 그러므로 상실을 겪은 자는 견딤의 시간을 통과해야만 한다. 이태숙의 시집 『아직은 살아있다는 말이 슬픈 것이다』에 수록된 시들은, 견딤의 시간을 통과하는 자의 내면을 담고 있다. 시적 주체는 "사는 일은 늘 조금은 기울어져야 하는 일"(「잎에서 입으로」)이라는 사실을 아프게 자각한다. "비문처럼 해독되지 않는"(「바다와 나비」) 나날 속에서 "마음과 마음 사이"(「그림 속에서는 여전히 눈이 내리고」)를 떠돈다. 주변의 대상들은 모두 상실을 되새김하는 매개체가 된다. 냉동 새우를 해동하면서 "끝내 펴지지 않는 생활"(「감바스」)을 곱씹고, 계란을 손에 쥐면서 "온도가 없는 세계"(「계란의 세계」)를 떠올린다. 이런 은유는 마치 해독할 수 없는 비문과도 같다. 시를 읽는 사람은 상실을 오래 견딘 자의 쓸쓸한 내면과 마주한다. 시적 주체는 거미줄에 매달린 빗방울에 자신을 투영한다.
거미줄에 매달린 빗방울 흔들린다
얼마쯤 견디면 떨어질 수 있을까
견딤이 떨어짐을 위한 것이라면
나는 너무 오래 견뎌왔다
빗방울은 말이 없고
나의 궁리는 더욱 무겁고 둥글어진다
그런 것이다
둥글어진다는 것은 빈칸 없이 견딤을 채우는 것
그 모든 궁리가 다했을 때
비로소 툭 놓을 수 있는 마음도 없이
나는 일찍이 세계로부터 떨어져 나온 빗방울
뭉쳐진 빗방울을 보면
그만 떨어져도 된다고 말해주었어야 했다
거미줄에 매달린 빗방울 흔들린다
저 오랜 질문에 대하여
아직도 다하지 못한 대답
나는 지금도 둥글게 뭉쳐지고 있다고
그때로부터 지금까지 이렇게 흔들리고 있다고
빗방울은 나의 또 다른 얼굴
떨어지지 않고 점점 추처럼 매달린다
밤보다 더 무겁고 더 어둡다
친절해지지 않은 이 세계의 밤
나는 나에게 그만 떨어져도 괜찮다고 말해주었어야 했다
- 「떨어져도 된다고 말해주었어야 했다」 전문
낙하하거나 그 자리에서 서서히 사라질 운명인 물방울을 보면서 시인은 "빗방울은 나의 또 다른 얼굴"이라고 말한다. 거미줄에 매달린 물방울은 곧 떨어지고 말 것이다. '나' 역시 그러하다, 하지만 아무도 "떨어져도 된다"고 말해주지 않는다. 1부에 수록된 시에는 삶의 유한성을 자각한 자의 회한이 가득하다. 그것은 "살아지는 걸 용서할 수 없어서 걷는"(「새」) 행위로 압축된다. 살아있는 것들은 상실을 피할 수 없다. 삶이 유한하고, 일회적이라는 사실은 양가적이다. 다수의 사람들은 삶의 유한성을 필사적으로 외면하는 길을 선택한다. 그래야만 슬픔에 매몰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 선택에 망각은 필수적이다. 그들은 낡고, 몰락하는 것들과 거리를 두면서 삶이 유한하다는 사실을 망각하고자 한다. 반면 시인은 망각과 거리를 두면서 "차곡차곡 쌓인 슬픔"을 응시한다.
- 이정현(문학평론가)
거미줄에 매달린 빗방울 흔들린다
얼마쯤 견디면 떨어질 수 있을까
견딤이 떨어짐을 위한 것이라면
나는 너무 오래 견뎌왔다
빗방울은 말이 없고
나의 궁리는 더욱 무겁고 둥글어진다
그런 것이다
둥글어진다는 것은 빈칸 없이 견딤을 채우는 것
그 모든 궁리가 다했을 때
비로소 툭 놓을 수 있는 마음도 없이
나는 일찍이 세계로부터 떨어져 나온 빗방울
뭉쳐진 빗방울을 보면
그만 떨어져도 된다고 말해주었어야 했다
거미줄에 매달린 빗방울 흔들린다
저 오랜 질문에 대하여
아직도 다하지 못한 대답
나는 지금도 둥글게 뭉쳐지고 있다고
그때로부터 지금까지 이렇게 흔들리고 있다고
빗방울은 나의 또 다른 얼굴
떨어지지 않고 점점 추처럼 매달린다
밤보다 더 무겁고 더 어둡다
친절해지지 않은 이 세계의 밤
나는 나에게 그만 떨어져도 괜찮다고 말해주었어야 했다
- 「떨어져도 된다고 말해주었어야 했다」 전문
낙하하거나 그 자리에서 서서히 사라질 운명인 물방울을 보면서 시인은 "빗방울은 나의 또 다른 얼굴"이라고 말한다. 거미줄에 매달린 물방울은 곧 떨어지고 말 것이다. '나' 역시 그러하다, 하지만 아무도 "떨어져도 된다"고 말해주지 않는다. 1부에 수록된 시에는 삶의 유한성을 자각한 자의 회한이 가득하다. 그것은 "살아지는 걸 용서할 수 없어서 걷는"(「새」) 행위로 압축된다. 살아있는 것들은 상실을 피할 수 없다. 삶이 유한하고, 일회적이라는 사실은 양가적이다. 다수의 사람들은 삶의 유한성을 필사적으로 외면하는 길을 선택한다. 그래야만 슬픔에 매몰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 선택에 망각은 필수적이다. 그들은 낡고, 몰락하는 것들과 거리를 두면서 삶이 유한하다는 사실을 망각하고자 한다. 반면 시인은 망각과 거리를 두면서 "차곡차곡 쌓인 슬픔"을 응시한다.
- 이정현(문학평론가)
목차
목차
제1부
소ㆍ13/잃어버린 말ㆍ14/잎에서 입으로ㆍ16/흔적들ㆍ18/바다와 나비ㆍ20/그림 속에서는 여전히 눈이 내리고ㆍ22/감바스ㆍ24/계란의 세계ㆍ26/떨어져도 된다고 말해주었어야 했다ㆍ28/빙하의 잠ㆍ30/새ㆍ32/슬픔의 출처ㆍ34/겨울 자작나무 숲에서ㆍ36
제2부
드림캐쳐ㆍ39/국화차ㆍ40/배웅ㆍ42/생각 카페ㆍ44/밤의 바다에서ㆍ46/조우(遭遇)ㆍ49/섣달 하현을 품다ㆍ50/손가락을 만져본다ㆍ52/손톱ㆍ54/예보ㆍ56/달개비의 생ㆍ58/어떤 울음ㆍ60
제3부
오늘의 마음ㆍ63/틈의 목소리ㆍ64/구두를 읽다ㆍ66/금지된 재현ㆍ68/불면ㆍ70/기억의 지속ㆍ72/봄밤ㆍ74/살을 쏘다ㆍ76/안경ㆍ78/오전 10시의 여자ㆍ80/오지(奧地)ㆍ82/골목의 탄생ㆍ84/11월 잎들에게ㆍ88/꽃이 한 번 더 크게 울었다ㆍ90
제4부
파놉티콘ㆍ93/노을ㆍ94/눈물의 온도ㆍ96/볕뉘ㆍ98/복수초 마음ㆍ100/오로라를 찾아서ㆍ102/어떤 마라토너ㆍ104/둥근 모서리가 아름답다ㆍ106/화엄사 흑매(黑梅)ㆍ107/엄마라는 말ㆍ108/일몰 후ㆍ110/황금 편백의 울음ㆍ112/폐차장 가는 길ㆍ114/누군가의 안부ㆍ116
해설 이정현(문학평론가)ㆍ117
소ㆍ13/잃어버린 말ㆍ14/잎에서 입으로ㆍ16/흔적들ㆍ18/바다와 나비ㆍ20/그림 속에서는 여전히 눈이 내리고ㆍ22/감바스ㆍ24/계란의 세계ㆍ26/떨어져도 된다고 말해주었어야 했다ㆍ28/빙하의 잠ㆍ30/새ㆍ32/슬픔의 출처ㆍ34/겨울 자작나무 숲에서ㆍ36
제2부
드림캐쳐ㆍ39/국화차ㆍ40/배웅ㆍ42/생각 카페ㆍ44/밤의 바다에서ㆍ46/조우(遭遇)ㆍ49/섣달 하현을 품다ㆍ50/손가락을 만져본다ㆍ52/손톱ㆍ54/예보ㆍ56/달개비의 생ㆍ58/어떤 울음ㆍ60
제3부
오늘의 마음ㆍ63/틈의 목소리ㆍ64/구두를 읽다ㆍ66/금지된 재현ㆍ68/불면ㆍ70/기억의 지속ㆍ72/봄밤ㆍ74/살을 쏘다ㆍ76/안경ㆍ78/오전 10시의 여자ㆍ80/오지(奧地)ㆍ82/골목의 탄생ㆍ84/11월 잎들에게ㆍ88/꽃이 한 번 더 크게 울었다ㆍ90
제4부
파놉티콘ㆍ93/노을ㆍ94/눈물의 온도ㆍ96/볕뉘ㆍ98/복수초 마음ㆍ100/오로라를 찾아서ㆍ102/어떤 마라토너ㆍ104/둥근 모서리가 아름답다ㆍ106/화엄사 흑매(黑梅)ㆍ107/엄마라는 말ㆍ108/일몰 후ㆍ110/황금 편백의 울음ㆍ112/폐차장 가는 길ㆍ114/누군가의 안부ㆍ116
해설 이정현(문학평론가)ㆍ117
저자
저자
이태숙
충남 아산에서 태어나 경기대 예술대학원 독서지도학과 석사 졸업했다. 2016년 《열린시학》으로 등단했으며, 2020년 《매일신문》 시니어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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