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의 계보(시인동네 시인선 213)
윤금초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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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윤금초’의 실존적 시간들
한국 현대시조의 거장이자 등단 57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여전히 현역 시인 못지않게 창작에 매진하고 있는 윤금초 시인의 신작시집 『독의 계보』가 시인동네 시인선 213으로 출간되었다. 유성호 문학평론가는 “우리 시대가 놓치고 있는 고전적 가치를 온전하게 회복하는 데 진력한 시인이자, 한국 정형 미학에 작지 않은 계고(戒告)가 되어준 윤금초 시인은 한동안 우리 시대의 충실한 시조사적 범례(範例)가 되어줄 것”이라며 이번 신작시집 발간에 대해 의미를 부여했다.
한국 현대시조의 거장이자 등단 57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여전히 현역 시인 못지않게 창작에 매진하고 있는 윤금초 시인의 신작시집 『독의 계보』가 시인동네 시인선 213으로 출간되었다. 유성호 문학평론가는 “우리 시대가 놓치고 있는 고전적 가치를 온전하게 회복하는 데 진력한 시인이자, 한국 정형 미학에 작지 않은 계고(戒告)가 되어준 윤금초 시인은 한동안 우리 시대의 충실한 시조사적 범례(範例)가 되어줄 것”이라며 이번 신작시집 발간에 대해 의미를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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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 해설 엿보기
윤금초 시인의 「독의 계보」(시인동네, 2023)는 호활한 정형 미학의 한 정수(精髓)를 보여주는 우리 시대의 크나큰 결실이다. 우리 시조시단에서 윤금초 시인만큼 새로운 실험을 최대치의 확장성으로 보여주는 시인은 거의 없을 것이다. 우리는 윤금초 시학의 핵심이 형식에서의 절제와 다양한 변형 사이의 긴장, 내용에서의 역사와 현재형 사이의 길항에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사실 전통과 창조 사이의 균형이 없다면 시조의 양식적 확장은 거의 불가능하고 또 무의미할 것이다. 그만큼 윤금초 시조가 시현하는 정격(正格)과 파격(破格) 사이의 확장 의지와 현실에 대한 유추적 관심이야말로 우리 시조가 개척해 가야 할 미답의 권역이라 할 것이다. 결국 윤금초 시학은 고전적 구심과 실험적 원심 사이의 균형을 특유의 내적 깊이로 보여준 탁월한 사례라 할 것이다.
이번 시조집에는 일단 단수 미학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연시조와 사설시조가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연시조 가운데 한두 수를 사설시조로 배치한 혼합 연형시조도 더러 보인다. 그동안 시인이 애써 개척해 온 다른 언어들과의 상호텍스트성도 여전히 중심을 이루고 있다. 그만큼 윤금초 시인은 커다란 스케일, 동서와 고금을 교차하는 박람(博覽)의 상상력, 지역어의 활발한 활용, 야성적 에너지의 끝없는 분출과 용해 과정을 스스로의 독자적 역량으로 갈무리해 간다. 따라서 우리는 그의 이러한 시조 미학에 대한 중후하고도 지속적인 굴착 의지를 두고 '시인'의 존재론과 '시조'의 양식론에 대한 실천적 응답이자 시조의 현대적 가능성에 대한 정공법적 반응이라고 규정할 수 있을 것이다.
원래 인간은 시간이라는 물리적 흐름 속에서만 자신의 존재 형식을 완성하고 유지해 가는 존재이다. 사실 모든 생명체의 생멸 과정이 시간 개념 안에서만 가능한 것이 아니겠는가. 아닌 게 아니라 인간은 철저하게 시간 안에서 살아가는 '시간 내적' 존재이다. 그런데 인간은 객관적인 시간 안에서 살지 않고 저마다 고유한 주관적 시간 안에서 자신만의 실존을 살아간다. 그래서 시간이란 객관적인 물리적 실체로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실존적이고 고유한 의식 속에서 끊임없이 새롭게 생성되는 어떤 것이 된다. 윤금초 시인의 정형 미학은 뭇 생명들이 가지고 있는 불가피한 유한자(有限者)로서의 모습을 다루면서 그러한 실존적 시간에 대한 순명의 의지를 선연하게 보여준다. 그 안에서 우리는 '시인 윤금초'의 실존적 시간들을 강렬하게 느끼게 된다.
내 사는 도심 바깥
그 6층 옥탑방엔
달빛도 세 들어 사는
옹색한 서재가 있다.
썼다가 도로 지우는
글밭 가는 비상구 있다.
옛 선비 길러냈다는
사가독서(賜暇讀書)는 언감생심
베갯머리 포개둔 책
손때 절은 갈피도 있다.
자다가 벌떡 깨어나
머리 뜯는 비상구 있다.
- 「천창(天窓) 2」 전문
'천창(天窓)'이란 빛이나 공기가 잘 들게끔 지붕에 낸 창문을 말한다. 시인은 도심 바깥 6층 옥탑방 "달빛도 세 들어 사는/옹색한 서재"에서 자신의 '천창'을 발견한다. 그것은 "썼다가 도로 지우는/글밭 가는 비상구"이기도 하고 "자다가 벌떡 깨어나/머리 뜯는 비상구"이기도 하다. 시인은 조선시대에 유능한 젊은 문신들을 뽑아 휴가를 주어 독서당에서 공부하게 하던 "사가독서(賜暇讀書)"가 아닐지라도, 천창을 둔 서재에서 "베갯머리 포개둔 책/손때 절은 갈피"를 일구어 온 것이다. 그러니 그 '천창'이라는 비상구가 자신을 시인이게끔 해준 장치라고 고백하는 것이다. 이처럼 '시인 윤금초'의 시간은 "수묵 산수 운염(雲染)"(「분원리, 밤」)처럼, "깎아지른 천길 빙벽 안개"(「융프라우 만년설 2」)처럼, 천창에서 썼다가 지우고 손때 절게 보낸 시간 속에 오롯이 존재했던 것이다. "휘휘 갈겨 내린 붓질, 비백(飛白)의 구름발"(「널뛰는 누엣결」)이 그 시간 안에서 고유한 실존을 구가하고 있었던 것이다. 다음은 어떠한가.
천야만야 지붕 아래 천야만야 익는 서원
송광사 전각 70채 기왓골에 눈이 아리다.
지붕에 지붕을 덧댄 닫집 하나 우뚝하다.
휘휘 친친 둘러쳤다, 겹처마 서까래 위에
연꽃무늬 수막새 타고 눈석이 흘러내린다.
따지기 절집에 이르러 대숲 바람 귀를 씻고.
밀가루 반죽 다루듯 화강석을 마른 탑신.
여덟 마리 사자 발톱 매지구름 지르밟고
지붕골 누비주름이 이승 물매 재고 있다.
- 「물매-국사전(國師殿) 기왓골」 전문
'국사전'은 송광사에 있는 전각을 말하는데, 여기서 시인은 기왓골의 웅장한 규모와 아름다움에 경이로움을 느낀다. 가령 그것은 "지붕에 지붕을 덧댄 닫집 하나"로 우뚝하게 다가오는 형상을 취하고 있다. 휘휘 친친 둘러친 겹처마 서까래 위에 눈석이 흐르고 대숲 바람이 일고 있다. 밀가루 반죽 다루듯 화강석을 마른 탑신이 지붕골 누비주름에 이승 물매를 재고 있다는 해석은, 그 물매의 주인공으로 하여금 '시인=예술가'로서의 위상과 직능을 가지게끔 주조(鑄造)해 가는 윤금초의 장인정신을 선명하게 알려주는 표지(標識) 역할을 한다. 그렇게 '국사전 기왓골'은 "상감한 고려 바람이 풍류 한 틀 끌고"(오수(午睡)」) 가듯, "화강석/둥근 가람에 뜬/뭇별,/물찰찰이"(「천상열차분야지도(天象列次分野之圖)」) 떠다니듯, "영롱한 투신"(「빗방울 악보」)을 통해 예술성과 신성성을 동시에 증폭시키는 "신필(神筆)의 묘법"(「촉(蜀)으로 가는 길」)을 보여준 것이다.
원래 서정시는 지나온 시간에 대한 기억의 현상학에 의해 발원되고 펼쳐진다. 그만큼 서정시는 인상적인 순간을 포착하여 그것을 존재의 오래된 기억으로 환치하는 기억술의 방편이기도 하다. 이는 현실에서 벗어나 상상적 시간으로 잠입하려는 의지가 반영된 결과일 것이다. 외따로 떨어져 있던 사물과 사물 사이에 연쇄적 연관성이 나타나는 것도 이러한 기억의 매개 때문이다. 윤금초 시인은 사물에 깃들인 기억들을 순간적으로 소환하고 재현하면서, 그 순간에서 삶의 깊디깊은 시간의 흐름을 파악하고 노래한다. 그럼으로써 스스로 시인으로서의 의지를 충전하고 있는 셈이다. 이 모든 것이 "제 안에 이는 불길을 다독이고"(「해머링 맨」) 나서 "문자향 서권기의 법도(法道)로 삼아야 할 건 텅 비어 가득 채우는 일"(「도장밥 수사(修辭)」)임을 알아가는 '시인 윤금초'의 실존적 시간들일 것이다. 가없이 아득하고 융융하기만 하다.
- 유성호(문학평론가·한양대 교수)
■ 시인의 산문
잔말 많은 되놈 집안 장맛도 쓰다 했나?
아프리카 방문 중인 한 거물급 정치가가 원주민들 모인 자리 반 시간 남짓 견강부회(牽强附會) 두서없는 말 늘어놨다. 그의 장광설 끝나자 부리나케 통역이 나서서 "웃자, 웃자" 단 네 마디로 압축했다. 뒤따라 군중들이 왁자하게 폭소를 터뜨렸고, 거물 정치가 화들짝 놀라 뜬금없이 묻는 것이었다. "내가 한 말 그리 빨리 통역하는 비결이 뭔가요?" 통역사가 간단명료 핵심만 요약했다. "선생님 말씀 너무 길어, 제가 '이분이 농담하는 거니까 다들 웃어요, 웃어!'라고 했습니다."
어머나, 별난 정치가에 생뚱맞은 통역사라니.
윤금초 시인의 「독의 계보」(시인동네, 2023)는 호활한 정형 미학의 한 정수(精髓)를 보여주는 우리 시대의 크나큰 결실이다. 우리 시조시단에서 윤금초 시인만큼 새로운 실험을 최대치의 확장성으로 보여주는 시인은 거의 없을 것이다. 우리는 윤금초 시학의 핵심이 형식에서의 절제와 다양한 변형 사이의 긴장, 내용에서의 역사와 현재형 사이의 길항에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사실 전통과 창조 사이의 균형이 없다면 시조의 양식적 확장은 거의 불가능하고 또 무의미할 것이다. 그만큼 윤금초 시조가 시현하는 정격(正格)과 파격(破格) 사이의 확장 의지와 현실에 대한 유추적 관심이야말로 우리 시조가 개척해 가야 할 미답의 권역이라 할 것이다. 결국 윤금초 시학은 고전적 구심과 실험적 원심 사이의 균형을 특유의 내적 깊이로 보여준 탁월한 사례라 할 것이다.
이번 시조집에는 일단 단수 미학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연시조와 사설시조가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연시조 가운데 한두 수를 사설시조로 배치한 혼합 연형시조도 더러 보인다. 그동안 시인이 애써 개척해 온 다른 언어들과의 상호텍스트성도 여전히 중심을 이루고 있다. 그만큼 윤금초 시인은 커다란 스케일, 동서와 고금을 교차하는 박람(博覽)의 상상력, 지역어의 활발한 활용, 야성적 에너지의 끝없는 분출과 용해 과정을 스스로의 독자적 역량으로 갈무리해 간다. 따라서 우리는 그의 이러한 시조 미학에 대한 중후하고도 지속적인 굴착 의지를 두고 '시인'의 존재론과 '시조'의 양식론에 대한 실천적 응답이자 시조의 현대적 가능성에 대한 정공법적 반응이라고 규정할 수 있을 것이다.
원래 인간은 시간이라는 물리적 흐름 속에서만 자신의 존재 형식을 완성하고 유지해 가는 존재이다. 사실 모든 생명체의 생멸 과정이 시간 개념 안에서만 가능한 것이 아니겠는가. 아닌 게 아니라 인간은 철저하게 시간 안에서 살아가는 '시간 내적' 존재이다. 그런데 인간은 객관적인 시간 안에서 살지 않고 저마다 고유한 주관적 시간 안에서 자신만의 실존을 살아간다. 그래서 시간이란 객관적인 물리적 실체로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실존적이고 고유한 의식 속에서 끊임없이 새롭게 생성되는 어떤 것이 된다. 윤금초 시인의 정형 미학은 뭇 생명들이 가지고 있는 불가피한 유한자(有限者)로서의 모습을 다루면서 그러한 실존적 시간에 대한 순명의 의지를 선연하게 보여준다. 그 안에서 우리는 '시인 윤금초'의 실존적 시간들을 강렬하게 느끼게 된다.
내 사는 도심 바깥
그 6층 옥탑방엔
달빛도 세 들어 사는
옹색한 서재가 있다.
썼다가 도로 지우는
글밭 가는 비상구 있다.
옛 선비 길러냈다는
사가독서(賜暇讀書)는 언감생심
베갯머리 포개둔 책
손때 절은 갈피도 있다.
자다가 벌떡 깨어나
머리 뜯는 비상구 있다.
- 「천창(天窓) 2」 전문
'천창(天窓)'이란 빛이나 공기가 잘 들게끔 지붕에 낸 창문을 말한다. 시인은 도심 바깥 6층 옥탑방 "달빛도 세 들어 사는/옹색한 서재"에서 자신의 '천창'을 발견한다. 그것은 "썼다가 도로 지우는/글밭 가는 비상구"이기도 하고 "자다가 벌떡 깨어나/머리 뜯는 비상구"이기도 하다. 시인은 조선시대에 유능한 젊은 문신들을 뽑아 휴가를 주어 독서당에서 공부하게 하던 "사가독서(賜暇讀書)"가 아닐지라도, 천창을 둔 서재에서 "베갯머리 포개둔 책/손때 절은 갈피"를 일구어 온 것이다. 그러니 그 '천창'이라는 비상구가 자신을 시인이게끔 해준 장치라고 고백하는 것이다. 이처럼 '시인 윤금초'의 시간은 "수묵 산수 운염(雲染)"(「분원리, 밤」)처럼, "깎아지른 천길 빙벽 안개"(「융프라우 만년설 2」)처럼, 천창에서 썼다가 지우고 손때 절게 보낸 시간 속에 오롯이 존재했던 것이다. "휘휘 갈겨 내린 붓질, 비백(飛白)의 구름발"(「널뛰는 누엣결」)이 그 시간 안에서 고유한 실존을 구가하고 있었던 것이다. 다음은 어떠한가.
천야만야 지붕 아래 천야만야 익는 서원
송광사 전각 70채 기왓골에 눈이 아리다.
지붕에 지붕을 덧댄 닫집 하나 우뚝하다.
휘휘 친친 둘러쳤다, 겹처마 서까래 위에
연꽃무늬 수막새 타고 눈석이 흘러내린다.
따지기 절집에 이르러 대숲 바람 귀를 씻고.
밀가루 반죽 다루듯 화강석을 마른 탑신.
여덟 마리 사자 발톱 매지구름 지르밟고
지붕골 누비주름이 이승 물매 재고 있다.
- 「물매-국사전(國師殿) 기왓골」 전문
'국사전'은 송광사에 있는 전각을 말하는데, 여기서 시인은 기왓골의 웅장한 규모와 아름다움에 경이로움을 느낀다. 가령 그것은 "지붕에 지붕을 덧댄 닫집 하나"로 우뚝하게 다가오는 형상을 취하고 있다. 휘휘 친친 둘러친 겹처마 서까래 위에 눈석이 흐르고 대숲 바람이 일고 있다. 밀가루 반죽 다루듯 화강석을 마른 탑신이 지붕골 누비주름에 이승 물매를 재고 있다는 해석은, 그 물매의 주인공으로 하여금 '시인=예술가'로서의 위상과 직능을 가지게끔 주조(鑄造)해 가는 윤금초의 장인정신을 선명하게 알려주는 표지(標識) 역할을 한다. 그렇게 '국사전 기왓골'은 "상감한 고려 바람이 풍류 한 틀 끌고"(오수(午睡)」) 가듯, "화강석/둥근 가람에 뜬/뭇별,/물찰찰이"(「천상열차분야지도(天象列次分野之圖)」) 떠다니듯, "영롱한 투신"(「빗방울 악보」)을 통해 예술성과 신성성을 동시에 증폭시키는 "신필(神筆)의 묘법"(「촉(蜀)으로 가는 길」)을 보여준 것이다.
원래 서정시는 지나온 시간에 대한 기억의 현상학에 의해 발원되고 펼쳐진다. 그만큼 서정시는 인상적인 순간을 포착하여 그것을 존재의 오래된 기억으로 환치하는 기억술의 방편이기도 하다. 이는 현실에서 벗어나 상상적 시간으로 잠입하려는 의지가 반영된 결과일 것이다. 외따로 떨어져 있던 사물과 사물 사이에 연쇄적 연관성이 나타나는 것도 이러한 기억의 매개 때문이다. 윤금초 시인은 사물에 깃들인 기억들을 순간적으로 소환하고 재현하면서, 그 순간에서 삶의 깊디깊은 시간의 흐름을 파악하고 노래한다. 그럼으로써 스스로 시인으로서의 의지를 충전하고 있는 셈이다. 이 모든 것이 "제 안에 이는 불길을 다독이고"(「해머링 맨」) 나서 "문자향 서권기의 법도(法道)로 삼아야 할 건 텅 비어 가득 채우는 일"(「도장밥 수사(修辭)」)임을 알아가는 '시인 윤금초'의 실존적 시간들일 것이다. 가없이 아득하고 융융하기만 하다.
- 유성호(문학평론가·한양대 교수)
■ 시인의 산문
잔말 많은 되놈 집안 장맛도 쓰다 했나?
아프리카 방문 중인 한 거물급 정치가가 원주민들 모인 자리 반 시간 남짓 견강부회(牽强附會) 두서없는 말 늘어놨다. 그의 장광설 끝나자 부리나케 통역이 나서서 "웃자, 웃자" 단 네 마디로 압축했다. 뒤따라 군중들이 왁자하게 폭소를 터뜨렸고, 거물 정치가 화들짝 놀라 뜬금없이 묻는 것이었다. "내가 한 말 그리 빨리 통역하는 비결이 뭔가요?" 통역사가 간단명료 핵심만 요약했다. "선생님 말씀 너무 길어, 제가 '이분이 농담하는 거니까 다들 웃어요, 웃어!'라고 했습니다."
어머나, 별난 정치가에 생뚱맞은 통역사라니.
목차
목차
제1부
깨춤ㆍ13/서시(西施)의 젖빛ㆍ14/오수(午睡)ㆍ15/분원리, 밤ㆍ16/물매ㆍ18/천상열차분야지도(天象列次分野之圖)ㆍ19/먹감나무 편년사(編年史)ㆍ22/융프라우 만년설 2ㆍ23/가전체(假傳體)로 오는 봄ㆍ24/빗방울 악보ㆍ25/와온 갯벌ㆍ26/봄물ㆍ27/독의 계보 1ㆍ28/독의 계보 2ㆍ30
제2부
하얀 밤ㆍ33/어둠의 이빨ㆍ34/꽃가루 증후군ㆍ36/해안선 한낮ㆍ37/발톱의 시ㆍ38/젤소미나, 젤소미나ㆍ40/해머링 맨ㆍ41/저물녘 물질명사ㆍ42/밤, 발푸르기스ㆍ44/계면조 하늘ㆍ45/난바다 뒷걸음질ㆍ46/미륵강 달궁ㆍ48/독의 계보 3ㆍ49/독의 계보 4ㆍ50
제3부
도장밥 수사(修辭)ㆍ53/촉(蜀)으로 가는 길ㆍ54/헉!ㆍ56/가루라(迦樓羅), 가루라여ㆍ57/어떤 뚱딴지ㆍ58/내숭 떠는 바다ㆍ59/이안류, 앵돌아지다ㆍ60/안개 연대기(年代記)ㆍ62/하오의 안쪽ㆍ63/천창(天窓) 2ㆍ64/사물의 그림자ㆍ65/풍죽(風竹)ㆍ66/독의 계보 5ㆍ67/독의 계보 6ㆍ68
제4부
질경이 평전ㆍ71/슬픈 정강이뼈ㆍ72/곡두ㆍ74/인조 새 날갯짓ㆍ75/널뛰는 누엣결ㆍ76/슬픈 영가(靈歌)ㆍ77/미망의 새ㆍ78/저승새ㆍ81/목멱산(木覓山) 그늘ㆍ82/날치의 바다ㆍ83/마른 꽃ㆍ84/정오의 미스터리ㆍ85/독의 계보 7ㆍ86/독의 계보 8ㆍ88
제5부
그늘 깊은 숲정이ㆍ91/어떤 벽서ㆍ92/미혹의 그림자ㆍ94/언덕 위 적산가옥ㆍ96/꽃게 걸음 서사(敍事)ㆍ97/방주(方舟)ㆍ98/그날 그 변증법ㆍ100/내로남불ㆍ101/출출한 저녁ㆍ102/빈대떡 에피그램ㆍ104/아인슈타인 박사 2ㆍ105/어, 개아들?ㆍ106/독의 계보 9ㆍ107/독의 계보 10ㆍ108
해설 유성호(문학평론가·한양대 교수)·109
깨춤ㆍ13/서시(西施)의 젖빛ㆍ14/오수(午睡)ㆍ15/분원리, 밤ㆍ16/물매ㆍ18/천상열차분야지도(天象列次分野之圖)ㆍ19/먹감나무 편년사(編年史)ㆍ22/융프라우 만년설 2ㆍ23/가전체(假傳體)로 오는 봄ㆍ24/빗방울 악보ㆍ25/와온 갯벌ㆍ26/봄물ㆍ27/독의 계보 1ㆍ28/독의 계보 2ㆍ30
제2부
하얀 밤ㆍ33/어둠의 이빨ㆍ34/꽃가루 증후군ㆍ36/해안선 한낮ㆍ37/발톱의 시ㆍ38/젤소미나, 젤소미나ㆍ40/해머링 맨ㆍ41/저물녘 물질명사ㆍ42/밤, 발푸르기스ㆍ44/계면조 하늘ㆍ45/난바다 뒷걸음질ㆍ46/미륵강 달궁ㆍ48/독의 계보 3ㆍ49/독의 계보 4ㆍ50
제3부
도장밥 수사(修辭)ㆍ53/촉(蜀)으로 가는 길ㆍ54/헉!ㆍ56/가루라(迦樓羅), 가루라여ㆍ57/어떤 뚱딴지ㆍ58/내숭 떠는 바다ㆍ59/이안류, 앵돌아지다ㆍ60/안개 연대기(年代記)ㆍ62/하오의 안쪽ㆍ63/천창(天窓) 2ㆍ64/사물의 그림자ㆍ65/풍죽(風竹)ㆍ66/독의 계보 5ㆍ67/독의 계보 6ㆍ68
제4부
질경이 평전ㆍ71/슬픈 정강이뼈ㆍ72/곡두ㆍ74/인조 새 날갯짓ㆍ75/널뛰는 누엣결ㆍ76/슬픈 영가(靈歌)ㆍ77/미망의 새ㆍ78/저승새ㆍ81/목멱산(木覓山) 그늘ㆍ82/날치의 바다ㆍ83/마른 꽃ㆍ84/정오의 미스터리ㆍ85/독의 계보 7ㆍ86/독의 계보 8ㆍ88
제5부
그늘 깊은 숲정이ㆍ91/어떤 벽서ㆍ92/미혹의 그림자ㆍ94/언덕 위 적산가옥ㆍ96/꽃게 걸음 서사(敍事)ㆍ97/방주(方舟)ㆍ98/그날 그 변증법ㆍ100/내로남불ㆍ101/출출한 저녁ㆍ102/빈대떡 에피그램ㆍ104/아인슈타인 박사 2ㆍ105/어, 개아들?ㆍ106/독의 계보 9ㆍ107/독의 계보 10ㆍ108
해설 유성호(문학평론가·한양대 교수)·109
저자
저자
윤금초
전남 해남 화산에서 태어나 1966년 공보부 신인예술상 및 1968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시집 『이어도 사나, 이어도 사나』 『큰기러기 필법』 외 다수와 시조창작 실기론 『현대시조 쓰기』 외 다수의 저서가 있다. 〈중앙시조대상〉 등을 수상했다. 현재 계간 《정형시학》 발행인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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