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이상의 오브제(문학의전당 시인선 369)
김수지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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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생으로 변주하는 존재들의 시적 기록
1996년 《열린문학》으로 등단한 이후 꾸준하게 자신만의 영역을 개척해 오고 있는 김수지 시인의 다섯 번째 시집 『그 이상의 오브제』가 문학의전당 시인선 369로 출간되었다. 김수지의 시적 존재들은 전반적으로 밝고 명랑하며 역동적 에너지로 넘쳐난다. 아무리 아프고, 늙고, 병약한 사람이라도 그이 눈길이 닿으면 거짓말처럼 활기를 되찾는다. 그것이 김수지의 힘이며, 시의 힘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시집은 완생으로 변주하는 존재들의 시적 기록이라 할 수 있다.
1996년 《열린문학》으로 등단한 이후 꾸준하게 자신만의 영역을 개척해 오고 있는 김수지 시인의 다섯 번째 시집 『그 이상의 오브제』가 문학의전당 시인선 369로 출간되었다. 김수지의 시적 존재들은 전반적으로 밝고 명랑하며 역동적 에너지로 넘쳐난다. 아무리 아프고, 늙고, 병약한 사람이라도 그이 눈길이 닿으면 거짓말처럼 활기를 되찾는다. 그것이 김수지의 힘이며, 시의 힘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시집은 완생으로 변주하는 존재들의 시적 기록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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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 해설 엿보기
근대는 비극의 성격을 바꾸어 존속시키지 사라지게 하지 않는다. 영웅서사시가 사라졌다고 해서 시 자체가 사라진 것은 아니듯, 희망이 있다고 하여 인간의 비극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자본주의 시스템 안에서는 생존경쟁 자체가 고통이며 그 비극적 과정을 거쳐야만 천국이든 극락이든 가게 된다. 그러므로 비극의 주체는 영웅에서 일반인으로 확대 생산되고 있는 것과 다름없다. 현대인의 삶에 비극은 이미 내재해 있으므로 이제 역설적이게도 남은 것이라고는 희망밖에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가 희망을 삶의 에너지로 삶는 이유이다. 김수지 시집 『그 이상의 오브제』는 생의 에너지로 충일하다. 김수지의 시적 존재들은 전반적으로 밝고 명랑하며 역동적 에너지로 넘친다. 「난타나꽃」, 「동백꽃전(傳)」, 「임플란트」, 「단풍」, 「어른아이」에서와 같이 시적 존재들은 이미 생의 몇 구간을 건너 지는 꽃이 되었거나 노년에 접어들었음에도 과거의 생의 고통을 현재로 끌고 오지 않는다. "인간이 겪는 고통과 슬픔이 있는 한 비극은 끝나지 않는다"는 테리 이글턴(T. Eagleton)의 말처럼, 과거에서 현재에 이르기까지 슬픔과 고통은 지속된다. 그럼에도 시인은 존재들의 비극적이었던 생의 구간을 물고기가 빠져나간 그물처럼 성글게 그리고 있다. 시인이 성근 그물의 공간을 의성의태어로 채움으로써 존재들은 역으로 생기발랄 역동적인 생명성을 갖는다. 김수지의 이러한 변주 능력은 현존재의 모습을 설명하기 위해 사용하는 '가아(假我)' 개념에서 출발하여, '나다운 나'를 찾는 일에 심취해 온 시 의식의 응축으로 보인다. 지난 삶에 대해 얽매임 없이 시인은 현재 조우한 존재들을 완생으로 변주해낸다. 이는 "그냥 쭉 나 아닐 때도 나"(「참나를 찾아」)라는 인식에 다다랐을 때 가능한 포지션이다.
아직 하늘가엔 물기가 그렁하게 고여 있고
늦여름이 촉촉하게 남아 있어요
요즘 들어 부쩍 말개진 햇살과 성긴 바람을
부지런히 버무려서 불쏘시개로 써야겠어요
중불에 올려서 끓입니다
이제부터 약불로 내려서 뭉근히 졸이기 시작합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아마도 일곱 번
그 이상은 색깔의 변화를 주는군요
얼마나 졸였을까, 완생으로 가는 길목은
봄부터 겨울을 무던히도 오갔겠지요
가만히 들여다보세요
막 매듭진 단막극처럼 단독으로 피어나
다닥다닥 모여서 큰 송이를 이룬 거예요
요람에서 시작하여 거듭 변주되어 온 여정이
따로 또 모여 단단히 어깨를 걸고
둥글게 둥글게 강강수월래를 불러요
그게 다가 아니에요
드디어 샛노랗게 익어서 마지막이라 생각한 둥근 일생이
붉고 붉은빛을 뿜어대네요
카프카도 능가할 '변신'을요
난타나꽃이 붉은 색깔로 무르익어서 타고 있어요
활활 타고 있어요!
그리곤 넘어가는 중이에요 저쪽으로요
무엇이 목에 걸린 것처럼 뜨거워요
서녘 끝이 활활 타는 저걸 좀 보세요
해탈이에요!
분명히 건너가는 바라밀다 아닌가요
- 「난타나꽃」 전문
열대 아메리카가 원산지인 난타나는 늦봄부터 늦은 여름까지 꽃을 피운다. 꽃의 색이 일곱 번 변하는 과정을 거친다고 하여 칠변화라고도 한다. 꽃말은 엄숙, 엄격, 변하지 않는 사랑으로 화려한 꽃과는 대척점에 있다. 시 속의 시간은 늦여름으로 난타나꽃이 월동준비를 해야 할 시기이다. 숨은 화자는 정성을 다해 뜸을 들이듯 "약불로 내려서 뭉근히 졸이"는 심정으로 늦은 꽃봉오리가 만개하기를 바란다. 시인은 "완생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난타나가 "봄부터 겨울을 무던히도 오갔"을 것이라고 유추함으로써 시간 안에 배어 있을 삶의 여정을 마음 졸임에 대비시킨다. 하지만, 봄부터 겨울 사이 겪었을 역경은 "막 매듭진 단막극"이나 "요람에서 시작하여 거듭 변주되어 온 여정" 정도로 일축한다. 숨은 화자에게는 난타나가 꽃을 피우기까지 자라온 시간은 중요하지 않은 듯하다. 보이는 것은 오직 단독으로 피기 시작하다가 따로 또 모여 단단히 어깨를 겯고 강강술래를 부르는 모습이다. 시인은 난타나꽃이 거기서 멈추지 않고 다이내믹한 생으로 변주되는 것을 목도한다. 난타나꽃은 샛노랑에서 "카프카도 능가할 '변신'을" 꾀하여 붉고 붉은빛을 뿜어내는가 싶더니 불덩어리가 되어 활활 타는 상황에 직면한다. 시인은 그 광경을 난타나꽃의 "해탈"에 비유한다. 시인은 난타나의 생이 번뇌의 얽매임에서 풀리고 미혹의 괴로움에서 벗어난 바라밀다 상태에 이르렀다고 본다. 시인은 그것을 "완생"이라고 한다.
- 최광임(시인·두원공대 겸임교수)
근대는 비극의 성격을 바꾸어 존속시키지 사라지게 하지 않는다. 영웅서사시가 사라졌다고 해서 시 자체가 사라진 것은 아니듯, 희망이 있다고 하여 인간의 비극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자본주의 시스템 안에서는 생존경쟁 자체가 고통이며 그 비극적 과정을 거쳐야만 천국이든 극락이든 가게 된다. 그러므로 비극의 주체는 영웅에서 일반인으로 확대 생산되고 있는 것과 다름없다. 현대인의 삶에 비극은 이미 내재해 있으므로 이제 역설적이게도 남은 것이라고는 희망밖에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가 희망을 삶의 에너지로 삶는 이유이다. 김수지 시집 『그 이상의 오브제』는 생의 에너지로 충일하다. 김수지의 시적 존재들은 전반적으로 밝고 명랑하며 역동적 에너지로 넘친다. 「난타나꽃」, 「동백꽃전(傳)」, 「임플란트」, 「단풍」, 「어른아이」에서와 같이 시적 존재들은 이미 생의 몇 구간을 건너 지는 꽃이 되었거나 노년에 접어들었음에도 과거의 생의 고통을 현재로 끌고 오지 않는다. "인간이 겪는 고통과 슬픔이 있는 한 비극은 끝나지 않는다"는 테리 이글턴(T. Eagleton)의 말처럼, 과거에서 현재에 이르기까지 슬픔과 고통은 지속된다. 그럼에도 시인은 존재들의 비극적이었던 생의 구간을 물고기가 빠져나간 그물처럼 성글게 그리고 있다. 시인이 성근 그물의 공간을 의성의태어로 채움으로써 존재들은 역으로 생기발랄 역동적인 생명성을 갖는다. 김수지의 이러한 변주 능력은 현존재의 모습을 설명하기 위해 사용하는 '가아(假我)' 개념에서 출발하여, '나다운 나'를 찾는 일에 심취해 온 시 의식의 응축으로 보인다. 지난 삶에 대해 얽매임 없이 시인은 현재 조우한 존재들을 완생으로 변주해낸다. 이는 "그냥 쭉 나 아닐 때도 나"(「참나를 찾아」)라는 인식에 다다랐을 때 가능한 포지션이다.
아직 하늘가엔 물기가 그렁하게 고여 있고
늦여름이 촉촉하게 남아 있어요
요즘 들어 부쩍 말개진 햇살과 성긴 바람을
부지런히 버무려서 불쏘시개로 써야겠어요
중불에 올려서 끓입니다
이제부터 약불로 내려서 뭉근히 졸이기 시작합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아마도 일곱 번
그 이상은 색깔의 변화를 주는군요
얼마나 졸였을까, 완생으로 가는 길목은
봄부터 겨울을 무던히도 오갔겠지요
가만히 들여다보세요
막 매듭진 단막극처럼 단독으로 피어나
다닥다닥 모여서 큰 송이를 이룬 거예요
요람에서 시작하여 거듭 변주되어 온 여정이
따로 또 모여 단단히 어깨를 걸고
둥글게 둥글게 강강수월래를 불러요
그게 다가 아니에요
드디어 샛노랗게 익어서 마지막이라 생각한 둥근 일생이
붉고 붉은빛을 뿜어대네요
카프카도 능가할 '변신'을요
난타나꽃이 붉은 색깔로 무르익어서 타고 있어요
활활 타고 있어요!
그리곤 넘어가는 중이에요 저쪽으로요
무엇이 목에 걸린 것처럼 뜨거워요
서녘 끝이 활활 타는 저걸 좀 보세요
해탈이에요!
분명히 건너가는 바라밀다 아닌가요
- 「난타나꽃」 전문
열대 아메리카가 원산지인 난타나는 늦봄부터 늦은 여름까지 꽃을 피운다. 꽃의 색이 일곱 번 변하는 과정을 거친다고 하여 칠변화라고도 한다. 꽃말은 엄숙, 엄격, 변하지 않는 사랑으로 화려한 꽃과는 대척점에 있다. 시 속의 시간은 늦여름으로 난타나꽃이 월동준비를 해야 할 시기이다. 숨은 화자는 정성을 다해 뜸을 들이듯 "약불로 내려서 뭉근히 졸이"는 심정으로 늦은 꽃봉오리가 만개하기를 바란다. 시인은 "완생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난타나가 "봄부터 겨울을 무던히도 오갔"을 것이라고 유추함으로써 시간 안에 배어 있을 삶의 여정을 마음 졸임에 대비시킨다. 하지만, 봄부터 겨울 사이 겪었을 역경은 "막 매듭진 단막극"이나 "요람에서 시작하여 거듭 변주되어 온 여정" 정도로 일축한다. 숨은 화자에게는 난타나가 꽃을 피우기까지 자라온 시간은 중요하지 않은 듯하다. 보이는 것은 오직 단독으로 피기 시작하다가 따로 또 모여 단단히 어깨를 겯고 강강술래를 부르는 모습이다. 시인은 난타나꽃이 거기서 멈추지 않고 다이내믹한 생으로 변주되는 것을 목도한다. 난타나꽃은 샛노랑에서 "카프카도 능가할 '변신'을" 꾀하여 붉고 붉은빛을 뿜어내는가 싶더니 불덩어리가 되어 활활 타는 상황에 직면한다. 시인은 그 광경을 난타나꽃의 "해탈"에 비유한다. 시인은 난타나의 생이 번뇌의 얽매임에서 풀리고 미혹의 괴로움에서 벗어난 바라밀다 상태에 이르렀다고 본다. 시인은 그것을 "완생"이라고 한다.
- 최광임(시인·두원공대 겸임교수)
목차
목차
제1부
참나를 찾아 13/난타나꽃 14/심우(尋牛) 16/눈 오는 날 18/윤이월(閏二月) 지나 20/내 안의 부처 21/동백꽃전(傳) 22/미치다 24/생폴 드 방스 26/백일장 27/꿈을 꾸다 28/대입법(代入法) 30/무상(無常)에 이르는 32/수박 33/제비꽃 34
제2부
응축 37/잼이 익어가는 시간 38/임플란트 40/솔방울 42/고양이 인사법 44/꽃님이 46/팬데믹 48/꿈꾼 적 없는 50/시모니 성당 52/단풍 55/뼈 사람 56/슬리퍼 한 짝 58/부채 60/무궁화 62
제3부
불면 65/TV 옮기기 66/어른아이 68/붉은 십자가 70/주상절리 72/소금 73/이사하기 74/등, 사라지다 76/갓밝이 무렵 78/만선(滿船) 79/유례없이 80/촌집 82/홍수 84/기도 86
제4부
몽돌 89/중력 90/모나미 볼펜 92/네거리 신호등 94/몽돌의 노래 95/아버지 96/이국만리 마실 가듯 98/자목련 100/비 오는 밤 102/굳이 사랑! 104/몽골의 밤 105/데자뷰 106/꽃밥 108
해설 최광임(시인·두원공대 겸임교수)/109
참나를 찾아 13/난타나꽃 14/심우(尋牛) 16/눈 오는 날 18/윤이월(閏二月) 지나 20/내 안의 부처 21/동백꽃전(傳) 22/미치다 24/생폴 드 방스 26/백일장 27/꿈을 꾸다 28/대입법(代入法) 30/무상(無常)에 이르는 32/수박 33/제비꽃 34
제2부
응축 37/잼이 익어가는 시간 38/임플란트 40/솔방울 42/고양이 인사법 44/꽃님이 46/팬데믹 48/꿈꾼 적 없는 50/시모니 성당 52/단풍 55/뼈 사람 56/슬리퍼 한 짝 58/부채 60/무궁화 62
제3부
불면 65/TV 옮기기 66/어른아이 68/붉은 십자가 70/주상절리 72/소금 73/이사하기 74/등, 사라지다 76/갓밝이 무렵 78/만선(滿船) 79/유례없이 80/촌집 82/홍수 84/기도 86
제4부
몽돌 89/중력 90/모나미 볼펜 92/네거리 신호등 94/몽돌의 노래 95/아버지 96/이국만리 마실 가듯 98/자목련 100/비 오는 밤 102/굳이 사랑! 104/몽골의 밤 105/데자뷰 106/꽃밥 108
해설 최광임(시인·두원공대 겸임교수)/109
저자
저자
김수지
시인
경기 안성에서 태어나 1996년 《열린문학》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둥지를 떠난 새 한 마리』 『로드리그를 위한 기도』 『저녁 굶은 별들이 뒤란에 앉고』 『간신히 석양 무렵』이 있다. 허균·허난설헌 문학상(시 부문)을 수상했다. 현재, 한국문인협회, 굴포문학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경기 안성에서 태어나 1996년 《열린문학》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둥지를 떠난 새 한 마리』 『로드리그를 위한 기도』 『저녁 굶은 별들이 뒤란에 앉고』 『간신히 석양 무렵』이 있다. 허균·허난설헌 문학상(시 부문)을 수상했다. 현재, 한국문인협회, 굴포문학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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