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습관(시인동네 시인선 231)
심강우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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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칭의 세계와 언어
시와 동시, 동화, 소설 등 여러 장르에서 왕성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는 심강우 시인의 두 번째 시집 『사랑의 습관』이 시인동네 시인선 231로 출간되었다. 심강우의 이번 시집은 비대칭의 거대한 세계를 비대칭의 은유로 읽어내면서 완벽한 대칭과 비례 세계의 복구를 꿈꾼다. 심강우 시인의 은유는 세계의 비대칭성만큼이나 넓고 깊다. 그가 펼치는 은유의 그물에 비대칭적 세계의 다양한 좌표들이 걸려든다. 그것은 수많은 거울처럼 세계를 되비추며 우리를 미혹의 세계로 안내한다.
시와 동시, 동화, 소설 등 여러 장르에서 왕성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는 심강우 시인의 두 번째 시집 『사랑의 습관』이 시인동네 시인선 231로 출간되었다. 심강우의 이번 시집은 비대칭의 거대한 세계를 비대칭의 은유로 읽어내면서 완벽한 대칭과 비례 세계의 복구를 꿈꾼다. 심강우 시인의 은유는 세계의 비대칭성만큼이나 넓고 깊다. 그가 펼치는 은유의 그물에 비대칭적 세계의 다양한 좌표들이 걸려든다. 그것은 수많은 거울처럼 세계를 되비추며 우리를 미혹의 세계로 안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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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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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설 엿보기
존재는 좌표 안에서 규정된다. 나는 어디에 있는가. 무수한 존재-공간 안에 당신이 놓여 있는 자리는 어디인가. 그 점을 기준으로 상하좌우의 무수히 다른 좌표들이 존재한다. 이런 점에서 언어는 존재의 좌표이다. 언어는 자신의 체계 밖에 있는 존재를 자신의 내부로 끌어들여 좌표화한다. 언어가 존재를 좌표화하는 방식은 다양하다. 평면적 지시의 언어는 존재와 좌표를 대칭의 자리에 배치한다. 존재와 기호가 똑딱이 단추처럼 잘 맞아떨어질 때 그것들은 안정된 비례-대칭의 관계 속에 있다. 시적 언어 혹은 은유의 언어는 존재와 기호를 비대칭의 자리에 놓는다. 은유의 언어는 존재를 비대칭의 다양한 기호 안에 위치화한다. 시적 언어는 좌우대칭의 반듯한 좌표 바깥에서 휘청거리는 존재에 주목한다. 존재는 타자의 급습에 소멸하기도 하고, 타자들을 전유함으로써 대칭의 거리를 삭제하기도 한다. 이런 막무가내식의 동작이 없이 존재가 대칭의 비례-거리 안에서 정확히 움직인다면 구태여 존재에 대한 탐구, 즉 (하이데거식으로 말하면) 존재 물음을 던질 필요조차 없을 것이다.
그렇게 너는 나를 한 가지 색으로 설득해 갔다. 내 팔 다리 의식 가지가지는 네게 빠졌다가 휘어지다가 때로는 너무 심심한 사랑을 감내할 수 없어 분질러지기까지 했건만 너는 끝끝내 네 마음으로만 깊어갈 뿐. 너를 바라보는 내 마음이 캄캄할수록 너는 차갑게 빛났었지.
지금 여기 네가 가고 없는 자리에서 나는 왜 여태 젖고 있는 걸까. 왜 우리는 지우면서 만나는 걸까.
- 「너의 눈빛」 부분
존재가 늘 위험에 처해 있는 것은 그것이 타자와 비대칭적 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나"는 언제든 "너"의 일방적 전유의 대상이 된다. 너는 오로지 너의 "색"으로 나를 채색할 수 있다. 네가 나를 온전히 전유할 때, 나는 존재에서 비존재로 전화된다. 내가 사라지고 너만 있는 '우리'의 관계, 이것이야말로 비대칭적 관계의 극단이다. 모든 존재는 늘 이런 위험한 시선에 노출되어 있다. 그리하여 "네가 가고 없는 자리"에서조차 계속 너의 시선을 벗어나지 못하고 "젖고 있"는 (나의) 상태에 대하여 이 시는 질문을 던진다. "왜 우리는 지우면서 만나는 걸까". 우리는 왜 무한성(infinity)과 외재성(exteriority)의 타자(레비나스. E. Levinas)를 상정하지 못할까. 우리는 왜 타자가 나의 바깥에 있는 무한성이라서 내 맘대로 전유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잊고 서로를 "지우면서 만나는 걸까".
송곳니를 윗단추로 쓰는 사자는 완고한 재단사임에 틀림없다. 물소는 조여드는 오늘을 벗어버리고 싶다. 치수를 재는 앞발과 거부하는 뒷발이 가위표로 재단된다. 쌀자루나 풍선처럼 어떤 것들은 한사코 채우면 터지는 법이다. 늘 목을 내놓고 다니기 버릇해 온 물소가 단추를 풀기 위해 용을 쓰느라 눈 속의 실핏줄이 터져 뇌우(雷雨)가 쏟아질 기세다.
들판 가득 수 놓인 색색의 꽃들이나 산중의 아름드리나무, 망망대해 곳곳에 박힌 섬들 또한 하나하나 채워 풍경을 여민 것이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어깨 짚어 시침질하는 속 깊은 궁량. 하늘이 겉옷이라면 숲은 어긋난 바람을 단속하는 방한조끼쯤 되려나. 아무리 어두워도 새들은 길을 잃지 않는다. 나무를 나누어 채우는 저 수많은 단추들은 이유없이 흔들리는 걸 싫어하는 경향이 있다.
- 「단추」 부분
물소에게 사자의 "송곳니"는 비례와 대칭의 폭력적인 단추이다. 그것은 자신의 이빨에 타자를 맞추고 타자를 죽인다. 이 완벽한 전유에 저항하는 것은 "조여드는 오늘을 벗어버리"는 것밖에 없다. 물소는 온몸으로 "단추"의 획일성과 적합성을 거부한다. 하나의 코드로 타자를 동일시할 때 타자는 사라진다. 타자는 구멍이 다른 단추이다. 일자(the One)의 단추로 타자(the Other)를 채울 수 없다. 그러나 들판과 망망대해에 있는 저 부동(不動)의 존재들을 보라. 꽃과 나무, 섬들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저마다 있어야 할 자리에서 "어깨 짚어 시침질"하며 질서를 깊이 "궁량"한다. 그들은 "어긋난 바람을 단속"하며 "이유없이 흔들리는 걸 싫어"한다. 그들의 단추는 타자를 전유하지 않는다. 그들 사이에선 폭력과 살해의 피비린내가 나지 않는다. 그들의 단추는 타자성의 성격에 따라 탄력적으로 변한다. 그들은 타자를 자신의 코드에 맞추려 애쓰지 않는다. 타자가 전유가 아니라 오로지 환대의 대상일 때, 비례와 대칭의 평화가 탄생한다.
- 오민석(시인, 문학평론가)
존재는 좌표 안에서 규정된다. 나는 어디에 있는가. 무수한 존재-공간 안에 당신이 놓여 있는 자리는 어디인가. 그 점을 기준으로 상하좌우의 무수히 다른 좌표들이 존재한다. 이런 점에서 언어는 존재의 좌표이다. 언어는 자신의 체계 밖에 있는 존재를 자신의 내부로 끌어들여 좌표화한다. 언어가 존재를 좌표화하는 방식은 다양하다. 평면적 지시의 언어는 존재와 좌표를 대칭의 자리에 배치한다. 존재와 기호가 똑딱이 단추처럼 잘 맞아떨어질 때 그것들은 안정된 비례-대칭의 관계 속에 있다. 시적 언어 혹은 은유의 언어는 존재와 기호를 비대칭의 자리에 놓는다. 은유의 언어는 존재를 비대칭의 다양한 기호 안에 위치화한다. 시적 언어는 좌우대칭의 반듯한 좌표 바깥에서 휘청거리는 존재에 주목한다. 존재는 타자의 급습에 소멸하기도 하고, 타자들을 전유함으로써 대칭의 거리를 삭제하기도 한다. 이런 막무가내식의 동작이 없이 존재가 대칭의 비례-거리 안에서 정확히 움직인다면 구태여 존재에 대한 탐구, 즉 (하이데거식으로 말하면) 존재 물음을 던질 필요조차 없을 것이다.
그렇게 너는 나를 한 가지 색으로 설득해 갔다. 내 팔 다리 의식 가지가지는 네게 빠졌다가 휘어지다가 때로는 너무 심심한 사랑을 감내할 수 없어 분질러지기까지 했건만 너는 끝끝내 네 마음으로만 깊어갈 뿐. 너를 바라보는 내 마음이 캄캄할수록 너는 차갑게 빛났었지.
지금 여기 네가 가고 없는 자리에서 나는 왜 여태 젖고 있는 걸까. 왜 우리는 지우면서 만나는 걸까.
- 「너의 눈빛」 부분
존재가 늘 위험에 처해 있는 것은 그것이 타자와 비대칭적 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나"는 언제든 "너"의 일방적 전유의 대상이 된다. 너는 오로지 너의 "색"으로 나를 채색할 수 있다. 네가 나를 온전히 전유할 때, 나는 존재에서 비존재로 전화된다. 내가 사라지고 너만 있는 '우리'의 관계, 이것이야말로 비대칭적 관계의 극단이다. 모든 존재는 늘 이런 위험한 시선에 노출되어 있다. 그리하여 "네가 가고 없는 자리"에서조차 계속 너의 시선을 벗어나지 못하고 "젖고 있"는 (나의) 상태에 대하여 이 시는 질문을 던진다. "왜 우리는 지우면서 만나는 걸까". 우리는 왜 무한성(infinity)과 외재성(exteriority)의 타자(레비나스. E. Levinas)를 상정하지 못할까. 우리는 왜 타자가 나의 바깥에 있는 무한성이라서 내 맘대로 전유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잊고 서로를 "지우면서 만나는 걸까".
송곳니를 윗단추로 쓰는 사자는 완고한 재단사임에 틀림없다. 물소는 조여드는 오늘을 벗어버리고 싶다. 치수를 재는 앞발과 거부하는 뒷발이 가위표로 재단된다. 쌀자루나 풍선처럼 어떤 것들은 한사코 채우면 터지는 법이다. 늘 목을 내놓고 다니기 버릇해 온 물소가 단추를 풀기 위해 용을 쓰느라 눈 속의 실핏줄이 터져 뇌우(雷雨)가 쏟아질 기세다.
들판 가득 수 놓인 색색의 꽃들이나 산중의 아름드리나무, 망망대해 곳곳에 박힌 섬들 또한 하나하나 채워 풍경을 여민 것이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어깨 짚어 시침질하는 속 깊은 궁량. 하늘이 겉옷이라면 숲은 어긋난 바람을 단속하는 방한조끼쯤 되려나. 아무리 어두워도 새들은 길을 잃지 않는다. 나무를 나누어 채우는 저 수많은 단추들은 이유없이 흔들리는 걸 싫어하는 경향이 있다.
- 「단추」 부분
물소에게 사자의 "송곳니"는 비례와 대칭의 폭력적인 단추이다. 그것은 자신의 이빨에 타자를 맞추고 타자를 죽인다. 이 완벽한 전유에 저항하는 것은 "조여드는 오늘을 벗어버리"는 것밖에 없다. 물소는 온몸으로 "단추"의 획일성과 적합성을 거부한다. 하나의 코드로 타자를 동일시할 때 타자는 사라진다. 타자는 구멍이 다른 단추이다. 일자(the One)의 단추로 타자(the Other)를 채울 수 없다. 그러나 들판과 망망대해에 있는 저 부동(不動)의 존재들을 보라. 꽃과 나무, 섬들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저마다 있어야 할 자리에서 "어깨 짚어 시침질"하며 질서를 깊이 "궁량"한다. 그들은 "어긋난 바람을 단속"하며 "이유없이 흔들리는 걸 싫어"한다. 그들의 단추는 타자를 전유하지 않는다. 그들 사이에선 폭력과 살해의 피비린내가 나지 않는다. 그들의 단추는 타자성의 성격에 따라 탄력적으로 변한다. 그들은 타자를 자신의 코드에 맞추려 애쓰지 않는다. 타자가 전유가 아니라 오로지 환대의 대상일 때, 비례와 대칭의 평화가 탄생한다.
- 오민석(시인, 문학평론가)
목차
목차
제1부
너의 눈빛ㆍ13/압력을 벗어난 밥솥ㆍ14/초록의 가계(家系)ㆍ16/허공ㆍ18/흔적ㆍ20/못ㆍ22/단추ㆍ24/공존ㆍ26/하얀 끌을 쥔 손ㆍ28/인터셉트ㆍ30/사랑의 습관ㆍ32/동백의 전언ㆍ34/로드킬ㆍ36/핼러윈, 헬로 잭! 우리가 간다ㆍ38
제2부
집착ㆍ43/평행이론ㆍ44/섬 아래의 일ㆍ46/영화관 양식ㆍ48/새장ㆍ50/우주의 화가ㆍ52/벽, 당신ㆍ54/무명 시인ㆍ56/실오라기ㆍ58/파본(破本)ㆍ60/구두 수선공 안씨ㆍ62/살아난 눈빛ㆍ64/말을 잃은 마부ㆍ66/경계의 꽃ㆍ68
제3부
행여나 당신을 켜 보네ㆍ71/때가 되면ㆍ72/속 이야기ㆍ74/덫ㆍ76/내 친구는 우주인ㆍ78/꽃의 이름을 잃음ㆍ80/고양이, 우주를 날다ㆍ82/경과ㆍ84/릴레이ㆍ86/방화범은 제가 방화범인 걸 모르지ㆍ88/헤어져서 만나는 사람ㆍ90/엑스트라ㆍ92/이후ㆍ94
제4부
사랑ㆍ97/아버지는 우체국에서 발송된다ㆍ98/취업준비생ㆍ100/누에의 집ㆍ102/추인ㆍ103/강의 은유ㆍ104/노을 독법ㆍ106/해안은 세상에서 가장 긴 수술대이다ㆍ108/초록 의용군의 힘ㆍ110/가장(家長)ㆍ112/침수ㆍ114/각성ㆍ116/미제(謎題)ㆍ118
해설 오민석(시인, 문학평론가)ㆍ119
너의 눈빛ㆍ13/압력을 벗어난 밥솥ㆍ14/초록의 가계(家系)ㆍ16/허공ㆍ18/흔적ㆍ20/못ㆍ22/단추ㆍ24/공존ㆍ26/하얀 끌을 쥔 손ㆍ28/인터셉트ㆍ30/사랑의 습관ㆍ32/동백의 전언ㆍ34/로드킬ㆍ36/핼러윈, 헬로 잭! 우리가 간다ㆍ38
제2부
집착ㆍ43/평행이론ㆍ44/섬 아래의 일ㆍ46/영화관 양식ㆍ48/새장ㆍ50/우주의 화가ㆍ52/벽, 당신ㆍ54/무명 시인ㆍ56/실오라기ㆍ58/파본(破本)ㆍ60/구두 수선공 안씨ㆍ62/살아난 눈빛ㆍ64/말을 잃은 마부ㆍ66/경계의 꽃ㆍ68
제3부
행여나 당신을 켜 보네ㆍ71/때가 되면ㆍ72/속 이야기ㆍ74/덫ㆍ76/내 친구는 우주인ㆍ78/꽃의 이름을 잃음ㆍ80/고양이, 우주를 날다ㆍ82/경과ㆍ84/릴레이ㆍ86/방화범은 제가 방화범인 걸 모르지ㆍ88/헤어져서 만나는 사람ㆍ90/엑스트라ㆍ92/이후ㆍ94
제4부
사랑ㆍ97/아버지는 우체국에서 발송된다ㆍ98/취업준비생ㆍ100/누에의 집ㆍ102/추인ㆍ103/강의 은유ㆍ104/노을 독법ㆍ106/해안은 세상에서 가장 긴 수술대이다ㆍ108/초록 의용군의 힘ㆍ110/가장(家長)ㆍ112/침수ㆍ114/각성ㆍ116/미제(謎題)ㆍ118
해설 오민석(시인, 문학평론가)ㆍ119
저자
저자
심강우
시인
대구에서 태어나 2013년 〈수주문학상〉을 수상하면서 등단했다. 199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동화 당선, 2012년 《경상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 2017년 《어린이동산》 중편동화 당선했다. 시집 『색』, 소설집 『전망대 혹은 세상의 끝』 『꽁치가 숨쉬는 방』 『우리가 우리를 버리는 방식』, 동시집 『쉿!』 『마녀를 공부하는 시간』, 동화집 『꿈꾸는 의자』, 장편동화 『시간의 숲』 등이 있다. 〈눈높이아동문학상〉 〈성호문학상〉 〈동피랑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대구에서 태어나 2013년 〈수주문학상〉을 수상하면서 등단했다. 199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동화 당선, 2012년 《경상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 2017년 《어린이동산》 중편동화 당선했다. 시집 『색』, 소설집 『전망대 혹은 세상의 끝』 『꽁치가 숨쉬는 방』 『우리가 우리를 버리는 방식』, 동시집 『쉿!』 『마녀를 공부하는 시간』, 동화집 『꿈꾸는 의자』, 장편동화 『시간의 숲』 등이 있다. 〈눈높이아동문학상〉 〈성호문학상〉 〈동피랑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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