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파랑을 너에게 줄 것이다(가히 시인선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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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풍경에 관한 몇 가지 이야기
2000년 《열린시학》으로 등단한 김윤숙 시인의 네 번째 시집 『저 파랑을 너에게 줄 것이다』가 가히 시인선 005로 출간되었다. 김윤숙은 그동안 풍경 속에 녹아 있는 삶의 보편성을 주목하는 데 진력해 왔다. 그런 김윤숙에겐 사람도, 사건도 풍경의 한 부분이며 삶의 한 부분이다. 풍경을 경험한 데서 발원하는 김윤숙의 시학은, 그러나 풍경에 자신의 정서를 투사하는 주관적 실감보다는 사회 현실과 삶에 대한 인식에 따라 발화하는 측면을 견지하고 있다. 그런즉 김윤숙의 시는 인간의 저편에 놓여 있는 것 같으나 실상은 인간 속에 들어와 있다고 할 수 있다. 이것이 자연을 탐구함으로써 인간을 발견하고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 온 김윤숙의 시가 새롭게 조명되어야 할 이유이다.
2000년 《열린시학》으로 등단한 김윤숙 시인의 네 번째 시집 『저 파랑을 너에게 줄 것이다』가 가히 시인선 005로 출간되었다. 김윤숙은 그동안 풍경 속에 녹아 있는 삶의 보편성을 주목하는 데 진력해 왔다. 그런 김윤숙에겐 사람도, 사건도 풍경의 한 부분이며 삶의 한 부분이다. 풍경을 경험한 데서 발원하는 김윤숙의 시학은, 그러나 풍경에 자신의 정서를 투사하는 주관적 실감보다는 사회 현실과 삶에 대한 인식에 따라 발화하는 측면을 견지하고 있다. 그런즉 김윤숙의 시는 인간의 저편에 놓여 있는 것 같으나 실상은 인간 속에 들어와 있다고 할 수 있다. 이것이 자연을 탐구함으로써 인간을 발견하고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 온 김윤숙의 시가 새롭게 조명되어야 할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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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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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엿보기
실험적 형태의 예술이 스테레오타입에 도전해 충격을 가하는 과격한 현대성이라면, "균형 속에 있는, 눈에 거슬리지 않는 파격"은 '심미적 쾌감'에 가까운 온건한 현대성이다. 김윤숙의 시는 후자에 속한다. 제주의 삶과 정서를 주조로 한 삶의 구체적 현장성이 사유의 잔잔함과 더불어 형상화되었던 첫 번째 시조집 『가시낭꽃 바다』(2007년, 고요아침)에서부터, 겸허한 삶의 윤리 감각이 뒷받침되는 구도적 자아성찰의 진경을 펼쳐놓은 네 번째 시집 『참빗살나무 근처』(2018, 작가)에 이르기까지, 그의 시는 시적 자아의 내부를 지향하는 여일한 구심력으로 정형적 깊이를 더해가는 완만하고 차분한 이행이었다. 제주도만의 풍물과 각별한 정취, 꽃을 가꾸는 직업인으로서의 경험과 삶의 투영, 기억의 잔양殘陽 등은 김윤숙의 시에 풍부한 서정성을 부여해 왔다. 제주의 "역사를 전면에 배치하지 않고 개인의 일이나 삶의 문제로 에둘러가는 방식"은 김윤숙의 시가 도달하고자 하는 최종적 목적지가 의미와 형식의 미학적 조화에 있음을 방증한다. 그런 맥락에서 『저 파랑을 너에게 줄 것이다』는 '옆으로 꼬부라진 한 조각 연꽃잎'이 결정적으로 도드라진다는 점에서 이전의 형식과는 구분된다. 시집의 서시 「발견」은 이를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다.
내 안의 빈 틈새 다시 그린 밑그림
첫새벽 잎새 하나 칠하고 덧칠했다
바다가 삐져나오나 눈곱이 자꾸 낀다
- 「발견」 전문
「발견」은 시작詩作에 관한 쓰기라고 할 수 있다. 초장이 시의 초고를 지시한다면, 중장은 첫새벽이라는 시간적 배경 속에서 써놓은 원고를 고치고 다듬는 시인의 열정을 보여준다. '밑그림'이라는 단어가 환기하는 이미지로 인해 작품은 '시 쓰기'라는 대상을 화폭에 그림을 그리는 화가의 시점에서 감각적으로 형상화한 느낌이다. 초장과 중장이 밑그림을 그린 후 칠하고 또 덧칠하는 시작의 과정을 명시한다면, 종장은 시인이 화폭 위에 펼쳐진 작품을 머릿속에서 재생하고 있음을 알려준다. "바다가 삐져나오나 눈곱이 자꾸 낀다"란 시인의 마음에 떠오르는 그 어떤 장면이며, 그의 의식 속에 자리 잡은 영상을 재구성한 이미지다. 이는 서경화된 심상이라는 점에서 일반의 서경적 구조와는 차이를 갖는다.
그런데 종장에 사용된 "눈곱"은 시인의 내면에 떠오른 정황을 객관적으로 묘사하려는 의도로 보기 힘든 단어다. '눈곱'은 눈에 쌓인 이물질과 먼지가 안구 옆의 오목한 부분에 쌓인 것으로, 인체의 분비물 대부분이 그러하듯 불쾌한 느낌을 동반한다. '눈곱'은 아주 작은 것이나 적은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기도 하다. 시의 제목에 비추어 시의 자그마한 흠결을 발견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야 하는 걸까? 혹은 앞서 말했다시피 '눈곱'이 시인의 생리적 현상이라고 할 때, 눈곱도 떼지 않고 첫새벽부터 시를 다듬고 있는 모습을 연상해야 하는 걸까? 결과적으로 '눈곱'이라는 이질적인 시어로 말미암아 종장의 의미는 지극히 불투명해진다. '눈곱'이라는 혐오스러운 단어의 사용은, '나의 부정함은 타자의 정숙함을 유린하는 것'이라는 라캉의 이론을 변용하자면 '시적 정숙함을 유린하는' 부정함이다. '눈곱'은 시적 단아함을 해치는 미적 결핍이자 동시에 형식적 잉여이다. 정연한 연꽃잎 속 한 잎의 꼬부라짐이다. 이처럼 김윤숙의 시는 의도적으로 시의 부정함을 노리는 시어의 운용이 의미에 균열을 일으키는 파격을 불러온다.
- 신상조(문학평론가)
실험적 형태의 예술이 스테레오타입에 도전해 충격을 가하는 과격한 현대성이라면, "균형 속에 있는, 눈에 거슬리지 않는 파격"은 '심미적 쾌감'에 가까운 온건한 현대성이다. 김윤숙의 시는 후자에 속한다. 제주의 삶과 정서를 주조로 한 삶의 구체적 현장성이 사유의 잔잔함과 더불어 형상화되었던 첫 번째 시조집 『가시낭꽃 바다』(2007년, 고요아침)에서부터, 겸허한 삶의 윤리 감각이 뒷받침되는 구도적 자아성찰의 진경을 펼쳐놓은 네 번째 시집 『참빗살나무 근처』(2018, 작가)에 이르기까지, 그의 시는 시적 자아의 내부를 지향하는 여일한 구심력으로 정형적 깊이를 더해가는 완만하고 차분한 이행이었다. 제주도만의 풍물과 각별한 정취, 꽃을 가꾸는 직업인으로서의 경험과 삶의 투영, 기억의 잔양殘陽 등은 김윤숙의 시에 풍부한 서정성을 부여해 왔다. 제주의 "역사를 전면에 배치하지 않고 개인의 일이나 삶의 문제로 에둘러가는 방식"은 김윤숙의 시가 도달하고자 하는 최종적 목적지가 의미와 형식의 미학적 조화에 있음을 방증한다. 그런 맥락에서 『저 파랑을 너에게 줄 것이다』는 '옆으로 꼬부라진 한 조각 연꽃잎'이 결정적으로 도드라진다는 점에서 이전의 형식과는 구분된다. 시집의 서시 「발견」은 이를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다.
내 안의 빈 틈새 다시 그린 밑그림
첫새벽 잎새 하나 칠하고 덧칠했다
바다가 삐져나오나 눈곱이 자꾸 낀다
- 「발견」 전문
「발견」은 시작詩作에 관한 쓰기라고 할 수 있다. 초장이 시의 초고를 지시한다면, 중장은 첫새벽이라는 시간적 배경 속에서 써놓은 원고를 고치고 다듬는 시인의 열정을 보여준다. '밑그림'이라는 단어가 환기하는 이미지로 인해 작품은 '시 쓰기'라는 대상을 화폭에 그림을 그리는 화가의 시점에서 감각적으로 형상화한 느낌이다. 초장과 중장이 밑그림을 그린 후 칠하고 또 덧칠하는 시작의 과정을 명시한다면, 종장은 시인이 화폭 위에 펼쳐진 작품을 머릿속에서 재생하고 있음을 알려준다. "바다가 삐져나오나 눈곱이 자꾸 낀다"란 시인의 마음에 떠오르는 그 어떤 장면이며, 그의 의식 속에 자리 잡은 영상을 재구성한 이미지다. 이는 서경화된 심상이라는 점에서 일반의 서경적 구조와는 차이를 갖는다.
그런데 종장에 사용된 "눈곱"은 시인의 내면에 떠오른 정황을 객관적으로 묘사하려는 의도로 보기 힘든 단어다. '눈곱'은 눈에 쌓인 이물질과 먼지가 안구 옆의 오목한 부분에 쌓인 것으로, 인체의 분비물 대부분이 그러하듯 불쾌한 느낌을 동반한다. '눈곱'은 아주 작은 것이나 적은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기도 하다. 시의 제목에 비추어 시의 자그마한 흠결을 발견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야 하는 걸까? 혹은 앞서 말했다시피 '눈곱'이 시인의 생리적 현상이라고 할 때, 눈곱도 떼지 않고 첫새벽부터 시를 다듬고 있는 모습을 연상해야 하는 걸까? 결과적으로 '눈곱'이라는 이질적인 시어로 말미암아 종장의 의미는 지극히 불투명해진다. '눈곱'이라는 혐오스러운 단어의 사용은, '나의 부정함은 타자의 정숙함을 유린하는 것'이라는 라캉의 이론을 변용하자면 '시적 정숙함을 유린하는' 부정함이다. '눈곱'은 시적 단아함을 해치는 미적 결핍이자 동시에 형식적 잉여이다. 정연한 연꽃잎 속 한 잎의 꼬부라짐이다. 이처럼 김윤숙의 시는 의도적으로 시의 부정함을 노리는 시어의 운용이 의미에 균열을 일으키는 파격을 불러온다.
- 신상조(문학평론가)
목차
목차
제1부
발견 13/조용한 바다 14/그럼에도 불구하고 15/겨울 두물머리 16/숲의 문장 17/아마릴리스 18/사막의 별 19/자기 앞의 생 20/당신이 걸어온 길 21/삶의 한 방식 22/너의 이해 23/용서 24/양피지 노트 25/고흐의 슬픔 26
제2부
안과 밖 29/고비에서 30/별똥별 하나 31/협죽도 32/이상한 독서 33/장무상망長毋相忘 34/출륙금지령 35/빛 그림자 해변 36/다시 걷는 바다 37/베릿내 38/추정 39/초희楚姬 40/혼자 가는 숲 41/단란한 가족 42/바위떡풀 43/덖음차 44
제3부
파노라마 47/새의 전설 48/여정 49/나의 설산 50/진지동굴 51/윤사월 52/공원 벤치 53/기묘한 동거 54/이끼 55/그리운 산지 56/빨래 널린 집 57/수크렁 58/붉은 벽, 능소화 59/매일의 인사 60/그때 빨간 사과는 61/오래된 방 62
제4부
등대로 오다 65/삼릉숲 66/누구신가 67/표해록漂海錄 68/동백민박 70/그 꽃의 안부 71/화성, 어디쯤에 이르러 72/반가사유상 73/작은 신 74/마중 75/울음의 진원 76/가파도 뚜껑별꽃 77/2월 78/멀구슬나무의 각주 79/시시한 영화 80
제5부
바람까마귀 83/타인의 일상 84/아무도 이별을 원치 않았다 85/바람의 날 86/카라꽃 87/물수제비 88/동백이라는 물음 89/통영의 비 90/칠월의 노래 92/아지트 93/채식주의자 94/동행 95/진위 96/우포늪 97/목차에 빠진 저녁 98
해설 신상조(문학평론가) 99
발견 13/조용한 바다 14/그럼에도 불구하고 15/겨울 두물머리 16/숲의 문장 17/아마릴리스 18/사막의 별 19/자기 앞의 생 20/당신이 걸어온 길 21/삶의 한 방식 22/너의 이해 23/용서 24/양피지 노트 25/고흐의 슬픔 26
제2부
안과 밖 29/고비에서 30/별똥별 하나 31/협죽도 32/이상한 독서 33/장무상망長毋相忘 34/출륙금지령 35/빛 그림자 해변 36/다시 걷는 바다 37/베릿내 38/추정 39/초희楚姬 40/혼자 가는 숲 41/단란한 가족 42/바위떡풀 43/덖음차 44
제3부
파노라마 47/새의 전설 48/여정 49/나의 설산 50/진지동굴 51/윤사월 52/공원 벤치 53/기묘한 동거 54/이끼 55/그리운 산지 56/빨래 널린 집 57/수크렁 58/붉은 벽, 능소화 59/매일의 인사 60/그때 빨간 사과는 61/오래된 방 62
제4부
등대로 오다 65/삼릉숲 66/누구신가 67/표해록漂海錄 68/동백민박 70/그 꽃의 안부 71/화성, 어디쯤에 이르러 72/반가사유상 73/작은 신 74/마중 75/울음의 진원 76/가파도 뚜껑별꽃 77/2월 78/멀구슬나무의 각주 79/시시한 영화 80
제5부
바람까마귀 83/타인의 일상 84/아무도 이별을 원치 않았다 85/바람의 날 86/카라꽃 87/물수제비 88/동백이라는 물음 89/통영의 비 90/칠월의 노래 92/아지트 93/채식주의자 94/동행 95/진위 96/우포늪 97/목차에 빠진 저녁 98
해설 신상조(문학평론가) 99
저자
저자
김윤숙
제주에서 태어나 2000년 《열린시학》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가시낭꽃 바다』 『장미연못』 『참빗살나무 근처』, 현대시조 100인 시선집 『봄은 집을 멀리 돌아가게 하고』가 있다. 시조시학 젊은시인상, 한국시조시인협회 신인문학상, 시조시학 본상 등을 수상했다. 2024년 서울문화재단 창작지원금을 수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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