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새가 되는 시간(시인동네 시인선 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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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보는 일상의 세계
2006년 《미네르바》로 등단한 황경순 시인의 세 번째 시집 『꽃이 새가 되는 시간』이 시인동네 시인선 236으로 출간되었다. 황경순의 이 시집은 세계를 거꾸로 봄으로써 인식의 상투성을 파괴하고, 최초의 언어로 복귀하고자 하는 고투의 흔적이 역력하게 묻어 있다. 이는 진정한 사물성을 회복하고자 하는 황경순 시인의 노력의 한 방편이다. 또한 우화적 성격으로서의 시는 자신의 삶을 성찰하는 태도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다. 나아가 일상적 관찰을 통해 진실을 찾아가는 시적 형상화 방식으로 선경후정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이 시집에서 보여주는 일상은 그저 일상이 아니라 해석된 다른 세계일 때 우리에게 색다른 울림을 주게 된다.
2006년 《미네르바》로 등단한 황경순 시인의 세 번째 시집 『꽃이 새가 되는 시간』이 시인동네 시인선 236으로 출간되었다. 황경순의 이 시집은 세계를 거꾸로 봄으로써 인식의 상투성을 파괴하고, 최초의 언어로 복귀하고자 하는 고투의 흔적이 역력하게 묻어 있다. 이는 진정한 사물성을 회복하고자 하는 황경순 시인의 노력의 한 방편이다. 또한 우화적 성격으로서의 시는 자신의 삶을 성찰하는 태도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다. 나아가 일상적 관찰을 통해 진실을 찾아가는 시적 형상화 방식으로 선경후정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이 시집에서 보여주는 일상은 그저 일상이 아니라 해석된 다른 세계일 때 우리에게 색다른 울림을 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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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 해설 엿보기
황경순 시집 『꽃이 새가 되는 순간』을 읽으며 생각하게 된 것은 시를 포함한 예술이 지향하는 가장 중요한 지점 가운데 하나는 세상 혹은 사물을 거꾸로 보고자 한다는 사실이다. 여기에는 이미 확정된 사실이나 과학의 이름으로 규정된 숫자로는 인간의 궁극에 도달할 수 없다는 절실함이 내포되어 있다. 그러나 거꾸로 보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그것은 일상에 대한 인식의 배반을 요구받기 때문에 정작 예술가 자신이 보편적 일상으로부터 소외되거나 누락되기 일쑤인 까닭이다. 황경순 시인은 적어도 자신이 살아가는 세계의 보편성에 대해 많은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그 질문 또는 질문에 대한 자신의 답이 시의 형식으로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 이 경우 시는 세계에 대한 탐구의 한 형식인 셈이다.
미용실에서 거울을 보면
시간이 거꾸로 간다
숫자도 거꾸로
방향도 거꾸로
그래서 그런지
미용사의 가위질에
내 얼굴도 거꾸로 젊어진다
안양천 둔치 1,000미터 트랙에서도 그렇다
사람들이 모두 반시계 방향으로 도는데
나 혼자 시계 방향으로 돈다
그래서 그런지
엉덩이만 보이던 사람들의 뒷모습에서는
결코 볼 수 없었던
사람들의 표정을 볼 수 있다
상투적인 습관을 탈피하면
새로운 세상을 만날 수 있다
- 「거꾸로 보는 세상」 전문
시적 화자는 미용실에 앉아 거울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고 있다. 모든 것이 거꾸로 움직이는 세상을 발견한다. 심지어 얼굴마저도 젊어진다. 그 도원경의 세계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안양천 둔치 1,000미터 트랙에서도 그렇다/사람들이 모두 반시계 방향으로 도는데/나 혼자 시계 방향으로 돈다"고 고백하고 있다. 사람들과 반대 방향을 돌았을 때 "사람들의 표정"을 볼 수 있다는 발견이야말로 거꾸로 세상을 바라본 것에 대한 값이다. 황경순 시인은 거꾸로 세상을 본다는 것과 관련하여 합리라는 이름으로 가정된 숫자에 비판적 시선을 보여주고 있다. 그에게 일상의 모든 것들은 "얼마짜리 점심", "얼마짜리 옷", "얼마짜리 집"(「숫자의 늪」) 등과 같이 숫자로 가치를 부여받는다. 이에 대한 비판적 시각은 숫자로는 삶에 대한 가치를 측정할 수 없다는 인식이 뒷받침되어 있다. 합리로 가장된 일상과 숫자는 우리로 하여금 그에 준하는 행위와 값을 요구하게 된다. 그러나 황경순은 근본적으로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 "슬픔의 각도기로 잴 수만 있다면 꼭 그만큼만 슬퍼할 수 있고 꼭 이만큼만 슬퍼하라고 위로할 수도 있"(「슬픔의 각도」)기를 바라며 슬픔은 측량할 수 없다고 선언한다. 수치화되지 않는 인생의 비의들에 대한 탐구가 시적 탐구가 되는 셈이다. "상투적인 습관을 탈피하면/새로운 세상을 만날 수 있다"는 진술은 관념적이기는 하지만 세계를 바라보는 시적 화자의 시선을 독자에게 제공해 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거꾸로 흘러야만 떠날 수 있는 곳/고향이네"(「거꾸로 가는 기차」)에서 알 수 있듯이 거꾸로 본다는 것, 거꾸로 간다는 것은 상투적 습관을 폐기하는 일인 동시에 고향으로 상징되는 최초의 세계 혹은 회복할 수 없는 유토피아에 대한 동경이라 할 수 있다. 상투성의 극복과 최초의 세계에 대한 지향은 이 시집 전체를 규율하는 두 개의 틀을 형성하고 있는데, 그것은 규정된 사물성에 대한 비판과 최초의 근원에 대한 희구를 담고 있다.
- 우대식(시인)
■ 시인의 산문
어머니의 귓속말을 들었다. 당신이 혹여 의식불명이 되거나 소생할 기미가 보이지 않게 되면 연명치료를 하지 말라는 당부이자 각오였다. 이미 서명까지 했다며 나만 조용히 알고 있으라셨다. 어머니의 표정은 단호했다. 이런 황당한 귓속말이라니! 그런 당신께서 최근 급성 부정맥으로 어쩔 수 없이 인공심장박동기를 달게 되셨다. 안마의자도 허리치료기도 못한다고 낙담이 이만저만 아니시다. 이런 황당한 낙담이라니!
눈에 보이지 않는, 달갑지 않은 존재들이 내 몸 안에서 야금야금 자라나기 시작한다. 화산 폭발하듯 몸 밖으로 분출되어 나오기도 한다. 몸 여기저기에서 이상 신호를 보내오는 것이 비단 어머니의 일만도, 남의 일만도 아닌 나이가 된 것이다. 살기보다 죽기가 더 어렵다는 옛말을 새삼 실감하는 작금이다.
황경순 시집 『꽃이 새가 되는 순간』을 읽으며 생각하게 된 것은 시를 포함한 예술이 지향하는 가장 중요한 지점 가운데 하나는 세상 혹은 사물을 거꾸로 보고자 한다는 사실이다. 여기에는 이미 확정된 사실이나 과학의 이름으로 규정된 숫자로는 인간의 궁극에 도달할 수 없다는 절실함이 내포되어 있다. 그러나 거꾸로 보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그것은 일상에 대한 인식의 배반을 요구받기 때문에 정작 예술가 자신이 보편적 일상으로부터 소외되거나 누락되기 일쑤인 까닭이다. 황경순 시인은 적어도 자신이 살아가는 세계의 보편성에 대해 많은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그 질문 또는 질문에 대한 자신의 답이 시의 형식으로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 이 경우 시는 세계에 대한 탐구의 한 형식인 셈이다.
미용실에서 거울을 보면
시간이 거꾸로 간다
숫자도 거꾸로
방향도 거꾸로
그래서 그런지
미용사의 가위질에
내 얼굴도 거꾸로 젊어진다
안양천 둔치 1,000미터 트랙에서도 그렇다
사람들이 모두 반시계 방향으로 도는데
나 혼자 시계 방향으로 돈다
그래서 그런지
엉덩이만 보이던 사람들의 뒷모습에서는
결코 볼 수 없었던
사람들의 표정을 볼 수 있다
상투적인 습관을 탈피하면
새로운 세상을 만날 수 있다
- 「거꾸로 보는 세상」 전문
시적 화자는 미용실에 앉아 거울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고 있다. 모든 것이 거꾸로 움직이는 세상을 발견한다. 심지어 얼굴마저도 젊어진다. 그 도원경의 세계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안양천 둔치 1,000미터 트랙에서도 그렇다/사람들이 모두 반시계 방향으로 도는데/나 혼자 시계 방향으로 돈다"고 고백하고 있다. 사람들과 반대 방향을 돌았을 때 "사람들의 표정"을 볼 수 있다는 발견이야말로 거꾸로 세상을 바라본 것에 대한 값이다. 황경순 시인은 거꾸로 세상을 본다는 것과 관련하여 합리라는 이름으로 가정된 숫자에 비판적 시선을 보여주고 있다. 그에게 일상의 모든 것들은 "얼마짜리 점심", "얼마짜리 옷", "얼마짜리 집"(「숫자의 늪」) 등과 같이 숫자로 가치를 부여받는다. 이에 대한 비판적 시각은 숫자로는 삶에 대한 가치를 측정할 수 없다는 인식이 뒷받침되어 있다. 합리로 가장된 일상과 숫자는 우리로 하여금 그에 준하는 행위와 값을 요구하게 된다. 그러나 황경순은 근본적으로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 "슬픔의 각도기로 잴 수만 있다면 꼭 그만큼만 슬퍼할 수 있고 꼭 이만큼만 슬퍼하라고 위로할 수도 있"(「슬픔의 각도」)기를 바라며 슬픔은 측량할 수 없다고 선언한다. 수치화되지 않는 인생의 비의들에 대한 탐구가 시적 탐구가 되는 셈이다. "상투적인 습관을 탈피하면/새로운 세상을 만날 수 있다"는 진술은 관념적이기는 하지만 세계를 바라보는 시적 화자의 시선을 독자에게 제공해 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거꾸로 흘러야만 떠날 수 있는 곳/고향이네"(「거꾸로 가는 기차」)에서 알 수 있듯이 거꾸로 본다는 것, 거꾸로 간다는 것은 상투적 습관을 폐기하는 일인 동시에 고향으로 상징되는 최초의 세계 혹은 회복할 수 없는 유토피아에 대한 동경이라 할 수 있다. 상투성의 극복과 최초의 세계에 대한 지향은 이 시집 전체를 규율하는 두 개의 틀을 형성하고 있는데, 그것은 규정된 사물성에 대한 비판과 최초의 근원에 대한 희구를 담고 있다.
- 우대식(시인)
■ 시인의 산문
어머니의 귓속말을 들었다. 당신이 혹여 의식불명이 되거나 소생할 기미가 보이지 않게 되면 연명치료를 하지 말라는 당부이자 각오였다. 이미 서명까지 했다며 나만 조용히 알고 있으라셨다. 어머니의 표정은 단호했다. 이런 황당한 귓속말이라니! 그런 당신께서 최근 급성 부정맥으로 어쩔 수 없이 인공심장박동기를 달게 되셨다. 안마의자도 허리치료기도 못한다고 낙담이 이만저만 아니시다. 이런 황당한 낙담이라니!
눈에 보이지 않는, 달갑지 않은 존재들이 내 몸 안에서 야금야금 자라나기 시작한다. 화산 폭발하듯 몸 밖으로 분출되어 나오기도 한다. 몸 여기저기에서 이상 신호를 보내오는 것이 비단 어머니의 일만도, 남의 일만도 아닌 나이가 된 것이다. 살기보다 죽기가 더 어렵다는 옛말을 새삼 실감하는 작금이다.
목차
목차
제1부
슬픔의 각도ㆍ13/막ㆍ14/거꾸로 보는 세상ㆍ16/과속단속카메라ㆍ18/핏줄론ㆍ20/금선탈각(金蟬脫殼)ㆍ22/황홀한 비행ㆍ24/탈피의 의미ㆍ26/투명한 집ㆍ28/쉼표와 숨표 사이ㆍ30/구속과 자유ㆍ32/그래도 뻐꾸기는 난다ㆍ34/극과 극 사이ㆍ36/우주의 샘ㆍ38
제2부
민들레ㆍ41/물의 발ㆍ42/술시(戌時)의 비밀ㆍ44/공양의 의미ㆍ46/갑사(甲寺) 가는 길ㆍ48/영원의 미소ㆍ50/노을 뜨다ㆍ52/숫자의 늪ㆍ53/소리 공화국ㆍ54/육추기(育雛期)ㆍ56/그들이 사는 법ㆍ58/내 안의 물길ㆍ60/물의 노래ㆍ62/틈, 틈, 틈ㆍ64
제3부
목련의 방ㆍ67/알고리즘ㆍ68/시나나빠ㆍ70/껍질의 미학ㆍ72/모래시계ㆍ74/겨우살이ㆍ75/연(蓮)과 연(然)과 연(緣)과ㆍ76/신호등 앞에서ㆍ78/바다바라기ㆍ80/코로나 강물은ㆍ82/벤치가 되고 싶다ㆍ84/전화번호부ㆍ85/터널ㆍ86/거꾸로 가는 기차ㆍ88
제4부
반영(反影)ㆍ91/어땠을까, 어땠을까ㆍ92/미래형 화수분ㆍ94/삶의 무게ㆍ96/시간의 사슬ㆍ97/미니멀리즘ㆍ98/겨울나무ㆍ100/월송정(越松亭)ㆍ102/휘파람새ㆍ104/숏폼의 시대ㆍ105/백접초ㆍ106/꽃이 새가 되는 시간ㆍ108/쇠뜨기 이야기ㆍ110/꽃의 정서ㆍ112
해설 우대식(시인)ㆍ113
슬픔의 각도ㆍ13/막ㆍ14/거꾸로 보는 세상ㆍ16/과속단속카메라ㆍ18/핏줄론ㆍ20/금선탈각(金蟬脫殼)ㆍ22/황홀한 비행ㆍ24/탈피의 의미ㆍ26/투명한 집ㆍ28/쉼표와 숨표 사이ㆍ30/구속과 자유ㆍ32/그래도 뻐꾸기는 난다ㆍ34/극과 극 사이ㆍ36/우주의 샘ㆍ38
제2부
민들레ㆍ41/물의 발ㆍ42/술시(戌時)의 비밀ㆍ44/공양의 의미ㆍ46/갑사(甲寺) 가는 길ㆍ48/영원의 미소ㆍ50/노을 뜨다ㆍ52/숫자의 늪ㆍ53/소리 공화국ㆍ54/육추기(育雛期)ㆍ56/그들이 사는 법ㆍ58/내 안의 물길ㆍ60/물의 노래ㆍ62/틈, 틈, 틈ㆍ64
제3부
목련의 방ㆍ67/알고리즘ㆍ68/시나나빠ㆍ70/껍질의 미학ㆍ72/모래시계ㆍ74/겨우살이ㆍ75/연(蓮)과 연(然)과 연(緣)과ㆍ76/신호등 앞에서ㆍ78/바다바라기ㆍ80/코로나 강물은ㆍ82/벤치가 되고 싶다ㆍ84/전화번호부ㆍ85/터널ㆍ86/거꾸로 가는 기차ㆍ88
제4부
반영(反影)ㆍ91/어땠을까, 어땠을까ㆍ92/미래형 화수분ㆍ94/삶의 무게ㆍ96/시간의 사슬ㆍ97/미니멀리즘ㆍ98/겨울나무ㆍ100/월송정(越松亭)ㆍ102/휘파람새ㆍ104/숏폼의 시대ㆍ105/백접초ㆍ106/꽃이 새가 되는 시간ㆍ108/쇠뜨기 이야기ㆍ110/꽃의 정서ㆍ112
해설 우대식(시인)ㆍ113
저자
저자
황경순
시인
경북 예천에서 태어나 대구에서 성장했다. 2006년 《미네르바》로 등단하였으며, 시집으로 『나는 오늘, 바닷물이 되었다』 『거대한 탁본』이 있다.
경북 예천에서 태어나 대구에서 성장했다. 2006년 《미네르바》로 등단하였으며, 시집으로 『나는 오늘, 바닷물이 되었다』 『거대한 탁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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