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지 않는 예언(시인동네 시인선 238)
김영수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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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현 불가능한 세계의 풍경
2004년 《진주가을문예》로 등단한 김영수 시인의 두 번째 시집 『떠나지 않는 예언』이 시인동네 시인선 238로 출간되었다. 김영수는 난파하고 생성하는 시간과 공간과 존재의 파편들을 파편화된 상태로 제시한다. 이 상태야말로 현실 자체이므로 그 파편들은 굳이 연결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독자들이 이 파편들을 억지로 연결해서 존재하지도 않는 구조를 만들려 할 때 그의 시에 난해하다는 라벨이 붙는다. 그런 의미에서 김영수의 시들은 ‘팽창하는 공간의 팽창하는 시간’에 대한 시적 기록이다. 그의 공간과 시간은 끝없는 흐름이므로, 계속되는 지연이므로, 요약, 정리, 복제, 재현이 불가능하다. 그는 팽창과 지연의 시공간에 흐름의 좌표로 흩뿌려져 있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제시한다.
2004년 《진주가을문예》로 등단한 김영수 시인의 두 번째 시집 『떠나지 않는 예언』이 시인동네 시인선 238로 출간되었다. 김영수는 난파하고 생성하는 시간과 공간과 존재의 파편들을 파편화된 상태로 제시한다. 이 상태야말로 현실 자체이므로 그 파편들은 굳이 연결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독자들이 이 파편들을 억지로 연결해서 존재하지도 않는 구조를 만들려 할 때 그의 시에 난해하다는 라벨이 붙는다. 그런 의미에서 김영수의 시들은 ‘팽창하는 공간의 팽창하는 시간’에 대한 시적 기록이다. 그의 공간과 시간은 끝없는 흐름이므로, 계속되는 지연이므로, 요약, 정리, 복제, 재현이 불가능하다. 그는 팽창과 지연의 시공간에 흐름의 좌표로 흩뿌려져 있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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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김영수의 시들은 폭발하는 별처럼 원심적이다. 안으로 접어들어 출구를 막고 존재를 특정한 범주에 가두려는 모든 구심적 노력은 김영수의 시에서 붕괴하고 중력을 잃는다. 김영수가 볼 때 세계를 규정하고 단순화하여 그것을 복제하거나 재현하려는 모든 노력은 죽은 별의 세계이다. 김영수는 죽은 별에 시적 핵융합을 일으켜 그것의 중력 위치 에너지를 발산시킨다. 죽은 별에서 열폭주가 일어나 별들이 폭파될 때 세계는 원심력으로 넘쳐나며 파편화된다. 김영수는 세계가 규정 가능하고 따라서 복제와 재현이 가능하다는 모든 거짓말을 믿지 않는다. 그는 시적 충격파를 일으켜 화석화된 세계를 해체하고 세계의 성분들을 원심력의 벡터 밖으로 날려 보낸다. 구심력을 잃고 원심력에 몸을 내준 세계가 무엇-되기의 과정 자체로 바뀔 때, 세계는 복제 불가능한 복합체, 재현 불가능한 변화체(changing-body)가 된다. 세계는 계속 흐르고 움직이므로 규정할 수 없고 단정 내릴 수 없다. 세계는 계속해서 복제와 재현의 감옥을 때려 부순다.
닮지 않았다
새는 새를 닮지 않았다
가끔씩 붕괴하는 얼굴, 목소리들
고맙게도 나는 새를, 강을 따라가는 새를,
황혼에 몸을 적시며 자욱이 하나의 점으로
돌아가는 작은 새를 닮았다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느티나무의 빈집처럼
떠나가면 돌아오지 못한다는 새들을 닮았다
어둠은 굼뜨고 아직 가시지 않는 해가
숲속에서 어슬렁거리는 동안
새들은 검은 내장까지 응답해야 하는
붉은 저녁을 맞는다
영원을 허락하는 것처럼
붉음이 졸아드는 나무에 순풍은 불고
새들은 가지를 옮겨가며 수다를 떤다
새의 주위를 가는 창공이 떠돌고
산과 들판이 우수수 일어선다
무슨 일이 일어나도록
새의 말을 받아 숨기는 풍경
언제나 복제할 수 없는 높이나 넓이로
커버린 풍경이다
- 「새가 있는 소묘」 부분
새가 새를 닮지 않았다니 무슨 말인가. 새는 항상 다른 어떤 것으로 "붕괴하는 얼굴"을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새는 새를 닮지 않았다"는 모순어법은 모순을 가장하여 모순을 이긴다. 새는 늘 현재의 새가 아닌 다른 무엇-되기의 과정에 있다. 그것이 새의 존재-운동이다. 새만 그런 것이 아니므로 "나" 역시 "새를 닮았다"는 문장은 운동하며 변화하는 존재의 보편성에 대한 비모순적 진술이다. 새들이 움직일 때 새들은 원래의 그 자리로 다시 "돌아오지 못한다". 그것이 존재의 본질이다. "새의 주위를 가는 창공이 떠돌고"라는 표현도 재미있다. 창공이 놋쇠처럼 무겁고 두꺼운 억압이라면, 새는 "붕괴하는 얼굴"의 다른 어떤 것이 될 수 없다. 시인은 "가는 창공"이라는 매우 희귀한 표현을 통해 변화체로서 존재의 속성을 드러낸다. "산과 들판"도 고정된 실체가 아니다. 그것들은 "우수수 일어선다". 새가 변화되고, 그것을 따라 내가 붕괴하고, "가는 창공" 속으로 산과 들판이 우수수 일어날 때, 세계 전체는 "복제할 수 없는 높이나 넓이로/커버린 풍경"이 된다. 김영수는 이렇게 존재가 폭발하는 행성처럼 변화하는 과정을 포착한다. 시인이 항상 무엇-되기의 과정에 있는 움직임을 '움직이며' 잡아내므로 그 무엇엔 고정된 실체가 없다. 만일 김영수의 시를 난해하거나 가독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하는 독자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그의 시의 이런 특징 때문이다. 난해하지 않고 가독성이 좋은 시들은 움직이는 세계를 부동(不動)의 세계로 압축하고 규정해서 전해준다. 모든 변화와 붕괴와 폭발의 가능성을 폐쇄한 복제와 재현의 세계가 '가독성이 좋은' 세계로 유통된다. 그런 가짜 세계는 존재하지도 않거니와 복잡한 사유를 싫어하는 영혼을 단순성의 마취제로 위로한다. 마취된 정신은 잠깐의 위로에서 벗어나는 순간, 다시 붕괴하는 세계, 불가해한 세계와 마주친다. 가짜 단순성은 구원이 아니다. 문학은 세계의 복잡성과 비결정성을 견디는 언어이다. 문학은 '손쉬운 해결'이라는 가짜 프로파간다(propaganda)와 싸운다.
- 오민석(문학평론가·단국대 명예교수)
닮지 않았다
새는 새를 닮지 않았다
가끔씩 붕괴하는 얼굴, 목소리들
고맙게도 나는 새를, 강을 따라가는 새를,
황혼에 몸을 적시며 자욱이 하나의 점으로
돌아가는 작은 새를 닮았다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느티나무의 빈집처럼
떠나가면 돌아오지 못한다는 새들을 닮았다
어둠은 굼뜨고 아직 가시지 않는 해가
숲속에서 어슬렁거리는 동안
새들은 검은 내장까지 응답해야 하는
붉은 저녁을 맞는다
영원을 허락하는 것처럼
붉음이 졸아드는 나무에 순풍은 불고
새들은 가지를 옮겨가며 수다를 떤다
새의 주위를 가는 창공이 떠돌고
산과 들판이 우수수 일어선다
무슨 일이 일어나도록
새의 말을 받아 숨기는 풍경
언제나 복제할 수 없는 높이나 넓이로
커버린 풍경이다
- 「새가 있는 소묘」 부분
새가 새를 닮지 않았다니 무슨 말인가. 새는 항상 다른 어떤 것으로 "붕괴하는 얼굴"을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새는 새를 닮지 않았다"는 모순어법은 모순을 가장하여 모순을 이긴다. 새는 늘 현재의 새가 아닌 다른 무엇-되기의 과정에 있다. 그것이 새의 존재-운동이다. 새만 그런 것이 아니므로 "나" 역시 "새를 닮았다"는 문장은 운동하며 변화하는 존재의 보편성에 대한 비모순적 진술이다. 새들이 움직일 때 새들은 원래의 그 자리로 다시 "돌아오지 못한다". 그것이 존재의 본질이다. "새의 주위를 가는 창공이 떠돌고"라는 표현도 재미있다. 창공이 놋쇠처럼 무겁고 두꺼운 억압이라면, 새는 "붕괴하는 얼굴"의 다른 어떤 것이 될 수 없다. 시인은 "가는 창공"이라는 매우 희귀한 표현을 통해 변화체로서 존재의 속성을 드러낸다. "산과 들판"도 고정된 실체가 아니다. 그것들은 "우수수 일어선다". 새가 변화되고, 그것을 따라 내가 붕괴하고, "가는 창공" 속으로 산과 들판이 우수수 일어날 때, 세계 전체는 "복제할 수 없는 높이나 넓이로/커버린 풍경"이 된다. 김영수는 이렇게 존재가 폭발하는 행성처럼 변화하는 과정을 포착한다. 시인이 항상 무엇-되기의 과정에 있는 움직임을 '움직이며' 잡아내므로 그 무엇엔 고정된 실체가 없다. 만일 김영수의 시를 난해하거나 가독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하는 독자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그의 시의 이런 특징 때문이다. 난해하지 않고 가독성이 좋은 시들은 움직이는 세계를 부동(不動)의 세계로 압축하고 규정해서 전해준다. 모든 변화와 붕괴와 폭발의 가능성을 폐쇄한 복제와 재현의 세계가 '가독성이 좋은' 세계로 유통된다. 그런 가짜 세계는 존재하지도 않거니와 복잡한 사유를 싫어하는 영혼을 단순성의 마취제로 위로한다. 마취된 정신은 잠깐의 위로에서 벗어나는 순간, 다시 붕괴하는 세계, 불가해한 세계와 마주친다. 가짜 단순성은 구원이 아니다. 문학은 세계의 복잡성과 비결정성을 견디는 언어이다. 문학은 '손쉬운 해결'이라는 가짜 프로파간다(propaganda)와 싸운다.
- 오민석(문학평론가·단국대 명예교수)
목차
목차
제1부
애수ㆍ13/지하방 세놓기ㆍ14/예언ㆍ16/아쿠아리움ㆍ18/양아버지ㆍ20/물론들ㆍ22/밤의 테라스ㆍ23/가을 일기ㆍ26/동경(銅鏡)ㆍ28/병렬식ㆍ30/복창ㆍ31/삼천갑자ㆍ32/유머레스크 2ㆍ34
제2부
새가 있는 소묘ㆍ37/달리기ㆍ40/탕진ㆍ42/야자수 나무 아래ㆍ44/적막ㆍ46/택호ㆍ48/낡은 소파가 있는 정물ㆍ50/오래된 말ㆍ52/밤에는ㆍ54/윤회ㆍ56/발표되지 않은 규칙ㆍ58/그때 초상ㆍ60/떠날 무렵ㆍ62
제3부
얼굴ㆍ65/회상ㆍ66/모르는 강변ㆍ68/떠나도 돌아오는 말처럼ㆍ70/목련ㆍ72/농담ㆍ73/바리움 2ㆍ74/능청ㆍ76/물론들 5ㆍ78/조등ㆍ79/소식에 귀 기울이며ㆍ80/밤새도록 달려서ㆍ82/루체른광장ㆍ84
제4부
보편ㆍ87/한순간ㆍ88/에티튜드ㆍ90/잔지바르의 별ㆍ92/숲ㆍ94/그녀 밖에서 한창인 그녀ㆍ97/습관ㆍ98/지독한 운명ㆍ100/여기 남기 싫어서ㆍ102/조급조급ㆍ103/해변의 트럼펫ㆍ104/몬드리안ㆍ106/저 멀리서ㆍ108
해설 오민석(문학평론가·단국대 명예교수)ㆍ109
애수ㆍ13/지하방 세놓기ㆍ14/예언ㆍ16/아쿠아리움ㆍ18/양아버지ㆍ20/물론들ㆍ22/밤의 테라스ㆍ23/가을 일기ㆍ26/동경(銅鏡)ㆍ28/병렬식ㆍ30/복창ㆍ31/삼천갑자ㆍ32/유머레스크 2ㆍ34
제2부
새가 있는 소묘ㆍ37/달리기ㆍ40/탕진ㆍ42/야자수 나무 아래ㆍ44/적막ㆍ46/택호ㆍ48/낡은 소파가 있는 정물ㆍ50/오래된 말ㆍ52/밤에는ㆍ54/윤회ㆍ56/발표되지 않은 규칙ㆍ58/그때 초상ㆍ60/떠날 무렵ㆍ62
제3부
얼굴ㆍ65/회상ㆍ66/모르는 강변ㆍ68/떠나도 돌아오는 말처럼ㆍ70/목련ㆍ72/농담ㆍ73/바리움 2ㆍ74/능청ㆍ76/물론들 5ㆍ78/조등ㆍ79/소식에 귀 기울이며ㆍ80/밤새도록 달려서ㆍ82/루체른광장ㆍ84
제4부
보편ㆍ87/한순간ㆍ88/에티튜드ㆍ90/잔지바르의 별ㆍ92/숲ㆍ94/그녀 밖에서 한창인 그녀ㆍ97/습관ㆍ98/지독한 운명ㆍ100/여기 남기 싫어서ㆍ102/조급조급ㆍ103/해변의 트럼펫ㆍ104/몬드리안ㆍ106/저 멀리서ㆍ108
해설 오민석(문학평론가·단국대 명예교수)ㆍ109
저자
저자
김영수
2004년 〈진주가을문예〉에 시가 당선되어 등단했으며, 2005년 〈일연문학상〉 신인상을 수상했다. 시집으로 『감사해요 동전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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