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계절의 처음(시인동네 시인선 247)
김정희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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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결론과 이상한 물음들
2013년 《시와경계》로 등단 후 시와 소설 그리고 디카시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김정희 시인의 첫 시집 『다음 계절의 처음』이 시인동네 시인선 247로 출간되었다. 김정희의 시집을 읽는 독자라면 이 시집의 전체 프레임이 죽음에 대한 의식에서 시작하여 시간성과 기재성에 대한 사유, 그리고 그 사이에서 흘러나오는 눈물의 서사에 걸쳐 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김정희의 시적 여정이 의식의 세계에서뿐만 아니라 무의식(꿈)의 세계에서도 지금까지 있어 온 시간을 반추하고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김정희에게 시를 쓰는 시간은 꿈을 꾸는 시간이다. 김정희는 시간 여행자로서뿐만 아니라 생활 여행자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며 다음 계절의 처음이 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2013년 《시와경계》로 등단 후 시와 소설 그리고 디카시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김정희 시인의 첫 시집 『다음 계절의 처음』이 시인동네 시인선 247로 출간되었다. 김정희의 시집을 읽는 독자라면 이 시집의 전체 프레임이 죽음에 대한 의식에서 시작하여 시간성과 기재성에 대한 사유, 그리고 그 사이에서 흘러나오는 눈물의 서사에 걸쳐 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김정희의 시적 여정이 의식의 세계에서뿐만 아니라 무의식(꿈)의 세계에서도 지금까지 있어 온 시간을 반추하고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김정희에게 시를 쓰는 시간은 꿈을 꾸는 시간이다. 김정희는 시간 여행자로서뿐만 아니라 생활 여행자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며 다음 계절의 처음이 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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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해설 엿보기]
김정희의 시간성을 지배하는 정동(affect)이 있다면, 그것은 울음이다. 프로이트가 "정동은 성찰하거나 사유한다기보다는 행한다"고 했던 것처럼, 그녀에게 울음은 정서가 아니라 내장에서 스며 나오는 소리이며, 관념이 아니라 물질이다.
손등을 뒤집으면 붉은 손바닥
푸릇한 잎사귀 달던 잎맥 같은 실금들
네게 가는 길이 이랬을까
걸핏하면 신호등에 걸리고
60km 제한속도 표지판을 세우고
방지턱은 복병처럼 엎드렸지
나는 두 손을 쥐고 울었어
4월 벚나무 아래는 너무 하얘
두 손가락 그러쥐던 그날처럼
- 「그리움은 지하 2층 주차장에도 있다」 부분
시인에게는 "네게 가는 길"이 있다. 이 작품에서 "네"가 누구인지, 혹은 무엇인지는 명시되어 있지 않다. 분명한 사실은 그것으로 가는 길이 "실금들"처럼 복잡하다는 것, 그리고 그것으로 가는 길에 방해물이 "복병처럼" 가득하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김정희를 읽어온 프레임을 적용하면, 이 시에서 "신호등"과 "방지턱"은 본래적 존재의 탈은폐를 방해하는 다양한 장치들일 수도 있다. 그것들은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라 구체적인 사물들이다. 김정희가 기재성의 시간을 반추할 때도 관념이 아니라 구체적인 인물들과 사건, 사고들이 등장한다. 미래의 죽음에서 과거로, 다시 과거에서 현재로 이어지는 시간성의 궤도에서 시인은 "두 손을 쥐고" 자주 운다. 시인에게 울음은 추상화된 기억이 아니라 내장에 각인된 정동이다. "4월 벚나무 아래"에서 "두 손가락 그러쥐던 그날"은 기재성의 시간에서 시인이 온몸으로, 내장으로 겪는 슬픔의 시간이다. 눈물은 "지하 2층 주차장"만이 아니라 "오월의 마늘밭"(「오월의 마늘밭」)에서도 자꾸 흐르고, "갈라파고스"(「갈라파고스로 가자」)에서도 흐르며, "호프 한 잔에 아스피린을 삼키"(「그녀의 아스피린」)는 여자의 얼굴에서도 흐른다.
그렇다면 김정희의 시에서 눈물은 어떻게 마르는가. 그것은 바로 눈물의 계곡에 빠진 존재들의 시간성에 대한 탐구를 통해서 이루어진다.
늙은 여자가 더 늙은 여자를 밀고 간다
더 늙을 일이 없는 여자와
늙을 일이 조금 남은 여자는 다정하다
늙도록 익숙한 길
더 늙은 여자의 어깨 위에
조금 늙은 여자가 손을 얹는다
수국은 별을 닮았구나
우주별이 내려온 줄 알았구나
보라에 희고 붉은 길의 끝으로
휠체어가 굴러간다
이 길을 돌면 다음 길이 있다는 걸
다 안다는 듯 오래전에 알았다는 듯
두 여자 다음 계절의 처음으로 걸어간다
거의 왔구나, 하면서
- 「휠체어와 봄」 전문
시간의 긴 궤도 위에서 "늙은 여자가 더 늙은 여자"가 가는 길은 같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지만, 모든 존재는 시간성의 고비마다 "이 길을 돌면 다음 길이 있다는 걸", 그리고 그 길의 끝이 어디인 걸 잘 안다. 그들은 모두 죽음의 미래라는 동일한 길을 향해 가고 있다. 그것을 잘 알기 때문에 '늙은 여자'는 '더 늙은 여자'의 아픔을 이해하고 공감하며, 그 아픔의 휠체어를 다정하게 밀고 간다. 만일 이 둘이 가야 할 길이 다르다면, 그 누구도 이런 공감과 사랑의 정동을 보장할 수 없다. 하나의 아픔이 다른 아픔을, 하나의 눈물이 다른 눈물을 밀고 가다가, "다음 계절의 처음"에서 이들이 내뱉는 말-"거의 왔구나"-은 얼마나 정겹도록 슬픈가. 김정희는 은폐되어 있는 본래적 존재를 시간의 지평을 통하여 드러내는 시적 여정의 먼 길 위에 서 있다.
- 오민석(문학평론가·단국대 명예교수)
김정희의 시간성을 지배하는 정동(affect)이 있다면, 그것은 울음이다. 프로이트가 "정동은 성찰하거나 사유한다기보다는 행한다"고 했던 것처럼, 그녀에게 울음은 정서가 아니라 내장에서 스며 나오는 소리이며, 관념이 아니라 물질이다.
손등을 뒤집으면 붉은 손바닥
푸릇한 잎사귀 달던 잎맥 같은 실금들
네게 가는 길이 이랬을까
걸핏하면 신호등에 걸리고
60km 제한속도 표지판을 세우고
방지턱은 복병처럼 엎드렸지
나는 두 손을 쥐고 울었어
4월 벚나무 아래는 너무 하얘
두 손가락 그러쥐던 그날처럼
- 「그리움은 지하 2층 주차장에도 있다」 부분
시인에게는 "네게 가는 길"이 있다. 이 작품에서 "네"가 누구인지, 혹은 무엇인지는 명시되어 있지 않다. 분명한 사실은 그것으로 가는 길이 "실금들"처럼 복잡하다는 것, 그리고 그것으로 가는 길에 방해물이 "복병처럼" 가득하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김정희를 읽어온 프레임을 적용하면, 이 시에서 "신호등"과 "방지턱"은 본래적 존재의 탈은폐를 방해하는 다양한 장치들일 수도 있다. 그것들은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라 구체적인 사물들이다. 김정희가 기재성의 시간을 반추할 때도 관념이 아니라 구체적인 인물들과 사건, 사고들이 등장한다. 미래의 죽음에서 과거로, 다시 과거에서 현재로 이어지는 시간성의 궤도에서 시인은 "두 손을 쥐고" 자주 운다. 시인에게 울음은 추상화된 기억이 아니라 내장에 각인된 정동이다. "4월 벚나무 아래"에서 "두 손가락 그러쥐던 그날"은 기재성의 시간에서 시인이 온몸으로, 내장으로 겪는 슬픔의 시간이다. 눈물은 "지하 2층 주차장"만이 아니라 "오월의 마늘밭"(「오월의 마늘밭」)에서도 자꾸 흐르고, "갈라파고스"(「갈라파고스로 가자」)에서도 흐르며, "호프 한 잔에 아스피린을 삼키"(「그녀의 아스피린」)는 여자의 얼굴에서도 흐른다.
그렇다면 김정희의 시에서 눈물은 어떻게 마르는가. 그것은 바로 눈물의 계곡에 빠진 존재들의 시간성에 대한 탐구를 통해서 이루어진다.
늙은 여자가 더 늙은 여자를 밀고 간다
더 늙을 일이 없는 여자와
늙을 일이 조금 남은 여자는 다정하다
늙도록 익숙한 길
더 늙은 여자의 어깨 위에
조금 늙은 여자가 손을 얹는다
수국은 별을 닮았구나
우주별이 내려온 줄 알았구나
보라에 희고 붉은 길의 끝으로
휠체어가 굴러간다
이 길을 돌면 다음 길이 있다는 걸
다 안다는 듯 오래전에 알았다는 듯
두 여자 다음 계절의 처음으로 걸어간다
거의 왔구나, 하면서
- 「휠체어와 봄」 전문
시간의 긴 궤도 위에서 "늙은 여자가 더 늙은 여자"가 가는 길은 같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지만, 모든 존재는 시간성의 고비마다 "이 길을 돌면 다음 길이 있다는 걸", 그리고 그 길의 끝이 어디인 걸 잘 안다. 그들은 모두 죽음의 미래라는 동일한 길을 향해 가고 있다. 그것을 잘 알기 때문에 '늙은 여자'는 '더 늙은 여자'의 아픔을 이해하고 공감하며, 그 아픔의 휠체어를 다정하게 밀고 간다. 만일 이 둘이 가야 할 길이 다르다면, 그 누구도 이런 공감과 사랑의 정동을 보장할 수 없다. 하나의 아픔이 다른 아픔을, 하나의 눈물이 다른 눈물을 밀고 가다가, "다음 계절의 처음"에서 이들이 내뱉는 말-"거의 왔구나"-은 얼마나 정겹도록 슬픈가. 김정희는 은폐되어 있는 본래적 존재를 시간의 지평을 통하여 드러내는 시적 여정의 먼 길 위에 서 있다.
- 오민석(문학평론가·단국대 명예교수)
목차
목차
제1부
아아ㆍ13/고비로 가는 여자ㆍ14/돼지와 꽃ㆍ16/도플갱어ㆍ18/변태들ㆍ20/쌍욕ㆍ23/아버지와 화석ㆍ24/천천한 사랑ㆍ26/십자수 표구ㆍ28/디지털포렌식ㆍ30/엑스트라ㆍ32/허공을 박다ㆍ34/밤의 활강ㆍ36
제2부
백날ㆍ39/단속구간에 갇히다ㆍ40/그 많던 해파리는 어디로 갔을까ㆍ42/흐르는 소나기ㆍ44/흐린 날ㆍ47/갈라파고스로 가자ㆍ48/아라비안나이트ㆍ50/이슬비에 대한 예의ㆍ52/오월의 마늘밭ㆍ54/어쩔 수 없는 일ㆍ55/나이 팔기ㆍ56/사춘기는 아직 오고 있는 중ㆍ58/실종ㆍ60
제3부
휠체어와 봄ㆍ63/그리움은 지하 2층 주차장에도 있다ㆍ64/그녀의 아스피린ㆍ66/떠다니는 꿈ㆍ68/언니와 동화ㆍ70/통천문(通天門)을 생각하다ㆍ71/내 동창 창호ㆍ72/햇빛 사냥ㆍ74/면회ㆍ76/그림자의 정체ㆍ78/소녀와 방ㆍ80/이혼유정(離婚有情)ㆍ82/투신ㆍ84
제4부
노인의 바다ㆍ87/내 집에는 악어가 산다ㆍ88/장어는 마지막 힘을 왜 꼬리에 옮겼나ㆍ90/그 겨울 달ㆍ92/남지 오일장ㆍ94/까맣고 작게ㆍ95/어부바ㆍ96/비밀번호ㆍ98/고등어 굽는 동안ㆍ100/환생ㆍ102/낮달ㆍ104/이상한 결론과 물음ㆍ105/마주치다ㆍ106
해설 오민석(문학평론가·단국대 명예교수)ㆍ107
아아ㆍ13/고비로 가는 여자ㆍ14/돼지와 꽃ㆍ16/도플갱어ㆍ18/변태들ㆍ20/쌍욕ㆍ23/아버지와 화석ㆍ24/천천한 사랑ㆍ26/십자수 표구ㆍ28/디지털포렌식ㆍ30/엑스트라ㆍ32/허공을 박다ㆍ34/밤의 활강ㆍ36
제2부
백날ㆍ39/단속구간에 갇히다ㆍ40/그 많던 해파리는 어디로 갔을까ㆍ42/흐르는 소나기ㆍ44/흐린 날ㆍ47/갈라파고스로 가자ㆍ48/아라비안나이트ㆍ50/이슬비에 대한 예의ㆍ52/오월의 마늘밭ㆍ54/어쩔 수 없는 일ㆍ55/나이 팔기ㆍ56/사춘기는 아직 오고 있는 중ㆍ58/실종ㆍ60
제3부
휠체어와 봄ㆍ63/그리움은 지하 2층 주차장에도 있다ㆍ64/그녀의 아스피린ㆍ66/떠다니는 꿈ㆍ68/언니와 동화ㆍ70/통천문(通天門)을 생각하다ㆍ71/내 동창 창호ㆍ72/햇빛 사냥ㆍ74/면회ㆍ76/그림자의 정체ㆍ78/소녀와 방ㆍ80/이혼유정(離婚有情)ㆍ82/투신ㆍ84
제4부
노인의 바다ㆍ87/내 집에는 악어가 산다ㆍ88/장어는 마지막 힘을 왜 꼬리에 옮겼나ㆍ90/그 겨울 달ㆍ92/남지 오일장ㆍ94/까맣고 작게ㆍ95/어부바ㆍ96/비밀번호ㆍ98/고등어 굽는 동안ㆍ100/환생ㆍ102/낮달ㆍ104/이상한 결론과 물음ㆍ105/마주치다ㆍ106
해설 오민석(문학평론가·단국대 명예교수)ㆍ107
저자
저자
김정희
시인
경남 창원에서 태어나 2013년 《시와경계》 시 등단, 2013년 《경남문학》 소설 등단했다. 디카시집 『슈뢰딩거의 고양이』, 시집 『다음 계절의 처음』이 있다. 현재 《시와경계》, 《디카시》 편집장을 맡고 있다.
경남 창원에서 태어나 2013년 《시와경계》 시 등단, 2013년 《경남문학》 소설 등단했다. 디카시집 『슈뢰딩거의 고양이』, 시집 『다음 계절의 처음』이 있다. 현재 《시와경계》, 《디카시》 편집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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