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말 받아쓰기(가히 시선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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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찮은 것들의 하찮지 않음에 대한 각성
2011년 《시조시학》으로 등단한 조한일 시인의 세 번째 시집 『낮은말 받아쓰기』가 가히 시선 011로 출간되었다. 조한일 시인이 세계에 접근하는 방식은 작고 하찮아서 사람들의 눈에 잘 띄지 않는 것에 주목하는 것이다. 그는 세상에 하찮은 것이 하나도 없음을 잘 안다. 사물들을 하찮게 만드는 것은 그것들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사람들의 태도이다. 세상에 대수롭지 않은 사물들이란 없다. 사물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사람들과 자신도 모르게 대수롭지 않은 존재가 되어버린 사람들 사이엔, 묘한, 그러나 당연한 함수관계가 존재한다. 세상이 버린 작은 사물들 안에서 의미화의 보물들을 찾아내는 조한일은 허공이 아니라 이 땅의 낮은말들을 받아쓰는 시인이다. 가파도의 낮은 땅과 그곳의 청보리밭을 스치는 바람처럼 조한일의 시를 읽어라. 그러면 낮은 말들이 웅얼거리는 큰 이야기들을 만날 것이다.
2011년 《시조시학》으로 등단한 조한일 시인의 세 번째 시집 『낮은말 받아쓰기』가 가히 시선 011로 출간되었다. 조한일 시인이 세계에 접근하는 방식은 작고 하찮아서 사람들의 눈에 잘 띄지 않는 것에 주목하는 것이다. 그는 세상에 하찮은 것이 하나도 없음을 잘 안다. 사물들을 하찮게 만드는 것은 그것들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사람들의 태도이다. 세상에 대수롭지 않은 사물들이란 없다. 사물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사람들과 자신도 모르게 대수롭지 않은 존재가 되어버린 사람들 사이엔, 묘한, 그러나 당연한 함수관계가 존재한다. 세상이 버린 작은 사물들 안에서 의미화의 보물들을 찾아내는 조한일은 허공이 아니라 이 땅의 낮은말들을 받아쓰는 시인이다. 가파도의 낮은 땅과 그곳의 청보리밭을 스치는 바람처럼 조한일의 시를 읽어라. 그러면 낮은 말들이 웅얼거리는 큰 이야기들을 만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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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세상에 하찮은 것이란 없다. 동떨어져 존재하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모든 것은 다른 모든 것과의 연계 속에 있고 끝없이 이어지는 연속체가 개별 사물 혹은 사건을 전혀 하찮지 않은 의미화 과정signification으로 만든다. 가령 정전의 모든 문장이 대단한 것은 아니다. 그것들을 따로 떼어놓을 때, 걸작들은 얼마나 많은 '하찮은' 문장들의 집합인지 알게 된다. 하찮은 문장들이 하찮지 않은 배열체가 될 때, 정전이 탄생한다. 외톨이 문장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다. 외톨이처럼 보이는 문장조차도 사실은 침묵하는 다른 문장들이 에워싸고 있다. 침묵이나 독백도 대화이다. 모든 문장은 타자의 존재를 전제로 한다. 대화적 관계 바깥에 존재하는 언어는 없다. 그 모든 위대한 것들은 결국 사소해 보이는 것들의 집적의 결과이다.
바다를 덮쳤었던 오래된 그물 하나
따가운 여름 햇살 포획하듯 삼킨다
수천 번 제 몸 던지며
꿈꿨을 만선 귀항
물 밖에 나온 물고기처럼 헐떡이며 포구에 누워
그물코에 걸려드는 시간의 비늘을 본다
모진 삶 촘촘히 살아온
바다로 또 가려 하네
- 「오래된 그물」 전문
조한일이 세계에 접근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그는 작고 하찮아서 사람들의 눈에 잘 띄지 않는 것에 주목한다. 그는 세상에 하찮은 것이 하나도 없음을 잘 안다. 사물들을 하찮게 만드는 것은 그것들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사람들의 태도이다. 세상에 대수롭지 않은 사물들이란 없다. 사물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사람들과 자신도 모르게 대수롭지 않은 존재가 되어버린 사람들 사이엔, 묘한, 그러나 당연한 함수관계가 존재한다. 조한일은 세상이 버린 작은 사물들 안에서 의미화의 보물들을 찾아낸다. 내가 여기에서 '의미' 대신 '의미화'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은, 그것들의 의미가 정해진 것이 아니라 다른 의미로 계속 확장되고 있기 때문이다. 사물은 다른 사물을 만나면서 계속 의미를 축적하고 넓힌다. 사물의 주권자는 사물 자체이지 사람이 아니다. 세계엔 사람에게 버림을 당했다고 해서 버려지지 않는 무수한 사물들이 있다. "오래된 그물"에서 한때 "바다를 덮쳤었던" 사건을 기억해 내는 자만이 오래된 그물의 생생한 역사를 본다. "수천 번 제 몸 던지며" 만선을 꿈꾸던 그물은 이제 시간의 폭력 앞에 "헐떡이며" 죽어간다. 그것은 마치 "물 밖에 나온 물고기처럼" 무력하다. 그의 "그물코"에 걸리는 것은 이제 황금빛 물고기가 아니라 "시간의 비늘"밖에 없다. 죽어가는 그물에도 "바다로 또 가려" 하는 의지가 관성처럼 남아 소멸의 미래와 싸운다. '오래된 그물'의 이런 풍경이 하찮지 않은 것은 이것이 낡은 그물만의 운명이 아니라 시간의 칼날 아래 있는 모든 존재의 보편적 운명과 잇닿아 있기 때문이다. 죽어가는 낡은 그물엔 한때 세상을 호령하였으나 무수한 시간의 화살에 오래도록 맞아 이제 주름과 구멍투성이의 늙은 몸으로 변해버린 그 모든 나무, 동물, 사람들의 삶이 겹쳐진다. 도대체 무엇이 하찮은가.
- 오민석(문학평론가·단국대 명예교수)
바다를 덮쳤었던 오래된 그물 하나
따가운 여름 햇살 포획하듯 삼킨다
수천 번 제 몸 던지며
꿈꿨을 만선 귀항
물 밖에 나온 물고기처럼 헐떡이며 포구에 누워
그물코에 걸려드는 시간의 비늘을 본다
모진 삶 촘촘히 살아온
바다로 또 가려 하네
- 「오래된 그물」 전문
조한일이 세계에 접근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그는 작고 하찮아서 사람들의 눈에 잘 띄지 않는 것에 주목한다. 그는 세상에 하찮은 것이 하나도 없음을 잘 안다. 사물들을 하찮게 만드는 것은 그것들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사람들의 태도이다. 세상에 대수롭지 않은 사물들이란 없다. 사물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사람들과 자신도 모르게 대수롭지 않은 존재가 되어버린 사람들 사이엔, 묘한, 그러나 당연한 함수관계가 존재한다. 조한일은 세상이 버린 작은 사물들 안에서 의미화의 보물들을 찾아낸다. 내가 여기에서 '의미' 대신 '의미화'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은, 그것들의 의미가 정해진 것이 아니라 다른 의미로 계속 확장되고 있기 때문이다. 사물은 다른 사물을 만나면서 계속 의미를 축적하고 넓힌다. 사물의 주권자는 사물 자체이지 사람이 아니다. 세계엔 사람에게 버림을 당했다고 해서 버려지지 않는 무수한 사물들이 있다. "오래된 그물"에서 한때 "바다를 덮쳤었던" 사건을 기억해 내는 자만이 오래된 그물의 생생한 역사를 본다. "수천 번 제 몸 던지며" 만선을 꿈꾸던 그물은 이제 시간의 폭력 앞에 "헐떡이며" 죽어간다. 그것은 마치 "물 밖에 나온 물고기처럼" 무력하다. 그의 "그물코"에 걸리는 것은 이제 황금빛 물고기가 아니라 "시간의 비늘"밖에 없다. 죽어가는 그물에도 "바다로 또 가려" 하는 의지가 관성처럼 남아 소멸의 미래와 싸운다. '오래된 그물'의 이런 풍경이 하찮지 않은 것은 이것이 낡은 그물만의 운명이 아니라 시간의 칼날 아래 있는 모든 존재의 보편적 운명과 잇닿아 있기 때문이다. 죽어가는 낡은 그물엔 한때 세상을 호령하였으나 무수한 시간의 화살에 오래도록 맞아 이제 주름과 구멍투성이의 늙은 몸으로 변해버린 그 모든 나무, 동물, 사람들의 삶이 겹쳐진다. 도대체 무엇이 하찮은가.
- 오민석(문학평론가·단국대 명예교수)
목차
목차
제1부
도서관에서 추사를 만나다ㆍ13/별점 테러ㆍ14/종이사전ㆍ15/저녁의 행위ㆍ16/쉬ㆍ17/후천성 시작詩作 결핍증ㆍ18/왜? 해가 안 뜬대?ㆍ20/임시 보관함ㆍ21/시인의 주거 형태ㆍ22/테이크아웃ㆍ23/2인칭 시점으로 본 낙하ㆍ24/면도날을 바꾸다ㆍ26/그 여자가 변했다ㆍ27/소화기ㆍ28
제2부
넌 나의 왼쪽이다ㆍ31/너를 달아보다ㆍ32/노출 수위ㆍ33/버드 스트라이크ㆍ34/착한 사마리아인의 궤적ㆍ36/신생대 4기에 발견된 흑백사진에 관한 기록ㆍ37/구해줘요, 튀르키예를ㆍ38/누명ㆍ39/먹이사슬ㆍ40/탄소중립 접근법ㆍ42/서점의 도시계획ㆍ43/라바콘ㆍ44/e 티켓ㆍ45/햄버거ㆍ46
제3부
검정 고무신ㆍ49/마라도ㆍ50/함덕 바다ㆍ51/군함도ㆍ52/최후의 해녀ㆍ53/가파도 해발에 관한 접근ㆍ54/오래된 그물ㆍ55/1947년 관덕로의 봄ㆍ56/메이데이 on Cheju-doㆍ58/범섬ㆍ59/08시 49분을 인양하다ㆍ60/제국의 섬ㆍ61/이젤과 바다ㆍ62/올해의 운세ㆍ63/천남성을 바라보며ㆍ66
제4부
물구나무서기ㆍ69/꽃다발ㆍ70/포스트잇ㆍ71/구둣주걱ㆍ72/2월의 사생활 보호 구역ㆍ73/시들이 죽었다 살아나요ㆍ74/산지 폐기ㆍ75/김정호와 김정호ㆍ76/취재가 시작되자ㆍ77/엄마다!ㆍ78/선거철ㆍ79/물수제비ㆍ80/씻다ㆍ81/피로회복제 주세요ㆍ82
제5부
이안류ㆍ85/골목의 체질ㆍ86/화살표ㆍ87/혓바늘에 관한 은유법ㆍ88/벽 앞에서ㆍ89/측량이 끝난 뒤ㆍ90/꽈배기ㆍ92/프리덤ㆍ93/의심의 관성ㆍ94/밥맛ㆍ95/맛집시대ㆍ96/진공청소기ㆍ97/미역ㆍ98/아이스 아메리카노 대 블랙 아이스ㆍ99/내 코가 석 자ㆍ100
해설 오민석(문학평론가·단국대 명예교수) 101
도서관에서 추사를 만나다ㆍ13/별점 테러ㆍ14/종이사전ㆍ15/저녁의 행위ㆍ16/쉬ㆍ17/후천성 시작詩作 결핍증ㆍ18/왜? 해가 안 뜬대?ㆍ20/임시 보관함ㆍ21/시인의 주거 형태ㆍ22/테이크아웃ㆍ23/2인칭 시점으로 본 낙하ㆍ24/면도날을 바꾸다ㆍ26/그 여자가 변했다ㆍ27/소화기ㆍ28
제2부
넌 나의 왼쪽이다ㆍ31/너를 달아보다ㆍ32/노출 수위ㆍ33/버드 스트라이크ㆍ34/착한 사마리아인의 궤적ㆍ36/신생대 4기에 발견된 흑백사진에 관한 기록ㆍ37/구해줘요, 튀르키예를ㆍ38/누명ㆍ39/먹이사슬ㆍ40/탄소중립 접근법ㆍ42/서점의 도시계획ㆍ43/라바콘ㆍ44/e 티켓ㆍ45/햄버거ㆍ46
제3부
검정 고무신ㆍ49/마라도ㆍ50/함덕 바다ㆍ51/군함도ㆍ52/최후의 해녀ㆍ53/가파도 해발에 관한 접근ㆍ54/오래된 그물ㆍ55/1947년 관덕로의 봄ㆍ56/메이데이 on Cheju-doㆍ58/범섬ㆍ59/08시 49분을 인양하다ㆍ60/제국의 섬ㆍ61/이젤과 바다ㆍ62/올해의 운세ㆍ63/천남성을 바라보며ㆍ66
제4부
물구나무서기ㆍ69/꽃다발ㆍ70/포스트잇ㆍ71/구둣주걱ㆍ72/2월의 사생활 보호 구역ㆍ73/시들이 죽었다 살아나요ㆍ74/산지 폐기ㆍ75/김정호와 김정호ㆍ76/취재가 시작되자ㆍ77/엄마다!ㆍ78/선거철ㆍ79/물수제비ㆍ80/씻다ㆍ81/피로회복제 주세요ㆍ82
제5부
이안류ㆍ85/골목의 체질ㆍ86/화살표ㆍ87/혓바늘에 관한 은유법ㆍ88/벽 앞에서ㆍ89/측량이 끝난 뒤ㆍ90/꽈배기ㆍ92/프리덤ㆍ93/의심의 관성ㆍ94/밥맛ㆍ95/맛집시대ㆍ96/진공청소기ㆍ97/미역ㆍ98/아이스 아메리카노 대 블랙 아이스ㆍ99/내 코가 석 자ㆍ100
해설 오민석(문학평론가·단국대 명예교수) 101
저자
저자
조한일
제주에서 태어나 2011년 《시조시학》으로 등단했다. 시집 『나를 서성이다』 『지느러미 남자』가 있으며, 제41회 성파시조문학상을 수상했다. 제주시조시인협회 회원, 〈영언〉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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