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그리어 보육원의 불량소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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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 난 세계를 위한 레퀴엠
2017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김상규 시인의 첫 시집 『존 그리어 보육원의 불량소년들』이 시인동네 시인선 253으로 출간되었다. 김상규의 시를 읽을 때는 그가 다의성, 다성성, 중층성의 창안에 매우 능한 시인이라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김상규의 시는 고통의 바닥까지 내려가 어느 순간 그것과 한 몸이 된 무녀처럼, 비대칭으로 구멍 난 세계의 비애를 건드린다. 그것은 두터운 은유와 상징으로 무장한 채 개인과 세계, 소서사와 거대서사를 동시에 관통한다. 그의 언어가 그렇게 세계를 뚫고 지나갈 때, 슬픔과 고통의 다양한 현들이 깊이 떨린다. 김상규의 언어는 마치 촉이 여러 개 달린 화살처럼 다양한 각도로 세계의 아픔들을 건드린다. 한국 현대시의 자장 속에서 김상규보다 더 깊은 절망, 이보다 더 깊은 고통의 현상학을 만나기도 힘들 것이다.
2017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김상규 시인의 첫 시집 『존 그리어 보육원의 불량소년들』이 시인동네 시인선 253으로 출간되었다. 김상규의 시를 읽을 때는 그가 다의성, 다성성, 중층성의 창안에 매우 능한 시인이라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김상규의 시는 고통의 바닥까지 내려가 어느 순간 그것과 한 몸이 된 무녀처럼, 비대칭으로 구멍 난 세계의 비애를 건드린다. 그것은 두터운 은유와 상징으로 무장한 채 개인과 세계, 소서사와 거대서사를 동시에 관통한다. 그의 언어가 그렇게 세계를 뚫고 지나갈 때, 슬픔과 고통의 다양한 현들이 깊이 떨린다. 김상규의 언어는 마치 촉이 여러 개 달린 화살처럼 다양한 각도로 세계의 아픔들을 건드린다. 한국 현대시의 자장 속에서 김상규보다 더 깊은 절망, 이보다 더 깊은 고통의 현상학을 만나기도 힘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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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윌리엄 블레이크(W. Blake)가 쓴 「타이거(The Tyger)」라는 제목의 시에 "무시무시한 균형(fearful symmetry)"이라는 유명한 대목이 나온다. 시인은 어두운 숲속에서 무섭도록 밝게 불타는 호랑이의 눈을 경외하고 두려워하며 "어떤 불멸의 손과 눈이/그대의 그 무시무시한 균형을 만들어낼 수 있었을까?"라고 묻는다. 불을 뿜는 호랑이의 눈에서 블레이크가 읽은 것은 오로지 신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절대적인 질서와 균형이다. 물론 그는 개체로서의 한 존재에 나타난 신의 손길을 읽고 있다. 그러나 창조주의 시각에서 볼 때 피조물들의 이해를 훌쩍 뛰어넘을 '무시무시한' 수준의 질서와 균형은 개체만이 아니라 그것들의 집합인 세계에서도 나타난다. 불행에 처한 사람이 있다면, 행운을 즐기는 사람이 있고, 태어나는 자가 있다면 죽는 자도 있으며, 가난한 자가 있다면 부유한 자가 있게 마련이다. 불행과 행운은 오로지 그것에 점유된 각 개체의 몫이 되며 개체 너머의 세계적 차원에서 볼 때 그것들의 분포와 배열은 놀랍도록 대칭적이다. 그러나 보라. 초월적 존재가 아닌, 제 운명의 담지자인 피조물들에게 있어서 세계는 종종 결함투성이고 불공평하며 비대칭적이고 심하게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블레이크가 위의 시에서 개체 속에 보편적으로 존재하는 놀라운 균형과 질서에 주목했다면, 김상규 시인은 이 시집에서 개체의 현실 속에 구현된 비대칭과 불균형에 주목한다. 이 시집에 등장하는 보육원, 사생아, 아동 성폭력, 불량소년, 오발탄, 소년원, 고아, 버려진 소년, 손목 긋던 그 밤, 악몽, 멍 자국, 날 버린 엄마, 정키(마약중독자), 기지촌, 지옥, 복수 같은 기표들은 모두 불균형과 비대칭으로 구멍 난 세계의 내면을 향해 있다.
불균형의 비극을 감당하는 개체들은 늘 세계의 균형과 대결한다. 불행은 왜 나에게(만) 일어나는가. 나는 왜 이 끔찍한 삶을 견뎌야 하는가. 나의 불행이 세계의 균형 일부라면, 하필이면 왜 내가 이 불행의 저울대에 서 있어야 하는가. 이런 것들을 감당하는 개체들이 느끼는 보편적인 것은 균형과 대칭과 조화가 아니라 불균형과 비대칭과 부조화이다.
거미를 길들이던 친구가 중얼댔다
'여기서 나간다면 박쥐를 키우겠어,
젖 없이 자란 것들은 버릇이 없거든.'
'웃기지 마, 방장은 자기 엄말 때렸고
신입의 여동생은 두 번이나 애 지웠대.'
내 말에 동의한 친군 스스로를 저주했다
왜 여긴 보육원보다 고아들이 많을까?
우리는 징벌방에서 어른으로 태어나고
거미는 어밀 삼켜야 줄을 칠 수 있었다
- 「소년원 친구들」 전문
"소년원"은 불행한 세계의 대명사이다. 그곳엔 불균등한 세상에서 불균등하게 밀려난 아이들로 가득하다. 그곳의 아이들은 징벌을 받아야 어른이 되고, "어밀 삼켜야" 비로소 제힘으로 살아가는 "거미"를 닮는다. "자기 엄마"를 때린 "방장", "두 번이나 애"를 지운 "신입의 여동생"은 그런 세계의 그늘에 존재하는 자들이다. 그들은 그들의 불행으로 행복한 자들의 대칭을 이룬다. 소년원은 불행과 저주와 징벌의 공간으로 행복과 축복과 포상의 공간의 대척점에 있지만, 그 내부의 구성원들에게 그것은 세계의 한 짝이 아니라 전부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그것 바깥으로 나갈 수 없기 때문이다. 청동 지붕이 무겁게 내려앉은 그곳에서 그들은 그들만의 문법으로 그들만의 세계를 만들어간다. 그들은 어미를 죽여 어른이 되고, 어른이 됨으로써 다시 죽임을 당해야 할 대상이 된다.
- 오민석(문학평론가·단국대 명예교수)
[시인의 산문]
호주의 한 부족은 화전을 짓기 위해 불붙은 나뭇가지를 검은 솔개에게 건네준다고 합니다.
저도 이제 건네주려고 합니다.
증오와 수치로 가득 찬 초원 속 수많은 비밀을.
솟아오를 새싹을 기다리며 홀로 숨죽이고 있는 원주민 아이의 얼굴을.
불균형의 비극을 감당하는 개체들은 늘 세계의 균형과 대결한다. 불행은 왜 나에게(만) 일어나는가. 나는 왜 이 끔찍한 삶을 견뎌야 하는가. 나의 불행이 세계의 균형 일부라면, 하필이면 왜 내가 이 불행의 저울대에 서 있어야 하는가. 이런 것들을 감당하는 개체들이 느끼는 보편적인 것은 균형과 대칭과 조화가 아니라 불균형과 비대칭과 부조화이다.
거미를 길들이던 친구가 중얼댔다
'여기서 나간다면 박쥐를 키우겠어,
젖 없이 자란 것들은 버릇이 없거든.'
'웃기지 마, 방장은 자기 엄말 때렸고
신입의 여동생은 두 번이나 애 지웠대.'
내 말에 동의한 친군 스스로를 저주했다
왜 여긴 보육원보다 고아들이 많을까?
우리는 징벌방에서 어른으로 태어나고
거미는 어밀 삼켜야 줄을 칠 수 있었다
- 「소년원 친구들」 전문
"소년원"은 불행한 세계의 대명사이다. 그곳엔 불균등한 세상에서 불균등하게 밀려난 아이들로 가득하다. 그곳의 아이들은 징벌을 받아야 어른이 되고, "어밀 삼켜야" 비로소 제힘으로 살아가는 "거미"를 닮는다. "자기 엄마"를 때린 "방장", "두 번이나 애"를 지운 "신입의 여동생"은 그런 세계의 그늘에 존재하는 자들이다. 그들은 그들의 불행으로 행복한 자들의 대칭을 이룬다. 소년원은 불행과 저주와 징벌의 공간으로 행복과 축복과 포상의 공간의 대척점에 있지만, 그 내부의 구성원들에게 그것은 세계의 한 짝이 아니라 전부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그것 바깥으로 나갈 수 없기 때문이다. 청동 지붕이 무겁게 내려앉은 그곳에서 그들은 그들만의 문법으로 그들만의 세계를 만들어간다. 그들은 어미를 죽여 어른이 되고, 어른이 됨으로써 다시 죽임을 당해야 할 대상이 된다.
- 오민석(문학평론가·단국대 명예교수)
[시인의 산문]
호주의 한 부족은 화전을 짓기 위해 불붙은 나뭇가지를 검은 솔개에게 건네준다고 합니다.
저도 이제 건네주려고 합니다.
증오와 수치로 가득 찬 초원 속 수많은 비밀을.
솟아오를 새싹을 기다리며 홀로 숨죽이고 있는 원주민 아이의 얼굴을.
목차
목차
제1부
불새잎눈ㆍ13/수몰지ㆍ14/화장(火葬)ㆍ15/조장(鳥葬)ㆍ16/불꽃놀이ㆍ17/쥐불놀이ㆍ18/소멸ㆍ19/수화소녀프리즘ㆍ20/12월생ㆍ21/264ㆍ22/망각유아ㆍ23/부메랑ㆍ24/작은 짐승ㆍ25/배꼽의 탄생ㆍ26
제2부
가족 서커스ㆍ29/숨바꼭질ㆍ30/숨바꼭질ㆍ31/소년 애드벌룬ㆍ32/프릭쇼(freak show)ㆍ33/대물림ㆍ34/소년원 친구들ㆍ35/모험가ㆍ36/취업반 친구들ㆍ37/수상가옥ㆍ38/응달의 집ㆍ39/성탄제ㆍ40/버려진 소년ㆍ41/사춘기ㆍ42/이지메ㆍ43/가족사진ㆍ44
제3부
다시 오는 노래ㆍ47/마지막 연애담ㆍ48/여름 비밀ㆍ50/정키(Junkie)ㆍ51/존 그리어 보육원의 불량소년들ㆍ52/첫사랑ㆍ54/A.Aㆍ55/쌍둥이ㆍ56/쌍둥이ㆍ57/화전(火田)ㆍ58/소녀들의 다락방ㆍ59/좌절의 왕ㆍ60/고백ㆍ62/저녁의 신부ㆍ63/개척자ㆍ64
제4부
바다눈ㆍ67/테우리ㆍ68/역진화ㆍ69/섬의 혈통ㆍ70/제주 바다ㆍ72/백색 돛의 항로ㆍ73/날 버린 엄마의 옷ㆍ74/얼음 아이ㆍ75/공희(供犧)ㆍ76/수자령(水子靈)ㆍ78/해일ㆍ79/몽고점(蒙古點)ㆍ80/탄생ㆍ81/태몽(胎夢)ㆍ82
제5부
마닐라 봉투를 든 검정 고아의 나날ㆍ85/반전ㆍ86/외줄 타기ㆍ87/서른 살ㆍ88/윤회ㆍ90/안나ㆍ92/신열(身熱)ㆍ93/Howlㆍ94/소년병 일지ㆍ96/죽은 어머니를 위한 사칙연산ㆍ98/HTPㆍ99/의자ㆍ100
해설 오민석(문학평론가·단국대 명예교수)ㆍ101
불새잎눈ㆍ13/수몰지ㆍ14/화장(火葬)ㆍ15/조장(鳥葬)ㆍ16/불꽃놀이ㆍ17/쥐불놀이ㆍ18/소멸ㆍ19/수화소녀프리즘ㆍ20/12월생ㆍ21/264ㆍ22/망각유아ㆍ23/부메랑ㆍ24/작은 짐승ㆍ25/배꼽의 탄생ㆍ26
제2부
가족 서커스ㆍ29/숨바꼭질ㆍ30/숨바꼭질ㆍ31/소년 애드벌룬ㆍ32/프릭쇼(freak show)ㆍ33/대물림ㆍ34/소년원 친구들ㆍ35/모험가ㆍ36/취업반 친구들ㆍ37/수상가옥ㆍ38/응달의 집ㆍ39/성탄제ㆍ40/버려진 소년ㆍ41/사춘기ㆍ42/이지메ㆍ43/가족사진ㆍ44
제3부
다시 오는 노래ㆍ47/마지막 연애담ㆍ48/여름 비밀ㆍ50/정키(Junkie)ㆍ51/존 그리어 보육원의 불량소년들ㆍ52/첫사랑ㆍ54/A.Aㆍ55/쌍둥이ㆍ56/쌍둥이ㆍ57/화전(火田)ㆍ58/소녀들의 다락방ㆍ59/좌절의 왕ㆍ60/고백ㆍ62/저녁의 신부ㆍ63/개척자ㆍ64
제4부
바다눈ㆍ67/테우리ㆍ68/역진화ㆍ69/섬의 혈통ㆍ70/제주 바다ㆍ72/백색 돛의 항로ㆍ73/날 버린 엄마의 옷ㆍ74/얼음 아이ㆍ75/공희(供犧)ㆍ76/수자령(水子靈)ㆍ78/해일ㆍ79/몽고점(蒙古點)ㆍ80/탄생ㆍ81/태몽(胎夢)ㆍ82
제5부
마닐라 봉투를 든 검정 고아의 나날ㆍ85/반전ㆍ86/외줄 타기ㆍ87/서른 살ㆍ88/윤회ㆍ90/안나ㆍ92/신열(身熱)ㆍ93/Howlㆍ94/소년병 일지ㆍ96/죽은 어머니를 위한 사칙연산ㆍ98/HTPㆍ99/의자ㆍ100
해설 오민석(문학평론가·단국대 명예교수)ㆍ101
저자
저자
김상규
1984년 제주에서 태어나 제주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2017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시조가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제42회 중앙시조신인상을 수상했다. 동국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 재학 중. 2025년 서울문화재단 창작지원금을 수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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