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는 류에게(시인동네 시인선 258)
이리영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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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몽의 바깥으로 도래하는 미래
2018년 《시인동네》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등단한 이리영 시인의 첫 시집 『기다리는 류에게』가 시인동네 시인선 258로 출간되었다. 이리영의 시집은 ‘망토’ 이야기로 시작된다. ‘망토’가 등장하는 이야기, 하지만 이것은 망토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망토 그 자체로서의 이야기, 즉 ‘망토=이야기’처럼 읽힌다. 이리영에게는 두려운 등을 감추기 위한 ‘망토’가 있고, 이것으로 인해 타인들은 ‘나’에 대해 아무것도 알 수가 없다. 지금부터 펼쳐질 시집 전체는 ‘나’를 드러내기 위한 진술, 그러니까 표현론의 언어가 아니라 펼친 망토의 언어라는 의미이다. 이리영은 자신을 숨기기 위해, 숨기는 방식으로 시를 쓴다. ‘시=언어’는 그녀가 만든 고유의 피난처이다. 따라서 독자에게 이리영은 불가해한 텍스트로 경험될 것이다.
2018년 《시인동네》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등단한 이리영 시인의 첫 시집 『기다리는 류에게』가 시인동네 시인선 258로 출간되었다. 이리영의 시집은 ‘망토’ 이야기로 시작된다. ‘망토’가 등장하는 이야기, 하지만 이것은 망토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망토 그 자체로서의 이야기, 즉 ‘망토=이야기’처럼 읽힌다. 이리영에게는 두려운 등을 감추기 위한 ‘망토’가 있고, 이것으로 인해 타인들은 ‘나’에 대해 아무것도 알 수가 없다. 지금부터 펼쳐질 시집 전체는 ‘나’를 드러내기 위한 진술, 그러니까 표현론의 언어가 아니라 펼친 망토의 언어라는 의미이다. 이리영은 자신을 숨기기 위해, 숨기는 방식으로 시를 쓴다. ‘시=언어’는 그녀가 만든 고유의 피난처이다. 따라서 독자에게 이리영은 불가해한 텍스트로 경험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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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이리영의 시는 도래한다. '도래'는 일종의 과잉 사건이다. 그것은 예측할 수 없으며, 예측할 수 없으므로 준비할 수도 없다. 그것은 철학자 데리다가 말했듯이 이름을 붙일 수 없는 타자, 법과 언어의 체계를 흔드는 주체이다. '그'라는 인칭대명사는 이러한 상황에서 화자가 이름 붙일 수 없는 타자를 호명하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유일한 말이 아닐까. '유리창의 세계'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화자는 유리창을 마주한 채로 자신이 아는 바가 없는("나는 그를 모릅니다") '그'를 기다리고 있다. 여기에서 시인이 할 수 있는 유일한 행동은 그저 기다리는 것이다. 이 기다림이라는 사건에서 '나'와 '그'의 관계는 비대칭적이다. 언제 올지도 알 수 없는, 심지어 인상착의조차 모르는 '그'를 기다리는 동안 "유리창의 세계는 어떤 자연법칙을 생성"한다. 가령 어느 날 오후 창가에 서서 창밖을 바라보며 누군가/무언가를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는 한 인물의 모습을 상상해 보라. 창밖으로는 시간의 흐름이 연출하는 풍경이 무심하게 흐를 것이고, 유리창에는 창문을 마주하고 선 화자의 모습이 투영될 것이다. "유리창의 세계는 쉬지 않고 그를 제시하고 있습니다"라는 진술에서의 '그'가 바로 이 풍경들이다. 그 풍경 속에는 화자의 내면도 존재하리라. 중요한 것은 유리창에 비친 풍경의 현상학 자체가 아니라 이리영에게 시가 도래하는 방식이 정확히 이와 같다는 사실이다. 이리영의 시는 하나의 명시적인 세계를 구축하려는 의지의 산물이 아니라 불현듯 화자를 향해 도래하는 세계의 음화(陰?), 그 산란하는 언어의 파편들이다. 그녀의 시적 진술들이 대체로 잘려진 상태로 제시되는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이리영의 시에서 도착이라는 사건의 주체 자리에는 '그'라는 텅 빈 기표만 놓여 있을 뿐 구체적인 대상으로 채워지진 않는다.
당신의 셔츠가 참 푸르다 생각하며 그 생각에 오래 머물다 보니 입이 마르고 그만 셔츠에 손을 담그고 싶어져
가본 적 없는 바닷가와 그곳을 떠도는 목소리와
그 목소리를 등지려는 뒷모습들과
셔츠의 단추는 금세 날아가 버릴 듯 새하얗고
당신은 단추를 다 채우는 사람, 자두를 한입 베어 물고도 소매를 걷지 않는 사람, 반듯한 깃 아래가 맑게 차오른 사람, 깃 끝 채워진 아주 작은 단추를 만지작거리는 사람, 구김살 없이 감춰진 셔츠 끝단을 바지 위로 더듬는 사람, 당신은 어젯밤 머리맡에 한 컵 따라 놓은 물처럼
미지근한 셔츠에 팔을 서둘러 넣고는 푸른 소매에서 아직 빠져나오지 못한 것들을 오래 생각하다 그만 발밑에 컵을 엎지르고 발이 젖어 젖은 발로 구두를 신고 집을 나서면
가본 적 없는 바닷가와 그곳을 누르는 둥근 자갈들과
그 자갈 위를 영원히 뒹구는
내 손아귀에서 자두씨가 말라가고
그 물기에 손바닥이 잠시 푸르러지는
-「푸른 셔츠」 전문
이리영의 시는 대체로 감각과 이미지의 문법에 의존하여 전개된다. 이것은 그녀의 시편들이 의미의 계기적 연쇄를 따르지 않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의미의 연쇄와 달리 감각과 이미지의 문법에는 연속성만큼이나 강렬한 비약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심리주의 소설에서의 의식의 흐름처럼 연속성이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의미의 층위에서 그 연속성을 발견하기는 어렵다. 망토의 언어라는 사실에 감각과 이미지의 문법이 더해짐으로써 이리영의 텍스트는 종종 오리무중, 불가해한 텍스트의 한계지점까지 나아간다. 이러한 특징은 시적 진술을 제시하는 방식에서도 분명하게 드러난다. 한 편의 시가 상당한 수의 연(聯)으로 분절되어 있다는 것, 그 분절 사이에 의미의 연속성이 드러나지 않는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요컨대 이리영의 시에 등장하는 수많은 분절은 그녀의 시적 사고가 감각과 이미지의 층위를 따라 전개됨으로써 발생하는 필연적 산물처럼 보인다.
- 고봉준(문학평론가)
당신의 셔츠가 참 푸르다 생각하며 그 생각에 오래 머물다 보니 입이 마르고 그만 셔츠에 손을 담그고 싶어져
가본 적 없는 바닷가와 그곳을 떠도는 목소리와
그 목소리를 등지려는 뒷모습들과
셔츠의 단추는 금세 날아가 버릴 듯 새하얗고
당신은 단추를 다 채우는 사람, 자두를 한입 베어 물고도 소매를 걷지 않는 사람, 반듯한 깃 아래가 맑게 차오른 사람, 깃 끝 채워진 아주 작은 단추를 만지작거리는 사람, 구김살 없이 감춰진 셔츠 끝단을 바지 위로 더듬는 사람, 당신은 어젯밤 머리맡에 한 컵 따라 놓은 물처럼
미지근한 셔츠에 팔을 서둘러 넣고는 푸른 소매에서 아직 빠져나오지 못한 것들을 오래 생각하다 그만 발밑에 컵을 엎지르고 발이 젖어 젖은 발로 구두를 신고 집을 나서면
가본 적 없는 바닷가와 그곳을 누르는 둥근 자갈들과
그 자갈 위를 영원히 뒹구는
내 손아귀에서 자두씨가 말라가고
그 물기에 손바닥이 잠시 푸르러지는
-「푸른 셔츠」 전문
이리영의 시는 대체로 감각과 이미지의 문법에 의존하여 전개된다. 이것은 그녀의 시편들이 의미의 계기적 연쇄를 따르지 않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의미의 연쇄와 달리 감각과 이미지의 문법에는 연속성만큼이나 강렬한 비약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심리주의 소설에서의 의식의 흐름처럼 연속성이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의미의 층위에서 그 연속성을 발견하기는 어렵다. 망토의 언어라는 사실에 감각과 이미지의 문법이 더해짐으로써 이리영의 텍스트는 종종 오리무중, 불가해한 텍스트의 한계지점까지 나아간다. 이러한 특징은 시적 진술을 제시하는 방식에서도 분명하게 드러난다. 한 편의 시가 상당한 수의 연(聯)으로 분절되어 있다는 것, 그 분절 사이에 의미의 연속성이 드러나지 않는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요컨대 이리영의 시에 등장하는 수많은 분절은 그녀의 시적 사고가 감각과 이미지의 층위를 따라 전개됨으로써 발생하는 필연적 산물처럼 보인다.
- 고봉준(문학평론가)
목차
목차
제1부
망토ㆍ13/어항ㆍ14/푸른 셔츠ㆍ16/가방들ㆍ18/손톱ㆍ20/달아난 사슴ㆍ22/사랑의 도그마ㆍ24/건조주의보ㆍ25/하드보일드ㆍ26/물고기자리ㆍ28/덤불ㆍ30/두 번ㆍ32/첫사랑ㆍ34/우리의 르완다ㆍ36/계단과 목도리ㆍ38/밤ㆍ40/기다리는 류에게ㆍ41/환생ㆍ44
제2부
피리ㆍ47/조력자ㆍ48/한파ㆍ50/휴양지ㆍ52/흰 티셔츠ㆍ54/부서지는 집ㆍ56/옷장ㆍ58/얼룩말 사이에 있습니다ㆍ60/이곳이 밤이었을 때ㆍ62/시네마테크ㆍ64/엄마와 열기구ㆍ66/메리고라운드ㆍ68/정지 화면ㆍ70/빈집ㆍ72/홈리스ㆍ74/난간에 앉은 사람ㆍ78/세미나실ㆍ80
제3부
덩굴기계ㆍ85/가만한 세계ㆍ86/검은 원피스ㆍ88/종말론ㆍ90/욕조ㆍ92/좀 전까지 불꽃이 피어올랐다ㆍ94/도끼ㆍ96/사라지는 가계ㆍ98/피뢰침ㆍ100/블라인드ㆍ102/유리 포말ㆍ104/돔ㆍ105/일기ㆍ106/유리창의 세계ㆍ108/얼룩ㆍ110
해설 고봉준(문학평론가)ㆍ111
망토ㆍ13/어항ㆍ14/푸른 셔츠ㆍ16/가방들ㆍ18/손톱ㆍ20/달아난 사슴ㆍ22/사랑의 도그마ㆍ24/건조주의보ㆍ25/하드보일드ㆍ26/물고기자리ㆍ28/덤불ㆍ30/두 번ㆍ32/첫사랑ㆍ34/우리의 르완다ㆍ36/계단과 목도리ㆍ38/밤ㆍ40/기다리는 류에게ㆍ41/환생ㆍ44
제2부
피리ㆍ47/조력자ㆍ48/한파ㆍ50/휴양지ㆍ52/흰 티셔츠ㆍ54/부서지는 집ㆍ56/옷장ㆍ58/얼룩말 사이에 있습니다ㆍ60/이곳이 밤이었을 때ㆍ62/시네마테크ㆍ64/엄마와 열기구ㆍ66/메리고라운드ㆍ68/정지 화면ㆍ70/빈집ㆍ72/홈리스ㆍ74/난간에 앉은 사람ㆍ78/세미나실ㆍ80
제3부
덩굴기계ㆍ85/가만한 세계ㆍ86/검은 원피스ㆍ88/종말론ㆍ90/욕조ㆍ92/좀 전까지 불꽃이 피어올랐다ㆍ94/도끼ㆍ96/사라지는 가계ㆍ98/피뢰침ㆍ100/블라인드ㆍ102/유리 포말ㆍ104/돔ㆍ105/일기ㆍ106/유리창의 세계ㆍ108/얼룩ㆍ110
해설 고봉준(문학평론가)ㆍ111
저자
저자
이리영
서울에서 태어나 연세대학교 의류환경학과 졸업,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홍익대학교 대학원 미학과에서 헤겔의 예술 철학을 공부했다. 2018년 《시인동네》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번역서로 『아름다움』(로저 스크러튼 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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