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물음(문학의전당 시인선 3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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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적 상상력과 사랑의 언어
2010년 《문학세계》로 등단하고 2025년 충북문화재단 창작지원금을 수혜한 민선애 시인의 첫 시집 『타인의 물음』이 문학의전당 시인선 396으로 출간되었다. 민선애 시인은 세상의 여러 사건과 관계들을 하나의 텍스트로 합일하여 미증유의 신선하고 흥미 있는 텍스트로 재생산하였다. 또한 인간의 온갖 정서와 사랑의 맛과 멋이 함께 어우러져 새로운 우주적 사랑을 꽃피운다. 그렇게 이 시집은 상호의존적인 일체적 상상력과 폭넓은 사랑의 언어가 조응하는 ‘우리’로 태어나는 새로운 텃밭이 된다. 이러한 민선애 시인의 생태학적 세계관은 당대의 예술적 필요성과 ‘바꾸어 말하기’라는 현대시의 본질적 방법론이 직결된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그 사례로서 이 시집 『타인의 물음』은 독자들에게 다가갈 것이다.
2010년 《문학세계》로 등단하고 2025년 충북문화재단 창작지원금을 수혜한 민선애 시인의 첫 시집 『타인의 물음』이 문학의전당 시인선 396으로 출간되었다. 민선애 시인은 세상의 여러 사건과 관계들을 하나의 텍스트로 합일하여 미증유의 신선하고 흥미 있는 텍스트로 재생산하였다. 또한 인간의 온갖 정서와 사랑의 맛과 멋이 함께 어우러져 새로운 우주적 사랑을 꽃피운다. 그렇게 이 시집은 상호의존적인 일체적 상상력과 폭넓은 사랑의 언어가 조응하는 ‘우리’로 태어나는 새로운 텃밭이 된다. 이러한 민선애 시인의 생태학적 세계관은 당대의 예술적 필요성과 ‘바꾸어 말하기’라는 현대시의 본질적 방법론이 직결된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그 사례로서 이 시집 『타인의 물음』은 독자들에게 다가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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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민선애 시인의 첫 시집 『타인의 물음』은 생태학적 세계관 속에서 오래 묶은 씨간장처럼 깊은 맛과 울림을 담은 사랑의 언어로 우려낸 텍스트이다. 그것은 '타자 지향의 삶'이 가꾸어낸 아름다운 결실로서 향기 그윽한 꽃송이다. 짧지 않은 시간 동안 민선애 시인을 지켜본 필자는 그가 헌신적인 삶을 살아가는 현실적 천사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였다. 충주 시내에서 거주하다가 어머니가 폐암으로 고생하게 되자, 부모님이 계시는 음성군 시골집으로 이주해 함께 살면서 가사와 간호에 집중했다. 노년의 아버지를 모시고 살면서, 직장에 다니는 남편을 수발하고, 자식들을 양육하고, 농사일을 해 나가는 그야말로 팔방미인이요, 슈퍼우먼이었다. 이러한 삶의 자세는 효의 실천이면서 가족 사랑의 모범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2018년에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아버지와 함께 농사짓기까지 시작하면서 여성 농민이 되기도 했다. 이러한 삶의 모습은 나를 희생하고 남을 위해 사랑을 베푸는 타자 지향의 삶이라 요약하지 않을 수 없다. 시인의 이타적 삶을 살아가는 바탕에 자리 잡은 타자 지향 의식은 바로 '남이 나와 같다'라는 생태학적 세계관의 발현이라고 생각하고 그 결과가 이 시집 『타인의 물음』의 작품 세계라고 판단한다. 시인 자신의 표현대로 '호미와 펜 사이에서 건져 올린' 전일적(全一的) 세계에 핀 사랑의 꽃인 것이다. 이를테면 이런 것이다.
몇 달 동안 허리가 아팠다
묵정밭에 개망초와 명아주가 가슴까지 자랐다
반갑지 않은 흰 꽃들이 한 마을을 이뤘다
명아주는 곧 청려장이 될 기세다
예초기를 꺼내 시동을 건다
예초기 소리에 땅이 울린다
시퍼런 날이 춤을 출 때마다 장대 같은 풀이 쓰러진다
전쟁이다
노란 꽃술 위의 무당벌레가,
잔털 수북한 줄기에 붙은 딱정벌레가,
명아주 잎사귀 그늘에 다글다글 모여 사는 광대노린재가,
더듬이 높게 세우고 뒷다리 바짝 든 여치가,
강아지풀 줄기 잡고 그네 타는 방아깨비가
공중으로 튕겨 오른다
돌멩이가 날아오른다
날개가 찢기고 시퍼런 피가 사방으로 솟구친다
놀란 개구리들이 사방으로 뛴다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고
예초기의 날을 진정시킨다
날개 찢긴 방아깨비와 피를 나눠 가진 사마귀가
뒤늦은 참회를 한다
- 「뒤늦은 양심」 전문
지금 서정적 자아는 허리가 아픈 상태지만 예초기로 풀을 깎아야 하는 여성 농민이다. 그것은 자신의 편리를 위한 잡초 제거 노동이지만, 타자 지향의 눈을 뜨면 "날개가 찢기고 시퍼런 피가 사방으로 솟구"치는 무당벌레, 여치, 방아깨비 등의 죽음을 만나게 된다. 미물이라고 말들 하지만 등가(等價)의 생명을 이어가고 있는 벌레를 다치게 한 죄의식이 양심을 괴롭힌다. 이 '뒤늦은 양심'은 본래적 자아의 생명존중 사상이 있기에 가능하게 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래서 결국 서정적 자아는 "날개 찢긴 방아깨비와 피를 나눠" 갖는 피의 형제(Blood Brother)가 된다. 이는 생명의 일체성을 근간으로 하는 생태주의가 아닐 수 없다. 농업, 자연, 생명, 사랑 등이 하나의 정신적 벼리로 결속하는 언어조직으로 『타인의 물음』은 다가온다.
- 서범석(시인·문학평론가·대진대학교 명예교수)
몇 달 동안 허리가 아팠다
묵정밭에 개망초와 명아주가 가슴까지 자랐다
반갑지 않은 흰 꽃들이 한 마을을 이뤘다
명아주는 곧 청려장이 될 기세다
예초기를 꺼내 시동을 건다
예초기 소리에 땅이 울린다
시퍼런 날이 춤을 출 때마다 장대 같은 풀이 쓰러진다
전쟁이다
노란 꽃술 위의 무당벌레가,
잔털 수북한 줄기에 붙은 딱정벌레가,
명아주 잎사귀 그늘에 다글다글 모여 사는 광대노린재가,
더듬이 높게 세우고 뒷다리 바짝 든 여치가,
강아지풀 줄기 잡고 그네 타는 방아깨비가
공중으로 튕겨 오른다
돌멩이가 날아오른다
날개가 찢기고 시퍼런 피가 사방으로 솟구친다
놀란 개구리들이 사방으로 뛴다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고
예초기의 날을 진정시킨다
날개 찢긴 방아깨비와 피를 나눠 가진 사마귀가
뒤늦은 참회를 한다
- 「뒤늦은 양심」 전문
지금 서정적 자아는 허리가 아픈 상태지만 예초기로 풀을 깎아야 하는 여성 농민이다. 그것은 자신의 편리를 위한 잡초 제거 노동이지만, 타자 지향의 눈을 뜨면 "날개가 찢기고 시퍼런 피가 사방으로 솟구"치는 무당벌레, 여치, 방아깨비 등의 죽음을 만나게 된다. 미물이라고 말들 하지만 등가(等價)의 생명을 이어가고 있는 벌레를 다치게 한 죄의식이 양심을 괴롭힌다. 이 '뒤늦은 양심'은 본래적 자아의 생명존중 사상이 있기에 가능하게 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래서 결국 서정적 자아는 "날개 찢긴 방아깨비와 피를 나눠" 갖는 피의 형제(Blood Brother)가 된다. 이는 생명의 일체성을 근간으로 하는 생태주의가 아닐 수 없다. 농업, 자연, 생명, 사랑 등이 하나의 정신적 벼리로 결속하는 언어조직으로 『타인의 물음』은 다가온다.
- 서범석(시인·문학평론가·대진대학교 명예교수)
목차
목차
제1부
가을 13/고백 14/깨꽃 15/뒤늦은 양심 16/꽃마리 18/낮달이 익는 하루 19/눈치도 없이 20/달변가 21/꽃 따는 날 22/달팽이 학교 24/라이안의 一日 25/밀당 26/모시나비 28
제2부
바람이 부는 이유 31/씨간장 32/신비한 약국 34/묵은 사랑 36/방사선 37/백두옹 38/부추꽃자리 40/불청객 41/사랑의 매듭 42/뻐꾸기시계 44/사이 45/상추와 달팽이 46/스트레스 48/야학
제3부
참깨를 대하는 방식 53/파종 1 54/파종 2 55/나의 고추밭 56/어머니의 고추밭 58/쇠비름 59/자기애 60/종이집 62/충주시장애인심부름센터 63/두백이 장가보내는 날 64/잔디깎이 66/탑평리를 지나며 67/타인의 물음 68
제4부
밭고랑 위의 문장들 71/일상과 이별하기 72/조용한 안부 74/반성 75/마스크를 찾아서 76/춘분에 내리는 눈 78/안구건조증 79/얼굴이 약이에요 80/시간의 영수증 82/아프리카 83/시작 84/스리랑카에서 날아온 작은 새 86/한탄역(恨灘驛) 88
해설 서범석(시인·문학평론가·대진대학교 명예교수) 89
가을 13/고백 14/깨꽃 15/뒤늦은 양심 16/꽃마리 18/낮달이 익는 하루 19/눈치도 없이 20/달변가 21/꽃 따는 날 22/달팽이 학교 24/라이안의 一日 25/밀당 26/모시나비 28
제2부
바람이 부는 이유 31/씨간장 32/신비한 약국 34/묵은 사랑 36/방사선 37/백두옹 38/부추꽃자리 40/불청객 41/사랑의 매듭 42/뻐꾸기시계 44/사이 45/상추와 달팽이 46/스트레스 48/야학
제3부
참깨를 대하는 방식 53/파종 1 54/파종 2 55/나의 고추밭 56/어머니의 고추밭 58/쇠비름 59/자기애 60/종이집 62/충주시장애인심부름센터 63/두백이 장가보내는 날 64/잔디깎이 66/탑평리를 지나며 67/타인의 물음 68
제4부
밭고랑 위의 문장들 71/일상과 이별하기 72/조용한 안부 74/반성 75/마스크를 찾아서 76/춘분에 내리는 눈 78/안구건조증 79/얼굴이 약이에요 80/시간의 영수증 82/아프리카 83/시작 84/스리랑카에서 날아온 작은 새 86/한탄역(恨灘驛) 88
해설 서범석(시인·문학평론가·대진대학교 명예교수) 89
저자
저자
민선애
충북 음성에서 태어나 2010년 《문학세계》로 등단했다. 한국문인협회 충주지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2025년 충북문화재단 창작지원금을 수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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