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드라미 사진관(시인동네 시인선 259)
조평자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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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연민이 미학이 되기까지
2019년 《시에》 신인상을 수상하며 등단한 조평자 시인의 첫 시집 『맨드라미 사진관』이 시인동네 시인선 259로 출간되었다. 조평자 시인의 첫 시집 「맨드라미 사진관」은 슬픔과 고독, 존재론적 소외에 대한 시인의 날카로운 시선에서 탄생한다. 그의 첫 시집이 다소 늦게 탄생했듯이 조평자 시인은 허물어진 자리에 드러난 삶의 맨살을 집요하게 응시한다. 그러나 그 응시는 단순히 상실과 결핍을 기록하는 데 머물지 않고 잔여 위에 솟아오르는 새로운 의미의 가능성을 예민하게 사유하는 철학적 행위가 된다. 언어는 그 응시 속에서 흩어져 소멸되는 파도가 아니라 스스로 증식하며 끝내 불멸의 섬을 이룬다. 이렇게 모인 말들은 상실의 심연을 건너 우리에게 공감을 선사하고 희망을 열어젖히게 한다.
2019년 《시에》 신인상을 수상하며 등단한 조평자 시인의 첫 시집 『맨드라미 사진관』이 시인동네 시인선 259로 출간되었다. 조평자 시인의 첫 시집 「맨드라미 사진관」은 슬픔과 고독, 존재론적 소외에 대한 시인의 날카로운 시선에서 탄생한다. 그의 첫 시집이 다소 늦게 탄생했듯이 조평자 시인은 허물어진 자리에 드러난 삶의 맨살을 집요하게 응시한다. 그러나 그 응시는 단순히 상실과 결핍을 기록하는 데 머물지 않고 잔여 위에 솟아오르는 새로운 의미의 가능성을 예민하게 사유하는 철학적 행위가 된다. 언어는 그 응시 속에서 흩어져 소멸되는 파도가 아니라 스스로 증식하며 끝내 불멸의 섬을 이룬다. 이렇게 모인 말들은 상실의 심연을 건너 우리에게 공감을 선사하고 희망을 열어젖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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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해설 엿보기]
「맨드라미 사진관」은 '맨드라미'와 '사진관'의 단순한 명명이자 결합이 아니라 시인의 삶과 예술을 한데 아우르는 상징이다. 특히 「맨드라미」에서 드러나듯 '맨드라미'는 조평자 시인의 기억과 상처가 응축된 뿌리가 되는 셈이다. 그 뿌리 위에 세워진 '사진관'은 시인이 현재를 살아내는 자리를 드러내는 상징적 공간이다. "미결수 아버지가 실형을 떴다는 소문이 돌던 가을", "김일성 만세"를 외치며 놀리던 "옆 동네 사는 같은 반" 친구의 말은 '나'의 가슴에 낙인처럼 박혀 있다. 그 낙인은 시 속에서 "하염없이 붉은 꽃밭", "활활 불덩이"(「맨드라미」)로 형상화된다. 이 맨드라미는 개인사의 고통과 사회적 낙인이 뒤섞인 원초적 체험의 자리이며 그 기억은 치명적으로 붉고도 생생하다.
반면 '사진관'은 시인이 현재의 삶을 영위하는 노동의 구체적 공간이자, 언어가 세상과 만나는 창(窓)이다. 일가일신의 안위를 위해 사진작가로서 고객이 원하는 대로 증명사진과 영정사진, 가족사진과 독사진을 찍어주기도 하지만 때로 사진관은 "몹시 어렵"(「이천 원에 갇히다」)기도 하다. 그러나 그곳은 '동네'를 둘러싼 지역공동체의 결속력을 보여주는 이미지의 보고(寶庫)이기에, 시인은 그곳에서 만난 존재들을 증명하듯 그들을 기록해 나간다. 시인은 셔터에 포착된 고통과 슬픔, 실존의 고독이 보관된 아카이브와도 같은 사진관에서 텍스트로 이들의 삶 너머를 저장하고 다시 환기한다.
따라서 시집 제목인 '맨드라미 사진관'은 뿌리의 자리인 「맨드라미」와 현재의 시선을 담는 '사진관'을 이어, 과거 속 '나'의 상처와 현재의 '너'의 상처를 응시하는 긴장 속에서 공존하는 시인의 미학적 자리를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이 두 시어가 환기하는 의미는 단순한 회고와 직업적 표지(標識)가 아니라, 시인 조평자의 정체를 성립하게 하는 근원과 현존의 알레고리이다. 노동의 현장이 되는 '사진관'은 시인의 생존을 지탱하는 공간에서 확장되어 나가며 카메라가 보여줄 수 없는 존재의 마모된 삶과 시간의 속살을 보듬어주는 공간이 되는 것이다.
미결수 아버지가 실형을 떴다는 소문이 돌던 가을이었다
수업 마치고 맨드라미 핀
꽃밭 지나는데
옆 동네 사는 같은 반 그 아이와 눈이 마주쳤다
히죽 비웃으며
김일성 만세
놀려댔다
아니야, 아니야, 하는 순간 주먹이 날아왔다
나자빠진 채로 보았던 하염없이 붉은 꽃밭
활활 불덩이
아니야 아니야
맨드라미만 떠올랐다
김일성 만세!
김일성 만세!
그해 여름 술자리에서 아버지가 무심코 내뱉은…… 김·일·성·만·세
- 「맨드라미」 전문
이 시편은 상흔과 낙인, 사회적 억압 그리고 주체의 응시가 교차하는 서정시이다. 화자는 "미결수 아버지가 실형을 떴다는 소문이 돌던 가을"이라는 구체적 시공간을 내세워, 가족사적 불행의 파편이 일상적으로 내면에 각인되어 있음을 출발점으로 삼는다. 여기서 "맨드라미 핀/꽃밭"을 지나는 소녀는 "옆 동네 사는 같은 반" 또래의 눈길과 "히죽 비웃으며/김일성 만세"라는 조롱에 맞닥뜨린다. 이 장면은 단순한 어린 시절의 불쾌한 기억을 넘어 시대와 상황이 한 개인의 정체성과 존엄에 어떻게 상흔을 남기는지 뚜렷이 보여준다. "아니야, 아니야, 하는 순간 주먹이 날아왔다//나자빠진 채로 보았던 하염없이 붉은 꽃밭/활활 불덩이/아니야 아니야/맨드라미만 떠올랐다"라는 연속적 부정과 붉은 맨드라미의 이미지는, 연좌제처럼 뜻밖의 폭력과 그로 인한 충격을 '붉은색'의 낙인 혹은 흉터로 치환한다. 여기서 맨드라미는 단순한 꽃이 아니다. 붉게 화상처럼 남은 맨드라미는 "김일성 만세"라는 구호와 연결되며, 가해자의 언어가 피해자의 신체, 기억, 감정 모두에 깊게 각인되는 현실을 뜻한다. 맨드라미의 붉음은 어린 화자가 겪은 근원적 모멸과 부정의 언어를 역설적으로 부각한다. "그해 여름 술자리에서 아버지가 무심코 내뱉은…… 김·일·성·만·세" 이후 반복되는 "김일성 만세!"는,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뛰어넘어 사회와 역사, 이데올로기의 폭력까지 아우르는 압도적 운명으로 작동한다. 맨드라미는 붉은 고통이자 치유되지 않는 상처이며 내면의 화인(花印)이다.
- 염선옥(문학평론가)
「맨드라미 사진관」은 '맨드라미'와 '사진관'의 단순한 명명이자 결합이 아니라 시인의 삶과 예술을 한데 아우르는 상징이다. 특히 「맨드라미」에서 드러나듯 '맨드라미'는 조평자 시인의 기억과 상처가 응축된 뿌리가 되는 셈이다. 그 뿌리 위에 세워진 '사진관'은 시인이 현재를 살아내는 자리를 드러내는 상징적 공간이다. "미결수 아버지가 실형을 떴다는 소문이 돌던 가을", "김일성 만세"를 외치며 놀리던 "옆 동네 사는 같은 반" 친구의 말은 '나'의 가슴에 낙인처럼 박혀 있다. 그 낙인은 시 속에서 "하염없이 붉은 꽃밭", "활활 불덩이"(「맨드라미」)로 형상화된다. 이 맨드라미는 개인사의 고통과 사회적 낙인이 뒤섞인 원초적 체험의 자리이며 그 기억은 치명적으로 붉고도 생생하다.
반면 '사진관'은 시인이 현재의 삶을 영위하는 노동의 구체적 공간이자, 언어가 세상과 만나는 창(窓)이다. 일가일신의 안위를 위해 사진작가로서 고객이 원하는 대로 증명사진과 영정사진, 가족사진과 독사진을 찍어주기도 하지만 때로 사진관은 "몹시 어렵"(「이천 원에 갇히다」)기도 하다. 그러나 그곳은 '동네'를 둘러싼 지역공동체의 결속력을 보여주는 이미지의 보고(寶庫)이기에, 시인은 그곳에서 만난 존재들을 증명하듯 그들을 기록해 나간다. 시인은 셔터에 포착된 고통과 슬픔, 실존의 고독이 보관된 아카이브와도 같은 사진관에서 텍스트로 이들의 삶 너머를 저장하고 다시 환기한다.
따라서 시집 제목인 '맨드라미 사진관'은 뿌리의 자리인 「맨드라미」와 현재의 시선을 담는 '사진관'을 이어, 과거 속 '나'의 상처와 현재의 '너'의 상처를 응시하는 긴장 속에서 공존하는 시인의 미학적 자리를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이 두 시어가 환기하는 의미는 단순한 회고와 직업적 표지(標識)가 아니라, 시인 조평자의 정체를 성립하게 하는 근원과 현존의 알레고리이다. 노동의 현장이 되는 '사진관'은 시인의 생존을 지탱하는 공간에서 확장되어 나가며 카메라가 보여줄 수 없는 존재의 마모된 삶과 시간의 속살을 보듬어주는 공간이 되는 것이다.
미결수 아버지가 실형을 떴다는 소문이 돌던 가을이었다
수업 마치고 맨드라미 핀
꽃밭 지나는데
옆 동네 사는 같은 반 그 아이와 눈이 마주쳤다
히죽 비웃으며
김일성 만세
놀려댔다
아니야, 아니야, 하는 순간 주먹이 날아왔다
나자빠진 채로 보았던 하염없이 붉은 꽃밭
활활 불덩이
아니야 아니야
맨드라미만 떠올랐다
김일성 만세!
김일성 만세!
그해 여름 술자리에서 아버지가 무심코 내뱉은…… 김·일·성·만·세
- 「맨드라미」 전문
이 시편은 상흔과 낙인, 사회적 억압 그리고 주체의 응시가 교차하는 서정시이다. 화자는 "미결수 아버지가 실형을 떴다는 소문이 돌던 가을"이라는 구체적 시공간을 내세워, 가족사적 불행의 파편이 일상적으로 내면에 각인되어 있음을 출발점으로 삼는다. 여기서 "맨드라미 핀/꽃밭"을 지나는 소녀는 "옆 동네 사는 같은 반" 또래의 눈길과 "히죽 비웃으며/김일성 만세"라는 조롱에 맞닥뜨린다. 이 장면은 단순한 어린 시절의 불쾌한 기억을 넘어 시대와 상황이 한 개인의 정체성과 존엄에 어떻게 상흔을 남기는지 뚜렷이 보여준다. "아니야, 아니야, 하는 순간 주먹이 날아왔다//나자빠진 채로 보았던 하염없이 붉은 꽃밭/활활 불덩이/아니야 아니야/맨드라미만 떠올랐다"라는 연속적 부정과 붉은 맨드라미의 이미지는, 연좌제처럼 뜻밖의 폭력과 그로 인한 충격을 '붉은색'의 낙인 혹은 흉터로 치환한다. 여기서 맨드라미는 단순한 꽃이 아니다. 붉게 화상처럼 남은 맨드라미는 "김일성 만세"라는 구호와 연결되며, 가해자의 언어가 피해자의 신체, 기억, 감정 모두에 깊게 각인되는 현실을 뜻한다. 맨드라미의 붉음은 어린 화자가 겪은 근원적 모멸과 부정의 언어를 역설적으로 부각한다. "그해 여름 술자리에서 아버지가 무심코 내뱉은…… 김·일·성·만·세" 이후 반복되는 "김일성 만세!"는,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뛰어넘어 사회와 역사, 이데올로기의 폭력까지 아우르는 압도적 운명으로 작동한다. 맨드라미는 붉은 고통이자 치유되지 않는 상처이며 내면의 화인(花印)이다.
- 염선옥(문학평론가)
목차
목차
제1부
카나리아ㆍ13/배관ㆍ14/멸치ㆍ16/모과ㆍ17/맨드라미ㆍ18/문신사ㆍ20/뭇국ㆍ21/내가 있었네ㆍ22/삼천포ㆍ24/앵강다숲ㆍ25/급히 만든 영정사진ㆍ26/이천 원에 갇히다ㆍ28/두 아이ㆍ29/꽃이 범람하는 사진관ㆍ30/어린 신부ㆍ32
제2부
누군가의 떨림ㆍ35/웃지 않을 권리ㆍ36/이정수가 죽었다ㆍ38/사랑ㆍ40/뒷집ㆍ41/감수성ㆍ42/궁리ㆍ44/거울의 성질ㆍ45/마젠타는 어두운 여름과 저녁 사이에서ㆍ46/장미ㆍ48/당신과 목련ㆍ50/이탈ㆍ51/헤엄치는 나라ㆍ52/숨은 슬픔 찾기ㆍ54
제3부
북 치는 소리ㆍ57/바다가 보이는 공원ㆍ58/분꽃 염소ㆍ60/풍경ㆍ61/물고기체(體) 목도장ㆍ62/버터플라이ㆍ64/세탁기ㆍ66/부추꽃ㆍ67/겨울 낙서암ㆍ68/눈썹달ㆍ70/바다는 퇴고 중ㆍ71/반복적인 세계ㆍ72/산청ㆍ74/입술동백ㆍ75/참조기 굽는 냄새ㆍ76
제4부
편지ㆍ79/단풍나무 브릿지ㆍ80/죄책감의 주기ㆍ82/집에 가자ㆍ83/부재중ㆍ84/옆모습을 본다는 것은ㆍ86/추석ㆍ88/주문을 묶는 것처럼ㆍ89/무릎 꿇은 여자처럼ㆍ90/괜찮다, 뿌리!ㆍ92/목련ㆍ94/악보ㆍ95/햇무ㆍ96/폭우ㆍ98/이브ㆍ100
해설 염선옥(문학평론가)ㆍ101
카나리아ㆍ13/배관ㆍ14/멸치ㆍ16/모과ㆍ17/맨드라미ㆍ18/문신사ㆍ20/뭇국ㆍ21/내가 있었네ㆍ22/삼천포ㆍ24/앵강다숲ㆍ25/급히 만든 영정사진ㆍ26/이천 원에 갇히다ㆍ28/두 아이ㆍ29/꽃이 범람하는 사진관ㆍ30/어린 신부ㆍ32
제2부
누군가의 떨림ㆍ35/웃지 않을 권리ㆍ36/이정수가 죽었다ㆍ38/사랑ㆍ40/뒷집ㆍ41/감수성ㆍ42/궁리ㆍ44/거울의 성질ㆍ45/마젠타는 어두운 여름과 저녁 사이에서ㆍ46/장미ㆍ48/당신과 목련ㆍ50/이탈ㆍ51/헤엄치는 나라ㆍ52/숨은 슬픔 찾기ㆍ54
제3부
북 치는 소리ㆍ57/바다가 보이는 공원ㆍ58/분꽃 염소ㆍ60/풍경ㆍ61/물고기체(體) 목도장ㆍ62/버터플라이ㆍ64/세탁기ㆍ66/부추꽃ㆍ67/겨울 낙서암ㆍ68/눈썹달ㆍ70/바다는 퇴고 중ㆍ71/반복적인 세계ㆍ72/산청ㆍ74/입술동백ㆍ75/참조기 굽는 냄새ㆍ76
제4부
편지ㆍ79/단풍나무 브릿지ㆍ80/죄책감의 주기ㆍ82/집에 가자ㆍ83/부재중ㆍ84/옆모습을 본다는 것은ㆍ86/추석ㆍ88/주문을 묶는 것처럼ㆍ89/무릎 꿇은 여자처럼ㆍ90/괜찮다, 뿌리!ㆍ92/목련ㆍ94/악보ㆍ95/햇무ㆍ96/폭우ㆍ98/이브ㆍ100
해설 염선옥(문학평론가)ㆍ101
저자
저자
조평자
경남 사천에서 태어나 2019년 《시에》 신인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공저 『웃지 않을 권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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