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약 봄이라면(문학의전당 시인선 395)
공영구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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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共感), 지향을 넘어 원리로
1996년 《우리문학》, 2003년 《심상》으로 등단한 공영구 시인의 여섯 번째 시집 『내가 만약 봄이라면』이 문학의전당 시인선 395로 출간하였다. 공영구 시인은 ‘무엇’과 늘 함께하고자 한다. 이 ‘함께’는 시공간의 동시성을 전제하면서, 우리가 정신을 긍정하면 몸을 초월할 수 있는 존재라는 측면에서 ‘열린’이란 의미를 적극적으로 개진한다. 다시 말해, 어떤 대상과 함께하고자 할 때 그것이 사물이냐 사건이냐 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공영구 시인의 그 마음은 공감을 지향하면서 동시에 더 열린 그 무엇을 보려는 노력이라 이해할 수 있다. 그 노력은 몸의 직접성과 정신의 이차적 특질 ‘사이’에 있다. 그 사이를 읽는 것은 오롯이 독자들의 몫이다. 그 ‘사이’에서 독자들은 행복할 것이다.
1996년 《우리문학》, 2003년 《심상》으로 등단한 공영구 시인의 여섯 번째 시집 『내가 만약 봄이라면』이 문학의전당 시인선 395로 출간하였다. 공영구 시인은 ‘무엇’과 늘 함께하고자 한다. 이 ‘함께’는 시공간의 동시성을 전제하면서, 우리가 정신을 긍정하면 몸을 초월할 수 있는 존재라는 측면에서 ‘열린’이란 의미를 적극적으로 개진한다. 다시 말해, 어떤 대상과 함께하고자 할 때 그것이 사물이냐 사건이냐 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공영구 시인의 그 마음은 공감을 지향하면서 동시에 더 열린 그 무엇을 보려는 노력이라 이해할 수 있다. 그 노력은 몸의 직접성과 정신의 이차적 특질 ‘사이’에 있다. 그 사이를 읽는 것은 오롯이 독자들의 몫이다. 그 ‘사이’에서 독자들은 행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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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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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엿보기]
그것이 전부이기에, 한 생에 거쳐 우리는 쉬지 않고 변하고 때로는 변화를 강제당하기도 한다. 이 변화는 사태에 따라 영향 범주가 다르지만, 결국 몸과 마음, 사유와 정신에까지 그 영향을 미친다. 시간은 인생을 적절하게 '발효'하지만 그 당사자에게 별로 자비롭지 않다. 시간의 보편성(누구나 그렇다)과 비가역성(아무도 되돌리지 못한다)은 소멸을 향한 운명의 위로나 보상이 되지 못한다. 끝내 우리는 혼자인 존재일 뿐이고, 타자와 세계의 변화와 무관하게 주어진 제 길을 갈 뿐이다. 앞의 진술은 '눈앞에 놓은 시간'이라는 망치 때문에 빈틈없는 사실 같지만, 이 사실은 숨기고 있는 절반, 자기가 함축한 의미를 왜곡 없이 반사한다. '혼자인 존재'라는 인식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 존재는 세계를 선험적으로 인정하지 않거나, 타자를 자기 정체성의 일부로 받아들이지 않으면 그 즉시 '무화(無化)'하기 때문이다.
공영구 시인은 일의적으로 '시인'이라는 존재가 '독자', 독자가 될 무한 가능성의 '잠재적 타자'에 의존한다는 것을 시인하는 겸양을 보여준다. 그는 "용기가 시들어 8년 만에 시집을 엮는다."라고 「시인의 말」에서 고백한다. 이유는 "자신만만하여 신나게 살았는데/이젠 나 자신도 못 믿고 조심조심 살고 있다./말 한마디, 행동거지, 걸음걸이, 돈 씀씀이도 그렇"게 된 생활의 자세를 드러내고, "하물며 시 한 편이야 오죽하랴."라며 자기 성찰을 빼놓지 않는다. 이런 '용기'는 시인이 진실한 독자를 미리 상상하지 않고는 불가능하다. 시인은 비록 꽤 긴 간격이 있었지만, 그래도 자신의 작품이 독자들(혹은 잠재적 독자로서 '자연')과 한 호흡, 숨결을 맞춰볼 수 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풀밭에서 자유로이 풀 뜯는 염소들은 어디 가고
말뚝에 매여서 빙빙 도는 가여운 염소가 넓은 하늘을 품고 있다
염소에게 다가가서 '어이~' 하니 '매에~' 한다
다시 '어이~' 하니 '매에~' 한다
자꾸 듣다 보니 어매가 된다
그래, 배 불룩하고 입을 실룩거리는 걸 보니 새끼 낳을 때가 된 모양이다
어매가 될 모양이다
키울 걱정, 먹일 걱정이 앞서도
어매는 좋아도 어매, 싫어도 어매다
빙글빙글 돌아가며 싫든 좋든 한세상 살아가자
너처럼 말뚝에서 계속 돌아도 아무 일 없듯이 혼자서 매에~만 부르지 말고
나와 같이 어매를 부르며 살자
어매는 너와 나의 따뜻한 숨결이다
- 「어매」 전문
현재 인류에게 공통의 언어는 없지만, 감정을 직접 표출하는 모음 계열의 소리는 거의 같다. 의미를 분절해야 하는 단어의 경우, 가장 원초적 관계라 할 수 있는 '엄마, 아빠'(이것은 우리에게 익숙한 한국어 표기일 뿐, 실제 소리의 유사성은 이 표기보다 훨씬 밀접하다)가 가장 높은 빈도의 유사성을 보인다.
인용 시에서 시인은 일종의 실험(현상이든 상상이든)을 한다. "염소에게 다가가서 '어이∽' 하니 '매에∽' 한다" 한 번이 아니라 여러 차례 거듭해서, 내가 '어이~' 하고 염소가 '매에~' 하는 시간 간격을 극복하고 '어매'라고 듣게 된다. 이 '어매'는 부르고, 대답하는 단순한 시간 차이 이상인 '호명과 응답'이라는 주객 상태마저 뛰어넘어 '어매'라는 한 형질에 닿는다. 이는 부르는 행위보다 이후일지라도 더 원초적인 결과가 있다. 염소는 어매가 될 모양이기 때문이다. 시인은 "어매는 좋아도 어매, 싫어도 어매다"라는 자기 성찰의 내용을 이제 곧 어매가 될 염소에게 투영한다. "어매는 너와 나의 따뜻한 숨결"임을 알기 때문이다. 너는 곧 '어매'가 되고, 나는 늘 '어매'를 그리워하는 상황, 이 같고도 다름이 들숨 날숨처럼 생명의 역사이고 '숨결'이기 때문이다.
- 백인덕(시인)
그것이 전부이기에, 한 생에 거쳐 우리는 쉬지 않고 변하고 때로는 변화를 강제당하기도 한다. 이 변화는 사태에 따라 영향 범주가 다르지만, 결국 몸과 마음, 사유와 정신에까지 그 영향을 미친다. 시간은 인생을 적절하게 '발효'하지만 그 당사자에게 별로 자비롭지 않다. 시간의 보편성(누구나 그렇다)과 비가역성(아무도 되돌리지 못한다)은 소멸을 향한 운명의 위로나 보상이 되지 못한다. 끝내 우리는 혼자인 존재일 뿐이고, 타자와 세계의 변화와 무관하게 주어진 제 길을 갈 뿐이다. 앞의 진술은 '눈앞에 놓은 시간'이라는 망치 때문에 빈틈없는 사실 같지만, 이 사실은 숨기고 있는 절반, 자기가 함축한 의미를 왜곡 없이 반사한다. '혼자인 존재'라는 인식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 존재는 세계를 선험적으로 인정하지 않거나, 타자를 자기 정체성의 일부로 받아들이지 않으면 그 즉시 '무화(無化)'하기 때문이다.
공영구 시인은 일의적으로 '시인'이라는 존재가 '독자', 독자가 될 무한 가능성의 '잠재적 타자'에 의존한다는 것을 시인하는 겸양을 보여준다. 그는 "용기가 시들어 8년 만에 시집을 엮는다."라고 「시인의 말」에서 고백한다. 이유는 "자신만만하여 신나게 살았는데/이젠 나 자신도 못 믿고 조심조심 살고 있다./말 한마디, 행동거지, 걸음걸이, 돈 씀씀이도 그렇"게 된 생활의 자세를 드러내고, "하물며 시 한 편이야 오죽하랴."라며 자기 성찰을 빼놓지 않는다. 이런 '용기'는 시인이 진실한 독자를 미리 상상하지 않고는 불가능하다. 시인은 비록 꽤 긴 간격이 있었지만, 그래도 자신의 작품이 독자들(혹은 잠재적 독자로서 '자연')과 한 호흡, 숨결을 맞춰볼 수 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풀밭에서 자유로이 풀 뜯는 염소들은 어디 가고
말뚝에 매여서 빙빙 도는 가여운 염소가 넓은 하늘을 품고 있다
염소에게 다가가서 '어이~' 하니 '매에~' 한다
다시 '어이~' 하니 '매에~' 한다
자꾸 듣다 보니 어매가 된다
그래, 배 불룩하고 입을 실룩거리는 걸 보니 새끼 낳을 때가 된 모양이다
어매가 될 모양이다
키울 걱정, 먹일 걱정이 앞서도
어매는 좋아도 어매, 싫어도 어매다
빙글빙글 돌아가며 싫든 좋든 한세상 살아가자
너처럼 말뚝에서 계속 돌아도 아무 일 없듯이 혼자서 매에~만 부르지 말고
나와 같이 어매를 부르며 살자
어매는 너와 나의 따뜻한 숨결이다
- 「어매」 전문
현재 인류에게 공통의 언어는 없지만, 감정을 직접 표출하는 모음 계열의 소리는 거의 같다. 의미를 분절해야 하는 단어의 경우, 가장 원초적 관계라 할 수 있는 '엄마, 아빠'(이것은 우리에게 익숙한 한국어 표기일 뿐, 실제 소리의 유사성은 이 표기보다 훨씬 밀접하다)가 가장 높은 빈도의 유사성을 보인다.
인용 시에서 시인은 일종의 실험(현상이든 상상이든)을 한다. "염소에게 다가가서 '어이∽' 하니 '매에∽' 한다" 한 번이 아니라 여러 차례 거듭해서, 내가 '어이~' 하고 염소가 '매에~' 하는 시간 간격을 극복하고 '어매'라고 듣게 된다. 이 '어매'는 부르고, 대답하는 단순한 시간 차이 이상인 '호명과 응답'이라는 주객 상태마저 뛰어넘어 '어매'라는 한 형질에 닿는다. 이는 부르는 행위보다 이후일지라도 더 원초적인 결과가 있다. 염소는 어매가 될 모양이기 때문이다. 시인은 "어매는 좋아도 어매, 싫어도 어매다"라는 자기 성찰의 내용을 이제 곧 어매가 될 염소에게 투영한다. "어매는 너와 나의 따뜻한 숨결"임을 알기 때문이다. 너는 곧 '어매'가 되고, 나는 늘 '어매'를 그리워하는 상황, 이 같고도 다름이 들숨 날숨처럼 생명의 역사이고 '숨결'이기 때문이다.
- 백인덕(시인)
목차
목차
제1부
보고 싶은 꽃 13/옹이 14/탁란 15/쉴 권리 16/잔돌 왕돌 18/포도 새순 19/뻐꾹 뻑뻑국 1 20/뻐꾹 뻑뻑국 2 22/눈물의 맛 23/헛똑똑이 24/알 솎기 26/곡우 27/잡초 28/추수 30/찔레꽃 31/포도 봉지 싸기 32
제2부
앉은자리 35/장난치지 마 36/난생처음 37/장미 지다 38/보고 또 보고 40/엄마의 꽃 41/안동댁 권 여사 42/내가 만약 봄이라면 44/단풍 들면 45/황당한 일 46/한마음 48/꽃샘추위 49/하찮은 행복 50/정월대보름 52/비오리 53/가을의 수다 54
제3부
오래된 여인 57/짜치가 58/진심 60/벌침 61/등 62/빈집 2 64/오판 65/빨간 빤스 66/노을 한 장 68/도둑놈 지팡이 69/앉은 굴뚝이 그리운 날 70/띠살문 창호지 72/동화사 꽃살문 73/밥줄 74/세상 참 76
제4부
어매 79/그 말이 딱 맞네요 80/고향처럼 81/점령군 82/허튼짓 84/가을 상추 85/그림자 86/다시 영지에서 88/선바위 89/물돌이 마을 90/강물은 부챗살로 흐른다 92/지게 93/신발 한 켤레 94/시심 96/그래도 잘 살았다 97/꽃잔디 98
해설 백인덕(시인) 99
보고 싶은 꽃 13/옹이 14/탁란 15/쉴 권리 16/잔돌 왕돌 18/포도 새순 19/뻐꾹 뻑뻑국 1 20/뻐꾹 뻑뻑국 2 22/눈물의 맛 23/헛똑똑이 24/알 솎기 26/곡우 27/잡초 28/추수 30/찔레꽃 31/포도 봉지 싸기 32
제2부
앉은자리 35/장난치지 마 36/난생처음 37/장미 지다 38/보고 또 보고 40/엄마의 꽃 41/안동댁 권 여사 42/내가 만약 봄이라면 44/단풍 들면 45/황당한 일 46/한마음 48/꽃샘추위 49/하찮은 행복 50/정월대보름 52/비오리 53/가을의 수다 54
제3부
오래된 여인 57/짜치가 58/진심 60/벌침 61/등 62/빈집 2 64/오판 65/빨간 빤스 66/노을 한 장 68/도둑놈 지팡이 69/앉은 굴뚝이 그리운 날 70/띠살문 창호지 72/동화사 꽃살문 73/밥줄 74/세상 참 76
제4부
어매 79/그 말이 딱 맞네요 80/고향처럼 81/점령군 82/허튼짓 84/가을 상추 85/그림자 86/다시 영지에서 88/선바위 89/물돌이 마을 90/강물은 부챗살로 흐른다 92/지게 93/신발 한 켤레 94/시심 96/그래도 잘 살았다 97/꽃잔디 98
해설 백인덕(시인) 99
저자
저자
공영구
경북 영천에서 태어나 1996년 《우리문학》, 2003년 《심상》 신인상을 수상하며 등단했다. 시집 『엄마의 땅』 『여자가 거울을 보는 것은』 『오늘 하루』 『달빛 비우기』 『누치 떼를 보다』, 문집 『방앗간집 아이들』 상·중·하, 칼럼집 『말 부자의 완행열차』 등을 펴냈다. 《영남문학》 편집주간, 한국문인협회 대구광역시 지회장을 역임했으며, 민족문학상 우수상, 대한민국 예총 문화상, 대구광역시 문화상을 수상했다. 이후문학회, 일일문학회 회원, 두산문화센터 '시 감상 및 창작반' 책임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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