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서로에게 닿을까 봐(시인동네 시인선 262)
이향 시집
Regular price
$13.48
Sale price
Regular price
✈️
Estimated delivery date 예상 배송일
Standard Shipping
불러오는 중...
주문일로부터 8-12 영업일
Express Shipping
불러오는 중...
주문일로부터 6-8 영업일
어떤 세계는 너무 황홀해서 눈을 뗄 수가 없다
2002년 《매일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이향 시인의 세 번째 시집 『우리는 서로에게 닿을까 봐』가 시인동네 시인선 262로 출간되었다. 이향 시집에서 ‘밤’과 ‘그늘’과 ‘그림자’는 하나의 계열을 이루면서 ‘낮’과 다른 세계/질서를 구축한다. 그것은 시인과 독자 모두를 ‘밤’의 세계로 데려가고, ‘밤’과 대면시킨다. 철학자 하이데거는 이러한 ‘밤’과의 조우에서 공포와 절망을 호소했으나, 이향 시인에게 ‘밤’은 ‘낮’의 밝은 빛 때문에 볼 수 없었던, 인간의 목소리 때문에 들을 수 없었던 세계가 ‘탄생’하는 매혹의 순간을 선사한다. 모든 사랑이 그러하듯이, 시와 예술은 이미-항상 ‘밤’에 탄생한다. 물론 ‘낮’이 있기에 ‘밤’이 존재한다. 하지만 ‘밤’은 ‘낮’의 언어로는 닿을 수 없는 또 다른 세계/질서 속으로 이향 시인은 조용히 독자를 끌고 들어간다. 그 세계는 황홀하다.
2002년 《매일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이향 시인의 세 번째 시집 『우리는 서로에게 닿을까 봐』가 시인동네 시인선 262로 출간되었다. 이향 시집에서 ‘밤’과 ‘그늘’과 ‘그림자’는 하나의 계열을 이루면서 ‘낮’과 다른 세계/질서를 구축한다. 그것은 시인과 독자 모두를 ‘밤’의 세계로 데려가고, ‘밤’과 대면시킨다. 철학자 하이데거는 이러한 ‘밤’과의 조우에서 공포와 절망을 호소했으나, 이향 시인에게 ‘밤’은 ‘낮’의 밝은 빛 때문에 볼 수 없었던, 인간의 목소리 때문에 들을 수 없었던 세계가 ‘탄생’하는 매혹의 순간을 선사한다. 모든 사랑이 그러하듯이, 시와 예술은 이미-항상 ‘밤’에 탄생한다. 물론 ‘낮’이 있기에 ‘밤’이 존재한다. 하지만 ‘밤’은 ‘낮’의 언어로는 닿을 수 없는 또 다른 세계/질서 속으로 이향 시인은 조용히 독자를 끌고 들어간다. 그 세계는 황홀하다.
Couldn't load pickup availability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이향의 시는 일상적 경험에서 시작된다. 이것은 이향의 시가 일상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거나 그 세계를 충실하게 재현한다는 뜻이 아니다. 우리는 '밤'에 관해 이야기하면서 '나무'가 걸어 나오기 위해서는 이미-항상 '나무'가 존재해야 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이향의 시에서 '밤'은 '낮'과 완전히 단절된 시간이 아니라는 것, '밤'은 '낮'의 이면, 타자, 그림자, 궁극적으로는 잔여와 유사한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시인에게 일상은 빠져나오기 위해 선차적으로 존재해야 하는 '낮'의 시간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향의 시는 '밤'이 열어젖히는 '언어'의 행로를 따라 이 '일상=낮'의 세계에서 벗어나는 출구 찾기이다.
밤에 나무는 나무가 되지 않으려고 하늘로 오른다 나무에서 멀리 더 멀리 가려고 부글거리며 끓어오른다 밤에 나무는 나무가 되지 않으려고 숲으로 간다 숲은 검게 타올라 어둠의 집을 크게 가진다 밤에 나무는 춤춘다
다시 돌아가지 않으려고 격렬하게 제 흰 그림자를 떨어뜨린다
우리는 사랑을 가지려고 아무렇지도 않게 밤을 밟고 지나갔다
나무는 안다 밤이 되어서야 오롯이 나무가 된다는 걸 숲이 거대한 불안에 휩싸여 희게 뱉어질 때
한쪽 가슴에 죽은 새를 안고
은빛 촛대를 들고
한 잎 한 잎 당신을 생각하느라
나무는
밤에 나무는 조금만 잠든다
- 「나무는 조금만 잠든다」 전문
'나무'는 시인이 가장 선호하는 시적 대상이다. 첫 시집에 등장하는 "나무는 나무에서 걸어 나오고"(「밤의 그늘」)라는 진술만이 아니라 두 번째 시집에 수록된 "나무는 빗속으로 희게 타들어 가고 있다"(「나무의 밤」) 등에서 확인되듯이 이향의 시에서 '나무'는 '밤'과 함께 등장해 화자를 '낮'의 잔여로 견인하는 대표적인 사물이다. 이런 의미에서 '나무'가 이향의 시세계로 들어가는 유력한 입구라고 말해도 과장이 아닐 듯하다. 두 번째 시집 『침묵이 침묵에게』 역시 비탈을 기어오르고 있는 나무의 형상으로 시작된다. "검푸른 치마를 걷어 올리고 나무들이 기어오른다"(「비탈」)라는 진술이 그것이다. "통째로 뽑힌 나무의 하부"(「비탈」)를 드러낸 채 비탈에 위태롭게 뿌리내리고 있는 나무의 형상, 시인에게 그것은 검푸른 치마를 걷어 올리고 비탈을 기어오르는 한 여성의 모습으로 각인되고 있다. 이와 유사하게 인용 시에서 화자에게 '밤'의 '나무'는 "나무가 되지 않으려고 하늘로 오"르는 형상으로 가시화된다. 나무가 되지 않기 위해 "나무에서 멀리 더 멀리 가려고 부글거리며 끓어오"르는 나무는 나무이면서 동시에 나무가 아니다. 아니, '낮'과 '밤'에 걸쳐 있는 이 사이-존재로서의 나무야말로 "오롯이 나무"가 된 상태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왜냐하면 '낮'의 시간에 속한 '나무'는 이미-항상 인간을 전제한 존재, 가령 풍경의 일부이거나 인간의 삶을 위한 유용한 수단, 그러니까 '대상'의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때의 '나무'는 존재하지만 이미-항상 수단이나 도구로서 존재할 뿐 스스로 존재감을 드러내면서 존재하는 것, 요컨대 "오롯이 나무"로 존재한다고 말하기 어렵다.
반면 '밤'의 시간에 속하는 '나무'는 나무를 빠져나온 나무, 나무가 되지 않으려고 하늘로 솟아오르는 나무, "나무에서 멀리 더 멀리 가려고 부글거리며 끓어오르는 나무"처럼 오직 '나무'로 존재할 따름이다. "밤에 나무는 나무가 되지 않으려고 숲으로 간다"라는 진술처럼 시인은 '숲'을 나무에서 벗어난 나무의 형태로 인지한다. '숲'이라는 새로운 배치의 일부로서의 '나무'는 한 그루, 즉 단독자로 존재하는 '나무'와 다르다. "밤에 나무는 춤춘다"라는 표현처럼 이러한 특징은 특히 '밤'에 분명하게 드러난다. 시인은 숲의 일부로서 다른 나무와 더불어 어둠에 잠긴 상태에서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의 형상에서 "다시 돌아가지 않으려고 격렬하게 제 흰 그림자를 떨어뜨"리는 듯한 모습을 발견한다. '밤'의 시간 속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나무'를 가리켜 시인은 그것이 깨어있다고, 조금만 잠들었다고 표현하고 있다. 어쩌면 인간이, 인간적인 것들이 잠든 '밤'이야말로 '사물'이 제 모습을 드러내는 시간, 즉 사물의 시간은 아닐까. '인간'의 세계가 잠에 빠질 때, 그리하여 침묵할 때 비로소 '사물'의 세계가 입을 여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때 시인은 이 사물의 목소리를 듣는 존재일 것이다.
- 고봉준(문학평론가)
[시인의 산문]
돌을 무심히 던져두거나 가끔 쓰다듬다가
어느 날은 물에게 돌려주고 온 적 있다.
잘 말해주지 못한 것에 대해
애도의 방식일까
슬픔은 멈췄으나 그 무늬는 아직 일렁이고,
그것을 뒤집었을 때
우리는 입을 다물었는지 모른다.
당신이 당신에게 가는 것처럼
밤에 나무는 나무가 되지 않으려고 하늘로 오른다 나무에서 멀리 더 멀리 가려고 부글거리며 끓어오른다 밤에 나무는 나무가 되지 않으려고 숲으로 간다 숲은 검게 타올라 어둠의 집을 크게 가진다 밤에 나무는 춤춘다
다시 돌아가지 않으려고 격렬하게 제 흰 그림자를 떨어뜨린다
우리는 사랑을 가지려고 아무렇지도 않게 밤을 밟고 지나갔다
나무는 안다 밤이 되어서야 오롯이 나무가 된다는 걸 숲이 거대한 불안에 휩싸여 희게 뱉어질 때
한쪽 가슴에 죽은 새를 안고
은빛 촛대를 들고
한 잎 한 잎 당신을 생각하느라
나무는
밤에 나무는 조금만 잠든다
- 「나무는 조금만 잠든다」 전문
'나무'는 시인이 가장 선호하는 시적 대상이다. 첫 시집에 등장하는 "나무는 나무에서 걸어 나오고"(「밤의 그늘」)라는 진술만이 아니라 두 번째 시집에 수록된 "나무는 빗속으로 희게 타들어 가고 있다"(「나무의 밤」) 등에서 확인되듯이 이향의 시에서 '나무'는 '밤'과 함께 등장해 화자를 '낮'의 잔여로 견인하는 대표적인 사물이다. 이런 의미에서 '나무'가 이향의 시세계로 들어가는 유력한 입구라고 말해도 과장이 아닐 듯하다. 두 번째 시집 『침묵이 침묵에게』 역시 비탈을 기어오르고 있는 나무의 형상으로 시작된다. "검푸른 치마를 걷어 올리고 나무들이 기어오른다"(「비탈」)라는 진술이 그것이다. "통째로 뽑힌 나무의 하부"(「비탈」)를 드러낸 채 비탈에 위태롭게 뿌리내리고 있는 나무의 형상, 시인에게 그것은 검푸른 치마를 걷어 올리고 비탈을 기어오르는 한 여성의 모습으로 각인되고 있다. 이와 유사하게 인용 시에서 화자에게 '밤'의 '나무'는 "나무가 되지 않으려고 하늘로 오"르는 형상으로 가시화된다. 나무가 되지 않기 위해 "나무에서 멀리 더 멀리 가려고 부글거리며 끓어오"르는 나무는 나무이면서 동시에 나무가 아니다. 아니, '낮'과 '밤'에 걸쳐 있는 이 사이-존재로서의 나무야말로 "오롯이 나무"가 된 상태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왜냐하면 '낮'의 시간에 속한 '나무'는 이미-항상 인간을 전제한 존재, 가령 풍경의 일부이거나 인간의 삶을 위한 유용한 수단, 그러니까 '대상'의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때의 '나무'는 존재하지만 이미-항상 수단이나 도구로서 존재할 뿐 스스로 존재감을 드러내면서 존재하는 것, 요컨대 "오롯이 나무"로 존재한다고 말하기 어렵다.
반면 '밤'의 시간에 속하는 '나무'는 나무를 빠져나온 나무, 나무가 되지 않으려고 하늘로 솟아오르는 나무, "나무에서 멀리 더 멀리 가려고 부글거리며 끓어오르는 나무"처럼 오직 '나무'로 존재할 따름이다. "밤에 나무는 나무가 되지 않으려고 숲으로 간다"라는 진술처럼 시인은 '숲'을 나무에서 벗어난 나무의 형태로 인지한다. '숲'이라는 새로운 배치의 일부로서의 '나무'는 한 그루, 즉 단독자로 존재하는 '나무'와 다르다. "밤에 나무는 춤춘다"라는 표현처럼 이러한 특징은 특히 '밤'에 분명하게 드러난다. 시인은 숲의 일부로서 다른 나무와 더불어 어둠에 잠긴 상태에서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의 형상에서 "다시 돌아가지 않으려고 격렬하게 제 흰 그림자를 떨어뜨"리는 듯한 모습을 발견한다. '밤'의 시간 속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나무'를 가리켜 시인은 그것이 깨어있다고, 조금만 잠들었다고 표현하고 있다. 어쩌면 인간이, 인간적인 것들이 잠든 '밤'이야말로 '사물'이 제 모습을 드러내는 시간, 즉 사물의 시간은 아닐까. '인간'의 세계가 잠에 빠질 때, 그리하여 침묵할 때 비로소 '사물'의 세계가 입을 여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때 시인은 이 사물의 목소리를 듣는 존재일 것이다.
- 고봉준(문학평론가)
[시인의 산문]
돌을 무심히 던져두거나 가끔 쓰다듬다가
어느 날은 물에게 돌려주고 온 적 있다.
잘 말해주지 못한 것에 대해
애도의 방식일까
슬픔은 멈췄으나 그 무늬는 아직 일렁이고,
그것을 뒤집었을 때
우리는 입을 다물었는지 모른다.
당신이 당신에게 가는 것처럼
목차
목차
제1부
돌에게ㆍ13/거울ㆍ14/너의 방식으로ㆍ16/접시는 매일 조심한다ㆍ18/나는 공이 되어가고 있다ㆍ20/쉼보르스카ㆍ22/그렇게 알게 되었을까ㆍ24/책상은 태어난다ㆍ26/연인들은 눈이 온다ㆍ28/아침마다 시집이 도착했다ㆍ30/월식ㆍ32/악몽ㆍ34/슬픔을 확인하러 갔다ㆍ36
제2부
작약ㆍ39/누가 장미에게 꽃을 주었을까ㆍ40/빌어먹을 옐로우ㆍ42/삶은 계란ㆍ44/두부 같은 날ㆍ46/액자ㆍ48/오늘의 형태ㆍ50/나무는 조금만 잠든다ㆍ52/우리는 같은 계절을 겹쳐 입고도ㆍ54/바다라는 감정ㆍ56/안전문자ㆍ58/캐리어ㆍ60/당신의 안부ㆍ62
제3부
오, 아름다운 잠ㆍ65/혼자 있을 때 밤이 왔다ㆍ66/허기ㆍ68/질문들ㆍ70/유빙ㆍ72/어쩌다 꽃다발을 받을 때ㆍ74/백일홍ㆍ75/저녁을 희게 널었다ㆍ76/당근마켓ㆍ78/풀밭ㆍ80/이사ㆍ82/낮달ㆍ83/엔딩 크레딧ㆍ84/우리가 빛이라 생각하는 모든 것ㆍ86/해남ㆍ88
제4부
북향ㆍ91/입김ㆍ92/언제까지 잠들 수 있을까ㆍ94/세 개의 바다ㆍ96/여행ㆍ99/백야ㆍ100/사주 타로 카페ㆍ102/슬픔이 돌아올까ㆍ104/그것은 겨울이 주고 간 것ㆍ106/문 앞에서ㆍ108/긴 계절이 있었다ㆍ110/봄ㆍ112
해설 고봉준(문학평론가)ㆍ113
돌에게ㆍ13/거울ㆍ14/너의 방식으로ㆍ16/접시는 매일 조심한다ㆍ18/나는 공이 되어가고 있다ㆍ20/쉼보르스카ㆍ22/그렇게 알게 되었을까ㆍ24/책상은 태어난다ㆍ26/연인들은 눈이 온다ㆍ28/아침마다 시집이 도착했다ㆍ30/월식ㆍ32/악몽ㆍ34/슬픔을 확인하러 갔다ㆍ36
제2부
작약ㆍ39/누가 장미에게 꽃을 주었을까ㆍ40/빌어먹을 옐로우ㆍ42/삶은 계란ㆍ44/두부 같은 날ㆍ46/액자ㆍ48/오늘의 형태ㆍ50/나무는 조금만 잠든다ㆍ52/우리는 같은 계절을 겹쳐 입고도ㆍ54/바다라는 감정ㆍ56/안전문자ㆍ58/캐리어ㆍ60/당신의 안부ㆍ62
제3부
오, 아름다운 잠ㆍ65/혼자 있을 때 밤이 왔다ㆍ66/허기ㆍ68/질문들ㆍ70/유빙ㆍ72/어쩌다 꽃다발을 받을 때ㆍ74/백일홍ㆍ75/저녁을 희게 널었다ㆍ76/당근마켓ㆍ78/풀밭ㆍ80/이사ㆍ82/낮달ㆍ83/엔딩 크레딧ㆍ84/우리가 빛이라 생각하는 모든 것ㆍ86/해남ㆍ88
제4부
북향ㆍ91/입김ㆍ92/언제까지 잠들 수 있을까ㆍ94/세 개의 바다ㆍ96/여행ㆍ99/백야ㆍ100/사주 타로 카페ㆍ102/슬픔이 돌아올까ㆍ104/그것은 겨울이 주고 간 것ㆍ106/문 앞에서ㆍ108/긴 계절이 있었다ㆍ110/봄ㆍ112
해설 고봉준(문학평론가)ㆍ113
저자
저자
이향
경북 감포에서 태어나 2002년 《매일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침묵이 침묵에게』 『희다』가 있다.
Payment & Security
Payment methods
Your payment information is processed securely. We do not store credit card details nor have access to your credit card informatio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