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손을 잡는 순간 지구에 꽃이 핀다(문학의전당 시인선 396)
임명철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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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적인 너무나 시적인 순간들
2023년 《문학시대》로 등단하고 2025년 강원문화재단 창작지원금을 수혜한 임명철 시인의 첫 시집 『너의 손을 잡는 순간 지구에 꽃이 핀다』가 문학의전당 시인선 395로 출간되었다. 임명철 시집에 실린 시들은 대부분 순수한 서정의 ‘시적’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흐르는 물처럼 잘 읽힌다. 얄팍한 기교나 현학적, 관념적인 시어를 찾아보기 어렵다. 이렇게 시인으로서의 기본적 태도를 취하고 있다는 것은 앞으로 임명철 시인이 계속 좋은 시들을 선보일 수 있음을 반증한다. 한 편의 시를 완성하기 위해 그동안 임명철 시인이 보낸 인내와 인고의 시간을 생각하면, 이 시집은 천천히 음미하며 읽어볼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2023년 《문학시대》로 등단하고 2025년 강원문화재단 창작지원금을 수혜한 임명철 시인의 첫 시집 『너의 손을 잡는 순간 지구에 꽃이 핀다』가 문학의전당 시인선 395로 출간되었다. 임명철 시집에 실린 시들은 대부분 순수한 서정의 ‘시적’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흐르는 물처럼 잘 읽힌다. 얄팍한 기교나 현학적, 관념적인 시어를 찾아보기 어렵다. 이렇게 시인으로서의 기본적 태도를 취하고 있다는 것은 앞으로 임명철 시인이 계속 좋은 시들을 선보일 수 있음을 반증한다. 한 편의 시를 완성하기 위해 그동안 임명철 시인이 보낸 인내와 인고의 시간을 생각하면, 이 시집은 천천히 음미하며 읽어볼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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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임명철의 시에서 우선 눈에 띄는 것은 '귀향 의식'이다. 귀향이란 무엇인가? 쉽게 말해 태어난 곳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바람이다. 연어가 아무리 먼 바다로 나가더라도 그들이 태어난 곳으로 돌아오듯이, 인간도 연어 같지는 못하지만 자기가 태어난 곳을 찾고자 하고, 어릴 적 대했던 모든 풍물들을 그리워한다. 이 그리워하는 대상에는 사람이나 자연물뿐만 아니라 '놀이'도 포함된다. 그러나 우리는 '고향 상실'의 시대에 살고 있다. 설사 고향에 살고 있다 하더라도 그 고향은 어릴 적 꿈을 키우던 예전의 고향이 아니다. 순수함도 잃었고, 자연물도 그 옛날과 같지 않고, 자기를 보살펴주던 많은 분들도 이미 저세상으로 떠났다. 그 대신 낯선 풍경들이 주위에 가득 차 있다. '귀향 의식'이 생기게 됨은 당연하다.
그날 십자가 아래 종탑에서
새벽 종소리가 새처럼 날아가고
이윽고 후투티가 공중에 선을 그으며
자신의 몸을 울어댔다
두부 장수의 종소리가 울린 건
후투티가 언덕 벽의 자기 집으로
막 들어간 뒤였다
아침 식사를 끝낸 동네 꼬마 훈이가
세발자전거를 끌고 나오자
새소리 같은 따르릉 소리가
마당 이리저리 굴러다녔다
고무줄 소리, 우물가 두레박 소리,
국수 치대는 소리,
어이 어이 애들 모여라
여자는 필요 없고 남자 모여라
거기에 화답하는
어이 어이 애들 모여라
남자는 필요 없고 여자 모여라, 소리
따로따로 놀다가
부아앙 소독차 소리에
함께 고함치며 신작로를 내달리는 아이들
마음 내키는 대로
예술적으로 쩔그럭대는
호박엿 장수 가위질 소리
그 어린 날의 그리운 소리들
- 「그리운 소리들」 전문
이 시는 시인이 직접적으로 귀향의 소망을 표현하고 있지 않지만, 지금도 귓가에 들리는 듯한 어린 날의 소리들을 그리워한다는 점에서 '귀향 의식'이 모티브가 된다고 할 수 있다. 시인은 기억 속의 소리들을 파노라마처럼 전개한다. 아마도 60대가 넘어선 사람들은 이 시에 나열된 소리들-새벽 종소리, 두부 장수의 종소리, 세발자전거의 따르릉 소리, 고무줄놀이하는 소리, 우물가 두레박 소리, 국수 치대는 소리, 엿장수 가위질 소리-을 대부분 기억할 것이다. 그 소리들은 지금은 들리지 않는 사라진 먼 과거의 소리이지만, 이 시를 통해 다시 살아나고 우리를 추억하게 한다. 독자들은 이 시를 읽으며 나도 과거엔 저런 소리를 들으며 자랐는데 그 소리들이 모두 어디 갔을까 하며 아쉬움과 허망함의 감정을 가질 것이다.
시인은 왜 이 소리들을 소환하고 있는 것일까. 그것은 어릴 적 그 소리들을 듣던 때가 충족한 시기였기 때문이다. 이때 충족함이란 물론 정신적 충족함을 지칭한다. 궁핍한 시대에 많은 것들이 부족했어도 그때가 만족하고, 아늑하고, 즐거웠다. 그러기에 어릴 적으로의 귀향을 소망하는 것이다. 귀향은 '잃어버려 있음'을 되찾고자 하는 노력이다. 귀향하는 자는 이를 통해 자기 발견을 도모한다. 자기도 모르게 본래적인 자아를 떠나 멀리 떨어져 나온 자신을 성찰하는 것이다. '귀향 의식'의 근원에는 존재의 불안함이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이 불안이 부정적 감정은 아니다. 오히려 지극히 긍정적인 감정이다. 어느 누구도 불안하지 않은 자는 없다. 태어나는 순간 '내던져진 존재', '죽음을 향하는 존재'가 된 인간은 자기의 현존을 불안해한다. 이를 쉽게 이해하자면 엄마의 품을 떠나지 않으려 했던 유아기를 생각하면 된다.
- 박호영(시인·문학평론가)
그날 십자가 아래 종탑에서
새벽 종소리가 새처럼 날아가고
이윽고 후투티가 공중에 선을 그으며
자신의 몸을 울어댔다
두부 장수의 종소리가 울린 건
후투티가 언덕 벽의 자기 집으로
막 들어간 뒤였다
아침 식사를 끝낸 동네 꼬마 훈이가
세발자전거를 끌고 나오자
새소리 같은 따르릉 소리가
마당 이리저리 굴러다녔다
고무줄 소리, 우물가 두레박 소리,
국수 치대는 소리,
어이 어이 애들 모여라
여자는 필요 없고 남자 모여라
거기에 화답하는
어이 어이 애들 모여라
남자는 필요 없고 여자 모여라, 소리
따로따로 놀다가
부아앙 소독차 소리에
함께 고함치며 신작로를 내달리는 아이들
마음 내키는 대로
예술적으로 쩔그럭대는
호박엿 장수 가위질 소리
그 어린 날의 그리운 소리들
- 「그리운 소리들」 전문
이 시는 시인이 직접적으로 귀향의 소망을 표현하고 있지 않지만, 지금도 귓가에 들리는 듯한 어린 날의 소리들을 그리워한다는 점에서 '귀향 의식'이 모티브가 된다고 할 수 있다. 시인은 기억 속의 소리들을 파노라마처럼 전개한다. 아마도 60대가 넘어선 사람들은 이 시에 나열된 소리들-새벽 종소리, 두부 장수의 종소리, 세발자전거의 따르릉 소리, 고무줄놀이하는 소리, 우물가 두레박 소리, 국수 치대는 소리, 엿장수 가위질 소리-을 대부분 기억할 것이다. 그 소리들은 지금은 들리지 않는 사라진 먼 과거의 소리이지만, 이 시를 통해 다시 살아나고 우리를 추억하게 한다. 독자들은 이 시를 읽으며 나도 과거엔 저런 소리를 들으며 자랐는데 그 소리들이 모두 어디 갔을까 하며 아쉬움과 허망함의 감정을 가질 것이다.
시인은 왜 이 소리들을 소환하고 있는 것일까. 그것은 어릴 적 그 소리들을 듣던 때가 충족한 시기였기 때문이다. 이때 충족함이란 물론 정신적 충족함을 지칭한다. 궁핍한 시대에 많은 것들이 부족했어도 그때가 만족하고, 아늑하고, 즐거웠다. 그러기에 어릴 적으로의 귀향을 소망하는 것이다. 귀향은 '잃어버려 있음'을 되찾고자 하는 노력이다. 귀향하는 자는 이를 통해 자기 발견을 도모한다. 자기도 모르게 본래적인 자아를 떠나 멀리 떨어져 나온 자신을 성찰하는 것이다. '귀향 의식'의 근원에는 존재의 불안함이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이 불안이 부정적 감정은 아니다. 오히려 지극히 긍정적인 감정이다. 어느 누구도 불안하지 않은 자는 없다. 태어나는 순간 '내던져진 존재', '죽음을 향하는 존재'가 된 인간은 자기의 현존을 불안해한다. 이를 쉽게 이해하자면 엄마의 품을 떠나지 않으려 했던 유아기를 생각하면 된다.
- 박호영(시인·문학평론가)
목차
목차
제1부
열애 13/숯 14/마지막 눈 16/멸치 18/중얼중얼 19/유리집 20/하동행 22/어떤 유전 24/눈동자 25/쌀 26/개여울에 앉아 28/계절 사이에 내리는 비 29/나무 30/심곡항 32/동행 33/마음의 오지 34
제2부
아침 달 37/쓰거운 것들 38/그것조차 묻지 않는 40/밤과 낮 41/그리운 소리들 42/시집을 사다 44/풍동리의 여름 45/양수리 46/변화와 변함 48/막버스의 기억 49/떨림 50/봄비 52/세상의 아침 53/머루나무 한 그루 심은 까닭은 54/빗물 56
제3부
동충하초 59/못 60/낙화 62/눈꽃 63/교동 182번지 64/석이버섯 66/미루나무 67/물수제비 68/고드름 70/바다 71/흐름에 대하여 72/은어 74/벽난로 75/그 마을 76/겨울 숲 78
제4부
실향민 81/만추 82/손 84/11월 85/사강의 노을 86/모기 88/말투 90/열쇠의 시간 91/가을 아날로그 92/미역 94/은비 내리다 95/낙지부인 96/세모 98/거울과 유리 100
해설 박호영(시인·문학평론가) 101
열애 13/숯 14/마지막 눈 16/멸치 18/중얼중얼 19/유리집 20/하동행 22/어떤 유전 24/눈동자 25/쌀 26/개여울에 앉아 28/계절 사이에 내리는 비 29/나무 30/심곡항 32/동행 33/마음의 오지 34
제2부
아침 달 37/쓰거운 것들 38/그것조차 묻지 않는 40/밤과 낮 41/그리운 소리들 42/시집을 사다 44/풍동리의 여름 45/양수리 46/변화와 변함 48/막버스의 기억 49/떨림 50/봄비 52/세상의 아침 53/머루나무 한 그루 심은 까닭은 54/빗물 56
제3부
동충하초 59/못 60/낙화 62/눈꽃 63/교동 182번지 64/석이버섯 66/미루나무 67/물수제비 68/고드름 70/바다 71/흐름에 대하여 72/은어 74/벽난로 75/그 마을 76/겨울 숲 78
제4부
실향민 81/만추 82/손 84/11월 85/사강의 노을 86/모기 88/말투 90/열쇠의 시간 91/가을 아날로그 92/미역 94/은비 내리다 95/낙지부인 96/세모 98/거울과 유리 100
해설 박호영(시인·문학평론가) 101
저자
저자
임명철
경북 울진에서 태어나 강릉에서 성장했다. 2023년 《문학시대》 신인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2025년 강원문화재단 창작지원금을 수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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