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어떻게 부드러워지니?(시인동네 시인선 264)
김은후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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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라미디온의 세계
2011년 《시인동네》로 등단한 김은후 시인의 세 번째 시집 『너는 어떻게 부드러워지니?』가 시인동네 시인선 264로 출간되었다. 김은후의 시는 대체로 피라미드식으로 구축되어 있다. 그의 시는 외부로 확장하기보다 중심을 향해 시적 에너지를 응축해 나간다. 이러한 시 쓰기가 특별히 주목받아야 하는 건 아니지만, ‘그럼에도’ 다시 보게 만드는 요소가 있다. 그것이 정확히 무엇인지 설명할 수는 없지만, 김은후의 시를 읽다 보면 나도 모르게 피라미디온(pyramidion)을 떠올리게 된다. 김은후의 시가 표방하는 지점은 피라미디온의 세계이자 신기루의 세계, 다시 말해 일상의 감각이 상상적으로 도약한 세계이다. 이런 상상적 도약은, 앞으로도 시적 충동을 이끌어갈 매력적인 요소처럼 보인다. 그러므로 그의 시가 어디까지 도약해 가는지 관심 있게 지켜볼 일이다.
2011년 《시인동네》로 등단한 김은후 시인의 세 번째 시집 『너는 어떻게 부드러워지니?』가 시인동네 시인선 264로 출간되었다. 김은후의 시는 대체로 피라미드식으로 구축되어 있다. 그의 시는 외부로 확장하기보다 중심을 향해 시적 에너지를 응축해 나간다. 이러한 시 쓰기가 특별히 주목받아야 하는 건 아니지만, ‘그럼에도’ 다시 보게 만드는 요소가 있다. 그것이 정확히 무엇인지 설명할 수는 없지만, 김은후의 시를 읽다 보면 나도 모르게 피라미디온(pyramidion)을 떠올리게 된다. 김은후의 시가 표방하는 지점은 피라미디온의 세계이자 신기루의 세계, 다시 말해 일상의 감각이 상상적으로 도약한 세계이다. 이런 상상적 도약은, 앞으로도 시적 충동을 이끌어갈 매력적인 요소처럼 보인다. 그러므로 그의 시가 어디까지 도약해 가는지 관심 있게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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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김은후 시인의 시는 대체로 피라미드식으로 구축되어 있다. 그의 시는 외부로 확장하기보다 중심을 향해 시적 에너지를 응축해 나간다. 이러한 시 쓰기가 특별히 주목받아야 하는 건 아니지만, 김은후 시인의 시는 '그럼에도' 다시 보게 만드는 요소가 있다. 그것이 정확히 무엇인지 설명할 수는 없지만, 김은후 시인의 시를 읽다 보면 나도 모르게 피라미디온(pyramidion)을 떠올리게 된다. 피라미디온은 고대 이집트 피라미드 건축에서 마지막으로 놓는 돌, 그러니까 사각뿔의 꼭대기에 놓이는 돌을 말한다. 아무리 많은 돌을 쌓아 올려도 피라미디온 없이는 피라미드가 완성되지 않는다. 피라미디온 없는 피라미드는 의미 없이 쌓아놓은 거대한 돌무더기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피라미디온에는 피라미드의 주인인 왕의 칭호나 신화적 상징물이 새겨진 경우가 많은데, 바로 그러한 이유로 피라미디온은 그 아래 누적된 돌무더기에 피라미드라는 생명을 부여할 수 있다. 즉 피라미디온은 피라미드를 구성하는 낱개의 돌이 아니라 피라미드라는 존재를 개시하게 만드는 세계가 되고, 피라미디온을 놓음으로써 피라미드를 구성하는 각각의 돌은 저마다의 존재 의의를 부여받게 되는 것이다. 김은후 시인의 시를 존재하게 하고, 그의 시에서 통일된 완결성을 읽어내게 하는 것도 시의 정점에서 그 전체의 중심이 되는 피라미디온 같은 게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때 내가 살던 집이 기찻길 옆이었어
집이 들뜨고 있었어
차창이 달리는 집이었어
가는 소리와 오는 소리 어느 쪽에 마음을 얹고 살았는지 모르겠어
그러느라 마음에 솜털이 돋기도 했어
소리의 구실에 대해 기차는 구설수를 퍼뜨렸지만 한밤중에는 오는 기차가 가는 소리로 들리기도 했어 12량 기차가 어느 날은 무정차로 악몽을 지나가기도 했어 그럴 때면 온 마음의 솜털이 쭈삣 일어서기도 했지 왕래의 방향은 결국 선로가 정하는 것 같아 지나온 선로와 갈 곳의 선로만 볼 수 있는 기차를 타보고서야 알게 되었지
선로 옆, 집들은 왜 돌아앉아 있을까
돌아앉은 풍경에는 제라늄이 붉어
뒷창을 내는 사람들의 상상적 습관이지
같은 색의 소리라도
돌아앉은 소리와 마주 보는 소리는 다르잖아
붉은 소리든 상상적 소리든
그때 나는 그 들뜬 집에서
몸에 붉은 꽃잎이 자라나는 것 같았어
- 「등 돌린 집들」 전문
우리 문학사에서 "기찻길"과 거기에 잇대어 있는 "집"을 모티프 삼은 시들은 적지 않다. 그런 시를 통해 우리는 우리에게 그런 시절이 있었다는 사실을 환기하고, 나아가 그러한 삶의 순간들이 이제는 "그때"라는 과거의 한 지점으로 물러나 있다는 점을 뒤늦게 발견한다. 그러한 발견의 이면에는 "기찻길 옆"이라는 근대적 공간이 역사적 시간과 결합하여 발전과 성장으로 상징되는 서사 미학이 숨어 있다. 시는 때때로 그러한 성장 미학을 통해 오늘날 우리 삶을 짚어보게 하는데, 「등 돌린 집들」에서도 일명 '기찻길 옆 오막살이' 서사를 읽어낼 수 있다. 이 시에 따르면 기차가 지나갈 때마다 "집이 들뜨고" "가는 소리와 오는 소리"에 귀 기울이는 동안 조금씩 사람들의 "마음에 솜털이 돋"는다. 이때 '돋'는 일과 '들뜨'는 일은 "지나온 선로"로부터 "갈 곳의 선로"로 방향을 전환하고, 그 방향성을 지속하게 만드는 힘이 된다. 우리의 역사는, 그리고 우리 자신은 이렇게 '그때'로부터 계속해서 돋고 들뜨는 삶을 살아왔다.
그때 내가 살던 집이 기찻길 옆이었어
집이 들뜨고 있었어
차창이 달리는 집이었어
가는 소리와 오는 소리 어느 쪽에 마음을 얹고 살았는지 모르겠어
그러느라 마음에 솜털이 돋기도 했어
소리의 구실에 대해 기차는 구설수를 퍼뜨렸지만 한밤중에는 오는 기차가 가는 소리로 들리기도 했어 12량 기차가 어느 날은 무정차로 악몽을 지나가기도 했어 그럴 때면 온 마음의 솜털이 쭈삣 일어서기도 했지 왕래의 방향은 결국 선로가 정하는 것 같아 지나온 선로와 갈 곳의 선로만 볼 수 있는 기차를 타보고서야 알게 되었지
선로 옆, 집들은 왜 돌아앉아 있을까
돌아앉은 풍경에는 제라늄이 붉어
뒷창을 내는 사람들의 상상적 습관이지
같은 색의 소리라도
돌아앉은 소리와 마주 보는 소리는 다르잖아
붉은 소리든 상상적 소리든
그때 나는 그 들뜬 집에서
몸에 붉은 꽃잎이 자라나는 것 같았어
- 「등 돌린 집들」 전문
우리 문학사에서 "기찻길"과 거기에 잇대어 있는 "집"을 모티프 삼은 시들은 적지 않다. 그런 시를 통해 우리는 우리에게 그런 시절이 있었다는 사실을 환기하고, 나아가 그러한 삶의 순간들이 이제는 "그때"라는 과거의 한 지점으로 물러나 있다는 점을 뒤늦게 발견한다. 그러한 발견의 이면에는 "기찻길 옆"이라는 근대적 공간이 역사적 시간과 결합하여 발전과 성장으로 상징되는 서사 미학이 숨어 있다. 시는 때때로 그러한 성장 미학을 통해 오늘날 우리 삶을 짚어보게 하는데, 「등 돌린 집들」에서도 일명 '기찻길 옆 오막살이' 서사를 읽어낼 수 있다. 이 시에 따르면 기차가 지나갈 때마다 "집이 들뜨고" "가는 소리와 오는 소리"에 귀 기울이는 동안 조금씩 사람들의 "마음에 솜털이 돋"는다. 이때 '돋'는 일과 '들뜨'는 일은 "지나온 선로"로부터 "갈 곳의 선로"로 방향을 전환하고, 그 방향성을 지속하게 만드는 힘이 된다. 우리의 역사는, 그리고 우리 자신은 이렇게 '그때'로부터 계속해서 돋고 들뜨는 삶을 살아왔다.
목차
목차
제1부
크레이터ㆍ13/빵의 모양ㆍ14/굴절ㆍ16/그 뒤에 내가 서 있어ㆍ18/등 돌린 집들ㆍ20/눈치ㆍ22/빨래방 옆 빨래방ㆍ24/포장이사ㆍ26/앞서가는 것들ㆍ28/서북쪽으로 밀리는ㆍ30/틈은, 반드시ㆍ32/앵무새와 부사ㆍ34/산책(散冊)ㆍ36/새들은 다리를 언제 쓸까ㆍ38/60초 후, 딱따구리처럼ㆍ40/무더운 피ㆍ42/찬물이 식는 동안ㆍ44
제2부
교차ㆍ47/파 냄새ㆍ48/날짜변경선ㆍ50/안녕하세요ㆍ52/그러면, Feㆍ54/잼 만들기ㆍ55/지문ㆍ56/너는 어떻게 부드러워지니?ㆍ58/다이어트ㆍ60/인디언 감자ㆍ62/상자들ㆍ64/손을 흔들면ㆍ65/보상마을 미스터 제페토ㆍ66/페이지ㆍ68/호두나무 소식ㆍ70/우리는 모두 혼자 죽는다ㆍ72/집중ㆍ74
제3부
수요일 물요일ㆍ77/예쁜 엄마ㆍ78/전부와 많음ㆍ80/자각몽ㆍ82/발아 프로그램ㆍ84/이동 제한ㆍ86/불온한 식욕ㆍ88/새 연ㆍ90/빗장 2ㆍ91/손ㆍ92/파리의 저녁ㆍ94/사각의 유효기간ㆍ96/말없음표ㆍ98/의문ㆍ100/봄 통장ㆍ102/울음ㆍ104/묵언ㆍ106/깨진 글씨ㆍ108
해설 문신(시인·문학평론가)ㆍ109
크레이터ㆍ13/빵의 모양ㆍ14/굴절ㆍ16/그 뒤에 내가 서 있어ㆍ18/등 돌린 집들ㆍ20/눈치ㆍ22/빨래방 옆 빨래방ㆍ24/포장이사ㆍ26/앞서가는 것들ㆍ28/서북쪽으로 밀리는ㆍ30/틈은, 반드시ㆍ32/앵무새와 부사ㆍ34/산책(散冊)ㆍ36/새들은 다리를 언제 쓸까ㆍ38/60초 후, 딱따구리처럼ㆍ40/무더운 피ㆍ42/찬물이 식는 동안ㆍ44
제2부
교차ㆍ47/파 냄새ㆍ48/날짜변경선ㆍ50/안녕하세요ㆍ52/그러면, Feㆍ54/잼 만들기ㆍ55/지문ㆍ56/너는 어떻게 부드러워지니?ㆍ58/다이어트ㆍ60/인디언 감자ㆍ62/상자들ㆍ64/손을 흔들면ㆍ65/보상마을 미스터 제페토ㆍ66/페이지ㆍ68/호두나무 소식ㆍ70/우리는 모두 혼자 죽는다ㆍ72/집중ㆍ74
제3부
수요일 물요일ㆍ77/예쁜 엄마ㆍ78/전부와 많음ㆍ80/자각몽ㆍ82/발아 프로그램ㆍ84/이동 제한ㆍ86/불온한 식욕ㆍ88/새 연ㆍ90/빗장 2ㆍ91/손ㆍ92/파리의 저녁ㆍ94/사각의 유효기간ㆍ96/말없음표ㆍ98/의문ㆍ100/봄 통장ㆍ102/울음ㆍ104/묵언ㆍ106/깨진 글씨ㆍ108
해설 문신(시인·문학평론가)ㆍ109
저자
저자
김은후
경남 통영에서 태어나 한신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2011년 《시인동네》로 등단했으며, 시집으로 『분간 없는 것들』 『2퍼센트 동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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