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겐 너무 많은 그녀들(문학의전당 시인선 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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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의미 없게 하는 세계와의 응전
2023년 《강원작가》로 등단한 안유경 시인의 두 번째 시집 『내겐 너무 많은 그녀들』이 문학의전당 시인선 402로 출간되었다. 안유경 시인은 사유함으로써 ‘차이’를 지향하고, 언어가 배치된 뉘앙스를 통해 뜻밖의 울림이 공명이 되는 한순간을 겨냥한다. 발화는 흩어질 뿐, 생각처럼 의미의 그물망을 펼치지 못한다. 안유경의 시를 읽으면 말하거나, 말하지 않으면서도 독자들은 현대적 비극의 주인공이 된다. 삶이란 나의 존재 근거이면서 나를 의미 없게 하는 저 세계, 결국 ‘대타자(The Other)’와 어떻게 관계할 것인가의 문제로 축약된다. 안유경의 시는 ‘자기(The Self)’라는 자아의 이상형으로 세계와 응전한다. 안유경의 시가 아픈 이유는 양태가 아니라 그 원리, 기원이 고통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2023년 《강원작가》로 등단한 안유경 시인의 두 번째 시집 『내겐 너무 많은 그녀들』이 문학의전당 시인선 402로 출간되었다. 안유경 시인은 사유함으로써 ‘차이’를 지향하고, 언어가 배치된 뉘앙스를 통해 뜻밖의 울림이 공명이 되는 한순간을 겨냥한다. 발화는 흩어질 뿐, 생각처럼 의미의 그물망을 펼치지 못한다. 안유경의 시를 읽으면 말하거나, 말하지 않으면서도 독자들은 현대적 비극의 주인공이 된다. 삶이란 나의 존재 근거이면서 나를 의미 없게 하는 저 세계, 결국 ‘대타자(The Other)’와 어떻게 관계할 것인가의 문제로 축약된다. 안유경의 시는 ‘자기(The Self)’라는 자아의 이상형으로 세계와 응전한다. 안유경의 시가 아픈 이유는 양태가 아니라 그 원리, 기원이 고통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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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세상에! 가장 큰 비극은 뭘까, '비극'이라는 그 '말' 자체다. 인생의 신비를 묻는 간절한 외침에 "모두 죽었는데, 영원히 살 것처럼 '오늘'을 보낸다"라고 했던 고대 인도 현자의 일갈(一喝)도 결국 '말'이었다. '운명', '행위', '성격'은 이제 삶을 극적으로 만드는 우세 인자(因子)로 작동하지 않는다. 소쉬르의 〈일반언어학〉 이후, 우연(임의성)과 차이(변별성)만 가득한 인식의 세계가 열렸다. 심지어 "세계의 의미는 세계 밖에 놓여 있어야 한다. 세계에 속한 모든 것은 그것이 지금 그러한 것으로 있다. 그리고 모든 것은 지금 일어나는 그대로 일어난다. 세계 속에서는 아무런 가치도 존재하지 않는다-존재한다 한들, 그것은 아무런 가치를 가지지 않는다."라고 젊은 비트겐슈타인은 말했다. 언어 행위에서 기표가 대상을 지시하면 의미가 발생한다는 경로는 늘 허위거나 결코 닿지 못하는 착오일 뿐이다. 발화는 흩어질 뿐, 생각처럼 의미의 그물망을 펼치지 못한다. 말하거나, 말하지 않으면서 우리는 현대적 비극의 주인공이 된다. 삶이란 내 존재 근거이면서 나를 의미 없게 하는 저 세계, 결국 '대타자(The Other)'와 어떻게 관계할 것인가의 문제로 축약된다. 나는 '자기(The Self)'라는 자아의 이상형으로 세계와 응전한다. 시인의 말이 아픈 이유는 양태가 아니라 그 원리, 기원이 고통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안유경 시인은 사유함으로써 '차이'를 지향하고, 언어가 배치된 뉘앙스를 통해 뜻밖의 깊은 울림이 공명이 되는 한순간을 겨냥한다. 시집 내내 '골목'을 말하는데 그 대비가 보이지 않는다. '골목'이라는 시공간을 '지금 여기'의 존재 조건으로, 사건으로 형성하고 의미는 다르게 해석하겠다는 의지가 없다면 가능하지 않은 방법론이다. 비약하자면, 시인은 '골목/순간들', '붉은(노을)/어둠(암막)', '나/그녀들(숙희)' 같은 위태로운 비교를 거듭한다.
화병의 양귀비꽃이
붉은 치맛자락을 펼쳐 보인다
펼쳐 보인다는 것은 몰두한다는 것이어서
테이블 위에 노트북과 커피잔이 하루를 진열하고 있다
나는 백발이 되어 문학상을 받았다
나의 문학도 붉게 펼쳐지고 있다
내 속의 나는 책 속의 니체를 불러들이고
붉은 얼룩이 있는 나의 시를 불러들인다
고통의 삶을 예술이 구원할 수 있다고 니체는 말했고
나의 시는 바닥에 묻은 토마토케첩을 닦으며
인간의 품위를 떠올렸다
원동성당 앞 건널목에서
장미 꽃다발을 들고 서 있던 붉은 얼굴이 스쳐 지나간다
붉은 장미를 갖고 싶었던 순간들이 있었다
어디서 왔는지
붉은 꽃 한 다발이 화병에 꽂힌다
- 「붉은 순간들」 전문
필자의 관심은 온통 "화병의 양귀비꽃"이 '붉음'의 대표 이미지였다가 '장미'가 되지 못하고 그냥 "붉은 꽃 한 다발"이 되는 심리 과정, 아니 시차적으로 깨어나는 인식에 있다. 시인은 "나는 백발이 되어 문학상을 받았다/나의 문학도 붉게 펼쳐지고 있다"고 진술한다. 나아가 시인은 "고통의 삶을 예술이 구원할 수 있다고 니체는 말했고/나의 시는 바닥에 묻은 토마토케첩을 닦으며/인간의 품위를 떠올렸다"라고 한다. 모두 다 '붉음'이라는 색의 상징으로 환원한다. 전 세계적으로 국기에서 가장 애용하는 색이 빨강이다. 심장을 비유하다 애국심의 환유로 굳어졌기 때문이다. 시인이 양귀비와 장미 사이에서 상기하는 니체의 말이나, 바닥에 흘린 토마토케첩은 '인간의 품위(세상이 정한)'를 지켜주기 위한 관례에 지나지 않는다. 요즘 말로 루틴 같은 인식에서 깨어나 시들해지는데, 문득 기억의 한편에서 "붉은 꽃 한 다발"이 나타나 현실을 가득 채운다. 현실이 아닌데 더 생생한 '꿈'이 현실감을 부여한다.
- 백인덕(시인)
안유경 시인은 사유함으로써 '차이'를 지향하고, 언어가 배치된 뉘앙스를 통해 뜻밖의 깊은 울림이 공명이 되는 한순간을 겨냥한다. 시집 내내 '골목'을 말하는데 그 대비가 보이지 않는다. '골목'이라는 시공간을 '지금 여기'의 존재 조건으로, 사건으로 형성하고 의미는 다르게 해석하겠다는 의지가 없다면 가능하지 않은 방법론이다. 비약하자면, 시인은 '골목/순간들', '붉은(노을)/어둠(암막)', '나/그녀들(숙희)' 같은 위태로운 비교를 거듭한다.
화병의 양귀비꽃이
붉은 치맛자락을 펼쳐 보인다
펼쳐 보인다는 것은 몰두한다는 것이어서
테이블 위에 노트북과 커피잔이 하루를 진열하고 있다
나는 백발이 되어 문학상을 받았다
나의 문학도 붉게 펼쳐지고 있다
내 속의 나는 책 속의 니체를 불러들이고
붉은 얼룩이 있는 나의 시를 불러들인다
고통의 삶을 예술이 구원할 수 있다고 니체는 말했고
나의 시는 바닥에 묻은 토마토케첩을 닦으며
인간의 품위를 떠올렸다
원동성당 앞 건널목에서
장미 꽃다발을 들고 서 있던 붉은 얼굴이 스쳐 지나간다
붉은 장미를 갖고 싶었던 순간들이 있었다
어디서 왔는지
붉은 꽃 한 다발이 화병에 꽂힌다
- 「붉은 순간들」 전문
필자의 관심은 온통 "화병의 양귀비꽃"이 '붉음'의 대표 이미지였다가 '장미'가 되지 못하고 그냥 "붉은 꽃 한 다발"이 되는 심리 과정, 아니 시차적으로 깨어나는 인식에 있다. 시인은 "나는 백발이 되어 문학상을 받았다/나의 문학도 붉게 펼쳐지고 있다"고 진술한다. 나아가 시인은 "고통의 삶을 예술이 구원할 수 있다고 니체는 말했고/나의 시는 바닥에 묻은 토마토케첩을 닦으며/인간의 품위를 떠올렸다"라고 한다. 모두 다 '붉음'이라는 색의 상징으로 환원한다. 전 세계적으로 국기에서 가장 애용하는 색이 빨강이다. 심장을 비유하다 애국심의 환유로 굳어졌기 때문이다. 시인이 양귀비와 장미 사이에서 상기하는 니체의 말이나, 바닥에 흘린 토마토케첩은 '인간의 품위(세상이 정한)'를 지켜주기 위한 관례에 지나지 않는다. 요즘 말로 루틴 같은 인식에서 깨어나 시들해지는데, 문득 기억의 한편에서 "붉은 꽃 한 다발"이 나타나 현실을 가득 채운다. 현실이 아닌데 더 생생한 '꿈'이 현실감을 부여한다.
- 백인덕(시인)
목차
목차
제1부
나의 국숫집 13/낮달 14/가을볕 아래 16/깜빠뉴가 있는 풍경 18/미병 20/밥을 먹었다 21/가을 22/참외 24/양초를 사러 가기로 했네 26/그러면의 배경 28/아침의 매뉴얼 29/어느 날 30/책임을 묻지 마라 32/세 개의 새벽 34/오늘의 미션 36
제2부
몰타 39/저물녘 40/어둠 42/벼랑 44/꿈의 국적 45/부서지는 골목 46/오래된 인사법 48/숙희 50/꿈 51/루시의 오후 52/롯지가 보이는 언덕 54/이후로도 오랫동안 55/부표 56/박쥐 58
제3부
하루의 효과 61/노인이 온다 62/축제는 끝났다 64/나의 가을 66/자정의 노래 67/노인이 간다 68/족(族)에 관한 사유 70/문화극장 72/물방울무늬 73/밤들이 노니다가 74/나의 5월 76/하루 77/유년의 모빌 78/아스피린 같은 80
제4부
끝나지 않을 이야기 83/1981 84/내겐 너무 많은 그녀들 86/아침 다섯 시 87/붉은 순간들 88/제노사이드 90/동백 92/우기 93/금지령 94/노을은 붉은 화장을 하고 96/아무 날 98/벌써 100/손이 닿는 곳 101/노랑 도시 102/서곡리 1752번지 104
해설 백인덕(시인) 105
나의 국숫집 13/낮달 14/가을볕 아래 16/깜빠뉴가 있는 풍경 18/미병 20/밥을 먹었다 21/가을 22/참외 24/양초를 사러 가기로 했네 26/그러면의 배경 28/아침의 매뉴얼 29/어느 날 30/책임을 묻지 마라 32/세 개의 새벽 34/오늘의 미션 36
제2부
몰타 39/저물녘 40/어둠 42/벼랑 44/꿈의 국적 45/부서지는 골목 46/오래된 인사법 48/숙희 50/꿈 51/루시의 오후 52/롯지가 보이는 언덕 54/이후로도 오랫동안 55/부표 56/박쥐 58
제3부
하루의 효과 61/노인이 온다 62/축제는 끝났다 64/나의 가을 66/자정의 노래 67/노인이 간다 68/족(族)에 관한 사유 70/문화극장 72/물방울무늬 73/밤들이 노니다가 74/나의 5월 76/하루 77/유년의 모빌 78/아스피린 같은 80
제4부
끝나지 않을 이야기 83/1981 84/내겐 너무 많은 그녀들 86/아침 다섯 시 87/붉은 순간들 88/제노사이드 90/동백 92/우기 93/금지령 94/노을은 붉은 화장을 하고 96/아무 날 98/벌써 100/손이 닿는 곳 101/노랑 도시 102/서곡리 1752번지 104
해설 백인덕(시인) 105
저자
저자
안유경
강원 원주에서 태어나 2023년 《강원작가》 신인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호텔 나나』가 있다. 2025년 강원문화재단 창작지원금을 수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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