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는 웅덩이(시인동네 시인선 267)
이은주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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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말을 건네는 순간들
2014년 《시조시학》으로 등단한 이은주 시인의 두 번째 시집 『달리는 웅덩이』가 시인동네 시인선 267로 출간되었다. 이은주 시인은 매번 다른 사물을 다루지만, 사물을 향한 시선만큼은 언제나 한 방향을 가리킨다. 감각이 사유로 옮겨붙는 찰나를 낚아채는 방식이 늘 일정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의 시를 읽는 일은 사물이 건넨 한 점의 인상이 어떻게 한 존재의 생각을 흔들고 다시 모양 잡아가는지를 따라가는 일과 닮아 있다. 무엇보다 “감성적인 것 아닌 것이 미감적일 수는 없다”는 사실, 즉 느끼지 못한 것을 사유할 수 없다는 명제는 이 시집의 맥락을 더욱 뚜렷하게 한다. 말로 다 설명되지 않는 어떤 여운이 남을 때, 독자는 그 빈자리에서 또 다른 이해를 요청받게 될 것이다.
2014년 《시조시학》으로 등단한 이은주 시인의 두 번째 시집 『달리는 웅덩이』가 시인동네 시인선 267로 출간되었다. 이은주 시인은 매번 다른 사물을 다루지만, 사물을 향한 시선만큼은 언제나 한 방향을 가리킨다. 감각이 사유로 옮겨붙는 찰나를 낚아채는 방식이 늘 일정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의 시를 읽는 일은 사물이 건넨 한 점의 인상이 어떻게 한 존재의 생각을 흔들고 다시 모양 잡아가는지를 따라가는 일과 닮아 있다. 무엇보다 “감성적인 것 아닌 것이 미감적일 수는 없다”는 사실, 즉 느끼지 못한 것을 사유할 수 없다는 명제는 이 시집의 맥락을 더욱 뚜렷하게 한다. 말로 다 설명되지 않는 어떤 여운이 남을 때, 독자는 그 빈자리에서 또 다른 이해를 요청받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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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시집 「달리는 웅덩이」에서 시의 촉수는 늘 진실을 불러낸다. 방음벽은 바람을 흘려보내는 구조물로 보이기보다 은밀한 기세로 다가오고, 그늘의 표면장력은 한 공간을 지탱하는 팽팽한 내력으로 읽힌다. 웅덩이는 자그마한 생명들이 모여드는 공동체가 되고, 물은 단단한 머리처럼 튕겨 나오며 생의 저항선을 만든다. 자연과 사물은 그저 거기에 놓인 대상으로 한정되지 않는다. 인간과 더불어 움직이고 응답하는 살아 있는 존재들이다. 이때 감각은 단순히 외부 세계를 인지하는 통로가 아니라 그 자체로 세계와의 관계를 조직하는 결정적 매개임이 분명하다. "감각적인 것은 우리가 감각으로써 파악하는 것이기는 하나, 우리는 곧장 그 '으로써'가 단순한 도구가 아님을, 감각 장치가 전도체가 아님을, 생리학적 인상이 그 말단에서조차도 한때 중추적인 것으로 간주되었던 관계들에 개입되어 있음을 안다." 결국 세계는 감각을 통해 관계의 결을 드러내고, 시인은 그 순간을 살짝 흘러드는 낮은 숨결처럼 받아 적는다. 그렇게 옮겨놓은 자취는 세계가 우리 곁을 지나며 남긴 여백과도 같다.
문득 폴 발레리의 시구절이 떠오른다. 「해변의 묘지」에서 그는 "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라고 적었다. 바람이라는 미세한 감각 하나가 존재의 결심을 끌어올린다. 감각이 먼저 열리고 존재가 뒤늦게 따라서는 이 간극은, 세계가 우리 앞에 하나의 '인식의 문턱(threshold)'을 보여주는 양상과도 닮아 있다. 이은주 시인의 시편들에서도 이러한 시적 호흡은 부드럽게 지속된다. "행복보단 행운"(「클로버」)이라는 고백처럼, 그의 시는 확신이나 결론보다 순간의 직관이 건네주는 미세한 징후를 더 먼저 듣는다.
이인분 고등어를 구이로 주문하고
구운 건지 튀긴 건지 가볍게 물었는데
따지듯 물어봤단다
나만 모르는 내 표정
골라서 보관하는 잘 나온 사진처럼
맘에 드는 얼굴만 나라고 믿는 사이
다양한 생활 표정들
보정 없이 노출되고
암막처럼 두껍게 감춘 줄 알았는데
스치는 생각까지 일러바치듯 빠져나온
가파른 생각의 삼투압
암전 같은 막을 친다
- 「표정이라는 막」 전문
너무 많은 말은 이 시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 「표정이라는 막」은 설명보다 먼저 다가오는 감각의 질감에서 출발한다. 사소한 장면을 마주한 시인의 시선은 서서히 자기 안쪽을 향해 기울어간다. 식당에서 "고등어" 조리법을 묻는 가벼운 질문이 상대에게는 '따지는 말투'로 들려오는 순간, 주체는 자신도 알지 못했던 "표정" 하나가 서늘하게 되돌아오는 것을 느낀다. 별것 아닌 사물에서 비롯된 감각이 오히려 자기 얼굴(self-image)의 낯섦을 드러내는 지점이다. 그제야 주체는 "잘 나온 사진"만을 "나라고" 여겨온 사이, 일상에서 새어 나온 표정들이 전혀 다른 얼굴을 이루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골라서 보관"한 사진 속 얼굴과 달리, 실제의 얼굴은 "보정 없이" 쏟아져 나오는 것이다. 이 대비는 우리가 얼마나 제한된 이미지 속에 스스로를 가두어 왔는지를 은근히 환기한다. 사물은 이 지점에서 인간의 내면을 비추는 또 하나의 반사면이 된다. 시의 중심에는 "막"의 은유가 놓인다. 주체는 자신의 감정과 표정을 "암막처럼 두껍게" 가려두었다고 믿지만, "스치는 생각"은 금세 그 틈을 빠져나온다. 표정은 의도적으로 관리되는 것이 아니라, 감각의 밀도에 의해 바깥으로 밀려 나오는 흔적임을 일러준다. "삼투압"은 이 움직임을 한층 더 부각한다. 억누를수록 되레 강하게 밀려오는 파문들, 압력을 버티기에는 지나치게 얇은 심리적 막. 시인은 바로 그 경계에서 감응의 미동과 생각의 여진이 교차하는 자리를 꿰뚫어 본다.
- 김보람(시인)
문득 폴 발레리의 시구절이 떠오른다. 「해변의 묘지」에서 그는 "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라고 적었다. 바람이라는 미세한 감각 하나가 존재의 결심을 끌어올린다. 감각이 먼저 열리고 존재가 뒤늦게 따라서는 이 간극은, 세계가 우리 앞에 하나의 '인식의 문턱(threshold)'을 보여주는 양상과도 닮아 있다. 이은주 시인의 시편들에서도 이러한 시적 호흡은 부드럽게 지속된다. "행복보단 행운"(「클로버」)이라는 고백처럼, 그의 시는 확신이나 결론보다 순간의 직관이 건네주는 미세한 징후를 더 먼저 듣는다.
이인분 고등어를 구이로 주문하고
구운 건지 튀긴 건지 가볍게 물었는데
따지듯 물어봤단다
나만 모르는 내 표정
골라서 보관하는 잘 나온 사진처럼
맘에 드는 얼굴만 나라고 믿는 사이
다양한 생활 표정들
보정 없이 노출되고
암막처럼 두껍게 감춘 줄 알았는데
스치는 생각까지 일러바치듯 빠져나온
가파른 생각의 삼투압
암전 같은 막을 친다
- 「표정이라는 막」 전문
너무 많은 말은 이 시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 「표정이라는 막」은 설명보다 먼저 다가오는 감각의 질감에서 출발한다. 사소한 장면을 마주한 시인의 시선은 서서히 자기 안쪽을 향해 기울어간다. 식당에서 "고등어" 조리법을 묻는 가벼운 질문이 상대에게는 '따지는 말투'로 들려오는 순간, 주체는 자신도 알지 못했던 "표정" 하나가 서늘하게 되돌아오는 것을 느낀다. 별것 아닌 사물에서 비롯된 감각이 오히려 자기 얼굴(self-image)의 낯섦을 드러내는 지점이다. 그제야 주체는 "잘 나온 사진"만을 "나라고" 여겨온 사이, 일상에서 새어 나온 표정들이 전혀 다른 얼굴을 이루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골라서 보관"한 사진 속 얼굴과 달리, 실제의 얼굴은 "보정 없이" 쏟아져 나오는 것이다. 이 대비는 우리가 얼마나 제한된 이미지 속에 스스로를 가두어 왔는지를 은근히 환기한다. 사물은 이 지점에서 인간의 내면을 비추는 또 하나의 반사면이 된다. 시의 중심에는 "막"의 은유가 놓인다. 주체는 자신의 감정과 표정을 "암막처럼 두껍게" 가려두었다고 믿지만, "스치는 생각"은 금세 그 틈을 빠져나온다. 표정은 의도적으로 관리되는 것이 아니라, 감각의 밀도에 의해 바깥으로 밀려 나오는 흔적임을 일러준다. "삼투압"은 이 움직임을 한층 더 부각한다. 억누를수록 되레 강하게 밀려오는 파문들, 압력을 버티기에는 지나치게 얇은 심리적 막. 시인은 바로 그 경계에서 감응의 미동과 생각의 여진이 교차하는 자리를 꿰뚫어 본다.
- 김보람(시인)
목차
목차
제1부
방음벽ㆍ13/돌이 오줌 눈다ㆍ14/너도 62년생이니?ㆍ15/부리가 한 질문ㆍ16/바람과의 실랑이ㆍ17/인생 역전ㆍ18/비둘기의 사생활ㆍ20/견치원(犬稚園)ㆍ21/꽃들의 조문 행렬ㆍ22/무덤덤ㆍ23/표정이라는 막ㆍ24/도플갱어ㆍ26/애목련ㆍ27/눈깜짝할새ㆍ28
제2부
향에 오염되다ㆍ31/거미의 줄ㆍ32/교실 시간표ㆍ33/노란 블록ㆍ34/마스크 마이크ㆍ35/소음 디톡스ㆍ36/설마 초보ㆍ38/오이 마을ㆍ39/여보, 나 왔어ㆍ40/늘벗 슈퍼ㆍ41/요양병원 복도ㆍ42/어처구니ㆍ44/벌 짓이네ㆍ45/개근 거지ㆍ46
제3부
느티바람ㆍ49/대머리 까치ㆍ50/SNS장(葬)ㆍ51/요정들아 다 모여라ㆍ52/식물들의 약도ㆍ53/이물질ㆍ54/가을 도리깨ㆍ56/감나무 식당ㆍ57/도시에서 온 허수아비ㆍ58/턱도 없는ㆍ59/터진 감ㆍ60/달리는 웅덩이ㆍ62/뜨내기ㆍ63/은행나무ㆍ64
제4부
두 눈동자ㆍ67/딱 5분만!ㆍ68/g 떼ㆍ69/천사의 나팔ㆍ70/폭염 야적장ㆍ71/회식의 탄성ㆍ72/잠 값ㆍ74/모래의 힘ㆍ75/영산홍ㆍ76/졸업식 꽃다발ㆍ77/종지 인생ㆍ78/클로버ㆍ80/중꺾마 고드름ㆍ81/보정 값ㆍ82
제5부
배춧속은 아무도 몰라ㆍ85/차우차우ㆍ86/서(鼠) 참봉이 사는 법 2ㆍ87/시사회 가는 길ㆍ88/알약 볕 처방ㆍ89/경건한 주문ㆍ90/감자칼국수ㆍ91/생일 없는 엄마ㆍ92/물의 머리ㆍ94/까치집 부수기 공무 수행ㆍ95/그늘의 수심ㆍ96/별일ㆍ97/버이 폭포ㆍ98/도동 측백ㆍ99/볕의 각도ㆍ100
해설 김보람(시인)ㆍ101
방음벽ㆍ13/돌이 오줌 눈다ㆍ14/너도 62년생이니?ㆍ15/부리가 한 질문ㆍ16/바람과의 실랑이ㆍ17/인생 역전ㆍ18/비둘기의 사생활ㆍ20/견치원(犬稚園)ㆍ21/꽃들의 조문 행렬ㆍ22/무덤덤ㆍ23/표정이라는 막ㆍ24/도플갱어ㆍ26/애목련ㆍ27/눈깜짝할새ㆍ28
제2부
향에 오염되다ㆍ31/거미의 줄ㆍ32/교실 시간표ㆍ33/노란 블록ㆍ34/마스크 마이크ㆍ35/소음 디톡스ㆍ36/설마 초보ㆍ38/오이 마을ㆍ39/여보, 나 왔어ㆍ40/늘벗 슈퍼ㆍ41/요양병원 복도ㆍ42/어처구니ㆍ44/벌 짓이네ㆍ45/개근 거지ㆍ46
제3부
느티바람ㆍ49/대머리 까치ㆍ50/SNS장(葬)ㆍ51/요정들아 다 모여라ㆍ52/식물들의 약도ㆍ53/이물질ㆍ54/가을 도리깨ㆍ56/감나무 식당ㆍ57/도시에서 온 허수아비ㆍ58/턱도 없는ㆍ59/터진 감ㆍ60/달리는 웅덩이ㆍ62/뜨내기ㆍ63/은행나무ㆍ64
제4부
두 눈동자ㆍ67/딱 5분만!ㆍ68/g 떼ㆍ69/천사의 나팔ㆍ70/폭염 야적장ㆍ71/회식의 탄성ㆍ72/잠 값ㆍ74/모래의 힘ㆍ75/영산홍ㆍ76/졸업식 꽃다발ㆍ77/종지 인생ㆍ78/클로버ㆍ80/중꺾마 고드름ㆍ81/보정 값ㆍ82
제5부
배춧속은 아무도 몰라ㆍ85/차우차우ㆍ86/서(鼠) 참봉이 사는 법 2ㆍ87/시사회 가는 길ㆍ88/알약 볕 처방ㆍ89/경건한 주문ㆍ90/감자칼국수ㆍ91/생일 없는 엄마ㆍ92/물의 머리ㆍ94/까치집 부수기 공무 수행ㆍ95/그늘의 수심ㆍ96/별일ㆍ97/버이 폭포ㆍ98/도동 측백ㆍ99/볕의 각도ㆍ100
해설 김보람(시인)ㆍ101
저자
저자
이은주
서울에서 태어나 숙명여대 식품영양학과를 졸업했다. 2014년 《시조시학》으로 등단했으며, 시집으로 『섭섭한 오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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