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어공주는 몇 살이었을까요(문학의전당 시인선 404)
김경미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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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내 존재로서의 가치 증명
1992년 《시세계》로 등단한 김경미 시인의 다섯 번째 시집 『인어공주는 몇 살이었을까요』가 문학의전당 시인선 404로 출간되었다. 김경미 시인에게 존재는 정해진 시간의 몫을 가지고 매 순간 좌표 위에서 성찰과 희망을 반복한다. 삶이란 결국 감정의 얼룩으로 버무려진 시공간의 흔적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기 때문이다. 김경미 시인에게 자기동일성은 증명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세계 내 존재’로서의 현시가 중요하다. 즉 지금-여기에서의 즉각적인 소환을 중시하는 것은 존재가 그만큼 증명되기 어려운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간절함으로 김경미는 자기 존재를 드러낸다. 그것이 시가 되었다.
1992년 《시세계》로 등단한 김경미 시인의 다섯 번째 시집 『인어공주는 몇 살이었을까요』가 문학의전당 시인선 404로 출간되었다. 김경미 시인에게 존재는 정해진 시간의 몫을 가지고 매 순간 좌표 위에서 성찰과 희망을 반복한다. 삶이란 결국 감정의 얼룩으로 버무려진 시공간의 흔적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기 때문이다. 김경미 시인에게 자기동일성은 증명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세계 내 존재’로서의 현시가 중요하다. 즉 지금-여기에서의 즉각적인 소환을 중시하는 것은 존재가 그만큼 증명되기 어려운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간절함으로 김경미는 자기 존재를 드러낸다. 그것이 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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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해설 엿보기]
김경미 시인은 스스로 "지문이 되고 허기를 달래줄/그런 시를 꿈꾼다."(「시인의 말」)라고 선언한다. '지문'과 '허기'의 사전적 의미를 모르는 이는 없을 것이다. 시인이 전유한 의미는 '지문'은 고유성과 변별성을, '허기'는 더 높은 경지로 도약하기 위한 순간에 찾아오는 성찰의 계기를 직접 지시한다. 그 구체적 양태를 살펴보는 것이 이번 시집을 올바로 읽는 방향이 될 것이다.
몸이 익힌 것은 잊히지 않는다
물은 언제나 나를 유혹하고
잠들지 못하는 나는 물의 속도를 따라
푸른 아가미로 숨을 쉰다
몸으로 말하는 언어는
새벽마다 바다를 유영하고
나는 밤마다 꿈을 꾸게 해달라고 빌었다
눈에 밟히는 낡고 오래된 집
탯줄 끊고 돌아서던 부력으로
염불을 실어 나른다
바람은 매웠지만
담담하게 압화처럼 몸을 던지자
저 딱딱하고 푸른 맨몸은
허공에 낙관처럼 마침표를 찍는다
세상 속 풍경으로 떠돌던 시간의 유랑
꽃은 생명을 다해 피고
나는 산사의 시간을 깨운다
물속에는 고요가 남았다
- 「목어」 전문
풍경을 자연에서 떼어내 인간적 의미의 순간으로 만드는 것은 의당 '기억'의 힘이다. 시인은 여기서 한 발 더 들어가 "몸이 익힌 것"을 말한다. 생득적이라는 것이다. '목어'의 축어적 의미는 일순간에 사라진다. '나무로 물고기 형상을 만들어 허공에 매단 것'이란 '목어'의 정의는 이미 그 힘을 잃고 '푸른 아가미'와 '부력'이라는 어휘에 의해 본래 물속에 있어야 했던 것이 "허공에 낙관처럼 마침표를 찍는" 경지가 새로 드러난다. 필시 진화론에 따르면, 물고기에서 육상 생물로 진화하면서 '지문'을 갖게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허공'은 또 다른 영역이어서 '아가미'와 '지문'도 무화(無化)한다.
시인은 '수레국화 한 송이'에서 빛나고 쓸쓸한 한 계절의 풍경을 그려낸다. "파란색이 사연 참 많아 보"인다는 인상을 피력한 후 "어둠 속에서도 수많은 생명이 자랍니다/벌레들이 살아가고/새들이 숨어들고 사람들도 쉬어갑니다/비바람도 뚫지 못하는 철의 장벽 같"(「시작」)다고 이면의 느낌을 풀어낸다. 하지만 결국 '수레국화 한 송이'는 "혼자서도 자유분방한 것"이라는 속성 때문에 "집 떠난 언니의 발자국"을 강렬하게 환기한다. 표제인 '시작'은 출발이라는 의미와 함께 시인의 시적 지향이라는 의미를 또한 함축하고 있다. 이렇듯 '본향(本鄕)' 혹은 돌아갈 수 있는 그곳을 늘 상정하고 있기에 '목어'는 "바람은 매웠지만/담담하게 압화처럼 몸을 던지자/저 딱딱하고 푸른 맨몸은/허공에 낙관처럼 마침표를 찍"을 수 있게 된 것이다. '허공'을 단지 비어 있는 공간이 아니라 '생명과 삶'의 온갖 흔적으로 채워 결국 시인이 이상적으로 바라보는 '풍경'으로 바꾸고자 하는 의지가 '시작(詩作)'에 감춰둔, 그러나 본질적인 의미라 해도 무방할 것이다.
- 백인덕(시인)
김경미 시인은 스스로 "지문이 되고 허기를 달래줄/그런 시를 꿈꾼다."(「시인의 말」)라고 선언한다. '지문'과 '허기'의 사전적 의미를 모르는 이는 없을 것이다. 시인이 전유한 의미는 '지문'은 고유성과 변별성을, '허기'는 더 높은 경지로 도약하기 위한 순간에 찾아오는 성찰의 계기를 직접 지시한다. 그 구체적 양태를 살펴보는 것이 이번 시집을 올바로 읽는 방향이 될 것이다.
몸이 익힌 것은 잊히지 않는다
물은 언제나 나를 유혹하고
잠들지 못하는 나는 물의 속도를 따라
푸른 아가미로 숨을 쉰다
몸으로 말하는 언어는
새벽마다 바다를 유영하고
나는 밤마다 꿈을 꾸게 해달라고 빌었다
눈에 밟히는 낡고 오래된 집
탯줄 끊고 돌아서던 부력으로
염불을 실어 나른다
바람은 매웠지만
담담하게 압화처럼 몸을 던지자
저 딱딱하고 푸른 맨몸은
허공에 낙관처럼 마침표를 찍는다
세상 속 풍경으로 떠돌던 시간의 유랑
꽃은 생명을 다해 피고
나는 산사의 시간을 깨운다
물속에는 고요가 남았다
- 「목어」 전문
풍경을 자연에서 떼어내 인간적 의미의 순간으로 만드는 것은 의당 '기억'의 힘이다. 시인은 여기서 한 발 더 들어가 "몸이 익힌 것"을 말한다. 생득적이라는 것이다. '목어'의 축어적 의미는 일순간에 사라진다. '나무로 물고기 형상을 만들어 허공에 매단 것'이란 '목어'의 정의는 이미 그 힘을 잃고 '푸른 아가미'와 '부력'이라는 어휘에 의해 본래 물속에 있어야 했던 것이 "허공에 낙관처럼 마침표를 찍는" 경지가 새로 드러난다. 필시 진화론에 따르면, 물고기에서 육상 생물로 진화하면서 '지문'을 갖게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허공'은 또 다른 영역이어서 '아가미'와 '지문'도 무화(無化)한다.
시인은 '수레국화 한 송이'에서 빛나고 쓸쓸한 한 계절의 풍경을 그려낸다. "파란색이 사연 참 많아 보"인다는 인상을 피력한 후 "어둠 속에서도 수많은 생명이 자랍니다/벌레들이 살아가고/새들이 숨어들고 사람들도 쉬어갑니다/비바람도 뚫지 못하는 철의 장벽 같"(「시작」)다고 이면의 느낌을 풀어낸다. 하지만 결국 '수레국화 한 송이'는 "혼자서도 자유분방한 것"이라는 속성 때문에 "집 떠난 언니의 발자국"을 강렬하게 환기한다. 표제인 '시작'은 출발이라는 의미와 함께 시인의 시적 지향이라는 의미를 또한 함축하고 있다. 이렇듯 '본향(本鄕)' 혹은 돌아갈 수 있는 그곳을 늘 상정하고 있기에 '목어'는 "바람은 매웠지만/담담하게 압화처럼 몸을 던지자/저 딱딱하고 푸른 맨몸은/허공에 낙관처럼 마침표를 찍"을 수 있게 된 것이다. '허공'을 단지 비어 있는 공간이 아니라 '생명과 삶'의 온갖 흔적으로 채워 결국 시인이 이상적으로 바라보는 '풍경'으로 바꾸고자 하는 의지가 '시작(詩作)'에 감춰둔, 그러나 본질적인 의미라 해도 무방할 것이다.
- 백인덕(시인)
목차
목차
제1부
모란 13/사는 게 그래요 14/마음에게 16/리플리증후군 18/물 없는 나라 19/목어 20/백야 22/반짝거린다는 말 24/봄밤 25/바람을 필사하다 26/물의 집 28/반나절의 휴가 30/블렌딩의 시간 31/불의 길 32/시작 34
제2부
타투 37/고양이로 산다는 것 38/가을밤 40/곰팡이 41/꽃잠 42/붉은 화답 44/관성의 법칙 46/낮달이 떴다 47/나는 가벼워지기로 했다 48/낙화 50/꽃 피는 춘삼월 51/떠나보낸 것들에 대하여 52/달팽이와 광합성 54/대밭에서 55/손바닥 56
제3부
유목의 시간 59/가뭄의 속성 60/뭉툭해지는 시간 62/서글픈 저녁 64/4월, 눈이 내렸다 66/술국 67/성장통 68/세상의 모든 길 70/아메리카노 72/연꽃을 마중하다 74/유리알 유희 75/어둠이 침잠하는 76/우듬지 숨 고르기 78/자작나무 숲 80
제4부
지문이 사라졌다 83/강릉 서부시장 플랫폼 프리마켓 84/주문진에는 고래가 산다 86/물고기자리 88/한계선 90/첫사랑 91/빗살무늬 상처 92/참빗 94/나팔꽃 96/후안무치(厚顔無恥)로 말하자면 98/해의 역습 99/물아일체(物我一體) 100/폐허지에서 102/홀로그램 104
해설 백인덕(시인) 105
모란 13/사는 게 그래요 14/마음에게 16/리플리증후군 18/물 없는 나라 19/목어 20/백야 22/반짝거린다는 말 24/봄밤 25/바람을 필사하다 26/물의 집 28/반나절의 휴가 30/블렌딩의 시간 31/불의 길 32/시작 34
제2부
타투 37/고양이로 산다는 것 38/가을밤 40/곰팡이 41/꽃잠 42/붉은 화답 44/관성의 법칙 46/낮달이 떴다 47/나는 가벼워지기로 했다 48/낙화 50/꽃 피는 춘삼월 51/떠나보낸 것들에 대하여 52/달팽이와 광합성 54/대밭에서 55/손바닥 56
제3부
유목의 시간 59/가뭄의 속성 60/뭉툭해지는 시간 62/서글픈 저녁 64/4월, 눈이 내렸다 66/술국 67/성장통 68/세상의 모든 길 70/아메리카노 72/연꽃을 마중하다 74/유리알 유희 75/어둠이 침잠하는 76/우듬지 숨 고르기 78/자작나무 숲 80
제4부
지문이 사라졌다 83/강릉 서부시장 플랫폼 프리마켓 84/주문진에는 고래가 산다 86/물고기자리 88/한계선 90/첫사랑 91/빗살무늬 상처 92/참빗 94/나팔꽃 96/후안무치(厚顔無恥)로 말하자면 98/해의 역습 99/물아일체(物我一體) 100/폐허지에서 102/홀로그램 104
해설 백인덕(시인) 105
저자
저자
김경미
강원 속초에서 태어나 1992년 계간 《시세계》로 등단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먹감나무 하느님』 『물의 화법』 『도로시 파커를 위하여』 『동백꽃 피는 밤』이 있으며, 최인희문학상, 강원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KBS한국방송 아나운서로 청춘을 강릉방송국에 다 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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