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경자, 나비가 된 화가(문학의전당 시인선 405)
정경미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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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어떻게 신화가 되는가
2005년 《경인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정경미 시인의 일곱 번째 시집 『천경자, 나비가 된 화가』가 문학의전당 시인선 405로 출간되었다. 정경미 시인이 시인으로서 매우 의미 있는 일을 해냈다. 우리 미술사에 한 페이지를 차지하는 천경자 화가의 일대기를 시집 한 권으로 엮어낸 것이다. 문학사에 처음 있는 일이지 싶다. 이는 정경미 시인의 끈기와 인내 그리고 천경자 화가에 대한 존경심이 얻은 결과이다. 천경자를 거울처럼 통과한 자리에서 정경미는 이윽고 자기 초상을 다시 불러낸다. 색으로 화가의 일생을 말하고, 색으로 자신의 시를 말하는 정경미의 이번 시집에 주목해 보자.
2005년 《경인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정경미 시인의 일곱 번째 시집 『천경자, 나비가 된 화가』가 문학의전당 시인선 405로 출간되었다. 정경미 시인이 시인으로서 매우 의미 있는 일을 해냈다. 우리 미술사에 한 페이지를 차지하는 천경자 화가의 일대기를 시집 한 권으로 엮어낸 것이다. 문학사에 처음 있는 일이지 싶다. 이는 정경미 시인의 끈기와 인내 그리고 천경자 화가에 대한 존경심이 얻은 결과이다. 천경자를 거울처럼 통과한 자리에서 정경미는 이윽고 자기 초상을 다시 불러낸다. 색으로 화가의 일생을 말하고, 색으로 자신의 시를 말하는 정경미의 이번 시집에 주목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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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정경미의 시 속에서 '여자'는 한 사람을 넘어서 있다. 시인은 현실의 여성을 데생하듯 옮겨 적지 않는다. 오히려 여자의 상처와 욕망, 기력 없는 오후와 서늘한 마음, 소리 내지 못한 내면의 울림을 고스란히 신화적 징후로 끌어올린다. 시 안에서 여성은 더 이상 특정한 누군가가 아니다. 서로의 고통을 뼈째로 나누고, 서로의 상흔을 거울처럼 비추며, 서로의 이름이 희미해질 만큼 겹치는 집단적 존재가 된다. 이때 천경자는 현실의 화가라기보다, 정경미의 상상력이 닿아도 안전하게 머물 수 있는 무대처럼 작동한다. 들뢰즈식으로 말하자면, 천경자는 '되기(becoming)'의 경로다. 시인은 천경자의 얼굴을 통과하되, 그 얼굴에 갇히지 않는다. 공간을 채우는 것은 정경미가 오래 품어온 여성성의 원형들이다. 그러므로 여성은 '존재(being)'나 '소유(having)'의 질서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그들은 하나의 상태에 머무르지 않고 끊임없이 '-되어가는' 운동 속에서 스스로를 확장해 간다. 전설의 자국을 품은 여성, 비극의 여운을 지닌 여성, 꽃으로 환생하는 여성, 슬픔을 등에 지고도 끝내 나비를 불러내는 여성까지. 그 모든 형상은 하나의 흐름으로 맞물린다. 이렇게 탄생한 '여자'는 현실을 벗어나면서도 현실을 감싸 안는 서사의 문턱을 밟고 서 있다.
뙤약볕 아래 두꺼비 한 마리
헛꽃을 입에 물고
화폭과 마주하며 살아온
아흔 평생이 말을 걸어온다
보랏빛 환상은 비를 부르고
우렛소리 지나간 하늘엔
태양의 텅 빈 동공
화가의 뜰에 쏟아지는 황금비
여자의 지친 손은
혼 빠진 꽃들을 쓸어 담는다
붓끝에서 흘러내리는 용암이
미라로 잠든 꽃들을 깨운다
화원으로 찾아드는
나비 떼
- 「여자의 전설」 전문
그 대표적 예가 「여자의 전설」이다. 시는 첫 행부터 "뙤약볕 아래 두꺼비 한 마리/헛꽃을 입에 물고"라는 기묘한 장면을 내던지며 독자를 단번에 생경한 세계로 끌어들인다. 현실의 논리로는 함께 놓일 수 없는 "두꺼비"와 "헛꽃"이 한 프레임 안에서 맞물리는 순간, 시는 이미 신화의 문턱을 넘어선다. 이어지는 "보랏빛 환상은 비를 부르고/우렛소리 지나간 하늘엔/태양의 텅 빈 동공"에서 "동공"은 빛의 중심이 빠져나간 자리, 말로 붙잡기 어려운 공백(out of joint)의 감각을 드러낸다. 이때의 "태양"은 더 이상 생명의 상징이 아니라, 한때 격렬히 타올랐으나 지금은 중심이 비워진 감정의 잔흔으로 남는다. 그러나 여성은 빈자리에 머무르지 않는다. 자연의 기운을 흔들고, 계절의 숨결을 흐트러뜨리며 환상과 현실 사이를 가로지르는 존재로 새롭게 태어난다. 마지막 연의 "붓끝에서 흘러내리는 용암이/미라로 잠든 꽃들을 깨운다"라는 구절은 변환의 순간을 포착한다. "용암"은 상처의 뜨거운 기운이자 창조로 향하는 움직임이고, "미라로 잠든 꽃"은 오래 봉인된 그늘과 욕망이 깨어나는 자리다. 숨죽인 불씨가 열(熱)이 되고, 고통이 불꽃의 이미지로 번질 때 정경미의 '여자'는 마침내 다시 일어난다.
- 김보람(시인)
뙤약볕 아래 두꺼비 한 마리
헛꽃을 입에 물고
화폭과 마주하며 살아온
아흔 평생이 말을 걸어온다
보랏빛 환상은 비를 부르고
우렛소리 지나간 하늘엔
태양의 텅 빈 동공
화가의 뜰에 쏟아지는 황금비
여자의 지친 손은
혼 빠진 꽃들을 쓸어 담는다
붓끝에서 흘러내리는 용암이
미라로 잠든 꽃들을 깨운다
화원으로 찾아드는
나비 떼
- 「여자의 전설」 전문
그 대표적 예가 「여자의 전설」이다. 시는 첫 행부터 "뙤약볕 아래 두꺼비 한 마리/헛꽃을 입에 물고"라는 기묘한 장면을 내던지며 독자를 단번에 생경한 세계로 끌어들인다. 현실의 논리로는 함께 놓일 수 없는 "두꺼비"와 "헛꽃"이 한 프레임 안에서 맞물리는 순간, 시는 이미 신화의 문턱을 넘어선다. 이어지는 "보랏빛 환상은 비를 부르고/우렛소리 지나간 하늘엔/태양의 텅 빈 동공"에서 "동공"은 빛의 중심이 빠져나간 자리, 말로 붙잡기 어려운 공백(out of joint)의 감각을 드러낸다. 이때의 "태양"은 더 이상 생명의 상징이 아니라, 한때 격렬히 타올랐으나 지금은 중심이 비워진 감정의 잔흔으로 남는다. 그러나 여성은 빈자리에 머무르지 않는다. 자연의 기운을 흔들고, 계절의 숨결을 흐트러뜨리며 환상과 현실 사이를 가로지르는 존재로 새롭게 태어난다. 마지막 연의 "붓끝에서 흘러내리는 용암이/미라로 잠든 꽃들을 깨운다"라는 구절은 변환의 순간을 포착한다. "용암"은 상처의 뜨거운 기운이자 창조로 향하는 움직임이고, "미라로 잠든 꽃"은 오래 봉인된 그늘과 욕망이 깨어나는 자리다. 숨죽인 불씨가 열(熱)이 되고, 고통이 불꽃의 이미지로 번질 때 정경미의 '여자'는 마침내 다시 일어난다.
- 김보람(시인)
목차
목차
제1부
지붕 없는 미술관 13/절망과 입을 맞추는 14/여자의 전설 15/스물두 번째의 겨울 1 16/스물두 번째의 겨울 2 18/그대 섦은 생애 20/유년의 햇살 21/꽃의 정한(情恨) 22/스물두 살의 전설 24/꽃들의 바다 26/여자의 바다 27/비밀의 화원 28/나의 초상 30/허드슨의 밤 32
제2부
나비가 된 화가 35/해바라기 36/화가의 봄날 38/봄의 화원 39/이상기후 40/맨발의 여자 42/오필리아 43/그 여자의 행상 44/환생하는 봄 46/꽃의 외로움 47/화가의 귀 48/그 여자의 선인장 50/아열대 51/천경자의 남자 1 52/천경자의 남자 2 54
제3부
화가가 사랑한 여자 1 57/화가가 사랑한 여자 2 58/화가가 사랑한 여자 3 60/풍경을 위작하다 62/자화상과의 해후 63/그 여자의 습윤(濕潤) 64/나비의 혼 66/전설의 화폭 68/꽃들의 전설 69/화가의 뒷모습 70/허드슨 강가에서 72/석산(石蒜) 무렵 74/화가의 혼(魂) 75/천경자의 사막 1 76/천경자의 사막 2 78
제4부
백 년 전 그날처럼 81/마흔아홉 번째의 겨울 82/백야 84/아프리카의 슬픔 86/불가사리의 꿈 87/시간 이탈 88/화가의 비애 90/붉은 가시나무 92/나부(裸婦)의 화가 93/사모아 사모아 94/여자의 우물 96/떠돌이 꽃 98/벽 앞의 여자 99/허드슨 강가에서 2 100/화가의 미술관 102
해설 김보람(시인) 103
지붕 없는 미술관 13/절망과 입을 맞추는 14/여자의 전설 15/스물두 번째의 겨울 1 16/스물두 번째의 겨울 2 18/그대 섦은 생애 20/유년의 햇살 21/꽃의 정한(情恨) 22/스물두 살의 전설 24/꽃들의 바다 26/여자의 바다 27/비밀의 화원 28/나의 초상 30/허드슨의 밤 32
제2부
나비가 된 화가 35/해바라기 36/화가의 봄날 38/봄의 화원 39/이상기후 40/맨발의 여자 42/오필리아 43/그 여자의 행상 44/환생하는 봄 46/꽃의 외로움 47/화가의 귀 48/그 여자의 선인장 50/아열대 51/천경자의 남자 1 52/천경자의 남자 2 54
제3부
화가가 사랑한 여자 1 57/화가가 사랑한 여자 2 58/화가가 사랑한 여자 3 60/풍경을 위작하다 62/자화상과의 해후 63/그 여자의 습윤(濕潤) 64/나비의 혼 66/전설의 화폭 68/꽃들의 전설 69/화가의 뒷모습 70/허드슨 강가에서 72/석산(石蒜) 무렵 74/화가의 혼(魂) 75/천경자의 사막 1 76/천경자의 사막 2 78
제4부
백 년 전 그날처럼 81/마흔아홉 번째의 겨울 82/백야 84/아프리카의 슬픔 86/불가사리의 꿈 87/시간 이탈 88/화가의 비애 90/붉은 가시나무 92/나부(裸婦)의 화가 93/사모아 사모아 94/여자의 우물 96/떠돌이 꽃 98/벽 앞의 여자 99/허드슨 강가에서 2 100/화가의 미술관 102
해설 김보람(시인) 103
저자
저자
정경미
경남 거제에서 태어나 2005년 《경인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길은 언제나 뜬눈이다』 『거제도 시편』 『차라투스트라의 입』 『어린 철학자는 꽃이 지는 이유를 잊고』 『주홍 글씨 속의 유령들』 『정경미의 거제 포구 이야기』가 있다. 한국시인협회, 부산작가회의 회원. 〈가변차선〉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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