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두가 쥐여준 씨앗 한 되(시인동네 시인선 269)
사윤수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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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해설 엿보기]
시인들은 세계를 기쁨이 충만한 향연으로 느끼기보다 비관적으로 보는 것에 더 기울어져 있고 거기에서 깊이를 찾는다. 기쁨을 노래하는 시인은 얕을 뿐 아니라 시인이 되어야 할 필연성이 모자라는 것처럼 보인다. 같은 말이지만, 시인은 세계와 자신이 맺고 있는 관계를 긍정적으로 파악하기보다 부정적으로 파악하는 것에 더 예민하다. 그런 점에서 사윤수는 정통 시인임이 분명하다. 이번 시집의 제목이 나오기도 한 「시가 너에게」에서 시인은 "눈물 석 동이가 너의 시"라고 말하기도 한 바, 그에게는 삶이 즐거움보다는 슬픔에 더 가까운 모양새를 하고 있다.
배운 것이 슬픔이고 기껏 주워온 것도 슬픔 한 포대, 어디 내다 팔 곳 없어 가슴 마루에 던져놓고는, 불쌍해 다 버리기에도 아까워 이리저리 슬픔을 흩어놓고 쓸 만한 것들을 골라보는데 그중에 귀한 슬픔, 다듬으면 더 이상 울지 않을 슬픔들은 골라 널어 말린 뒤 차곡차곡 싸서 깊이 넣어두고, 나중에는 어디에 넣어두었는지도 몰라 잊어버릴 때까지, 잊는 날도 오겠지 하면서
- 「슬픔 한 포대」 전문
시인은 슬픔을 어디론가로 치워버리고 잊고 싶어 하지만 "아침에 눈을 뜨면 슬픔이 먼저 출근해 복무하고 있다"(「단골과 목어」)는 시구를 보면 시인의 슬픔은 어떤 장소에 치워버릴 수 있는 게 아니다. 시인을 꽉 잡고 있는 "슬픔의 황제"(「이희(李喜)」)는 녹슬지도 썩지도 않는다. 시인으로 하여금 삶을 슬픔과 뗄 수 없게 만든 체험은 무엇일까. 체험의 뿌리를 모르면 시인을 온전히 이해하기 힘들다.
시인은 "내 고향은 경북 청도군 화양면 남성현이다."라고 쓴 어느 에세이에서 초등학교 5학년을 마치는 겨울방학 때 가족과 함께 대구로 이사를 왔다고 적고 있다. 남성현에서 자란 12년간의 유년을 결코 잊을 수 없다고 말하는 시인은 첫 시집에 나온 「지붕을 잃어버리다」를 설명하면서 "명지바람 발밤발밤 지붕 위를 거니는 소리, 자드락비 떨어지는 소리, 감또개 똑또그르르 굴러 내리는 소리, 그 우주의 초침 소리가 나를 키웠"다고 고백하고 있다. 앞서 의태어·의성어와 동음이의어 놀이가 시인 일반에게 의미하는 바를 추측해 보기도 했는데 사윤수에게 의태어·의성어는 추억의 육화이자 고향의 재현이다. 그러나 원고지 17매 분량의 이 에세이는 매번 "불안"과 "고난이 또 업그레이드"(「내일은 말이 없고」) 된다는 시인의 비관적 세계 인식이 비롯된 체험의 뿌리를 보여주지 않는다.
- 장정일(시인)
시인들은 세계를 기쁨이 충만한 향연으로 느끼기보다 비관적으로 보는 것에 더 기울어져 있고 거기에서 깊이를 찾는다. 기쁨을 노래하는 시인은 얕을 뿐 아니라 시인이 되어야 할 필연성이 모자라는 것처럼 보인다. 같은 말이지만, 시인은 세계와 자신이 맺고 있는 관계를 긍정적으로 파악하기보다 부정적으로 파악하는 것에 더 예민하다. 그런 점에서 사윤수는 정통 시인임이 분명하다. 이번 시집의 제목이 나오기도 한 「시가 너에게」에서 시인은 "눈물 석 동이가 너의 시"라고 말하기도 한 바, 그에게는 삶이 즐거움보다는 슬픔에 더 가까운 모양새를 하고 있다.
배운 것이 슬픔이고 기껏 주워온 것도 슬픔 한 포대, 어디 내다 팔 곳 없어 가슴 마루에 던져놓고는, 불쌍해 다 버리기에도 아까워 이리저리 슬픔을 흩어놓고 쓸 만한 것들을 골라보는데 그중에 귀한 슬픔, 다듬으면 더 이상 울지 않을 슬픔들은 골라 널어 말린 뒤 차곡차곡 싸서 깊이 넣어두고, 나중에는 어디에 넣어두었는지도 몰라 잊어버릴 때까지, 잊는 날도 오겠지 하면서
- 「슬픔 한 포대」 전문
시인은 슬픔을 어디론가로 치워버리고 잊고 싶어 하지만 "아침에 눈을 뜨면 슬픔이 먼저 출근해 복무하고 있다"(「단골과 목어」)는 시구를 보면 시인의 슬픔은 어떤 장소에 치워버릴 수 있는 게 아니다. 시인을 꽉 잡고 있는 "슬픔의 황제"(「이희(李喜)」)는 녹슬지도 썩지도 않는다. 시인으로 하여금 삶을 슬픔과 뗄 수 없게 만든 체험은 무엇일까. 체험의 뿌리를 모르면 시인을 온전히 이해하기 힘들다.
시인은 "내 고향은 경북 청도군 화양면 남성현이다."라고 쓴 어느 에세이에서 초등학교 5학년을 마치는 겨울방학 때 가족과 함께 대구로 이사를 왔다고 적고 있다. 남성현에서 자란 12년간의 유년을 결코 잊을 수 없다고 말하는 시인은 첫 시집에 나온 「지붕을 잃어버리다」를 설명하면서 "명지바람 발밤발밤 지붕 위를 거니는 소리, 자드락비 떨어지는 소리, 감또개 똑또그르르 굴러 내리는 소리, 그 우주의 초침 소리가 나를 키웠"다고 고백하고 있다. 앞서 의태어·의성어와 동음이의어 놀이가 시인 일반에게 의미하는 바를 추측해 보기도 했는데 사윤수에게 의태어·의성어는 추억의 육화이자 고향의 재현이다. 그러나 원고지 17매 분량의 이 에세이는 매번 "불안"과 "고난이 또 업그레이드"(「내일은 말이 없고」) 된다는 시인의 비관적 세계 인식이 비롯된 체험의 뿌리를 보여주지 않는다.
- 장정일(시인)
목차
목차
제1부
수국은 누구의 눈매라고 해야 할까ㆍ13/웃는 먼지ㆍ14/속도의 후예ㆍ16/밤 강물 흘러가는 소리ㆍ19/내일은 말이 없고ㆍ20/없는 바깥ㆍ22/폭우ㆍ24/폐가의 노래ㆍ26/수보리ㆍ28/까몽이스 광장ㆍ30/호카곶ㆍ32/시가 너에게ㆍ34/종이의 노래ㆍ36
제2부
검은 두부ㆍ39/고독한 대출ㆍ40/버즘나무 아래서ㆍ42/단골과 목어ㆍ44/슬픔 한 포대ㆍ45/장면들ㆍ46/고요를 연주하다ㆍ48/식용의 시ㆍ50/참꽃의 까닭ㆍ51/숯을 굽다ㆍ52/이희(李喜)ㆍ54/11월의 /감주나무ㆍ56/옹기를 굽다ㆍ58
제3부
담쟁이는 동물성일까ㆍ61/프리지어 해변ㆍ62/연경 추성부(硏經秋聲賦)ㆍ64/새가 돌아오다ㆍ66/흰무늬애저녁나방ㆍ68/밤이면 소리 내어 우는 물고기ㆍ70/구월의 새ㆍ72/숙다방ㆍ73/한 소솜 빗줄기가 지붕을 때리며 지나가는 밤ㆍ76/흔들 그네ㆍ78/인간의 강ㆍ80/사람의 시절ㆍ82/꽃의 행로ㆍ83/등대ㆍ84
제4부
태초의 봄날ㆍ87/불로고분군(不老古墳群)ㆍ88/자작나무의 세계ㆍ90/자두나무 빨래판ㆍ92/이별에 대하여ㆍ94/겨울은 상여처럼ㆍ95/바깥이 밤의 안쪽을 흔들어ㆍ96/부처는 이모의 장례를 치르고ㆍ98/반가사유 토르소ㆍ100/비의 계절ㆍ102/해ㆍ104/봄의 증명서ㆍ106
해설 장정일(시인)ㆍ107
수국은 누구의 눈매라고 해야 할까ㆍ13/웃는 먼지ㆍ14/속도의 후예ㆍ16/밤 강물 흘러가는 소리ㆍ19/내일은 말이 없고ㆍ20/없는 바깥ㆍ22/폭우ㆍ24/폐가의 노래ㆍ26/수보리ㆍ28/까몽이스 광장ㆍ30/호카곶ㆍ32/시가 너에게ㆍ34/종이의 노래ㆍ36
제2부
검은 두부ㆍ39/고독한 대출ㆍ40/버즘나무 아래서ㆍ42/단골과 목어ㆍ44/슬픔 한 포대ㆍ45/장면들ㆍ46/고요를 연주하다ㆍ48/식용의 시ㆍ50/참꽃의 까닭ㆍ51/숯을 굽다ㆍ52/이희(李喜)ㆍ54/11월의 /감주나무ㆍ56/옹기를 굽다ㆍ58
제3부
담쟁이는 동물성일까ㆍ61/프리지어 해변ㆍ62/연경 추성부(硏經秋聲賦)ㆍ64/새가 돌아오다ㆍ66/흰무늬애저녁나방ㆍ68/밤이면 소리 내어 우는 물고기ㆍ70/구월의 새ㆍ72/숙다방ㆍ73/한 소솜 빗줄기가 지붕을 때리며 지나가는 밤ㆍ76/흔들 그네ㆍ78/인간의 강ㆍ80/사람의 시절ㆍ82/꽃의 행로ㆍ83/등대ㆍ84
제4부
태초의 봄날ㆍ87/불로고분군(不老古墳群)ㆍ88/자작나무의 세계ㆍ90/자두나무 빨래판ㆍ92/이별에 대하여ㆍ94/겨울은 상여처럼ㆍ95/바깥이 밤의 안쪽을 흔들어ㆍ96/부처는 이모의 장례를 치르고ㆍ98/반가사유 토르소ㆍ100/비의 계절ㆍ102/해ㆍ104/봄의 증명서ㆍ106
해설 장정일(시인)ㆍ107
저자
저자
사윤수
경북 청도에서 태어나 영남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했다. 2011년 《현대시학》으로 등단했으며, 시집으로 『파온』 『그리고, 라는 저녁 무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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