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비행(가히 시선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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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의 실존과 빛의 언어
2005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시조가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한 문수영 시인의 다섯 번째 시집 『그림자 비행』이 가히 시선 019로 출간되었다. 문수영은 화려하고 복잡한 수사를 피한다. 그는 마치 평범한 사실화처럼 풍경을 있는 그대로 옮긴다. 그리하여 봄비에 바람이 불고 벚꽃이 눈송이처럼 휘날리는 풍경이 아무런 왜곡도 없이 눈 앞에 펼쳐진다. 문제는 이런 극사실적 묘사에도 미학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문수영이 수사 부재의 문장에 유일하게 넣은 수식은 떨어진 꽃잎을 "짧았던 행복"(「바람이 그린 그림」)이라 정의하는 부분이다. 그러나 꽃잎으로 상징되는 짧았던 행복을 재생하는 것이 꽃잎 자신이 아니라 바람이라는 사실은 독자들을 깊은 생각에 빠지게 한다. 한 주체의 행복을 표현하는 것이 타자라는 사실, 타자의 존재 없이 아무런 행복?사건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사실은 실존의 또 다른 아이러니이다.
2005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시조가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한 문수영 시인의 다섯 번째 시집 『그림자 비행』이 가히 시선 019로 출간되었다. 문수영은 화려하고 복잡한 수사를 피한다. 그는 마치 평범한 사실화처럼 풍경을 있는 그대로 옮긴다. 그리하여 봄비에 바람이 불고 벚꽃이 눈송이처럼 휘날리는 풍경이 아무런 왜곡도 없이 눈 앞에 펼쳐진다. 문제는 이런 극사실적 묘사에도 미학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문수영이 수사 부재의 문장에 유일하게 넣은 수식은 떨어진 꽃잎을 "짧았던 행복"(「바람이 그린 그림」)이라 정의하는 부분이다. 그러나 꽃잎으로 상징되는 짧았던 행복을 재생하는 것이 꽃잎 자신이 아니라 바람이라는 사실은 독자들을 깊은 생각에 빠지게 한다. 한 주체의 행복을 표현하는 것이 타자라는 사실, 타자의 존재 없이 아무런 행복?사건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사실은 실존의 또 다른 아이러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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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문수영의 시(조)들은 일상과 나란히 간다. 짝을 이룬 신발처럼 일상이 한 발짝 가면 그의 시도 한 걸음을 따라간다. 생활과 시가 이렇게 나란히 가는 경우도 드물다. 문수영에겐 시가 곧 생활이고 생활이 곧 시이다. 그의 시는 생의 지도이다. 그가 생의 걸음을 내딛는 곳마다 시의 지도가 그려진다. 그의 시는 다시 쓰인 일상이며, 그의 일상은 다시 써지기를 기다리는 텍스트이다. 문수영은 왜 이렇게 사소하다면 사소할 일상의 궁구窮究에 매달릴까. 일상성Everydayness 비판으로 유명한 앙리 르페브르H. Lefebre에 따르면 "삶의 '의미'는 삶 그 자체가 아닌 다른 어떤 것에서도 찾을 수 없다. 그것은 오로지 삶 안에 있을 뿐이며 그 너머에는 아무것도 없다." 르페브르의 이런 명제는 고스란히 문수영의 삶과 시에도 해당이 된다. 그는 삶 너머의 초월적 기표에 에너지를 쏟지 않는다. 그의 관심은 오로지 삶 자체를 향해 있으며 그것의 시적 의미를 탐구하는 데 집중되어 있다.
긴 장마 지나간 뒤 신천이 출렁인다
청둥오리 양지에 오롯이 모여 앉아
먹이는 안중에 없이 꿉꿉한 등 말린다
곁가지 떠나보낸 버드나무 몸 추스른다
잎새에 새겨진 빗금 한 줌 볕에 아물고
헛배를 끌어안고서 왜가리는 어디 갔을까?
- 「왜가리는 어디 갔을까?」 전문
화자는 "신천"이라 불리는 하천가를 산책하며 눈에 띄는 것들을 차례대로 열거한다. 몸을 말리고 있는 청둥오리와 몸 추스르는 버드나무를 지나며 화자가 던지는 질문은 "왜가리는 어디 갔을까?"이다. 화자는 마땅히 있어야 할 자리에 문득 부재하는 왜가리를 소환한다. "헛배를 끌어안고서"라는 구절은 화자가 왜가리의 과거를 이미 잘 알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큰 사건도 일어나지 않았으며 큰 소음도 없는 하천가 산책로에서 왜가리의 부재는 갑자기 실존적 사건이 된다. 유진 이오네스코E. Ionesco의 연극 〈대머리 여가수〉에서 소방서장이 갑자기-아무런 맥락도 없이-"대머리 여가수는 어디 있지?"라고 질문을 던지는 순간 그녀가 절대 나타나지 않으리라는 실존적 부조리가 불안하게 선언되는 것처럼, 위 시 속의 화자는 무의식 속에서 사라진 존재의 부조리한 실존에 관하여 묻는다. 나머지 것들이 다 있는데, 그것은 왜 사라졌을까, 그것은 왜 부재하는 것일까. 부재의 부조리엔 합리적 원인이 있는가? 그리고, 이처럼 아무 때나 부재에 노출되어 있는 삶의 의미는, 도대체, 무엇인가. 이것이 이 시에서 화자가 암묵적으로 던지는 질문이다.
- 오민석(문학평론가·단국대 명예교수)
긴 장마 지나간 뒤 신천이 출렁인다
청둥오리 양지에 오롯이 모여 앉아
먹이는 안중에 없이 꿉꿉한 등 말린다
곁가지 떠나보낸 버드나무 몸 추스른다
잎새에 새겨진 빗금 한 줌 볕에 아물고
헛배를 끌어안고서 왜가리는 어디 갔을까?
- 「왜가리는 어디 갔을까?」 전문
화자는 "신천"이라 불리는 하천가를 산책하며 눈에 띄는 것들을 차례대로 열거한다. 몸을 말리고 있는 청둥오리와 몸 추스르는 버드나무를 지나며 화자가 던지는 질문은 "왜가리는 어디 갔을까?"이다. 화자는 마땅히 있어야 할 자리에 문득 부재하는 왜가리를 소환한다. "헛배를 끌어안고서"라는 구절은 화자가 왜가리의 과거를 이미 잘 알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큰 사건도 일어나지 않았으며 큰 소음도 없는 하천가 산책로에서 왜가리의 부재는 갑자기 실존적 사건이 된다. 유진 이오네스코E. Ionesco의 연극 〈대머리 여가수〉에서 소방서장이 갑자기-아무런 맥락도 없이-"대머리 여가수는 어디 있지?"라고 질문을 던지는 순간 그녀가 절대 나타나지 않으리라는 실존적 부조리가 불안하게 선언되는 것처럼, 위 시 속의 화자는 무의식 속에서 사라진 존재의 부조리한 실존에 관하여 묻는다. 나머지 것들이 다 있는데, 그것은 왜 사라졌을까, 그것은 왜 부재하는 것일까. 부재의 부조리엔 합리적 원인이 있는가? 그리고, 이처럼 아무 때나 부재에 노출되어 있는 삶의 의미는, 도대체, 무엇인가. 이것이 이 시에서 화자가 암묵적으로 던지는 질문이다.
- 오민석(문학평론가·단국대 명예교수)
목차
목차
제1부
터널 끝ㆍ13/맛있는 독서ㆍ14/늪ㆍ15/미술관 사색ㆍ16/또 다른 삼월ㆍ17/복수초ㆍ18/이해와 오해 사이ㆍ19/뒤로 돌아ㆍ20/리듬은 살아 있다ㆍ22/이명ㆍ23/보름달ㆍ24/어머니ㆍ25/모자의 힘ㆍ26/안경점에서ㆍ27/시인ㆍ28
제2부
숲속의 숲ㆍ31/따로 또 같이ㆍ32/볼링장 소묘ㆍ33/봄을 기다리며ㆍ34/시월, 문장대ㆍ35/빠르게 혹은 느리게ㆍ36/몸으로의 여행ㆍ37/사랑은 무채색ㆍ38/희망 메시지ㆍ40/골퍼ㆍ41/지금 나는 부재중ㆍ42/오작교ㆍ43/곡선에 대하여ㆍ44/왜가리는 어디 갔을까?ㆍ45/12월의 회화나무ㆍ46
제3부
그림자 비행ㆍ49/바람이 그린 그림ㆍ50/징검다리 건너기 2ㆍ51/첫의 마음ㆍ52/조용히 나를 흔드는ㆍ53/괜찮다ㆍ54/새벽ㆍ56/처서 무렵ㆍ57/산에 피는 꽃ㆍ58/관절염ㆍ59/사랑초ㆍ60/이명의 끝ㆍ62/겨울밤ㆍ63/전 상서 1ㆍ64
제4부
그믐달ㆍ67/짝ㆍ68/섬 속의 섬ㆍ69/화들짝ㆍ70/파문ㆍ71/비양도ㆍ72/초승달ㆍ74/소리 이후ㆍ75/빛과 그림자ㆍ76/안개 2ㆍ77/반송ㆍ78/11월, 장미ㆍ80/보이지 않는 길ㆍ81/전 상서 2ㆍ82
제5부
청소론(論)ㆍ85/공의 길ㆍ86/마음의 길ㆍ87/낯 익히기ㆍ88/모래 위의 승부ㆍ89/무지개 찾기ㆍ90/성묘ㆍ92/바이러스의 봄ㆍ93/맨발 걷기ㆍ94/세밑ㆍ95/문학기행ㆍ96/처서 지나 백로ㆍ97/무엇을 위해ㆍ98
해설 오민석(문학평론가·단국대 명예교수)ㆍ99
터널 끝ㆍ13/맛있는 독서ㆍ14/늪ㆍ15/미술관 사색ㆍ16/또 다른 삼월ㆍ17/복수초ㆍ18/이해와 오해 사이ㆍ19/뒤로 돌아ㆍ20/리듬은 살아 있다ㆍ22/이명ㆍ23/보름달ㆍ24/어머니ㆍ25/모자의 힘ㆍ26/안경점에서ㆍ27/시인ㆍ28
제2부
숲속의 숲ㆍ31/따로 또 같이ㆍ32/볼링장 소묘ㆍ33/봄을 기다리며ㆍ34/시월, 문장대ㆍ35/빠르게 혹은 느리게ㆍ36/몸으로의 여행ㆍ37/사랑은 무채색ㆍ38/희망 메시지ㆍ40/골퍼ㆍ41/지금 나는 부재중ㆍ42/오작교ㆍ43/곡선에 대하여ㆍ44/왜가리는 어디 갔을까?ㆍ45/12월의 회화나무ㆍ46
제3부
그림자 비행ㆍ49/바람이 그린 그림ㆍ50/징검다리 건너기 2ㆍ51/첫의 마음ㆍ52/조용히 나를 흔드는ㆍ53/괜찮다ㆍ54/새벽ㆍ56/처서 무렵ㆍ57/산에 피는 꽃ㆍ58/관절염ㆍ59/사랑초ㆍ60/이명의 끝ㆍ62/겨울밤ㆍ63/전 상서 1ㆍ64
제4부
그믐달ㆍ67/짝ㆍ68/섬 속의 섬ㆍ69/화들짝ㆍ70/파문ㆍ71/비양도ㆍ72/초승달ㆍ74/소리 이후ㆍ75/빛과 그림자ㆍ76/안개 2ㆍ77/반송ㆍ78/11월, 장미ㆍ80/보이지 않는 길ㆍ81/전 상서 2ㆍ82
제5부
청소론(論)ㆍ85/공의 길ㆍ86/마음의 길ㆍ87/낯 익히기ㆍ88/모래 위의 승부ㆍ89/무지개 찾기ㆍ90/성묘ㆍ92/바이러스의 봄ㆍ93/맨발 걷기ㆍ94/세밑ㆍ95/문학기행ㆍ96/처서 지나 백로ㆍ97/무엇을 위해ㆍ98
해설 오민석(문학평론가·단국대 명예교수)ㆍ99
저자
저자
문수영 경북 김천에서 태어나 고려대학교 인문정보대학원 문학예술학과를 졸업했다. 2003년 《시사사》 시 등단, 2005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시조가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조집 『푸른 그늘』 『먼지의 행로』 『화음』 『뭍으로 눕는 길』, 현대시조 100인선 『눈뜨는 봄』이 있다. 2008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기금 수혜, 〈영언〉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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