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애하는 나의 애인들은 맨날 과거형(시인동내 시인선 2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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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대한 반성과 사랑에 대한 헌신
2015년 《시와사상》 신인상, 2017년 《세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석민재 시인의 세 번째 시집 『친애하는 나의 애인들은 맨날 과거형』이 시인동네 시인선 278로 출간되었다. 석민재 시인은 이 시집에서 사랑의 실패를 말하면서도 사랑을 부정하지 않고, 상처를 말하면서도 상처에 머물지 않으며, 과거를 말하면서도 과거에 갇히지 않는다. 그리하여 시인은 '사랑'이라는 과거의 감정을 늘 현재형으로써 사유하며, 나의 현실을 망가뜨리는 과거의 잔해가 아니라 나의 현재를 더 깊게 이해할 수 있게 만드는 감각의 층위로써 거듭 현재화한다. 그렇게 과거형의 언어를 통해 이루어지는 항시적인 현재화의 발화 속에서, 사랑은 지나가고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여전히 우리 안에서 함께 머문다. 그 늦은 앎의 자리에서 석민재의 시는 사랑을 다시 쓺으로써 지나간 우리의 감정에 또 다른 숨을 불어넣는다.
2015년 《시와사상》 신인상, 2017년 《세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석민재 시인의 세 번째 시집 『친애하는 나의 애인들은 맨날 과거형』이 시인동네 시인선 278로 출간되었다. 석민재 시인은 이 시집에서 사랑의 실패를 말하면서도 사랑을 부정하지 않고, 상처를 말하면서도 상처에 머물지 않으며, 과거를 말하면서도 과거에 갇히지 않는다. 그리하여 시인은 '사랑'이라는 과거의 감정을 늘 현재형으로써 사유하며, 나의 현실을 망가뜨리는 과거의 잔해가 아니라 나의 현재를 더 깊게 이해할 수 있게 만드는 감각의 층위로써 거듭 현재화한다. 그렇게 과거형의 언어를 통해 이루어지는 항시적인 현재화의 발화 속에서, 사랑은 지나가고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여전히 우리 안에서 함께 머문다. 그 늦은 앎의 자리에서 석민재의 시는 사랑을 다시 쓺으로써 지나간 우리의 감정에 또 다른 숨을 불어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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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지나간 뒤에야 비로소 선명해지는 것들이 있다. 감정도 마찬가지다. 차마 이름 붙일 수 없었던 감정들도 시간이 지나고 나면 비로소 제 이름을 갖게 된다. 사랑 또한 그렇다. 어쩌면 사랑은 현재의 충만한 감정을 통해서가 아니라 지나가 버린 뒤에야 비로소 제 얼굴을 드러내는 감정인지도 모른다. 사랑의 순간에는 볼 수 없었던 것들, 너무 가깝기에 오히려 흐릿하게만 느껴지던 감정과 인식들은 회고 속에서 비로소 제 모습을 드러낸다.
그렇기에 사랑에 대한 시는 늘 알맞은 시간대로부터 살짝 비켜선 자리에 놓여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흐릿해지는 것이 아니라 외려 선명해지는 것이 '사랑'의 감각이기에, 사랑에 대한 시는 늘 그렇게 살짝 늦은 시간에 도착하고 마는 것이다. 사랑에 대한 시가 찬란한 시간에 대한 역사이면서 쓸쓸하고 지난했던 시간을 그리는 작업이 되기도 하는 것도 같은 이유가 아닐까 싶다. 그런 의미에서 사랑에 대한 시란 시간이 흘러 비로소 제 모양을 갖게 된 기억과 감정들에 언어라는 몸피를 씌우는 일이라 할 수 있다.
지금 우리가 마주한 석민재의 작품 또한 그렇다. 과거가 되어버린 시간 속에 놓인 '사랑'에 알맞은 언어라는 몸피를 씌우는 일. 어떤 의미에서 이는 시의 본령에 대한 충실성이라고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친애하는 나의 애인들'이라는 표현처럼, 그의 시에서 화제가 되는 것들은 현재가 아닌 지나간 시간의 조각들이다. 과거가 되었기에 오히려 더 선명해진 감각으로, 그는 자신이 사랑한 것과 놓친 것, 견딜 수 없었던 것들에 대해 쓴다. 바로 그 뒤늦은 앎의 자리가 석민재의 시가 출발하는 지점이다. 이 시집에서 사랑의 첫 얼굴은 봄과 벚꽃의 이미지로 나타난다. 하지만 그것은 밝고 환한 봄이 아니다. 「십리는 길고」에서 화자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봄은 언제나 반쯤은 가짜라는 걸
벚꽃보다 상처가 먼저였다는 걸
아무도 몰랐던 거야
벚꽃 밟는 소리로 울고 부서지는 소리로 피고
어떤 사랑은 너무 예뻐서 계절을 망치지
기다리던 날에 비를 부르는 말이지
입 맞추기 직전에 돌아서는 뒷모습이지
말하지 않아도 될 말을 끝내 던져버리는
벚꽃은 순간인데 십리는 길고
사랑은 언제나 빨리 끝나고
벚꽃이 피어서 봄이 도망치나 봐
여름은 사랑의 마감일을 넘긴 채 기억을 되씹다가
혀끝이 쓰고
낙엽은 사실 벚꽃의 후회라는 것도 모르고
벚꽃보다 더 슬픈 눈이 내려도
다시 걸어도 십리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고
넌 참 끝까지 아름답구나
넌 참 끝까지 아름답구나
- 「십리는 길고」 전문
이 시에서 봄은 사랑의 시작을 알리는 계절이지만, 그에 앞서 "벚꽃보다 상처가 먼저였다는 걸"이라 말한다. 이는 시집의 핵심적인 주제의식으로, 우리의 생각과 달리 '사랑'이란 순수히 아름다운 감정일 수만은 없다는 사실을 밝히고 있다. 사랑은 늘 상처와 함께하며, 때로 사랑보다 상처가 우리에게 먼저 도착하기도 하는 것이다. 어쩌면 사랑이 피어나는 것은 바로 그 상처 위인지도 모른다. 다만 사랑하는 동안에는 그 사실을 모른다. 벚꽃이 피었기 때문에 봄이라고 믿고, 설렘이 있었기 때문에 사랑이라 믿을 따름이다. 이 시에서도 화자는 그와 같은 사랑의 진실을 시간이 지나고서야 알게 된 것으로 보인다. 벚꽃이 피기 전부터 '나'의 계절은 이미 무수한 잔금으로 채워져 있었으며, 그 안에는 이별의 그림자 또한 늘 함께였다는 사실. 사랑에 취해 있는 동안은 알 수 없는 사실들이다.
그가 "어떤 사랑은 너무 예뻐서 계절을 망치지"라고 말하는 까닭 또한 이러한 뒤늦은 앎의 문제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사랑에 취해 있는 동안, 계절은 그 자체로서가 아닌 사랑의 관점을 통해 다시 채색된다. 그렇기에 우리 기억 속에서 하나의 대상이나 사물 또한 그 자체로서 남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인식했던 순간의 감정과 감각으로 채색되어 남는다. 그 기억 속에서 벚꽃은 벚꽃이지만 더 이상 벚꽃만이 아닌 것이다. 어떤 표정, 어떤 말, 어떤 기다림, 어떤 돌아섬과 함께 기억되는 것, 그것이 바로 기억 속의 사물들의 모습인 셈이다. 그렇기에 사랑은 세계를 아름답게 만드는 동시에, 그 아름다움 때문에 세계를 견딜 수 없게 만들기도 한다. 사랑이 끝난 뒤에도 계절은 계속 돌아오지만, 한 번 사랑의 빛으로 물든 계절은 이전과 같은 방식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벚꽃은 다시 피어나지만 사랑은 다시 피어나지 않기에 아름다움은 아픔이 되고 슬픔이 되고야 마는 것이다.
반복되는 생활의 틈에서 내가 지나온 슬픔과 농담, 체념과 사랑이 어떻게 함께 자라왔는지를 붙들어 본 기록이다. 나의 언어는 때로 거칠고 우스우며, 때로는 칼끝처럼 서늘하다. 그러나 그 끝에서 끝내 놓지 못한 것은 사람에 대한 애틋한 마음이었다.
그렇기에 사랑에 대한 시는 늘 알맞은 시간대로부터 살짝 비켜선 자리에 놓여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흐릿해지는 것이 아니라 외려 선명해지는 것이 '사랑'의 감각이기에, 사랑에 대한 시는 늘 그렇게 살짝 늦은 시간에 도착하고 마는 것이다. 사랑에 대한 시가 찬란한 시간에 대한 역사이면서 쓸쓸하고 지난했던 시간을 그리는 작업이 되기도 하는 것도 같은 이유가 아닐까 싶다. 그런 의미에서 사랑에 대한 시란 시간이 흘러 비로소 제 모양을 갖게 된 기억과 감정들에 언어라는 몸피를 씌우는 일이라 할 수 있다.
지금 우리가 마주한 석민재의 작품 또한 그렇다. 과거가 되어버린 시간 속에 놓인 '사랑'에 알맞은 언어라는 몸피를 씌우는 일. 어떤 의미에서 이는 시의 본령에 대한 충실성이라고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친애하는 나의 애인들'이라는 표현처럼, 그의 시에서 화제가 되는 것들은 현재가 아닌 지나간 시간의 조각들이다. 과거가 되었기에 오히려 더 선명해진 감각으로, 그는 자신이 사랑한 것과 놓친 것, 견딜 수 없었던 것들에 대해 쓴다. 바로 그 뒤늦은 앎의 자리가 석민재의 시가 출발하는 지점이다. 이 시집에서 사랑의 첫 얼굴은 봄과 벚꽃의 이미지로 나타난다. 하지만 그것은 밝고 환한 봄이 아니다. 「십리는 길고」에서 화자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봄은 언제나 반쯤은 가짜라는 걸
벚꽃보다 상처가 먼저였다는 걸
아무도 몰랐던 거야
벚꽃 밟는 소리로 울고 부서지는 소리로 피고
어떤 사랑은 너무 예뻐서 계절을 망치지
기다리던 날에 비를 부르는 말이지
입 맞추기 직전에 돌아서는 뒷모습이지
말하지 않아도 될 말을 끝내 던져버리는
벚꽃은 순간인데 십리는 길고
사랑은 언제나 빨리 끝나고
벚꽃이 피어서 봄이 도망치나 봐
여름은 사랑의 마감일을 넘긴 채 기억을 되씹다가
혀끝이 쓰고
낙엽은 사실 벚꽃의 후회라는 것도 모르고
벚꽃보다 더 슬픈 눈이 내려도
다시 걸어도 십리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고
넌 참 끝까지 아름답구나
넌 참 끝까지 아름답구나
- 「십리는 길고」 전문
이 시에서 봄은 사랑의 시작을 알리는 계절이지만, 그에 앞서 "벚꽃보다 상처가 먼저였다는 걸"이라 말한다. 이는 시집의 핵심적인 주제의식으로, 우리의 생각과 달리 '사랑'이란 순수히 아름다운 감정일 수만은 없다는 사실을 밝히고 있다. 사랑은 늘 상처와 함께하며, 때로 사랑보다 상처가 우리에게 먼저 도착하기도 하는 것이다. 어쩌면 사랑이 피어나는 것은 바로 그 상처 위인지도 모른다. 다만 사랑하는 동안에는 그 사실을 모른다. 벚꽃이 피었기 때문에 봄이라고 믿고, 설렘이 있었기 때문에 사랑이라 믿을 따름이다. 이 시에서도 화자는 그와 같은 사랑의 진실을 시간이 지나고서야 알게 된 것으로 보인다. 벚꽃이 피기 전부터 '나'의 계절은 이미 무수한 잔금으로 채워져 있었으며, 그 안에는 이별의 그림자 또한 늘 함께였다는 사실. 사랑에 취해 있는 동안은 알 수 없는 사실들이다.
그가 "어떤 사랑은 너무 예뻐서 계절을 망치지"라고 말하는 까닭 또한 이러한 뒤늦은 앎의 문제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사랑에 취해 있는 동안, 계절은 그 자체로서가 아닌 사랑의 관점을 통해 다시 채색된다. 그렇기에 우리 기억 속에서 하나의 대상이나 사물 또한 그 자체로서 남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인식했던 순간의 감정과 감각으로 채색되어 남는다. 그 기억 속에서 벚꽃은 벚꽃이지만 더 이상 벚꽃만이 아닌 것이다. 어떤 표정, 어떤 말, 어떤 기다림, 어떤 돌아섬과 함께 기억되는 것, 그것이 바로 기억 속의 사물들의 모습인 셈이다. 그렇기에 사랑은 세계를 아름답게 만드는 동시에, 그 아름다움 때문에 세계를 견딜 수 없게 만들기도 한다. 사랑이 끝난 뒤에도 계절은 계속 돌아오지만, 한 번 사랑의 빛으로 물든 계절은 이전과 같은 방식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벚꽃은 다시 피어나지만 사랑은 다시 피어나지 않기에 아름다움은 아픔이 되고 슬픔이 되고야 마는 것이다.
반복되는 생활의 틈에서 내가 지나온 슬픔과 농담, 체념과 사랑이 어떻게 함께 자라왔는지를 붙들어 본 기록이다. 나의 언어는 때로 거칠고 우스우며, 때로는 칼끝처럼 서늘하다. 그러나 그 끝에서 끝내 놓지 못한 것은 사람에 대한 애틋한 마음이었다.
목차
목차
제1부
십리는 길고ㆍ13/두양리 은행나무ㆍ14/추위를 옷소매에 붙이고ㆍ16/숭어가 있었대ㆍ18/해의 기분ㆍ20/개나리가 피었는데 개나리를 못 보고ㆍ22/그믐ㆍ23/명일 미용실ㆍ24/북천역에서ㆍ26/신촌 입구ㆍ29/귀뚜라미와 귀뚜라미ㆍ30/끝물의 은유ㆍ32/우수(雨水)ㆍ34
제2부
아멜리에ㆍ37/월운ㆍ38/민다리ㆍ40/평당ㆍ45/미나 양장점ㆍ46/전어는 며느리를 싫어하고ㆍ48/발꾸미 발꾸미ㆍ50/서촌구석몰길ㆍ52/이명산 약수ㆍ54/생선 말리기ㆍ56/생활이라는 나무ㆍ58/목련의 바깥ㆍ60/벅수ㆍ62
제3부
불가촉ㆍ65/지구를 한 번에 번쩍 닦고 싶어요ㆍ66/궁상각치우ㆍ68/율원ㆍ69/오늘의 언박싱ㆍ70/갑을병정ㆍ72/아무ㆍ74/오이디푸스ㆍ75/해바라기ㆍ78/대서(大暑)ㆍ79/모태ㆍ80/시계가 젖었다ㆍ82/저녁의 중심ㆍ84
제4부
수련이 흔들리고ㆍ87/겹ㆍ88/편의점은 많고ㆍ90/바람 찬 날에 꽃이여 꽃이여ㆍ92/십리사탕ㆍ94/불일폭포 앞에서ㆍ96/노량ㆍ98/이 집 왜 이래ㆍ100/비키스ㆍ102/윤달ㆍ104/사북의 비ㆍ106/문화동 블루스ㆍ108/소만(小滿)ㆍ110/미역 한 봉지ㆍ112
해설 임지훈(문학평론가)ㆍ113
십리는 길고ㆍ13/두양리 은행나무ㆍ14/추위를 옷소매에 붙이고ㆍ16/숭어가 있었대ㆍ18/해의 기분ㆍ20/개나리가 피었는데 개나리를 못 보고ㆍ22/그믐ㆍ23/명일 미용실ㆍ24/북천역에서ㆍ26/신촌 입구ㆍ29/귀뚜라미와 귀뚜라미ㆍ30/끝물의 은유ㆍ32/우수(雨水)ㆍ34
제2부
아멜리에ㆍ37/월운ㆍ38/민다리ㆍ40/평당ㆍ45/미나 양장점ㆍ46/전어는 며느리를 싫어하고ㆍ48/발꾸미 발꾸미ㆍ50/서촌구석몰길ㆍ52/이명산 약수ㆍ54/생선 말리기ㆍ56/생활이라는 나무ㆍ58/목련의 바깥ㆍ60/벅수ㆍ62
제3부
불가촉ㆍ65/지구를 한 번에 번쩍 닦고 싶어요ㆍ66/궁상각치우ㆍ68/율원ㆍ69/오늘의 언박싱ㆍ70/갑을병정ㆍ72/아무ㆍ74/오이디푸스ㆍ75/해바라기ㆍ78/대서(大暑)ㆍ79/모태ㆍ80/시계가 젖었다ㆍ82/저녁의 중심ㆍ84
제4부
수련이 흔들리고ㆍ87/겹ㆍ88/편의점은 많고ㆍ90/바람 찬 날에 꽃이여 꽃이여ㆍ92/십리사탕ㆍ94/불일폭포 앞에서ㆍ96/노량ㆍ98/이 집 왜 이래ㆍ100/비키스ㆍ102/윤달ㆍ104/사북의 비ㆍ106/문화동 블루스ㆍ108/소만(小滿)ㆍ110/미역 한 봉지ㆍ112
해설 임지훈(문학평론가)ㆍ113
저자
저자
석민재 부산에서 태어나 경남 하동에서 성장했다. 2015년 《시와사상》 신인상, 2017년 《세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엄마는 나를 또 낳았다』 『그래, 라일락』, 공동시집 『시골시인 K』, 산문집 『어쭈구리 야구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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