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은 꽃이 멀리 울 것이다(가히 시선 20)
서성자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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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후일, 꽃으로 쓰인 것들
2002년 《경남신문》 신춘문예, 《시조시학》으로 등단한 서성자 시인의 세 번째 시집 『어느 날은 꽃이 멀리 울 것이다』가 가히 시선 020으로 출간되었다. 서성자는 근본적으로 돌아옴을 믿는 시인이다. 그의 시선에 분노나 저항의 기미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 기운을 전면에 내세우지는 않는다. 다만 타인들이 지나간 일이라고 말하는 것들, 끝났다고 여기는 것들의 곁을 가만히 지킬 뿐이다. 서성자가 호명하는 나무와 씨앗, 열매와 뿌리 속에서 떠나간 것들은 흙과 빛과 물의 온기를 지나 다른 몸으로 되돌아오는 귀환에 이른다. 서성자는 생의 끝자락에 선 존재들이 어둠 속으로 잠기기 직전, 그 찰나의 벼랑에서 뿜어내는 마지막 광채 앞에서 오래도록 눈을 감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애도란 떠나간 존재 뒤에 홀로 남은 자가 시간의 내부로 유배되는 일인지도 모른다.
2002년 《경남신문》 신춘문예, 《시조시학》으로 등단한 서성자 시인의 세 번째 시집 『어느 날은 꽃이 멀리 울 것이다』가 가히 시선 020으로 출간되었다. 서성자는 근본적으로 돌아옴을 믿는 시인이다. 그의 시선에 분노나 저항의 기미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 기운을 전면에 내세우지는 않는다. 다만 타인들이 지나간 일이라고 말하는 것들, 끝났다고 여기는 것들의 곁을 가만히 지킬 뿐이다. 서성자가 호명하는 나무와 씨앗, 열매와 뿌리 속에서 떠나간 것들은 흙과 빛과 물의 온기를 지나 다른 몸으로 되돌아오는 귀환에 이른다. 서성자는 생의 끝자락에 선 존재들이 어둠 속으로 잠기기 직전, 그 찰나의 벼랑에서 뿜어내는 마지막 광채 앞에서 오래도록 눈을 감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애도란 떠나간 존재 뒤에 홀로 남은 자가 시간의 내부로 유배되는 일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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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어떤 슬픔은 울음으로도 다 소진되지 않는다. 떠난 이를 생각하며 밤을 지새우다가도 아침이 되면 이불을 걷어야 하고, 밥을 지어야 하고, 마른 화분에 물을 주어야 한다. 누군가의 부재는 한순간에 들이닥치지만, 그것을 감내하는 일은 더딘 시간 속에서만 가능하다. 대체로 삶은 거창한 결심이나 극적인 각성보다 하루를 건너는 사소한 동작들로 지탱된다. 서성자의 시는 나직한 살림의 풍경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다. 그는 떠난 것들이 남긴 그늘을 몸의 정직한 움직임으로 받아들인다.
한나 아렌트는 가사와 살림 같은 '노동(labor)'을 생명의 순환에 맞닿은 근원적인 활동으로 보았다. "영혼이 그렇다고 꼭/행복해지는 건 아니지만"(「행복은 행복을 주지 않아」), 몸이 움직이는 동안 오늘이라는 시간은 가까스로 본래의 리듬을 복원해 낸다. 주목할 것은 이 버팀의 곁에 언제나 식물의 생태가 놓여 있다는 점이다. 서성자에게 식물은 인간의 상처를 달래기 위해 호출된 서정적 장식이나 관조의 대상에 머물지 않는다. 그것은 시린 계절을 건너며 살아갈 기운을 수혈하는 동반자가 된다. 시인이 "영원한 삶의 숙적인 슬픔에 높이 설 것"(「명랑에게」)을 다짐할 때, 마음은 삶을 이루는 바탕으로 남는다.
꽃 지고 너도 갔으니 이불이나 말려야지
걱정 없는 하늘 아래 널브러진 꽃잔디
할 말을 까맣게 잊은
입술들이 뭉클해
연둣빛 지천에 눈은 자꾸 까끌거리고
비 실은 바람에 질 꽃 지고 필 꽃 피리
멈추어 돌아보는 길
그 맘이야 젖든 말든
- 「곡우」 전문
계절은 인간의 상심과 무관하게 흘러간다. 만물을 깨운다는 '곡우(穀雨)'의 절기 앞에서도 시간은 어김없이 발걸음을 옮긴다. 그러나 주체가 마주한 봄은 그리 다정하지 않다. "꽃 지고 너도 갔으니 이불이나 말려야지"라는 독백 속에서 꽃의 낙화와 '너'의 이별은 단숨에 포개어진다. 이 첫마디는 상실을 견디는 생활의 방식을 예고한다. 자연의 소멸과 사랑하는 이의 빈자리가 교차하는 순간, 주체가 꺼내 드는 것은 비탄의 수사가 아니라 이불을 널어 말리는 일상의 몸짓이다. "걱정 없는 하늘 아래 널브러진 꽃잔디"와 "지천"에 번진 "연둣빛"은 봄의 생동을 드러내지만, 그 빛깔은 위안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자꾸 까끌거리고" 마는 감각으로 전해질 뿐이다. 바깥의 생기가 무성해질수록 떠난 이의 기척은 또렷해진다. "할 말을 까맣게 잊은/입술들이 뭉클해"라는 시구는 지는 꽃잎을 더 이상 말을 건넬 수 없는 존재의 초상으로 바꾸어 놓는다. "비 실은 바람에 질 꽃 지고 필 꽃 피리"에서 자연은 냉정한 순환의 질서를 드러낸다. 질 꽃은 지고, 필 꽃은 핀다. "멈추어 돌아보는 길/그 맘이야 젖든 말든"이라는 종장에는 담담한 수용의 태도가 담겨 있다. 그리움에 젖은 마음을 뒤로한 채, 계절은 제 갈 길을 간다.
- 김보람(시인)
한나 아렌트는 가사와 살림 같은 '노동(labor)'을 생명의 순환에 맞닿은 근원적인 활동으로 보았다. "영혼이 그렇다고 꼭/행복해지는 건 아니지만"(「행복은 행복을 주지 않아」), 몸이 움직이는 동안 오늘이라는 시간은 가까스로 본래의 리듬을 복원해 낸다. 주목할 것은 이 버팀의 곁에 언제나 식물의 생태가 놓여 있다는 점이다. 서성자에게 식물은 인간의 상처를 달래기 위해 호출된 서정적 장식이나 관조의 대상에 머물지 않는다. 그것은 시린 계절을 건너며 살아갈 기운을 수혈하는 동반자가 된다. 시인이 "영원한 삶의 숙적인 슬픔에 높이 설 것"(「명랑에게」)을 다짐할 때, 마음은 삶을 이루는 바탕으로 남는다.
꽃 지고 너도 갔으니 이불이나 말려야지
걱정 없는 하늘 아래 널브러진 꽃잔디
할 말을 까맣게 잊은
입술들이 뭉클해
연둣빛 지천에 눈은 자꾸 까끌거리고
비 실은 바람에 질 꽃 지고 필 꽃 피리
멈추어 돌아보는 길
그 맘이야 젖든 말든
- 「곡우」 전문
계절은 인간의 상심과 무관하게 흘러간다. 만물을 깨운다는 '곡우(穀雨)'의 절기 앞에서도 시간은 어김없이 발걸음을 옮긴다. 그러나 주체가 마주한 봄은 그리 다정하지 않다. "꽃 지고 너도 갔으니 이불이나 말려야지"라는 독백 속에서 꽃의 낙화와 '너'의 이별은 단숨에 포개어진다. 이 첫마디는 상실을 견디는 생활의 방식을 예고한다. 자연의 소멸과 사랑하는 이의 빈자리가 교차하는 순간, 주체가 꺼내 드는 것은 비탄의 수사가 아니라 이불을 널어 말리는 일상의 몸짓이다. "걱정 없는 하늘 아래 널브러진 꽃잔디"와 "지천"에 번진 "연둣빛"은 봄의 생동을 드러내지만, 그 빛깔은 위안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자꾸 까끌거리고" 마는 감각으로 전해질 뿐이다. 바깥의 생기가 무성해질수록 떠난 이의 기척은 또렷해진다. "할 말을 까맣게 잊은/입술들이 뭉클해"라는 시구는 지는 꽃잎을 더 이상 말을 건넬 수 없는 존재의 초상으로 바꾸어 놓는다. "비 실은 바람에 질 꽃 지고 필 꽃 피리"에서 자연은 냉정한 순환의 질서를 드러낸다. 질 꽃은 지고, 필 꽃은 핀다. "멈추어 돌아보는 길/그 맘이야 젖든 말든"이라는 종장에는 담담한 수용의 태도가 담겨 있다. 그리움에 젖은 마음을 뒤로한 채, 계절은 제 갈 길을 간다.
- 김보람(시인)
목차
목차
제1부
연민ㆍ13/60ㆍ14/아무것도 이해하지 않는다ㆍ15/우연이 그대로 있는 것ㆍ16/명랑에게ㆍ17/행복은 행복을 주지 않아ㆍ18/먼 후일ㆍ19/흡착ㆍ20/무주상보시ㆍ22/고요한 대답ㆍ23/봄 감기ㆍ24/예쁜 알츠하이머ㆍ25/퇴근길ㆍ26/고양이처럼ㆍ27/D?dayㆍ28
제2부
독립적인 슬픔ㆍ31/잔설ㆍ32/목향장미ㆍ33/곡우ㆍ34/난 널 사랑해ㆍ35/연한 빛ㆍ36/사시장철ㆍ37/지구는 돌림노래를 부른다ㆍ38/감자에 싹이 나서ㆍ40/비 냄새를 좋아하나요ㆍ41/사랑만 남아서ㆍ42/너무나 여러 번ㆍ43/감밭을 지나다가ㆍ44/99%ㆍ45/윤삼월ㆍ46
제3부
파종ㆍ49/흑백사진ㆍ50/비누꽃ㆍ51/돌고 돌아ㆍ52/그것은 장미의 일ㆍ53/탄생ㆍ54/가을비ㆍ55/입ㆍ56/사는 중입니다ㆍ58/회복ㆍ59/이처럼 환한 중추가절에ㆍ60/나뭇가지에 새가 앉아 있는데ㆍ61/감각의 징후로ㆍ62/전망대ㆍ63/가난한 레시피ㆍ64
제4부
그러므로 해피엔딩ㆍ67/자꾸 웃는 사람ㆍ68/실연 후ㆍ69/나는 야옹거리며 사라졌다ㆍ70/썰물ㆍ71/11월ㆍ72/나무 그림자ㆍ73/사랑아, 어느 새벽 너는ㆍ74/범어사, 법고ㆍ76/수목장ㆍ77/첫눈ㆍ78/회신ㆍ79/오늘의 9시ㆍ80/목격ㆍ81/일하는 것입니다ㆍ82
제5부
날아들다ㆍ85/호박잎 찌는 저녁ㆍ86/현현ㆍ87/독, 작ㆍ88/나목ㆍ89/환절기 삽화ㆍ90/달밤에 무화과ㆍ91/닫히지 않는 창문ㆍ92/며칠 동안ㆍ94/껴안다ㆍ95/몽타주ㆍ96/핑크뮬리ㆍ97/근, 조화ㆍ98/몇 년째 구근ㆍ99/애프터ㆍ100
해설 김보람(시인)ㆍ101
연민ㆍ13/60ㆍ14/아무것도 이해하지 않는다ㆍ15/우연이 그대로 있는 것ㆍ16/명랑에게ㆍ17/행복은 행복을 주지 않아ㆍ18/먼 후일ㆍ19/흡착ㆍ20/무주상보시ㆍ22/고요한 대답ㆍ23/봄 감기ㆍ24/예쁜 알츠하이머ㆍ25/퇴근길ㆍ26/고양이처럼ㆍ27/D?dayㆍ28
제2부
독립적인 슬픔ㆍ31/잔설ㆍ32/목향장미ㆍ33/곡우ㆍ34/난 널 사랑해ㆍ35/연한 빛ㆍ36/사시장철ㆍ37/지구는 돌림노래를 부른다ㆍ38/감자에 싹이 나서ㆍ40/비 냄새를 좋아하나요ㆍ41/사랑만 남아서ㆍ42/너무나 여러 번ㆍ43/감밭을 지나다가ㆍ44/99%ㆍ45/윤삼월ㆍ46
제3부
파종ㆍ49/흑백사진ㆍ50/비누꽃ㆍ51/돌고 돌아ㆍ52/그것은 장미의 일ㆍ53/탄생ㆍ54/가을비ㆍ55/입ㆍ56/사는 중입니다ㆍ58/회복ㆍ59/이처럼 환한 중추가절에ㆍ60/나뭇가지에 새가 앉아 있는데ㆍ61/감각의 징후로ㆍ62/전망대ㆍ63/가난한 레시피ㆍ64
제4부
그러므로 해피엔딩ㆍ67/자꾸 웃는 사람ㆍ68/실연 후ㆍ69/나는 야옹거리며 사라졌다ㆍ70/썰물ㆍ71/11월ㆍ72/나무 그림자ㆍ73/사랑아, 어느 새벽 너는ㆍ74/범어사, 법고ㆍ76/수목장ㆍ77/첫눈ㆍ78/회신ㆍ79/오늘의 9시ㆍ80/목격ㆍ81/일하는 것입니다ㆍ82
제5부
날아들다ㆍ85/호박잎 찌는 저녁ㆍ86/현현ㆍ87/독, 작ㆍ88/나목ㆍ89/환절기 삽화ㆍ90/달밤에 무화과ㆍ91/닫히지 않는 창문ㆍ92/며칠 동안ㆍ94/껴안다ㆍ95/몽타주ㆍ96/핑크뮬리ㆍ97/근, 조화ㆍ98/몇 년째 구근ㆍ99/애프터ㆍ100
해설 김보람(시인)ㆍ101
저자
저자
서성자 경남 마산에서 태어나 2002년 《경남신문》 신춘문예 당선, 《시조시학》 신인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조집 『쓸 만한 잡담』 『사사로움의 주기』가 있으며, 경남시조문학상, 성파시조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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