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까지가 꽃의 기억입니다(문학의전당 시인선 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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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에 새겨진 기억의 詩
2015년 《문예연구》 신인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이세영 시인의 첫 시집 『거기까지가 꽃의 기억입니다』가 문학의전당 시인선 410으로 출간되었다. 시를 잘 만드는 시인이 많은 세상에서 시를 잘 받는 시인을 만나는 일은 특별하다. 이세영의 시는 삶을 통과한 기억을 오래 품었다가 제때 건네는 드문 시의 모양을 보여준다. 이세영의 시는 현란한 언어의 가지를 무성하게 뻗지 않고, 가벼운 혀의 잎을 함부로 흔들지도 않는다. 그러니 그의 시를 말하는 목소리도 좀 더 나직이 내야 옳다. 나직한 목소리로 따라 읽고 나면, 이 시집이 어떤 시인을 우리 앞에 세우는지 조금씩 분명해질 것이다. 기교보다 먼저 진실한 시를 섬기는 시인이 있는 한, 우리 마음에도 시의 마을 하나쯤 들어설 걸로 믿는다.
2015년 《문예연구》 신인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이세영 시인의 첫 시집 『거기까지가 꽃의 기억입니다』가 문학의전당 시인선 410으로 출간되었다. 시를 잘 만드는 시인이 많은 세상에서 시를 잘 받는 시인을 만나는 일은 특별하다. 이세영의 시는 삶을 통과한 기억을 오래 품었다가 제때 건네는 드문 시의 모양을 보여준다. 이세영의 시는 현란한 언어의 가지를 무성하게 뻗지 않고, 가벼운 혀의 잎을 함부로 흔들지도 않는다. 그러니 그의 시를 말하는 목소리도 좀 더 나직이 내야 옳다. 나직한 목소리로 따라 읽고 나면, 이 시집이 어떤 시인을 우리 앞에 세우는지 조금씩 분명해질 것이다. 기교보다 먼저 진실한 시를 섬기는 시인이 있는 한, 우리 마음에도 시의 마을 하나쯤 들어설 걸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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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해설 엿보기]
이세영의 시는 현장을 떠나지 않는다. 계절에 묻힌 기억이 다시 피어난다. 눈을 맞추되 관념을 주입하지 않고 일정한 간격으로 관계한다. 이러한 균형 덕분에 그의 시는 과잉 감정으로 흐르지 않으면서도 현실의 결을 놓치지 않는다. 바로 그 절제된 거리감이 그의 시를 오래 바라보게 하는 힘이다. 흔적을 해석하지 않고 감각으로 만들어내는 힘은 책상에서만 터득할 수 없다. 그의 시는 무엇을 말했는가보다 어떻게 남았는가를 오래 바라본다. 그러다가 더는 참을 수 없이 말로 풀어낼 것만 남은 자리에서 첫 문장을 쓰기 시작한다. 이런 자세 속에서 이별의 뒷모습까지도 삶의 한 장면으로 받아들인다. 미련을 덜어내고 그 장면을 가만히 들여다보는 시인만의 특별한 방식으로 보인다. 이는 오늘의 시가 다시 돌아볼 만한 시작(詩作) 태도다.
시간을 잃어버린 마을에 가서
기차를 타고 내리는 동안
장미 한 송이 피었다가 진다
녹슨 기차 옆 의자에 앉아
하늘의 편지를 받아 읽다가
몇 줄 답장을 보내면서 나는
또 엄마처럼 늙어가고
시리던 그날 밤을 건너며
당신과 나눈 이야기를 돌아보는,
이렇게 봄날이다
- 「시실리(時失里)에서」 전문
말하자면 시는 "당신과 나눈 이야기"이다. '당신'은 '나'이기도 하다. 보낸 시간이 시가 되고, 남겨진 시간이 시가 된다. 기차를 타고 내리는 사이 꽃이 피고 진다. 문득 멈춘 폐역에서 편지를 읽고 편지를 쓴다. 편지처럼 늙는다. 장미 한 송이 피었다가 지는 세월이다. "시간을 잃어버린 마을에" 사는 시인은 "하늘의 편지를 받아" 품었다가 "몇 장 답장을 보내면서" 시를 완성한다. 겸손하게 시간을 받아들인 뒤, 그 안에서 걸러낸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다. 만남과 이별 사이를 잇던 한마디가 시인과 독자의 시간에 놓인다. 물론 말하지 않은 말도 시의 일부다. 그렇게 받아 적은 시간은 다시 기억의 꽃으로 남는다.
목련도 벚꽃도
흙으로 돌아가려고
이렇게 몸을 씻는가
봄비 지나가고
때맞춰 부는 바람이
꽃잎을 한번 뒤집는다
높은 곳에서 활짝 웃다가
가장 낮은 곳으로 내려오는
거기까지가 꽃의 기억
떨어진 꽃은 모두
흔들리며 생을 잇던
허공의 기억을 붙잡은 채
말없이 눕는다
- 「거기까지가 꽃의 기억」 전문
이세영의 시에서 꽃의 기억은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삶에 새겨진 시간은 오래 묵어 다른 이름의 꽃으로 피어나고, 마침내 언어가 되어 다시 누군가의 기억으로 건너간다. 이 아름다운 순환을 끝까지 믿는 태도가 이 시집을 오래 붙잡게 한다.
그가 오래 품어온 것이 비로소 말이 되는 순간에는 너무 가까이 다가가지 않는 것이 좋다. 애틋한 기억의 먼지를 닦아 조심스레 내미는 표정을 오래 바라보고 싶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세영의 시는 현란한 언어의 가지를 무성하게 뻗지 않고, 가벼운 혀의 잎을 함부로 흔들지도 않는다. 그러니 그의 시를 말하는 목소리도 좀 더 나직이 내야 옳다. 나직한 목소리로 따라 읽고 나면, 이 시집이 어떤 시인을 우리 앞에 세우는지 조금씩 분명해질 것이다.
- 심도전(금강하구사람)
이세영의 시는 현장을 떠나지 않는다. 계절에 묻힌 기억이 다시 피어난다. 눈을 맞추되 관념을 주입하지 않고 일정한 간격으로 관계한다. 이러한 균형 덕분에 그의 시는 과잉 감정으로 흐르지 않으면서도 현실의 결을 놓치지 않는다. 바로 그 절제된 거리감이 그의 시를 오래 바라보게 하는 힘이다. 흔적을 해석하지 않고 감각으로 만들어내는 힘은 책상에서만 터득할 수 없다. 그의 시는 무엇을 말했는가보다 어떻게 남았는가를 오래 바라본다. 그러다가 더는 참을 수 없이 말로 풀어낼 것만 남은 자리에서 첫 문장을 쓰기 시작한다. 이런 자세 속에서 이별의 뒷모습까지도 삶의 한 장면으로 받아들인다. 미련을 덜어내고 그 장면을 가만히 들여다보는 시인만의 특별한 방식으로 보인다. 이는 오늘의 시가 다시 돌아볼 만한 시작(詩作) 태도다.
시간을 잃어버린 마을에 가서
기차를 타고 내리는 동안
장미 한 송이 피었다가 진다
녹슨 기차 옆 의자에 앉아
하늘의 편지를 받아 읽다가
몇 줄 답장을 보내면서 나는
또 엄마처럼 늙어가고
시리던 그날 밤을 건너며
당신과 나눈 이야기를 돌아보는,
이렇게 봄날이다
- 「시실리(時失里)에서」 전문
말하자면 시는 "당신과 나눈 이야기"이다. '당신'은 '나'이기도 하다. 보낸 시간이 시가 되고, 남겨진 시간이 시가 된다. 기차를 타고 내리는 사이 꽃이 피고 진다. 문득 멈춘 폐역에서 편지를 읽고 편지를 쓴다. 편지처럼 늙는다. 장미 한 송이 피었다가 지는 세월이다. "시간을 잃어버린 마을에" 사는 시인은 "하늘의 편지를 받아" 품었다가 "몇 장 답장을 보내면서" 시를 완성한다. 겸손하게 시간을 받아들인 뒤, 그 안에서 걸러낸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다. 만남과 이별 사이를 잇던 한마디가 시인과 독자의 시간에 놓인다. 물론 말하지 않은 말도 시의 일부다. 그렇게 받아 적은 시간은 다시 기억의 꽃으로 남는다.
목련도 벚꽃도
흙으로 돌아가려고
이렇게 몸을 씻는가
봄비 지나가고
때맞춰 부는 바람이
꽃잎을 한번 뒤집는다
높은 곳에서 활짝 웃다가
가장 낮은 곳으로 내려오는
거기까지가 꽃의 기억
떨어진 꽃은 모두
흔들리며 생을 잇던
허공의 기억을 붙잡은 채
말없이 눕는다
- 「거기까지가 꽃의 기억」 전문
이세영의 시에서 꽃의 기억은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삶에 새겨진 시간은 오래 묵어 다른 이름의 꽃으로 피어나고, 마침내 언어가 되어 다시 누군가의 기억으로 건너간다. 이 아름다운 순환을 끝까지 믿는 태도가 이 시집을 오래 붙잡게 한다.
그가 오래 품어온 것이 비로소 말이 되는 순간에는 너무 가까이 다가가지 않는 것이 좋다. 애틋한 기억의 먼지를 닦아 조심스레 내미는 표정을 오래 바라보고 싶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세영의 시는 현란한 언어의 가지를 무성하게 뻗지 않고, 가벼운 혀의 잎을 함부로 흔들지도 않는다. 그러니 그의 시를 말하는 목소리도 좀 더 나직이 내야 옳다. 나직한 목소리로 따라 읽고 나면, 이 시집이 어떤 시인을 우리 앞에 세우는지 조금씩 분명해질 것이다.
- 심도전(금강하구사람)
목차
목차
제1부
읽지 않은 책 13/하루살이 시집 14/아무것도 쓰지 않기 16/장독대 18/절필 19/줄탁똥시 20/필사와 표절 사이 22/저녁놀 24/말귀를 꿰다 25/시장 26/나는 술래 28/흔적 30/강아지풀 31/엄마 없는 집 32/묵언수행 34
제2부
느린 우체통 37/봄까치꽃 38/키 작은 꽃은 40/바스락 여관 41/사랑의 표현 42/부레옥잠화 44/물집 46/봉숭아 47/자벌레 48/즐문(櫛文) 50/저녁연기 51/포도의 계절 52/분꽃 씨 54/잠자리의 무게 55/거기까지가 꽃의 기억 56
제3부
변산 59/마지막 소풍 60/고양이 전(煎) 62/간지로 놓은 이유 64/파경 65/새들의 입맛 66/다듬지 마 68/어머니의 열쇠 70/쓸쓸한 골목 71/고흐가 읽는다 72/첫눈 74/겨울 연지 76/괭이밥 77/홍시 78/노랑어리연 80
제4부
시실리(時失里)에서 83/갯메꽃 84/퇴고 86/민달팽이 87/옛 애인 88/굴절 90/어둠의 초대 91/달맞이꽃 92/새우젓 94/울음의 껍질 95/메꽃 한 둘금 96/노르웨이 숲 97/없는 번호입니다 100/그리움의 넓이 102
해설 심도전(금강하구사람) 103
읽지 않은 책 13/하루살이 시집 14/아무것도 쓰지 않기 16/장독대 18/절필 19/줄탁똥시 20/필사와 표절 사이 22/저녁놀 24/말귀를 꿰다 25/시장 26/나는 술래 28/흔적 30/강아지풀 31/엄마 없는 집 32/묵언수행 34
제2부
느린 우체통 37/봄까치꽃 38/키 작은 꽃은 40/바스락 여관 41/사랑의 표현 42/부레옥잠화 44/물집 46/봉숭아 47/자벌레 48/즐문(櫛文) 50/저녁연기 51/포도의 계절 52/분꽃 씨 54/잠자리의 무게 55/거기까지가 꽃의 기억 56
제3부
변산 59/마지막 소풍 60/고양이 전(煎) 62/간지로 놓은 이유 64/파경 65/새들의 입맛 66/다듬지 마 68/어머니의 열쇠 70/쓸쓸한 골목 71/고흐가 읽는다 72/첫눈 74/겨울 연지 76/괭이밥 77/홍시 78/노랑어리연 80
제4부
시실리(時失里)에서 83/갯메꽃 84/퇴고 86/민달팽이 87/옛 애인 88/굴절 90/어둠의 초대 91/달맞이꽃 92/새우젓 94/울음의 껍질 95/메꽃 한 둘금 96/노르웨이 숲 97/없는 번호입니다 100/그리움의 넓이 102
해설 심도전(금강하구사람) 103
저자
저자
이세영 전북 정읍에서 태어나 2015년 《문예연구》 신인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전북작가회의 회원, 〈지평선〉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2026년 전북문화재단 창작기금을 수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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